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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악몽에서 악몽으로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4. 4. 10. 14:11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8)
너무 열받아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래서 너도 날 쫓아온 거니?
새마을이 가만있을 리 없잖아.
폭주해서 난리도 아니었어. 너를 잡아오라고 애들을 들들 볶는 걸로도 모자라 괴성을 지르고 날뛰는데
사람 같지가 않더라.
이러다 불똥이 나한테 튈까 봐,
새마을과 아이들이 널 잡으러 운동장 쪽에 정신을 파는 사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 빠져나온 거야.
그랬으면 교문 밖으로 도망쳐 집으로 갔어야지 왜 여기 나타난 건데?
여긴 네가 올 곳이 못 돼! 여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넌 죽었다 깨도 모를 거야.
바보야, 내 말을 끝까지 들어 보라고!
당연히 교문으로 뛰어나갔지. 근데..
아직까지도 모르겠어, 세상이 뒤집어진 것 같아. 나도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알았어. 진정해. 차근차근 얘기하자.
교문으로 나갔는데 못 볼 걸 본 거니?
교문 앞이, 우리가 맨날 등하교하던 거기가 아니더라고.
아스팔트 길은 간데없고 "산과 산 사이 비포장 고갯길"이 느닷없이 놓여 있는 것 있지?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싶더라니까?
제대로 맞춘 거야. 여긴 꿈속이라고!
내가 만든 드림바디이긴 하지만, 영미 너의 분령도 희미하게나마 깃들어 있는 만큼
너 역시 꿈을 자각할 자격 있는 꿈주란다.
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는 거니?
안 그래도 무서워 죽겠는데 너까지 왜 이래!? 너 지수 맞아? 설마..
네 말이 이론적으론 맞는 얘기이나 좀 앞서나간 듯하구나.
얘한테서 자각을 기대한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
얘가 잠들어 분령의 형태로 자신의 꿈계에 유입된 뒤 다시 너의 꿈속 "본인의 드림바디"에 도킹하였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럴 확률은 희박하단다.
얘는 지수 네가 무의식에서 형상화한 상념 분신일 뿐이고, 게다가 뜨내기 고스트들에 의해 상당 부분 오염되어 있어.
드림바디가 아무리 중첩을 상정한 상념 복합체라고는 해도
꿈주로서의 이 소녀의 지분은 현재로선 극히 미미할 따름이다.
이 아저씨는 또 누구야? 너보다도 더 이상한 소릴 늘어놓고 있네?
두 사람 다 사람은 맞는 거죠?
나 놀래키지 마요. 당신들 괴물이면 난 이제 도망갈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고요.
놀라게 했다면 미안.
여기 이 분은 나를 도와주신 고마운 분이야. 우리 편이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보아하니 영미 너도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모양이구나.
혹시 아이들이 좀비로 변하여 널 공격이라도 한 거니?
앗! 그럼 너도..?
아아.. 지수야 나 너무 무서웠어. 죽는 줄 알았다고.
애들뿐 아니라 새마을까지 귀신으로 변하여 쫓아오는데
오는 길에 몇 번이나 붙잡혀서 죽을 뻔했지만 간신히 뿌리치고 이리로 온 거야.
여기 오는 도중 어느 순간부턴 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 천만다행이지 뭐니.
그래서 네 몰골이 이토록 말이 아니게 된 거로구나. 험준한 산비탈을 몇 바퀴나 구른 것처럼..
영미는 그제야 시선을 의식하여
뜯어지고 흐트러진 입성을 최대한 여미어 보려 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시늉만 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했습니다.
그런다고 아무 일 없듯 멀끔해질 리 없음을 그녀도 알고 있는 눈치였으나 그럼에도
지수의 한 마디에 사춘기 소녀 특유의 수치심이 되살아나 잔뜩 움츠리며 "드러난 몸"을 가리려 애쓰는 동작이,
안쓰러움을 유발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민망함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전환하였습니다.
그들을 피해 정신없이 뛰어오느라 미처 몰랐었는데, 어쩜 이런 곳이 다 있단 말이니?
아까는 분명 교문 앞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야트막한 고개 정도로 변한 상태였거든.
한참을 달려왔다고 해도 그렇지, 여긴 아무리 봐도 전혀 우리나라 같지가 않아, 얘.
이 거대한 나무들은 또 뭐라니..?
영미야,
넌 네가 겪은 상황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생각하니?
그럼 어떡해? 내 눈으로 보고 온몸으로 생생하게 체험한 사실인걸..
너무 무서운 경험이라 이게 꿈이길 간절히 바라며 깨어나려고 여기저기를 힘껏 꼬집어 보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고!
아픔을 느끼긴 했니?
응? 글쎄.. 아팠던 것도 같고..
괜찮다면 내가 다시 꼬집어 봐도 되겠니? 남이 꼬집으면 더 아프다며..?
무슨 말이 하고픈 건데..?
여기가 꿈속이라느니 하던 이상한 얘기 또 꺼내려는 거야?
이래도 안 아파?
봐봐, 이렇게 세게 꼬집는데도 너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가만히 있잖아.
그렇네? 신기하긴 하다. 왜 안 아픈 거지?
그러고 보니 아까 애들하고 뒤엉켜 싸울 때도 특별히 고통스럽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
너무 무섭고 당황스러워 아픔을 못 느낀 건지도 모르지만..
이게 증거야. 꿈이란 걸 어서 인정해! 그래야 우리가 널 도울 수 있어.
얘도 참..
이 판국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
알았어. 꿈이라 여길게. 그건 나도 기왕에 원하는 바였으니까. 그러는 편이 차라리 속 편하겠어.
꿈인 거 알았으니 지수야 이제 깨어나는 법을 알려 줘. 너랑 이 아저씨는 알고 있을 거 아니야?
꼬집는 등의 헛수고 말고 진짜로 깰 수 있는 방법 말이야!
그.. 그게..
말문이 막히는지 지수는 이내, 옆에 서있던 마스터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잠시 지으며 대답 대신 고개를 살짝 저었습니다.
네가 이 아이를 아끼는 마음은 내 잘 알겠으나 그렇다고 자각을 강요하지는 마라.
좀 전에 설명하지 않았느냐. 애초에 그럴 능력이 얘한텐 없느니라.
그런데도 계속 강요한다면 얘는 견디지 못하고 미쳐 버리거나, 분열되는 정신적 혼란을 틈타
"기생하던 고스트들"이 드림바디 조종을 주도하게 될 수 있어.
지수야,
이 인도 사람처럼 생긴 아저씨가 한국말로 얘기하는데도 도통 알아듣지 못하겠어. 이런 상황부터가 꿈스럽긴 해.
너와 나 함께 깨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도 같이 찾아보자.
이런 무서운 꿈속 같은 곳에 일분일초도 머물고 싶지 않아.
네 마음 이해해. 나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여기로 빠져들면서 지금의 너와 똑같은 심경이었으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마.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언제나 옆에 붙어서 너를 꼭 지켜 줄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너만큼은 여길 벗어날 수 있도록 이 목숨 바쳐 도와줄게.
응. 그 말 들으니 기운이 나는 것 같아.
그리고 너야말로 날 도와주려면 강하게 마음먹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같이 움직여야 해. 너 없으면 나 혼자 여길 나간 들 아무 의미 없다고. 우린 친구니까..
알았어. 걱정 마..
친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둘은 유치한 서로의 멘트에 감동하여 얼싸안고 훌쩍이기 시작합니다.
어린 중학생 다운 순수한 모습들에 저 또한 콧날이 시큰해지네요.
마스터님, 영미까지 등장했는데
뭐가 숨어 있을지 모를 저 위험한 막사에 가는 것보다는
바로 여길 빠져나갈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서두르지 말거라.
이 아이의 갑작스러운 출현 또한 어쩌면 흑마스터의 계략일 수 있다.
이곳에 들어온 이상 우리를 제외한 아무것도 쉽게 믿어서는 안 되느니라.
여기서, 우리가 겪어야 할 것들과 부딪치면서
자각의 포스를 담금질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자각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 중 하나이며, 어느 수준까지 에너지가 모아져야
여길 벗어나기 위한 영적 임계 수위에 도달할 수 있단다.
저들도 이걸 잘 알면서 고육지책으로 너를 여기 묶어 두려 하는 것이지.
가능한 한 오랫동안 너를 잡아 놓아야, 안심하고 저쪽 세상을 장악할 수 있으니까.
자신들의 계책이 정교할수록 널 가두는 시간은 길어질 테고,
운이 좋으면 영원히 묶어 둘 수도 있겠다고 맹랑한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이렇듯 "자신들에겐 치명적인 에너지"를 네게 제공할 수도 있는 모순적 전략을 짤 수밖에 없음이, 바로
꿈계 시스템의 한계란다.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유리한..
네가 자각 파워를 획득하여 이곳을 빠져나갈 때는, 좌표를 별도로 설정하지 않아도
"놈이 나타나 우릴 집어던진 시점"으로 우린 복귀하게 되느니라.
고로, 우리가 없는 새에 놈들의 악몽화 작전이 설혹 완료되었다 해도
완료된 것이 아니게 되는 거지.
물론 우리의 복귀를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로 보아도 무방하나, 정확히는
평행계 개념을 도입해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가 그곳으로 돌아가 신성한 임무를 완성하면,
저들의 수중에 떨어진 "다른 세상의 그곳"도 지리멸렬 흩어져 사라지게 되나니.
그런데 문제는,
여길 즉시 나가는 방법을 우리가 설령 알고 있다 해도 현재의 너로선 이를 실천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내가 억지로 너를 끌고 나온다 한들 이는 도리어 엄청난 역효과를 초래하여,
정작 싸워야 할 저쪽 전장(戰場)에서 힘을 전혀 쓰지 못하게 되는 결과에 봉착할 수도 있다.
이야말로 놈들이 간절히 바라는 바들 중 하나 아니겠느냐.
그러니 이 아이로 인해 더는 혼란스러워 말고 순리대로 우리의 길을 가자꾸나.
그러면 "제가 역량을 갖춘 그때" 가서는, 얘를 원래 있던 곳으로 데려다주는 게 가능할까요?
이 아이가 있던 곳도 꿈계일 따름이니..
드림바디에게는 하나의 목적지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단다.
이 아이뿐 아니라, 아이를 꿈에서 만들어 내는 가족 친지 및 지인들이나
평행계에 분포한 "아이의 분신"들이, 꿈주의 자격으로
지금도 멈추지 않고 무수한 꿈계들을 창조하고 있다.
이들 중 어디로도 우린 아이를 보낼 수 있고, 아이 또한 이들 중 어딜 가던
그곳의 드림바디와 자연스럽게 합일하여 그곳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다른 꿈계의 인생에 적응한다는 말이다.
그러하니 염려하지 말거라.
들었지?
당장은 우리로서도 어찌할 수가 없지만 내 옆에 잘만 있어 주면 널 집으로 데려가는 건 문제도 아니야.
그때까지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 줄게.
나 믿지?
응.
당장 돌아갈 수 없다는 게 너무 절망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지수 너를 만나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 너에게 기댈 수 있어 정말 다행이야.
저기 나무 사이에 막사들 보이지? 일단 저리로 갈 거야.
저긴 내가 아는 곳이거든. 우리랑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도 있고..
가면 아마 우릴 반겨주겠지?
사실, 안심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가 저기 외엔 없어..
그렇지만, 혹시나 널 쫓던 좀비들이 여기까지 나타난다 해도
저기라면 충분히 방어가 가능해. 꽤나 용맹한 동료들이 우릴 지켜줄 테니까.
이후의 일은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우선 가 보자 영미야.
내가 뭘 알겠어?
나보다 먼저 와서 많은 걸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하자는 대로 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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