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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숙주 1평행 지구 (판타지) 2024. 1. 10. 23:41
거기도 지역 토벌대 군인들이 쫙 깔려서 출입 통제가 심할 텐데..
토벌군들 용감하고 다 좋은데, 너무 폐쇄적인 게 탈이란 말이지. 아무리 계엄하라 이해는 한다지만
치안 유지란 미명하에 시민들한테 점점 함부로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뭐 그리 쉬쉬하는 건 많은지, 물어봐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고..
'어쩐다..
일이 이렇게 되어가는 이상 그곳에 굳이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괴물들과 군인들이 함께 날뛰는 세상이라..
평행계라 하더라도 근미래의 현실계가 이 지경이라면 장난이 아닌데..
설령 한 다리 더 건너 "평행 미래의 상상계"라 해도내가 그 속에 이처럼 들어와 있으면 이 또한 내겐 지독한 현실이 돼 버리니 답이 없긴 매한가지.
"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암울한 미래는 사양하고 싶은데, 기어이 이리로 데려온 심보 하고는.. (일종의 테스트인가..)
들으나마나 나를 위한 일이라 할 테지만, 모든 게 혼란스러워진 마당에 그 저의를 의심 안 할 수가 없군.
과잉 친절일 정도로 설명해 주기 바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연락을 안 주면 난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밖에 없음을
본인들이 더 잘 알면서도 이토록 감감무소식이라니..이래놓고 또 의심한다 뭐라 할 텐가..'
손님 분, 설마 숙주한테 당한 건 아니겠지?
네? 그럴 리가요..
당한다는 게 뭐죠? 당한 사람이 이렇게 멀쩡할 수도 있나요?
신시아 반납하러 부대로 들어가면 신경 조직 검사 받을 게 뻔한데..
그거 고통이 장난 아니라데?
시국이 시국이니만치 군인들도 신경이 무척 날카로워졌다오.거동이 조금만 미심쩍어도 무조건 숙주로 몰아가고 본단 말이지.
그도 그럴 것이, 군 내에도 숙주들이 속출하는 모양이야. 총기 들고 탈영한 숙주들이 부녀자를 무차별 겁탈하고 사살하는 사건들도 빈번하게 발발하고 있으니, 군인들 사기가 추락할 만도 해.
기사는 여기까지 말을 마치고,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잠시 이야기를 끊었다. 숙주들의 만행을 직접 목격이라도 했던 건지,격앙되고 있는 감정을 가까스로 억누르는 모양새였다.
국민들의 군에 대한 원성이 자자해지니까, 군의 대응도 전례 없이 강경해졌어.
강/절도범을 비롯한 각종 범죄자들 불순분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눈곱만큼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숙주 판별 검사를 실시하더라니까 글쎄..
노약자와 부녀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군의 위상을 다시 높이려는 조치인 것 같은데,그 덕에 세상 남자들만 도살장 소 신세가 되고 있으니 원..
하여간, 지금의 동료가 한 시간 후엔 적으로 바뀌어 있는 살벌한 세상이 돼 버렸다오.
친한 사이라고 마음 놓다가 뒤통수 맞는 일이 허다해졌단 말이지. 잠시라도 긴장을 풀었다가는 골로 갈 수 있는 이곳이니까 손님도 이제부턴 각별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근데 젊은 양반.. 진짜로 숙주는 아닌 거지?
네??
아까부터 뭘 그리 자꾸 물어보세요? 숙주란 것들은 하나같이 이성이 마비된 짐승 같은 놈들이라 하셨으면서..
지금 제가 그렇게 보이나요?
아니 그게..
판별 검사를 해야 할 정도로 초기에는 외관상 보통의 인간과 별 차이가 없어서..
숙주가 되고 나서 괴물의 본성이 완전히 발현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일세.
기사님도 참..
그렇다고, 대놓고 물으면 숙주들이 나 숙줍니다 인정할까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겉으로 멀쩡한 자들이 말입니다.
설사 입실런인지 뭔지 하는 에일리언 기생충이 자기 몸속에 침투했단 걸 인지하고 있다 해도군인들한테 잡혀가서 고통을 당하기는 싫지 않겠어요? 뉴스를 듣자 하니 아직 이들을 회복시키는 치료제도 전무한 듯한데 검사를 받든 안 받든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면, 적어도 제정신 상태에선 저 같아도 개처럼 끌려가고 싶진 않겠네요.
아, 물론 제가 외계 벌레한테 물렸단 얘긴 아니고요.거듭 말하지만 난 아니니 앞으로 그 재수 없는 질문은 삼가 주세요!
불쾌했다면 내 사과하리다.
이쯤에서 저도 질문 하나 드릴게요.
숙주 소탕하려면 이걸 꼭 사용해야 하는 건가요? 외계 해충이 귀신도 아니고..
신시아가, 숙주만 골라서 없애는 데는 아주 직방인가 봐.우리나라까지 이 지경이 되면서 부랴부랴 신시아부터 먼저 공급되었지.
연합국 과학자들이 외계의 기술을 토대로 만들었다 하니 오죽 효과적이겠나..
이런 정보쯤은 굳이 묻지 않아도 얼마든지 짐작할 만한 사소한 것들 아니겠소?손님 같은 문외한들도 현재까지의 정황만으로 충분히..
'미국을 도와주는 외계 세력이라..
상투적인 클리셰대로 사건이 진행되는 어찌 보면 담백한 세상인가.세계적인 사건마다 음모들이 과도하게 붙어 인간의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이쪽 세상과 달리
음모를 궁리할 필요도 없이 일단은 화끈하게 까발려지고 있군.
심신미약에 가까운 사람들은 쉽사리 까무러칠 선정적 사건들이 거리낌 없이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심히 공포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후련하다고나 할까.
물론 이런 세상에서조차 뒤로 감춰지는 음흉한 구린내가 아주 없을 순 없겠으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가만..
친구가 스스로를 지키라며 내게 다짜고짜 이걸 주고 이리로 보냈다?친구가 인류를 도와 우주 전쟁을 치르는 미래가 여기라서?
그리고 에이리언이니 숙주니 하는 흉악한 외계종과 그 떨거지는친구가 누차 위험성을 강조하던 에프엠의 세력권?
흐음, 이렇게 가닥을 잡아가야 하나..
그런데, 여기서 나더러 뭘 어쩌라고..
내 미래하고 연관된 시공이라서?
미래의 내가 만들어 낸 사념계라서??'
한데 걸작인 건, 찬란한 선진 외계 문명의 산물이란 게 까딱 잘못하다간 생사람 여럿 잡겠더라 이 말이지.일반 사람한테 쏴도 치명적이라니 문제다 이 말쌈!
살충제처럼 기생충만 박멸하고 숙주는 도로 사람이 되게 하던가, 그게 불가능하면숙주와 기생충들을 한꺼번에 박멸하고 사람한텐 타격을 입히지 않는 무기라면 좀 좋아?!
가만 보면 그냥 외관상 숙주겠거니 하고 마구잡이로 쏘는 것 같다니까.
부녀자한테 덤벼드는 것들이야 숙주로 단정하고 쏴도 인정하겠지만, 본인들 권위에 조금만 대들거나 도전하는 이들까지
불온한 세력으로 몰아 가차 없이 쏴 버리니, 아무리 계엄하라지만 보기가 좀 그럽디다.
탈영한 "숙주 군인"들이 마구 난사해서 죽어 자빠지는 생사람들은 또 어떻고.
하루에도 수십 명이야. 이건 완전히 도둑놈한테 칼자루를 쥐여 준 꼴 아닌가 말일세.
그러고 보면 외계인 나리들의 첨단과학이란 것도 완전무결하지만은 않은 거 같으이.
그러게요.
기사님 말씀대로 신시아를 애당초 기생충만 없애는 용도로 제작하거나, 백 번 양보해서숙주는 죽이더라도 일반인에겐 무해한 무기로 만들거나 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숙주들만 솎아 선택 사살할 수 있는 옵션이 걸려 있을진 모르겠으나
숙주 또는 불순세력이 탈취해서 옵션 없이 그냥 쏴 버리면 이 또한 의미 없는 것이고요.
저도 사실 이걸 한 번 사용해 보기는 했습니다만 (아, 또 놀라진 마시길..높으신 양반들의 허락과 지시하에 그랬다는 얘깁니다) 정확히 말하면
맛만 보고 실제 특정 대상을 향하여 발사하거나 살상하진 않았습니다만, 외계의 기술력다운 정교함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긴 하더군요. 조금 과장하여 첨단 소프트웨어의 극치를 구현한 무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니까요.
당시에는 공격 타깃이 영적인 존재에 맞춰져 있어서 더 대단해 보였고 마치 고스트 버스터가 된 기분이었는데,
여길 오니까 느닷없이 외계 괴물 및 그 희생자인 숙주 퇴치용으로 탈바꿈한 상태라
이게 뭔 일인가 싶고 솔직히 적응이 잘 안 되네요. 게다가 여기선
첨단무기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뭔가 무시 못할 허점도 보이고 엉성한 전략의 산물로 전락한 듯한 느낌입니다.
막말로, 어울리지 않는 외투를 걸친 것 같은 어색한 모양새랄까요.
지구인에겐 애물단지가 될 게 뻔한 물건을 선물이랍시고 하늘에서 툭 던져 준 격이랄까요.
그러니 곱게 보이질 않는 게 당연하며
교묘하고 교활한 모종의 의도가 개입된 건 아닐지 의심부터 드는 게지요.
판별 검사를 구태여 따로 실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불투명한 저의가 의심되는) 전술의 일환으로이 무기가 등장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적어도 이곳 세상에서는 말입니다.
오호, 시간 여행을 하며 우주를 건너뛰는 자가 내세울 법한, 꽤 스케일이 큰 이야기로군요.대화를 나눌수록 예사로운 손님은 아니라는 생각이, 함부로 무시할 분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짙어집니다.
다만 그 부분은 - 연합국 무기 과학 센터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 너무 복잡하게 판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소이다.
신체 강탈 초기 단계에선 기생물들의 사이즈가 워낙 작아 신시아가 그 녀석들을 제대로 투시하지 못한다 하데요?이 무기가 더욱 정교하게 기생체 특이적으로 반응하려면
그것들의 특성을 완벽하게 밝혀내고 이를 무기 시스템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것이 많이 아쉽긴 하지.
생포한 숙주들을 해부해서 다각도로 연구를 하는 모양이기는 한데 별 진전이 없나 봐.놈들의 침투 경로조차 어렴풋이 파악할 뿐 명확한 규명을 하지 못하여 헤매고들 있다는군.
시체가 아니라 살아있는 숙주를요? 끔찍하군요.
그래야만 규명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모양이지요? 그럼에도 여태 밝혀내지 못했다면 아쉬운 일이긴 하네요.분명 외계 기술과 연계된 정밀 해부일 텐데 말이죠.
정말 못하는 건지,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지, 아니면 애초에 밝히고 자시고 할 건덕지가 없는데 뭔가 하는 척(진실을 향하는 대중의 눈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페인트 모션을 구사하는 것인지, 누가 알겠습니까만..
음모론에 꽤나 심취한 젊은이로구만. 이방인답게 중도를 지키고 기울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를 뭐라 할 순 없지.
말을 안 해 그렇지 실은 나도 심정적으론 손님의 의심병에 동조하고 있다오.
우리, 의심할 수 있을 때 많이 의심해 둡시다. 이대로 가다가는 얼마 안 지나사람의 마음속까지 제도적으로 통제당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오.
현재까지는 아니란 말씀 같은데 그게 더 믿기지 않는군요.만에 하나 그런 비극적 상황이 닥친다면 매우 불행하겠으나, 은하연합이 여태까지 우리에게 베푼 크나큰 은혜에 비춰 볼 때
앞으로도 그런 일들은 생기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소.
무엇이 꺼림칙하신가요? 본인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급하게 "자기 검열"하고 계시다는 느낌이 방금 들었습니다.
우리의 대화가 혹시 실시간 송출되고 있는 건 아니겠죠? 이 정도로까지 엄혹해지고 있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이라면
계엄령을 핑계로 충분히 그리할 수도 있겠다 싶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항상 긴장하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정신없이 사건 사고가 터지고 있어서 제 코가 석자인 회사는 아직 거기까지 신경을 못 쓰는 것 같네만 또 모르지..
하여간 현재까진, 매번 운행할 때마다 블랙박스를 조사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더라고.
만일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손님과 수다를 떨 수 있었겠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앞으로도 지금처럼 각별히 조심하셔야 할 듯요.
손님 같은 분만 안 태우면 별일 없을 것 같소만..
하하, 농담 한 번 한 것이니 그렇게 똥 씹은 표정 지을 필요까진 없어요.심심하던 차에 손님 같은 외지인이 이것저것 궁금해하시니 덕분에 대화도 끊이지 않고 나야 땡큐지.
저 원래 말수가 적고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입니다만,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 형국인지라정보를 얻기 위해선 기사님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군요. 양해 바랍니다.
어련하시겠소 과거에서 온 양반?
아, 지금 한 말 비아냥거리는 거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마쇼. 손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무튼, 저도 저지만 아저씨도 주의하셔야 해요. 국민들에게는 쉬쉬하면서 지금도 몰래 그 짓을 할지 알 게 뭐랍니까.택시 회사 사장이 정부와 내통하고 있거나 혹은
열렬한 지지자로서 알아서 긴다는 마인드로 자발적 감시 시스템을 비밀리에 가동하고 있을지..
음, 시국이 하 수상하니 그럴 가능성도 염두에 두긴 해야겠네. 참고하리다.한데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외계 벌레의 침투 경로를 알아내려고 열심히들은 움직이고 있으나 결과를 얻기가 녹록지는 않다고 하셨지요.저는 그들의 그런 미적지근한 행보 자체를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고요.
맞아요.그게 그러니까, 외계 괴물은 공기 중에 노출되자마자 녹아 버린대.
그래서 숙주의 체내에 남겨진 놈들의 흔적을 가지고 역추적한다는데..
거 참 우주에는 별 희한한 족속들도 다 있어.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러면 진공 상태에서 해부를 하거나, 메스를 대지 않고 관찰하거나..
날고 기는 은하연합의 과학 기술일 텐데 이 둘 중 하나도 가능하지 않다는 거야?뭐지? 이렇게 또 음모의 구린내는 은하연합의 신성불가침을 뚫고 새어 나오는 것인가..'
성분의 차이가 있든 없든 대기가 존재하는 행성들이라면 모두 예외 없이 그것들에게는 치명적인 환경이란 얘긴데굳이 인간의 몸을 차지하겠다고 지구까지 원정을 온단 말입니까?
기생체들의 기술력으로 (그런 기술력이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어찌어찌 핸디캡은 극복한다 쳐도
인체 강탈의 과정 그 순간에 노출되는 공기는 감당 가능하답니까?
우리 같은 무식한 국민들이야 높으신 양반이나 과학자들이 공식적으로 한마디 내놓으면 웬만해서 토 달기 힘들다오.
일방적으로 뱉어 내는 내용들을 듣자 하니 손님도 참 경솔한 사람이구랴. 무슨 근거로 그리 자신 있게 의심하는 것이오?
저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정확한 정보가 바탕이 되지 않은 "주관적 억측"을 가지고 멋대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뿐이랍니다.암만 생각해 봐도 한낱 기생 동물에 불과한 것들이 고도의 문명을 건설하여 지구를 의도적으로 침략했을 것 같진 않군요. 아마도 배후에 지능이 높은 존재가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할 수 있겠는데 첫째, 어떠한 이유에서 이들 존재가 자신들보다 하등한 기생물들을 선동하였거나, 둘째는 이것들이 그 존재들의 작품일 수 있다는 점이죠. 즉 어떠한 목적에 특화된 기생체를 유전적으로 개발하고 대량으로 사육한 다음 -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 지구인을 섬멸할 의도로 살포한 것은 아닐는지..
마지막으로 (저는 특히 이 가설에 끌리는데요) 처음부터 우주 괴물은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 이곳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모든 상황이 어쩌면 그 배후 세력의 전반적인 기획으로부터 비롯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들 배후를 잡아다 족치면 기생 괴물에 대한 여러 의문점이 한꺼번에 풀릴 테지만, 그 "배후의 존재"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등장하여 우릴 도와주지 않는 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겁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힘만으론이 가설들을 "영원히 갇힐 음모"의 영역에서 꺼낼 수는 없을 듯합니다. 불행히도..
한낱 망상으로 치부될 것이고 그럼에도 이를 계속 떠벌리다간 저 역시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고요.미친놈으로 손가락질당하고 말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그러니까 그 얘기인즉슨, 손님이 의심하는 배후가 우리의 대은하 연합일 수도 있단 뜻으로 들리오만..
왜요, 그렇게 추측하면 안 되라는 법 있습니까?
큰일 날 소리!
아무리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방인이로서니 할 말 못할 말은 가릴 줄 알아야지.
자네 말마따나 여기서 그딴 소리 함부로 하고 다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는 수가 있다네.현재는 계엄령하(下)라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된다 이거야.
자세한 배경도 모르고 본인의 짐작만으로 단정 짓는 경향이 강한데, 그거 위험한 습관이라오.아까부터 입이 근질거렸으나 이게 있어서 꾹 참고 있었소.
더는 뒷북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이걸 한 번 보여줄 터이니, 일단 본 후에 다시 얘기합시다.
21세기의 연금술인 양 무엇으로든 변할 것 같은 만능의 칸막이(?)가, 잔잔한 수면이 일렁이듯 점차 요동치면서
홀로그램 스크린의 형태를 다시 띠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뉴스를 보여 주실 건가요?
약 한 달 전이던가, 현 사태의 주범이라 할 장본인들이 일종의 커밍아웃을 선언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네.
그들이 잠시 지구의 인공위성 체계를 교란하고 전파를 장악하여 실시간 중계하듯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었지.
자네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은하연합을 중심에 두는 음모론을 내세우길래
이것부터 보게 해야겠단 생각이 퍼뜩 들었어.
그런 류의 선정적인 영상은 대부분, 대중의 이목을 단시간에 끌 목적으로
흔히들 조잡하게 제작되고 모호하게 편집되는 게 특징이죠.
이런 때일수록 난립하는 미디어들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뉴스도 못 믿을 판에 그런 정체불명의 영상에 의존하다니요..
응, 그리 나와야 자네답지.
잠깐이지만, 해커 집단의 장난이니 뭐니 진위 여부로 설왕설래 말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러나 이 사람아,
이건 영상이 세상에 나오고 삼 일 만에 은하연합과 아메리카 연합국측에서 공식 인정한 진짜란 말일세.
그렇게나 쉽게 그리고 빨리 인정해 준다고요? 참 갈수록 수상쩍은 것들투성이네.
시끄럽고, 우선 보고 나서 말하자니까?
가뜩이나 공포로 짓눌려 있는 세계 시민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혼란의 수렁에 빠져들까 봐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고자 하는, 일환이요 배려인 것을..
좀 전에 심정적으로 제게 동조하겠다던 분, 어디 가셨나?
자체 수위 조절의 단계를 벗어나 갑자기 은하연합의 열성적인 신도가 된 것처럼 구시니 저로선 헷갈릴 따름입니다.
자네 의견을 참고 정도 해보겠다는 거였으니 그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지 말게.
그럼 이 판국에 실제로 지구를 보호해 주는 분들을 믿는 게 당연한 이치지,
신원도 밝혀지지 않은 (횡설수설하는) 공상가의 이야기를 믿어야겠는가.
이래 봬도 전체적으로 보정되어 출시된 정품 동영상이라오. 제목은 "핼러윈데이의 충격".
잔말 말고 보기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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