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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 기괴한 관용(寬容)
    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4. 6. 23. 12:23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30)

     

     

    이럴 줄 알았다.

    저것 안에는 흑마스터의 분령이 깃들어 있음이 틀림없도다.

    이곳을 저쪽과 대칭되는 악몽계로 꾸며 놓은 모양새구나. 그래서 나와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그가 움직이는 것이지.

    그도 어딘가의 은거지에서 사악한 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일까요?

    마스터님의 본령이 히말라야에서 명상에 잠겨 있듯이 말입니다. 물론 마스터님이야 맑은 명상몽을 창조하시는 분이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이지만, 꿈계의 마스터란 근본적으로 영적 차원의 자아이므로

    육신의 유무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가 않단다.

    내가 열반에 들더라도 드림마스터로서의 사명(使命)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것처럼

    검은 연금술사이자 흑마법사인 흑마스터 또한 육신이 소멸하여도 오롯한 부정(不正)의 사념체로 남아

    검은 섭리의 조화로운 작용을 위해 활동할 따름이지.

    혹은, 애초에 육신을 가지지 않은 의식들이 근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와서 이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느니라.

    우리가 이러할 수밖에 없음은 근원 의식과의 약속 때문이며, 이런 약속을 하게 되는 우리의 성스러운 운명도

    근원의 섭리가 어긋남 없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니..

     

     

     

     

    흑 마스터가 마스터님과 거의 동급의 레벨이라면, 그 역시 마스터님과 마찬가지로

    꿈계 시스템을 명징하게 자각할 수 있다는 얘기로군요.

    꿈의 명상화 즉 (코어를 향한) "자각몽의 창조"는 화이트 드림마스터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혼란스럽습니다.

     

     

     

     

     

    그건 아니로다.

     

    전체 꿈우주들의 하나뿐인 주관자 "근원의 드림바디"께서 흑마스터의 자각능을 영원히 봉인하셨으니

    이는, 흑마스터의 길을 선택한 각자(覺者)들이 근원 앞에서 스스로

    자각몽의 권능을 포기하는 선택과 약속을 하였기 때문이니라.

     

    흑 마스터의 도를 구현함에 있어 자각몽이나 명상몽의 창조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편이며

    그럼에도 저들이 그리한다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우주의 딜레마를 야기하게 되므로, 자신들에겐 불필요하고

    정체성에 반(反)하는 이질적 능력이 굳이 발현되지 않도록 출발점부터 근원의 입회하에 그것을 거세한 셈이지.

     

     

    저들이 우리와 거의 같은 수준임을 우리가 동의하는 입장에서, 저들의 무력화(無力化)된 자각능은 결코

    우리를 상대적으로 우월하게 해주는 핸디캡이 아님을, 분명히 해 두겠다.

    흑 마스터는 (그가 선택한) 그만의 방식으로도 흑암의 도를 꿈계 차원에 고루 펼치고 궁극에 가선

    이분법을 초월하신 지극한 공평함의 근원께 회귀할 수 있는 존재이니라. 우리와 다를 바 없단 뜻이지.

     

    꿈의 자각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아니 하는 경지이며, 그렇더라도

    우리의 자각몽을 모방하여 우릴 얼마든지 기망할 수는 있는 사악함의 정수일지니..

     

     

    꿈의 세상을 항시 자각하는 능력이 있음에도 이를 오히려 거추장스럽게 여겨 자체 봉인해 버렸다고요?

    그리고 "본인의 존재가 부정되는" 그 능력 대신 가짜 자각술을 활성화하여 억조 드림바디들을 미혹케 한다..?

     

    악의 정점에 근접한 흑마스터 그룹은 그런다 치고, 하위 4차원계에 존재하는 지박령이나 유혼 내지는 몽마 등을

    가릴 것 없이 악령의 포스를 각추게 된 사악한 고스트들의 경우, 중음 또는 악몽의 영역에서

    백일몽과 같은 가상의 덫을 설계하여 3차원 생명들의 생령을 홀릴 때, 자신들은 마치 그 설정과 계략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인지하는 양 우쭐대곤 하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이들 저열한 "악의 그림자"들 또한 흑마스터처럼 실상을 자각하는 척할 줄 안다는 의미가 되나요?

     

     

     

     

    척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은 정말 그리 믿고 있는 것이니라.

    몇몇 어리석은 인간들이, 검은 기운에 묶인 거칠기 짝이 없는 루시드 드림을 진정한 의미의 자각몽으로 착각하고 믿듯이..

     

    에프엠 마스터나 흑마스터의 사냥개에 불과한 그것들은 그저 짐승의 본능으로써 기만적 자각술을 기계적으로 구사할 뿐

    본인들이 행하는 짓이 "차원 우주"를 흐리는 불경하고 삿된 것임을 도저히 깨닫기 힘든 구조로 형성된 허상적 존재란다.

     

     

     

     

    흑 마스터가 - 자각을 하지 않기로 절대자와 약속하고 - 타락을 선택한 천사쯤 되는 위상이라면

    똘마니급의 악성 고스트들은 가짜 자각몽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자각이 불가능한 족속"이라, 이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꿈계라서 더 자연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으나 저 역시 어느 틈엔가 "시공 밖의 텔레파시"를 활용하고 있네요.

    궁하면 통하나 봅니다. 하여간 덕분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 속에서도 이런 한가한 대화를 나누며

    당장 급하지 않은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다고 저놈이 모를 거란 생각은 말게. 이곳에서 우리의 의중은 백 퍼센트 간파되게 되어 있어.

    그 대단한 흑마스터가 저놈의 본질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 판국에 놈들 보란 식으로 우리끼리 대화를 할 순 없잖습니까?

    꿈계에서의 정신 감응은, 시도자의 스킬에 따라 한 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전개가 가능하다네.

    비교적 평이한 수준에서 고난도의 방법까지 말이야.

    마스터급이면 이들을 두루 섭렵하는 건 기본이지.

    지금 행하여지는 "자네와의 정신감응"은 꽤나 높은 난도의 기술에 해당한다네.

    요동치는 4차원 채널들 중 소용에 닿는 하나를 골라 마이크로 시공을 접어가며 하는 텔레파시이지.

    이를테면, 아까 우리가 포켓 시공 안에서 나눴던 대화의 축소판이랄까.

    아하, 몇 초 안에 십 년 치 대화를 욱여넣을 수 있는 방식 말이로군요.

    심각한 와중에도 이렇듯 여유로운 질의응답 타임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이는 순전히 우리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문제는, 저놈에게 빠짐없이 노출이 된다는 데 있지. 대화의 중요 내용들도 낱낱이..

    그러므로 여기서 명심하고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의 존망이 경각에 달려있는 시점이 오면

    생각을 멈추고 짧은 판단과 행동으로 순발력 있게 대처해야 한다는 걸세.

    즉, 지금처럼 놈이 엿들어 봤자 별 소득도 없는 일상적이거나 혹은 추상적인 내용들 말고

    저들에게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중요한 작전이나 그에 따른 세부적 실천 사항 등을

    앞으로 이렇게 전달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길 자네에게 미리 해두는 것일세.

    아니 그 얘기는 저더러 알아서 다 하라는, 그것도 생각을 하지 말고 감이나 촉으로 움직이라는 말씀 같은데

    이게 어떻게 가능할 수 있나요?

    너무 부담을 주시는군요.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다른 우주에서 온 "청년 지수의 영(靈)"이여, 탁월하게 현명한 젊은 구도자여,

    그대는 이미 그러한 경지로 다가가는 중이니 지나친 염려는 할 필요 없노라.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편안히 가지고 내면의 자각심에 집중하기만 하면 되느니라. 그리하면

    표정만 읽고도 나의 암시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변화가 없는 "마스터님의 표정"만 보고요?

    그래. 충분히 가능하니까 걱정하지 말래도!

    이렇게 하면, 아무리 흑마스터라 해도 우리의 이심전심을 간파하지는 못할 것이니..

    항상 명심하고 있거라

    저들이 미처 대응하기 전에 우리는 찰나의 영감과 판단력으로 속전속결 행하여야 함을.

    또, 넉넉하게 그리할 수 있는 존재가 우리임을!

     

     

     

     

     

     

     

     

     

     

    누구의 공격이라도 받았던 겁니까?

    재건이라 함은..?

    지옥에서 올라온 괴수(怪獸)들이 여길 주기적으로 공격하고 있소. 삼 일 전에도 놈들의 대대적인 습격이 있었소.

     

     

    역시나..

    이곳 "함정 세상"의 창조주와도 같은 제이슨이 악역으로 등장할 리가 없지.

     

     

    방금 뭐라 했소? 웅얼거리지 말고 크게 말해 보시오.

    아.. 아닙니다.

    다 알고 있으면서 못 들은 척은..

    허어, 마스터한테 이 무슨 불손한 말투요?! 지수 군?

    어느 쪽이 괴수인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요..

    그건 또 무슨 뜻인가, 지수 군?

    괴수들과 용감히 싸웠을 군인들이 보이지 않는군요.

    그들의 막사 안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여기로 오는 도중 한둘쯤은 나타났어야 마땅한데

    근처가 아주 괴괴하기만 하더군요.

     

    그간 여러 차례의 격전 끝에 군인들은 전멸 지경에 이르고 말았소.

    서로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으르렁거렸기에 어쨌든 그들이 제거되니 속은 후련하오마는

    문제는, 그들을 멸한 상대가 우리의 적이기도 하여 군인들과의 전략적 동맹 관계가 붕괴된 셈이니

    앞으로의 일이 고민이 아닐 수 없었소.

    그런데, 향후 - 오합지졸이나 다를 바 없는 - 우리만의 힘으로 놈들과 맞설 생각을 하며 눈앞이 캄캄하던 차에

    당신들이 온 것이오.

    과연 나의 기도가 하늘을 움직였도다.

     

     

    이때, 잠자코 듣고만 계시던 드림마스터가 대화에 끼어드십니다.

     

     

    기대가 과하시군요.

    우리도 피치 못할 난관으로 인해 여기까지 쫓겨 온 것이나 다름없으니 너무 부담은 주지 마시구려.

    우리가 그것들을 대신 물리쳐 줄 거란 근거 없는 맹신은, 그쪽에게나 우리에게나 득 될 것이 없을 듯하오.

    그리고, 주기적이라 함은 놈들이 다시 쳐들어올 때까지 여유가 좀 있다는 뜻이겠으니

    협력 문제는 시간을 가지고 차차 논의해 보도록 합시다.

    당장은, 피곤하여 휴식부터 취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소만..

    보시다시피 일행 중엔 어린 여자애도 있고 더군다나 당신의 괴이한 모습에 놀라 상태가 온전치 않소.

     

    이런! 우리의 손님맞이가 너무 허술했던 모양이오. 당신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살폈어야 했거늘..

    알겠소. 이곳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긴 하나

    자세한 이야기는 추후에 또 나누도록 하고 일단은 쉬시는 게 낫겠소.

     

    상준아! 이분들 편히 쉬게끔 내무반에 자리를 마련하거라.

     

    알겠습니다, 대장님.

    아, 그런데 여긴 동지들로도 공간이 부족한 형편이라 자리가 날 것 같지 않습니다.

     

    막사에 들어서기 전부터 잔뜩 긴장한 탓도 있고

    대장이란 작자의 가공할 형상에 압도되어 주변으로 눈길을 보낼 겨를이 없었는데,

    그의 꽤 정중한 언사에 두려움이 다소 가라앉고 아울러 휴식의 시간도 허락되자

    그제야 내부 정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언제 이렇게들 들어와 있었는지, 아니면 다들 모여 있는 곳에 우리가 들어온 것일 수도 있지만,

    수십 명은 돼 보이는 시꺼먼 얼굴의 장정들이 지옥의 격전지에서 악만 남은 듯 살기등등

    살아있는 눈빛으로 동시에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양쪽에 길게 놓인 침상으로도 이들을 수용하기가 여의치 않아 통로 바닥에까지 앉아 있는

    광경을 보았을 때 상준 형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대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번득이는 안광에서 우리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음을 쉽게 느꼈으나

    다분히 우려스러운 특이한 점 한 가지는, 이들 중 상당수가

    저나 마스터님을 노려보는 모양새와는 사뭇 다르게 영미를 주시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녀의 흐트러진 매무새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속옷과 흰 살결을 뚫어져라 직시하는 눈알들 중에는

    심지어 입가에 침까지 흘리며 본인의 흑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자들도 보였습니다.

     

    어느 틈에 다가왔는지 지척까지 접근하여 우리에게 유독 관심이 있다는 듯 이리저리 살펴보던

    (실제 나이보다 한참 늙어 보이는) 사오십 대 한 명은,

    영미의 구겨진 교복 아래에다 분주하던 시선을 멈추고 좋지 않은 시력 탓에 간간이 찡그려 가며

    그윽하게 음미라도 하겠다는 양 그곳을 지그시 응시하는 것이었습니다.

    급기야 입맛을 한번 쩌억 다시더니, 음탕한 갈망을 잔뜩 묻힌 걸걸한 목소리로 운을 떼기 시작하더군요.

     

    자리야 당장 만들면 되지 그까짓 게 무에 어렵겠나.

    대장님이 이리 깍듯이 대하시는 걸 보니 귀하신 분들 같은데, 우리 가운데 몇 명이 나무 아래 비박하는 한이 있더라도

    손님들을 위한 잠자리는 당연히 만들어야지 아무렴!

     

    얘들아, 뭐 하냐? 퍼뜩 자리 깔지 않고!

    어리석은 것들아! 감히 내 앞에서 무슨 되지도 않는 요사를 꾸미려 하느냐.

    너희들의 불쌍하기 짝이 없는 신세 모르는 바 아니나, 아무리 정염이 솟구치는 사내놈들이라 해도 그렇지

    어찌 이런 어린아이한테까지 더러운 음심을 품으려 하느냐!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여색을 탐하여도 백 번은 탐하였을 왕성한 것들이 너무 오래 갇혀 지내다 보니,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여체의 살 내음에 잠시 이성을 잃고 눈이 뒤집어졌나 봅니다.

    부디 용서해 주소서..

    그자가 바닥에 닿을 듯 머리를 조아리자, 막사 안에 있던 대부분의 장정들이

    그를 따라 일제히 용서를 구하며 대장의 눈치를 살피는군요. 두려움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말입니다.

     

    좋다.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마.

    앞으로 또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할 시 결코 좌시하지 않으리라.

    내가 너희들의 마음속을 다 꿰뚫고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지어다.

    행동까지 갈 것도 없다.

    이번처럼 저열한 사념을 또다시 발산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본보기로서 처단할 것이니..

    여기서 처단이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설명 안 해도 잘 알겠지?

     

    예에, 대장님.

    대장님이 죄로 규정해 놓은 것을 범한 자는 가차 없이 대장님의 먹잇감으로 바쳐진다는 사실,

    명심하고 있습니다.

    대장님한테 잡아먹히는 것 또한 영광이긴 하오나

    위대한 우주가 허용치 않는 죄를 짓는다는 자체가 죽어서도 씻지 못할 오명이자 불명예입죠.

     

    그래, 알면 되었다.

    다시는 구린 사념의 냄새를 풍기지 말거라. 또 그랬다간

    그놈은 아주 뼈까지 오독오독 씹어 삼켜 줄 테니..!

     

    너희는 이분들을 제3 막사로 모시도록 하여라.

    그곳의 잡동사니들을 대충 한쪽으로 붙여 놓으면 제법 쉴 공간이 생길 것 아니냐?

     

    예 대장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육신을 빌려주고 대장의 입 노릇을 한 아저씨도, 어느새 풀려나

    상준 형의 옆에서 함께 머리를 조아리고 있네요.

    대장이 이 둘을 제일 가까이 두고 심복처럼 부리는 모양새였습니다.

    두 소년에게서,

    못내 아쉬워하는 눈치의 음흉한 장정들로부터 우리 일행을 빠르게 격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군요.

     

    그들은 우리를 떠밀듯 막사 밖으로 다시 나오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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