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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음모의 점화 1 : 에이리언평행 지구 (판타지) 2024. 4. 23. 20:21
우리한텐 산모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서 산부(産夫)라 하면 좀 우스꽝스럽긴 한데가임기 여성의 몸은 기생하기에 적합하지 않은가 봐.
생태 유전학적으로 입실론 03T들은 건장한 남성들의 몸을 선호해서 남자들만 집중 공략한 것이지.
그리고 일단 숙주가 되면 본인은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노소 할 것 없이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공격한다는군.
여러 난폭한 방식으로 힘없는 여자들에게 덤벼들지만 그중 대부분이 성폭행의 양상을 띠고 있으며
린치나 대미지를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그녀들 전부를 말살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여 완전히 씨가 마를 때까지 도륙한다지 뭔가. 우주 벌레에 의해 변성된 뇌 조직이 여성에 대한 극단적이고 단세포적인 적개심을 가장 큰 본능으로 선택하여
새롭게 장착한 모양새라고나 할까.
이렇게 되면 벌레들의 타깃이 된 "침략당하는 행성"은 결국 남성들만 남게 되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숙주인 건장한 청장년 남성들과 미래의 예비 숙주인 남자애들로만 구성된 행성인 게지.
이때 숙주가 노화하는 경우 숙주들 사회 내부에서 존경과 대접을 받고 지도자 그룹으로 추대되기도 하지만
침략 초기 벌레의 외면으로 숙주화에 실패한 남성 노인들은 핍박의 끝에서 자연히 도태되고 만다네. 또한
초기에 숙주들과 싸우던 반대 세력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젊은 남성들도 결국엔 벌레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지.
숙주의 공격 대상이 아니므로 처음에야 마음 놓고 저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겠으나
숙주화의 가공할 가속으로 금세 행성을 뒤덮어 질리게 만드는 인해전술에 머지않아 전의를 상실하고
조용한 절망 속에서 숙주가 되기 위한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운명들이니까..
숙주화 초기에, 여자들이 멸할 때까지 여자들한테만 좀비처럼 맹목적이고 본능적인 공격성을 드러낼 뿐,요놈들에 의해 - 뇌를 포함한 - 신경계가 점령당한 숙주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급격하게 진화하는 모양이야.
놀라운 일이지. 우선 지능이 엄청나게 상승하여 고도의 물질문명을 급속도로 발전시킨다네?
물론 침입해 온 타행성의 선배 에이리언들이 정착 초기에 다각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저런 징그럽고 흉물스러운 외형도 저놈들 입장에선 고도로 적합한 진화적 변이라는군.
알고 보면 이게 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방식이라는 거야.발달된 초문명의 힘을 내세워 우주 곳곳에다 식민지를 개척하려는 속셈이지.
수컷의 몸들이지만 특정한 바이오 시기가 오면 주기적으로 기생물을 주입받아 잉태를 하게 되고분만 시점이 임박할 즈음엔, 식민지를 물색해 놓은 선발 원정대들의 신호로
목표 행성들의 대기 밖 상공에 정확히 포진한다는 거야. 한 마디로
수컷 임산부 즉 산부들 한 무리가 다른 행성에 원정출산 온 격이랄까 뭐 그딴 식인데,
우리 지구가 이번에 재수 없게 걸려들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그럼 지구인 숙주들 또한 머지않아 저들 에이리언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이 된단 얘기네요.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급격이니 급속도니 하는 게 우주의 시간 개념으로 그렇다는 것이고우리가 체감하는 시간으로 따지자면 장구한 세월일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라더군.
당장 최악의 공포를 상상하면서 지레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겠지.
아직까지는 숙주들이 에이리언처럼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진 않다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 원..
놈들이 무시무시하게 변해서 더 큰 공포감을 조성하기 전에 어서 빨리 죽여 버려야 할 텐데..
근데, 여성들을 적대시하는 숙주들이 오히려 강간을 밥 먹듯 하는 건 어찌 봐야 하나요?
허허,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나. 그것 역시 그들 적대감의 다양한 표출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다만 성폭력의 방식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정확한 이유나 경로에 대해선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며,
지구 남성들의 무의식에 자리 잡은 음욕의 잔재가 지구 특이적 숙주화를 유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간섭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할 따름이지. 이는 사실 우주 기생충에 의해 정복되는 3차원 행성들의 공통된 패턴이라서
확보된 보편성이 지구에도 적용되는 거라 해석할 수 있다네. 다시 말해
암수가 나뉘는 고등 생명체들의 행성을 기생체가 침탈하고 지배하는 과정에서 - 암수의 대립과 갈등이
행성의 역사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 그것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수컷을 선택했고
번영의 시공을 독점하기 위한 본능적 행위로써 암컷을 철저히 배척하고 말살할 뿐이라는 거지.
단지 그 방식에 있어서는 각 행성 특유의 역사가 반영되는 셈인데 암수의 대립과 갈등이 격렬했거나 격렬한 행성일수록
숙주의 공격성이 상대적으로 과격하게 표출되는 식이며 그 일환으로 성욕을 포함한 가학적 정복욕도 한몫을 하는 것이고.
이러한 차원에서 성폭력이라는 거칠고 비열한 짓거리 역시 지구만의 전유물은 아닐 테지.
숙주들 하나하나에 발현되는 "적대감의 폭력성"은그들의 변이 전 유전정보나 성장 환경, 삶의 형태 등에 좌우되어 다양성을 확보하지만 사실 그 차이는 미미하고,
"인류 의식의 찌꺼기가 녹아 있는 집단 무의식"에 의해 촉발되는 공통적 특질이
오히려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그들 대다수를 지배함으로써 - 숙주를 한 데 묶어 정의하기 용이한 - 집합 자아를 형성한다네. 타깃 행성 의식의 수준에 맞춰 적응하고 진행되는 "행성 친화적 숙주 진화 양태"라나.. 하여간 뭐 그런 거래.
아저씨 이제 보니 완전 전문가시다. 이 정도면 대충 주워들은 풍월의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인 것 같은데요?기사님이야말로 신분을 숨기고 지구에 잠입한 비밀요원 아니신가 몰라. 은하연합 아니면 03T 행성에서 온..?
차라리 그랬으면 속이라도 편하지 않을까?이렇게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되고 갑의 입장에서 오로지 임무 수행에만 전념하면 될 테니 말일세.
실없는 농담을 해서 죄송합니다..
이런 시국에선 내가 박식한 게 아니라 자네가 무식한 거지 이 사람아! 내가 지금 뇌까리고 있는 것들은 모두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습득한 "생존 지식"일 따름이야. 의지와 상관없이 공포가 머릿속에 쑤셔 넣은..
요즘같이 세상이 발칵 뒤집힌 준전시 상황에서 생명줄 같은 인터넷을 외면하는 건 자살 행위라네.내가 알고 있는 얘기들도 전부 다,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금싸라기 정보들이란 말이지.
이 세계에서는 인터넷이 제법 순기능을 많이 하는 모양이네요. 그렇더라도 태생이 어디 가겠습니까?오명에서 늘 자유롭지 못한 그놈에 너무 의존하지는 마시고 참고만 하심이..?
한가한 소리 하고 앉았구만.그나마라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으니 우리 같은 서민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걸세.
하긴 내가 사는 세상에선 인터넷도 외계 세력의 선물이란 설이 돌던데,지구 멸망의 지경에도 그것이 멀쩡히 기능한다면 충분히 타당한 가설임이 입증되는 셈이겠네요.
자네 세상에서는 썰인가? 여기선 사실로 밝혀진 게 언젠데 그런 고리타분한 소릴 하나?
아, 여긴 음모론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죠? 대부분의 음모가 사실로서 존재하는 꽤나 단순 명쾌한 세상..제가 잠깐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객쩍은 얘기 그만 하고, 은하연합 사이트하고 아메리카 연합국의 연합 전선 사이트에 당장 들어가 보게나.현재 급박하게 전개되는 정세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걸세. 특히
에이리언 원정단의 동향이나 입실런03T의 국가별 인체 강탈 확산 추이 등은 거의 실시간 표시되고 있으니
손님도 놓치지 말고 예의주시하는 게 좋을 거요.
기생체와 숙주의 연구 진행 상황이나 성과 등도 물론 그곳 사이트들에서 다루고 있을 테죠?
그런 인터넷 활동이야 당연한 것이고, 은합연합 정도의 외계 문명이라면정밀한 연구는 물론이거니와 신속하게 대책을 내놓고 지금쯤 에이리언들의 항복을 받아 내야 정상 아닌가요?
추측만 난무한 채 아직까지 강탈 경로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버벅댄다니 상식선에서 이해가 잘 안 되는군요.
자네도 참 고집스러우리만치 매사에 부정적이구먼.그나마 은하연합 덕분에, 심각한 상황 속에서 이 정도라도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게야.
신경조직 판별 검사나 "숙주의 단계적 임상 반응 패턴" 조사도 은하연합의 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지 않은가.은하연합군 정도 되니까 - 부분적이긴 해도 -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시기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줬지,
(그럴 린 없겠으나) 혹여 아메리카 연합국이 독자 노선을 고집했다면 아마 오래전에
에이리언들의 백악관 입성이 실현되었을 것이오. 거두절미하고
은하연합이 하사하신 신시아의 위력만 봐도 우리의 상대적 우위는 자명한 일이잖소?
이처럼 에이리언도 우리 은하연합의 존재를 두려워한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로서 점차 드러나고 있는 중이오.
토벌대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는데도 저들이 숙주를 지원하기 위해 함부로 착륙하거나 공중 포격을 감행하지 않는 건 03T 2차 살포에 대비하여 예비 숙주들과 식민지 자양분들을 보호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은하연합과의 본격적인 전면전이 두려워 섣불리 태양계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게 더 설득력 있는 이유라 하더이다.
은하연합이 한두 수 위인 것은 분명하니 내 개인적 바람이라면 속전속결로 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겠으나,아까도 언급했듯이 윗분들의 성향상 과연 그러한 작전이 구사될지는 미지수..
아무튼 현재로선 폭풍 전야의 팽팽한 긴장감은 저 하늘 위의 일이고, 여기 지구는 숙주들과의 내전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라 이미 터질 건 다 터진 상황에 돌입했다고 봐야지.
우리 편의 첩보망이 부디 큰 힘을 발휘해서 놈들의 약점을 최대한 많이 캐내야 할 텐데 말이야..그래야 이 난리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지 않겠나.
놈들이 거꾸로 한 수 위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우주 곳곳의 행성 정복 역사를 자랑하는 놈들이라면 당시 다른 은하의 대항 세력들도 거뜬히 물리쳤다는 얘긴데,
우리가 호락호락 이길 수 있을는지..
은하연합 군부의 논리에 따르면, 지금은 우리 은하 차원에서도 엄청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하대?인류의 영성 진화와 지구의 차원 도약이 동시에 마무리되는 터닝 포인트라는 거야. 그리고
이런 과도기엔 상상초월의 혼란이 필연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우리의 진화를 수호하기 위해서
은하 전체를 총괄하는 고위급 존재들을 중심으로 여러 다차원 세력들이 결집한다는군.
비록 입실런03T 행성인들의 지구 침략이 "예정된 혼돈"에 일조할 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들의 불찰을 감안하더라도,보통 때의 정찰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작금의 막강한 연합은 웬만한 우주 악당들의 오금을 박아 두기에 충분하지.
기사 아저씨, 그런데 그 막강한 우리 편 외계인들을 보신 적은 있으세요? 직접은 아니더라도 인터넷이나 매스컴 등에서요..
아니.. 그냥 연합국의 보도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확인할 뿐이오.전면에 나서서 플래시 세례를 받는 일은 결코 없으니, 우주에서 온 높으신 양반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국민들은 알 도리가 없지. 나 역시 그들의 모습이 궁금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한다오.
가만..그리 묻는 저의가 뭔가? 자네 또 그놈의 의심병이 도지는 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존재 자체를 의심한다면
그건 비약일세. 잘난 척 나서서 홍보하길 좋아하고 국민의 환심이나 사려 하는 우리네 위정자들과는
레벨이 다른 분들이셔.
하하, 제가 여태 좀 그러긴 했죠? 하지만 이번엔 그런 게 아니니 넘겨짚지 마세요. 단순히 궁금해서 물어본 겁니다.이쪽이나 저쪽이나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데는 그들 나름의 특별한 사정이 있겠지요
단순히 고매한 인품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같은 서민들이 우주 존재들의 심오한 전략을 어찌 다 알겠는가. 안 그래?
이렇게 세상이 온통 뒤집어진 판국에 연합국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을 할 리는 없을 테니이 모든 게 자작극이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은 행여라도 가지지 말게.
은하연합 사이트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는 듯하여 하는 얘길세.
아니라고요. 숙주들의 횡포가 백일하에 드러난 마당인데 그런 거 따질 새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 그렇게 나와야 정상이지.
지금은 오로지 전 세계가 하나로 뭉쳐서 무식한 에이리언 놈들과 박 터지게 싸울 일만 남아 있다네.정말이지 이 추세로 나아가다간 몇 달 안에 지구 남성의 절반 이상이 숙주로 변할지도 몰라.
으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말세가 이런 식으로 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지 뭔가.
전쟁과 질병에서 웬만큼 해방되었나 싶더니만, 요렇게 악성 외계 괴물이 쳐들어올 줄 누가 알았겠어?
그나마 때맞춰 은하연합이 나서 줬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음 애저녁에 인류 멸망 초읽기 들어갔을 거라고.
그나저나 아저씨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기사님 언변 덕에 저의 불안한 마음이 어느 정도는 편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택시가 아늑해서 얼었던 몸도 많이 풀렸구요.
자네 "진짜 사정"이 어떤진 아직 미스터리지만, 어찌 됐든 그러한 행색으로 이 시각에 홍주 일대를 어슬렁거리다간여러모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걸세. 택시 안이 그래도 자네한텐 가장 안전할 거야.
잠금 모드로만 해 놓으면 이래 봬도 작은 요새라니까. 적어도 이 차를 직접 몰아 본 나로선 그렇게 자부하는 바네.
예, 그렇네요. 충분히 자부하실 만합니다.
자, 그럼 오늘 밤은 내 집에서 자는 걸로 확정!이상 이의 없는 걸로 알겠네.
아, 예에..
오케이, 그건 됐고..
참, 어젯밤 뉴스 봤나? 연합국 토벌대의 숙주 소탕 장면이 30초간 여과 없이 내보내졌는데, 너무 처참하더군.방송 사고였다는데 전 국민이 도저히 눈 뜨곤 못 볼 꼴을 본 셈이지.
어젯밤에는 제가 이 우주에 없어서요.. 쩝.그런데 그게 과연 방송 사고였을까요?
신시아로 인정사정없이 광선 같은 걸 쏘아대는데 말이야, 숙주들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더라고.
뭐랄까, 생체가 순식간에 고온 건조되어 분말화가 된다고나 할까..
복잡한 원리는 모르겠고, 하여튼 "겉보기엔 멀쩡한 사람 같아서 외형만으로는 거의 식별할 수 없는" 숙주들을잔인하게 박살 내고 있더군. 어쩌면 그리 무지막지하던지 참나..
현재까진 숙주들의 행동 패턴이 여자들에게 덤벼드는 양상으로 국한되어 있고,토벌대를 의식하지도 그들 앞에서 몸을 사리지도 않는 즉 두려움이 제거된 퇴행적 행태를 보이고 있어,
"뚜렷하고 단순한 폭력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이들 숙주"와 일반인들이 육안으로도 어렵지 않게 구별되므로
즉각 대응 및 발포가 가능한 모양이야.
숙주의 진화적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염 초기의 이러한 정신적 퇴행이 당장은 자신들한테 불리하게 작용하는 셈인데, 감염이 워낙 빠르고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터라 입이 딱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인해전술 공세에
토벌대의 이렇듯 절대 유리한 공격적 이점도 점점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이라네.
하물며 퇴행기를 지나는 숙주의 뇌 기능 정상화 속도 또한 굉장히 빨라지고 있어서조만간 지능을 회복하는 시점이 도래하면 이들도 지금처럼 바보같이 당하지만은 않는다 하더라고.
에이리언들이 이 시점에 맞춰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한다는 첩보도 있고 말이지. 따라서
각성한 숙주들의 체계적인 저항과 혹시 모를 에이리언 군단의 협공이 이뤄지기 전에
이에 대비한 신시아의 업그레이드가 곧 실시될 예정이래.
숙주가 똑똑해지면 대놓고 타깃이 될 행동을 하는 대신 - 여자들을 공격함에 있어 - 좀 더 영리하게 움직일 게 뻔하니까
이제까지와 달리 일반인과의 구분은 더욱 어려워지겠고, 이로써
현재도 이슈가 되고 있는 오인 사격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수 있기에, 숙주 판별 검사 시스템은 별도로 계속 유지하되
이와 더불어 신시아의 성능에 즉석 감별 기능을 옵션으로 추가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군.
'이런 가공할 무기를 나한테 내어 주고서 네 살배기 나를 저격하도록 지시한 존재가 정녕 친구란 말인가.어느 미래의 시공에서 제작되어 외계 기생충을 (덤으로 인간 숙주도 동시에) 박살 내는 데 사용되는 병기를 가지고
과거계의 음탕귀를 처치한다라..
분명 귀신을 잡는 옵션 버튼이 있긴 했어.
내가 갖고 있는 이것과 이곳 세계의 신시아가 과연 동일한 무기인지도 확실치 않아. 같은 거라면 어째서
스치기만 해도 생명체가 가루가 돼 버리는 치명적인 총기에다 생뚱맞게 귀신 감지기를 장착한 걸까. 게다가 이젠
기생물을 감지하는 (숙주를 구별해 내는) 기능까지 추가한다고?
이건 나만을 위한 특별 맞춤형 신시아라 했으니 혹시 이것만 귀신 퇴치용으로 개조?
이 아저씨가 보고 깜짝 놀랐다는 건 적어도 외형은 이곳의 것과 똑같다는 뜻인데..
아이고 머리 아파! 그건 그렇고, 택시 기사가 찬양해 마지않던 은하연합의 온건한 입장은
저 위 거대한 우주에서나 통용된다는 얘기인가.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의 적들에겐 관대함을 베풀면서
정작 "기생충 앞에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도 서러운" 불쌍한 지구인들은 이토록 살벌한 무기로
전멸도 불사하며 아작을 낸다니,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세상 참 좆같이 돌아가는군.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눈앞이 아찔해지네.
지금껏 의존해 오던 "우주 밖 친구"가 한순간에 오리무중이 되어서 큰일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하고 말았다는 점이 실은 훨씬 큰일이야.
은하연합보다 더 큰 존재라 하더라도, 은하연합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쥐락펴락하는 사실상의 수장일 것 같은
즉 결국 한통속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들어..'
[ 주 ]
신시아
: 은하연합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여 아메리카 연합국 국방센터 산하 과학기술국이입실론 03T 격퇴를 위해 은하연합의 무기 개발 분야 연구진과 합동으로 극비리에 제작한 병기.
연합국 토벌대원들 사이에서 어느 때부턴가 불리기 시작한 상기(上記) 무기의 비공식 명칭 혹은 애칭.명칭의 구체적 출처 불분명.
기타 사항은 연합국 공식 군사 사전 참조.
그 망할 것들이 여자라면 노약자 구분 없이 무조건 달려들어 몹쓸 짓을 하고 급기야 해코지까지 한다 이 말씀이죠?
맞아. 그런데 아까도 말했지만 숙주들 각각의 행동이 아주 동일하진 않고 약간씩 차이를 보이고 있어.단순하고 규칙적인 행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서도.
음탕하고 잔혹한 짓에 심취하는 부류가 많은 반면 더러운 행각을 주저하는 부류도 소수지만 있다고 하더군.이들 두 극단 사이에는 일탈의 강도가 천차만별인 숙주들이 분포하고 있는 모양이야.
또 지역마다 나라마다 숙주들의 탈선 강도도 천양지차라고 하네.
앞서 말했듯이 그 원인은 정확히 규명된 바 없고, 숙주화 이전의 - 개개인들이 가지는 - 고유한 성격이나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끼치는 집단의식" 등에 따라 나뉘는 차별화된 현상이 아닐까
학계 일각에서 추정할 뿐이라네.
그리고 숙주들은 원상태의 인간으로 회복하는 게 불가능하다 하셨죠?
응, 현재로선 그들을 치료할 방도가 없으니까 말이지.그렇다 해서 치료가 가능해질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은 - 이놈들 날뛰는 세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양상으로 볼 때 -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이고.
무엇보다 외계 괴물과의 분리가 아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생 괴물을 박멸하려면
숙주도 함께 희생되는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지.
살 떨리는 무식함이로군요.
은하연합 같은 "신성한" 세력이 죄 없는 인류의 몰살을 좌시하다니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신시아로 처리하는 식의 대처는 피상적인 미봉책에 불과함을 저들이 더 잘 알 텐데..
연구를 하더라도 기생체 박멸에 주안점을 두기보단 인간을 위한 예방 차원의 보호책이 우선시돼야 하지 않나요?
그런 조짐은 전혀 없고 그저 강경 일변도인 듯하여 적이 실망스럽네요.
사람 죽이려고 혈안이 된 조직검사 말고 백신 개발 등의 가시적 성과는 감감무소식인가 봅니다.
감염 초기의 초기 그러니까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잠복기"를 놓치지 말아야테스트가 온전히 이뤄지고 백신 연구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데, 바로 그걸 캐치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더군.
이조차 사람마다 다 다른가 봐. 거기에다
놈이 일 인치 정도만 자라도 - 증상 발현 유무를 떠나 - 추출되는 항체로서의 백신 효과는 사라져 버린다고 하네.
놈들이 자라는 속도 역시 숙주로 선택된 인간의 생체 리듬과 에너지 레벨에 따라 변화무쌍해서
하여간 이러한 변수들로 인해 "승부를 걸 연구 타이밍"을 잡는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야.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씨앗이 각 발육 단계로 점프하는" 시기와, 그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도무지 종잡을 없다는 것이지 은하연합의 첨단 연구 방식과 기술을 적극 활용함에도 불구하고.
그 천차만별의 케이스들 가운데에는새끼손가락만 한 놈이 하루 새에 복강을 다 차지할 만큼 자라는 경우도 있다 하니 말 다했지 뭐.
거 참.. 이만저만 고약한 놈들이 쳐들어온 게 아니로군요.
아무리 착했던 사람도 숙주가 되면 하루 만에 아니 몇 시간 만에 난폭해지고범죄를 저지르지 않곤 못 배기는 짐승으로 전락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다량으로 짐투한 씨앗 벌레들 중에서 복강 착상에 성공하여 양분 흡수체로 변형될 한 마리의 승자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이 초장부터 숙주의 신경에 모종의 생화학적 작용을 가한 결과라 하더군. 이마저도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으나경쟁에서 실패한 주제에 그냥 체외로 배출이나 될 것이지 꼴에 최후의 협업을 수행하는 모양이더라고.
이 모든 게 유전자에 새겨진 설계대로 치밀하게 작동한 결과가 아니면 무엇이겠나. 아무튼
이러한 체내 반응이 수반됨으로써 몸만 인간이지 정신은 괴물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가 탄생하고 만다네.
그 이후로는, 설명했다시피 여자를 몹시 증오하면서도 밝히는 건장한 남성의 난폭성이 최고조로 증폭되면서
"숙주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강간과 살인을 밥 먹듯이 하게 되는 거지.
강간한 뒤엔 예외 없이 죽여 인육을 뜯어먹는 천하에 악독한 놈들이니, 사실 이때부터 더는 인간이 아니며동정할 일말의 여지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야.
극단적인 케이스겠지요. 그리 믿고 싶습니다.숙주 백이면 백 모두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건 아니라면서요? 소수의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도 숙주라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에 싸잡혀 비명횡사당해야 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들도 어찌 보면 제정신과 괴물의 세뇌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며 갈등하는 사람들일 텐데집행유예는커녕 토벌대에 의해 즉결처형당하고 마는군요. 얼마나 두렵고 억울할까요..
그리고 인육을 먹는다는 식의 과격한 얘기는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 나도는 유언비어였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나도 헛소문이라 믿고 싶지만 진짜인 걸 어쩌겠는가.'평행 지구 (판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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