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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 대장 vs 대장
    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4. 5. 22. 18:06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29)

     

     

     

    남자들만 있는 막사라 그게 좀 그렇긴 한데,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안 그래요? 마스터님?

    ................

    제발, 여기도 아저씨가 있어야 할 텐데..

    미지의 무언가가 곧 튀어나와 그들을 덮칠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세 명은 막사를 향해 부지런히 발길을 옮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불안이 만드는 복잡한 상념이 - 마스터를 제외한 - 두 어린 학생들의 머리를 짓눌러

    무거운 침묵이 어색하게 흐르는 가운데, 어느덧 막사들은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막사와 합체된 기이하고 끔찍한 모습은 여지없이 그 자리에 버티고 있었지만, 이곳은

    멀쩡해져 있기를 바라는 게 이상한 "악의 소굴"이므로,

    더 업그레이드된 참혹함이 아님을 지수는 차라리 다행스럽게 여기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참상을 처음 목격해야 하는 영미로선

    상상을 초월하여 펼쳐진 지옥도 앞에서 혼절 직전까지 가는 충격을 고스란히 입어야 했습니다.

    악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질 듯 비틀거렸고, 지수가 급히 부축하였음에도

    그의 품에 기대는 것으론 부족하였는지 그냥 풀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정신이 반쯤 나간 채 초점 잃은 눈동자가 멍하니 정면을 향하고는 있었으나

    시력이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습니다.

    이때 마침 막사의 출입구 문이 열리고 지수에겐 내심 반가운 얼굴들이 나왔습니다.

    그 두 사람은 지수 일행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놀라지도 않고 이쪽을 보며 서둘러 뛰어왔습니다.

    도련님 드디어 오셨군요!

    지수 군, 얘기 많이 들었어. 어서 와.

    일행분들도 반가워요.

     

     

    예, 그 두 사람 맞습니다. 저보다 어려진 아저씨와,

    여기서는 아저씨하고 항상 짝을 이루어 다니는 그 사람. 저와의 악연 때문인진 몰라도

    저의 여정(旅程)에,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인물 전상준..

     

     

    아니, 어떻게 알고..

    대장님이 알려 주셨어요.

    귀하신 손님들이 곧 도착하니까, 얼른 나가서 맞으라고요.

    그래요? 대장님은 여기 계신데..

     

     

     

    "뒤에 몇 발짝 떨어져 서 있는" 마스터를 돌아보자 그가 손가락을 입에 대는 시늉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굳이 밝히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죠? 대장님이 어떻다고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아저씨, 나 지금 처음 만나는 거예요? 얼마 전에 여기서 본 적 없어요?

    오시자마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제가 오히려 묻고 싶습니다. 같이 극장 가자면서요. 기다리라 해놓고 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겁니까.

    하도 안 나오시길래 학교에 들어가 도련님 찾으러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중 재수 없게도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지 뭡니까.

    그때 그만 정신을 잃고 나중에 눈을 떠 보니 제가 이런 모습으로 여기 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 

    정말 믿기지가 않지요?

    그러니깐 여긴 꿈속이라고요 아저씨!

    저도 첨엔 그런 줄 알았지요. 근데 아무리 깨려고 해도 도무지 깨지지 않는 걸 어쩌란 말입니까.

    너무 절망적이어서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던 걸 대장님이 신비한 힘으로 적극 만류하시고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해 주셨어요. 그분 덕에,

    아주 어렵고 복잡한 우주의 신비와 그 본질을 쉽고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었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멀쩡한 정신으로, 도련님을 다시 만나는 날까지 버티어 왔던 겁니다.

    그분 아니었으면 미쳐도 벌써 미쳐 버렸겠지요.

    아저씨의 기억이 단단히 왜곡되어 있네요.

    마이클 마이어스를 만나 정신적 붕괴를 강렬하게 체험해서일까요.

     

    꿈주의 심리가 (맥락이 닿지 않는) 전혀 엉뚱한 상징으로 표출되고 해석되는 게, 꿈속 세상 아니겠는가.

    이자의 경우 그런 과정이 연거푸 두 번 꼬아진 것일 수도.

    무의식이 드러내는 심리적 압박이 참혹한 공포의 장면으로 변형되어 나타났는데, 이것이

    희화화란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너무 적나라하게 잔혹성을 표출한 나머지, 저런 식으로 얘기하면서

    경험의 "있는 그대로"를 털어 놓는 거라 착각 내지는 합리화한다랄까.

    꿈이 놓친 1차 검열 기능을 그의 잠재의식이 2차로 수행하는 격이지.

    아니면, 이자는 "네가 목격한" 그쪽이 아닌 다른 꿈계에서 넘어왔을 수도. "저 얘기가 사실인" 꿈 세상 말일세.

    그곳의 드림바디가 제이슨에 의해 무작위로 소환되어 저 어린아이와 합쳐졌을, 가능성도 고려해야겠지.

    물론, 우리가 아까 넘어온 저쪽 (악몽화가 급하게 진행되던) 꿈계에서 우릴 대하던 자는

    이 두 경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즉, 후자뿐 아니라 전자의 경우에도

    이자는 네가 유입된 첫 번째 꿈계의 그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

     

    그자의 "다른 꿈계" 평행 드림바디 격인 이자에게 너의 이야기가 금시초문인 건

    거짓이 아닌 당연한 반응이야.

    애초에 흑마스터가 제이슨의 추악한 사념을 활용하여 여길 가상의 덫으로 조성해 놓은 거라면

    이자를 쑤셔 넣기 전 저 허수아비 아이 속엔 첨부터 아무것도 없었을 테고,

    "아까 우리가 있던 꿈계"의 평행계들 중 하나를 놈들이 접수한 거라면

    아이 속의 그자를 (엄밀히 말해 그자의 평행 드림바디를) 강제로 뽑아내고 이자를 대신 집어넣었을 테니

    둘 중 어느 케이스도, "분령 복합체의 형태로 그자의 기억이나 상념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길은 원천 차단된 셈이라서.

    (이들이 혹시나 엿들을까 봐) 마스터님이 텔레파시로 알려 온 내용들 중 일부였습니다.

    "적의 소굴로 들어온 만큼 끝까지 경계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주의(注意)가 절절이 배어 있어

    저 역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손님들 피곤하실 텐데, 앞에 세워 두고 뭘 그리 얘기가 길어! 무례하게시리..

    대장님 기다리시잖아, 어서 모시고 들어가자니까?

    아.. 알겠어요 준이 형.

    도련님 제가 말이 길었네요. 안으로 들어가시죠.

     

     

     

    아저씨는 - 옆에 서 있던 - 형의 핀잔 때문이라기보단 대장이라는 언급 자체에 다소 주눅 든 눈치를 보이며

    우리를 흉물스러운 막사로 안내하였습니다.

    그곳의 내부는 이전의 그것과 크게 차이 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동일한 위치에 있는 예의 그 다용도실(?)로 가 문을 두드립니다.

     

     

    대장님, 손님들 오셨습니다.

    꾸루루 끼루 까라락 카아!!!

    들어오시랍니다.

     

     

    기분 나쁜 괴물의 울음 같은 게 문틈으로 비어져 나옵니다.

    저쪽 세상에 있을 때는 이 정도의 괴상한 소리가 아니었고, 이처럼

    들어가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괴성으로 나를 위축시키지는 더더욱 아니하였는데

    이부터가 적지 않은 위화감을 뿜어내며, 잔뜩 긴장해 있는 나를 당황케 하는군요.

    저 소리를 알아듣고 자연스레 전달하는 아저씨까지, 이상하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저쪽 꿈계의 대장 모습보다 한층 더 충격적인 형태가 준비되어 있는 건 아닌가 적이 염려가 되네요.

    적(敵)의 소굴답게 말입니다.

    악! 저건..

    아저씨가 나무 문을 열기 무섭게, 흡사 문어의 다리를 연상케 하는 그러나

    빨판은 없고 대신 미끌미끌한 점액이 도포되어 번질거리는

    검은 회색의 촉수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듬성듬성 허물이 벗겨진 듯 지저분하게 너덜거리는 부위와 그 속에 보이는 시뻘건 진피(眞皮)를

    진기한 문양인 양 자랑하며 꿈틀대는 그것들로

    방 안이 꽉 차 있었음을, 짐작하고도 남는 상황이었습니다.

    아, 이렇듯 조금의 망설임 없이 제 염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마는군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추세는 유지될 듯싶습니다. 여긴 적의 소굴이니까요.

    그렇다면 이 아저씨 또한 적의 하수인?

    하수인인지는 몰라도, 온몸에 점액을 흠뻑 뒤집어쓰고 촉수를 껴안듯이 서서 아무렇지 않게 우리를 바라보는 그가

    도저히 정상으로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러니 우릴 보고 들어오라 손짓하는 것이겠죠.

    아니 인간적으로 저길 어떻게 들어가라는 건지..

     

     

    아악! 저게 뭐야?!

    지수야 무서워, 징그러워! 나 여기서 나갈래!!

     

     

     

    영미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비명을 끊임없이 질러대며, 패닉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수의 목을 와락 끌어안아

    얼굴을 그의 품에 자동 반사적으로 묻었습니다.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봐 버린 그녀가 "이번에는 진짜 졸도를 동반할 것이 분명한" 충격적 장면을

    계속 목도하지 말아야겠다는 본능적 판단에서 취한 행동이겠으나, 별로 효과적이었던 것 같진 않습니다.

    얼떨결에 끌어안게 된 지수의 팔이 그녀의 축 늘어지는 무게감을 이내 느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저씨!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대장님이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건 저도 아는 사실이지만 그건 그럴만한 개연성이라도 있었지,

    이런 "묻지 마 식" 괴물의 형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스토리 전개라고요!

    "제이슨이 만든 세상"에서 개연성 운운한다는 게 내가 생각해도 웃기는 노릇이긴 하지만,

    어이가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 말이죠!

     

     

     

    조금 전에 드림 마스터께서 제가 알아듣도록 설명해 주셨건만, 그것을 바로 망각해 버리고 저딴 어리석은 하소연을

    그것도 이곳의 아저씨한테 뱉고 말았으니, 당시 제가 얼마나 놀라고 당황하였으면 그랬겠습니까.

     

     

    도련님 무슨 말씀이세요?! 통 못 알아 처먹을 말씀만 하시네!?

    닥치고 들어가기나 하세요, 빨리요! 대장님 화내십니다.

    아아..

    저건 아저씨가 아닌 게 확실해! 저런 불퉁스러운 말본새는 들어 본 적이 없어.

    지수야, 여긴 이런 곳이라는 걸 익히 잘 알고 있는 내면에 집중하거라.

    새삼 혼란해할 필요도 저놈과 말다툼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허상에 끄달려 본질을 망각하는 것은 저들이 네게 가장 원하는 바이니, 열 내지도 놀라지도 말고

    이곳의 모든 걸 여여하게 받아들여 적당히 맞춰 주는 스탠스를 취하자꾸나.

    생생한 현실처럼만 보이는데 그리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겠으나

    자각의 도중에 있는 너라면, 어려워도 반드시 그리해야만 하느니.

    마스터의 텔레파시가 - 거의 정신줄을 놓다시피 한 영미를 차라리 부러워하고 있는 - "저와 어린 드림바디"에게

    일종의 부축 작용을 하였으나, 자각 에너지 부족 탓인지 그때 잠깐뿐이었고 그것의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콰르르릭 꾸이익 쨔아르으캬악!! 클클클..

    죄송합니다 대장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놀라시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도련님 입장을 미처 헤아리지 못하였네요.

    도련님, 정 힘들겠으면 들어올 필요 없다 하십니다.

     

     

     

    생체의 내장 어느 부위를 연상케 하는 (저들끼리 미끌대며 우글거리는) 굵은 촉수(?)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하나가, 혼자서 발딱 곧추서더니 아저씨의 정수리를 탁 치듯 접촉하는 상태가 되어

    그 모양을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광경이었으나 제 눈은 놓치지 않고 확실히 보았습니다.

    그것의 끄트머리에서

    마치 바늘같이 생겨 뾰족하고 날카로운 그러나 워낙 가늘고 투명하여 얼핏 봐서는 알아채기 어려운 무언가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그의 정수리 속으로 쑥 박히는 모습을..

    그것이 머릿속을 뚫고 들어가자, 눈알이 위로 뒤집어지면서 흰자위만 번득인 채

    아저씨는 차렷 자세로 꼿꼿하게 굳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입만 벙긋거리는 어린 소년(의 오감)을 이용하여, 대장이라 불리는 괴물은

    듣기가 몹시 거북했던 괴성 대신 우리말 소통을 시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부디 놀라지들 마시오.

    여기서 내가 이런 모습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소.

    당신들이 이리로 떨어지게 된 것은 심히 유감이오만,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릴 도와 이곳이 재건되도록 힘을 좀 보태 주시오. 당신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충분하지 않소?

    특히

    뒤에 있는 분한텐 나 정도의 포스가 느껴지는데 가히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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