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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음모의 점화 2 : 은하 연합평행 지구 (판타지) 2024. 4. 26. 12:40
사람 잡아먹는 현장을 직접 보신 것도 아니잖아요?
다 보는 방법이 있지..
우리나라뿐이 아니라네. 중국, 일본, 대만에다 저기 어디야 필리핀, 동남아, 인도까지 지금 온 천지가 아비규환이라고!아가씨, 아줌마는 말할 것도 없고 어린 소녀든 할머니든 가리지 않고 해친다네. 하기야 전 세계 여자들 씨를 말리는 게
놈들의 본능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일 테니..
에이리언의 의도적 전략이 가미되었는진 몰라도 현재는 아시아 쪽 여자들의 피해가 유독 심한 편이야.
남존여비의 고정관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아시아 남성들의 편향된 의식 구조가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낳은 것 아닌가 생각되는구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고 말일세.
그 끔찍하고 포악하게 생긴 에이리언이 교활하기까지 하여 막후에서 지구의 숙주들을 조종하고 있군요.저 정도 문명을 건설할 능력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습니다만..
그런데 우리 대 은하연합에 의해 궁지로 몰리게 된 이놈들이 일종의 발악을 하려는 것인지며칠 전부터 무모한 도발을 감히 시도하려는 눈치더군.
"실천할 의지가 다분한 계획"하에 움직이려는 건지 단지 우리를 혼란케 하려는 거짓 선동 심리전의 일환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얼마 전에 이른바 "핼러윈 데이의 충격" 2탄을 또다시 전 세계로 송출하였다네.
그래요? 그럼 그것도 좀 보여 주시죠?
나도 그러고 싶네만 이번 건 그저께부로 연합국이 영상의 재생 및 전파를 금지하는 바람에유감스럽게도 보여 줄 수가 없어. 정신적으로 약해진 인간을 현혹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송출 전파와 녹화 화면 속에 그렇게 만드는 "뇌파 자극 기술"을 교묘하게 심어 놓아서 금지하는 수밖에 없었대.
은하연합을 의식해서 미국이 알아서 기는 형국이네요.우매한 국민들이야 그렇다고 하니 그런 줄 알아야겠지요 뭐..
허어, 자넨 그걸 보기도 전에 벌써 놈들한테 세뇌된 것인가?자네같이 상황 판단도 못하고 무조건적인 냉소주의에 빠진 이들이야말로 입실런03T 군단의 제1 타깃이라네.
그걸 노려 작정하고 2탄을 보낸 것이라니까, 쯧쯧..
알았으니까 핀잔은 그쯤 주시고 그래서 그 2 탄에는 또 어떤 충격이 담겨 있답디까?
그때 본 걸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이.
에이리언 놈들이 작심했는지 이번엔 아예 대놓고 광고를 하더구만. 다만 지들도 서슬 퍼런 은합연합은 무서웠던지저번처럼 직통으로 덤비진 못하고 슬쩍 우회하더란 말이야.
03T 에이리언에게 우호적이며 나아가 숭배하기까지 하는 미친 말세론자들이
본인들이 운영하는 반(反) 은하연합 사이트들 중 하나에 기습적으로 문제의 영상을 올렸다네. 뭐랬더라..
입실런03T 행성의 정체성을 압축하여 소개하는 짧은 홍보 영상과 함께 "찬란한 03T 문명과의 역사적 만남을 기뻐하고 찬양하라. 은하연합의 박해로부터 지구인들을 구원하러 우리가 왔으니 그대들을 위한 선물을 가지고 곧 지구를 방문하겠노라" 대략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내용이었지. 놈들로선 최대한의 유화적 제스처이겠으나, 그럼에도 오만하고 독선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어.
그리고 홍보 영상을 보면 - 자기들 딴엔 몹시 자랑하고 싶었겠으나 - 우리 눈에는 그만큼 그로테스크한 광경도 없더라니깐? "우주의 악마" 소굴이 있다면 바로 저런 데가 아닐까 싶을 만치..
지금은 사이트도 폐쇄되고 활동이 정지되어 잘된 일이지만,당국에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 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사이코 같은 운영자 놈 하는 말이 가관이더군.
우리가 은하연합의 꾐에 단단히 빠져 세상을 직시하는 기능이 망가져 버렸다나.
우리의 망막에 강제 이식된 편견의 막을 제거해야 우주가 제대로 보이고,
우리의 뇌 속에 심어진 공포를 뽑아내야 입실론 03T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나 뭐라나.
(비유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은하연합의 외계 존재들이 4차원적인 테크닉을 이용하여
인간의 무의식이나 생체 어딘가를 튜닝한다는데, 이 무슨 뚱딴지같은 개소리인지..
우릴 열심히 수호해 주는 은하연합은 마치 지구를 침략한 괴물인 양 취급하고 - 지구를 통째 집어삼켜 숙주 행성화 하려는 - 저 우주 괴물을 오히려 구원자라 믿고 따르니, 이 얼마나 불경한 노릇이란 말인가.그놈이야말로 뇌가 거꾸로 끼워진 돌연변이 미친놈임에 틀림없어!
자네 같은 어설픈 회의론자를 열 배로 농축하면 튀어나오는 게 바로 그런 작자일 거야.
그자는 좀 많이 나가긴 했군요.저는 극단주의자가 아닙니다.
후후, 또 아는가? 그가 자네일지.자네가 과거에서 온 자가 맞다면 혹시 그 사이코가 이곳의 자네일 수도 있지 않겠어?
그러고 보니 그놈하고 생긴 게 비슷한 듯하군.
나이도 사십 대 중반이라 했으니 자네 16년 후랑 얼추 맞아 들어가는 것 같고..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십쇼. 안 그래도 언제 잡혀갈지 불안한 사람한테..
그 인간이 바보도 아니고 그런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간 크게 본인 모습을 공개할 리 없잖습니까?아님 체포됐다 치고 그자 얼굴이 뉴스에라도 나왔단 건가요?
농담인 게 티가 났소?그 흔한 뉴스에도 한 줄 안 올라오는 걸 보니 잡혔다는 얘기는 말 그대로 뜬소문인가 봐. 아니면
보도조차 불허하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비밀리에 수감되었는지도.
평상시의 절차가 과감하게 생략될 수 있는 계엄하(下)라면 가능한 일.
막말로다가 속전속결로 사형이 집행됐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시국이니까.
그가 잡혔든 죽었든 저는 관심 없습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닌 듯하니, 하던 말씀이나 계속해 주시죠?
그럴까? 아무튼
장소와 시각까지 명시한 대담성도 그렇고, 생소하기 짝이 없는 외계어와 영문 두 가지 버전으로 보낸 거 하며,그냥 한번 찔러보는 식의 깐보기용 전술로 치부하고 말기엔 연합국 입장에서도 이모저모로 껄쩍지근하더라 이거야.
예감이 하 수상하여 일단 운영자와 열성 회원들은 물론이고 (호기심이 겁을 잡아먹은) 일부 철없는 국민들의 접근도
철저히 차단하였지. 놈들이 착륙 예정지로 지목한 맨해튼 센트럴 파크로의 접근 말일세.
그렇지만 계엄 당국은 - 에이리언의 혹시 모를 농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 그것들이 제시한
착륙 시각보다 몇 시간이나 일찍 그곳에 연합국 군대를 투입할 예정인가 봐.
그러면서 관계 당국의 주요 인사나 - 냄새를 맡고 달려올 - 방송 기자들이 현장에 모여드는 것은 또
구태여 막지 않을 거란 얘기가 있어.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 역시 이때부터 슬슬 들기 시작했다네.
혹여 은하연합 몰래 입실론03T인과 내통한 연합국 일부 세력이 독자 노선을 감히 추구하려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지.
만에 하나 어리석은 자들이 놈들의 미끼를 덥석 물고 잇속에 눈이 어두워져 은하연합을 배신하기라도 한다면
큰일 아니겠는가. 사리사욕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아니지 우주 기생충에게 몸을 내주는 미련한 불장난이
본인들만 나락으로 빠뜨리면 그나마 다행인데 문제는 그들의 한심한 선택 때문에
70억 지구인들과 어쩌면 은하연합 구성원들까지 파멸의 구렁텅이로 같이 떨어져 버린다는 것이야.
은하연합 지구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는 연합국의 본토가 이러한 야로에서 자유롭지 못할 정도면다른 지역이야 말해 무엇하겠나.
그걸 입증이라도 하듯, 센트럴 파크 외에 러시아 신(新)연방의 붉은 광장, 유로 공화 연맹의 개선문 광장,중국의 천안문 광장 이렇게 총 네 곳이 에이리언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장소들이라네.
이 네 곳으로 동시에 착륙하겠단 얘긴데 이를 강행한다면 아마
놈들의 어마어마한 우주선부터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도 남겠지.
이 또한 기선 제압을 위한 선전술인지는 몰라도 자신들의 착륙선 규모를 미리 밝힌 상태였거든.
인간의 심리적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배려로써 우주 함대를 베일에 철저히 감싸 두고 드러내지 않는 은하연합과 다르게
이놈들은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눈치더군.
일개 착륙선의 크기가 그리 압도적이면, 숨겨 놓은 모함은 또 얼마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인지..
모함은 지구상에 착륙하는 것이 불가능할 만큼 덩치가 크다는 말도 있고..
아무래도, 은하연합 성격상 자신들을 - 지구의 도시들 한복판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 공격하진 않으리란 판단하에놈들은 움직이는 것 같으이. 어쨌든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렇듯 대담한 도발을 감행하려는 것이겠지.
그렇게 우주의 관심 종자들은 매스컴 보도진이 집결하도록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자신들을 드러내기로 작정한 모양이야. 겁도 없이 적진 한가운데에 뛰어들다니..
부디 무모한 작전 개시의 서막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네.
KMS가 놈들의 착륙 이벤트를 한 시간짜리 생방송으로 기획 편성할 거라던데거대하고 기괴한 에이리언 우주선 앞에서 무슨 일을 당하려고 생중계를 진행하겠단 건지 참 간도 커.
투철한 직업의식을 일단 칭찬은 해야겠지만 말일세.
놈들이 - 좀 전에 얘기한 - 문제 사이트들을 운영하는 "지구의 자발적 하수인"들을 십분 활용하여, 짐짓 평화를 가장한이른바 "광장 선언"이 그날 만천하에 선포될 것임을 짧은 시간 대대적으로 광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쇼킹한 외모와 더불어 "예고된 깜짝등장의 선정성"은 인류 전체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술렁이게 하기에 충분하였어.
바보도 아니고,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원흉들이 평화의 사도인 양 이제 와 이미지 세탁을 하려는 뻔뻔한 작태인데 우리가 그 정도도 눈치 못 채겠나? 이처럼 우리 인간은 저들을 원천적으로 믿지 않기에
놈들이 뭐라 떠들든 그저 점령군의 점령지 입성으로밖에 안 보이는 것이며, 당장은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해도
흉악한 외모답게 또 어떤 난폭한 수작질로 난리를 피울지 심히 불안하기 짝이 없고
그 불똥이 자신한테 튀어 혹여 참혹한 피해를 고스란히 당할까 두려움이 앞설 따름인 거라고.
이러한 생각이 과연, 에이리언교 신도들 말대로 지독한 편견과 - 외형으로만 판단하는 - 선입견의 발로란 말인가?
그건 좀 억지 주장 같긴 하네요.너무도 확실하게 인류가 공격당하고 있는 판국에 뭔 가당찮은 편견 타령이랍니까?
그렇지? 자네, 오랜만에 시원한 소리 하는구먼.
적과의 내통이 있든 말든 그건 나중에 알아서들 해결하시고 여하튼 이번 맨해튼 생중계는 당국에 의해 불허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네. 세계 시민들의 알 권리는 언제나 소중하니까.보도진의 접근을 악착같이 막겠다는 의지는 아직 보이고 있지 않으니, 연합국이 당장 불허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적지만..
나머지 세 곳도 공식적인 방송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연합국에서 생방송 중계를 허가하는 마당이면전 세계 개인 스트리머들의 무수한 비공식 편집본들을 몽땅 삭제할 명분은 약해진다고 봐야겠지.
반(反) 은하연합 정서가 첨가된 것들에 대한 제재야 계엄이 시행된 이후 늘 있어왔으니, 인터넷 모니터링은 유지될 테고..
평시가 아니니까 그 정도 감시는 피지배자들 입장에서 감수해야겠죠.03T 에이리언 추종 집단과 같은 불온한 세력을 솎아내려면 당연히 그리해야겠습니다만, 이는
인간 엘리트들이 적극 알아서 기는 형국입니까? 소위 신성한 천상 정부가 은밀히 가이드라인 정도는 제시하였을 테죠?
대외적으로는 연합국 단독의 검열 정책으로 비치고 있으나,은하연합의 지시가 있은 후 연합국은 그저 기술적인 조치를 취했을 뿐이라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네.
그리고 방금 피지배자라 했나? 혹시라도, 이해와 관용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대 은하연합을
제국주의 침략자나 다름없는 저 우주 깡패 무리와 동급으로 취급한다면 실수하는 걸세. 다만
인류의 영적 각성에 방해되는 오염된 에너지를 제거함에 있어서는 어떠한 타협도 허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시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불만 세력들이 강성 이미지를 억지로 갖다 붙이고는 하는데,
사리분별을 할 줄 안다면 이런 어쭙잖은 시도에 부화뇌동해선 안 되지.
명분이야 어떻든 방법이 너무 비민주적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박탈하는 처사가 아니냐 말들이 많지만 그런 건 모두,
인류의 진정한 발전에 관심이 없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자들의 볼멘소리에 불과하다네.
어쨌거나 지금 이걸 따질 때가 아니고..
이제 4일 뒤면 각기 다른 네 장소에서 (입실론 03T 행성의 대표 자격을 지닌) 네 명의 고위급 에이리언들이 동시에모습을 드러내겠지. 아마 각국 취재진 앞에 "숙주의 진화 버전"이 드디어 등장하게 될 역사적인 순간일 거야.
(아직은 미지수지만) 본인들의 일방적 통보 내용을 놈들 스스로 실천한다는 전제하에 말일세.
어으..! 생각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지는군요.
기자회견 형식이 될까요? 꽤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들이 온 목적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려나 봅니다.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저열한 의도를 합리화하고 나아가 미화하려 들겠지요.
기자회견이라..그것이 형식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놈들이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과연 용납할까?
"자기네들이 준비해 온 선언문"만 빠르게 낭독하고 얌전히 돌아가 주면 다행일걸?
아무리 막나가는 놈들이라지만, 아무러면 은하연합이 두 눈 부릅뜨고 내려다보는 적지에서 깽판을 칠 리는 없지 않겠어요?
또 모르지. 광장 선언을 기념하여 네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거한 이벤트라도 깜짝 진행할지..뭐든 놀라게 하는 게 놈들 특기니까 혹시 알아? 대표들을 호위하는 병력 중에,
몰래 숨겨 온 기생충을 뿌려댈 - 임무를 띤 - 놈들이 명령 신호가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을지..
이럴 땐 그저 집구석에 짱박혀 있어도 자기 몸 하나 건사할까 말까인데, 놈들을 반겨서 손 흔들러 나갈 골 빈 인간들은말할 것도 없고, 값싼 호기심에 멋모르고 나가든 또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나가든 간에 거기 가려는 자들 다
간덩이가 배 밖에 나온 인간들이다 이 말이야.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목숨이 두 갠 줄 알고 이러한 우주적 이벤트에 환장하는 어리석은 인간들이야 어디든 있게 마련이고, 은하연합이나 그 추종자들이 위험성을 분명 간파하고 있을 텐데,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게끔국민들을 과연 방치할 것인가가 이쯤에서 궁금해지긴 하네요.
일단 놈들이 먼저 일시적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우리 측은 해석하고 있고, 비록 저들의 멘트 뒤에 가식의 구린내가 물씬풍기기는 하지만 - 우리가 못 미더워함을 이해한다는 듯이 - 불미스러운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거라 본인들부터 못을
박으며 오히려 우리에게 경거망동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도
예의주시는 하되 당장 어떻게 할 명분은 없어 조금 더 사태를 관망하기로 한 것이지.
마치 정부 대변인과도 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자네도 우리 은하연합의 정치가 그동안 베푼 관대함을 쭉 지켜보았다면 이 정도 예측은 충분히 할 수 있어.
너무 공평하고 너그러운 게 독이 되어 우릴 무조건 지켜 주지는 못할까 봐 염려될 뿐입니다.평화 사절단인 척하는 에이리언들한테 우리의 안위가 전적으로 달려 있는 형세로군요.
아무튼 그 대단한 선언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요?
뻔하지 않겠소? 맘 푹 놓게 해 놓고 뒤통수 때리는 전략을 구사하는 걸 테지.
입실론 03T 행성의 지도자들은 진화한 숙주들 가운데에서도 불사의 반신반인으로 진화 중에 있는 존재라는데,우주를 주관하는 신의 명령에 따라 은하들을 순항하며, 미개하고 폭력적인 행성인들에게
우주의 신성한 평화 의식을 주입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거야.
그러한 목적의 일환으로 - 행성인들이 원한다면 - 본인들이 자랑해 마지않는 고도 문명의 기술적 노하우도아울러 전수해 줄 용의가 있다는 건데, 개중에는 예를 들어
육신의 불로장생화와 같은 센세이셔널한 기술들도 포함되었다 하더라고.
이들의 사탕발림이 솔직히 많이 솔깃하긴 하나 (어떠한 저의도 도사리지 않은) 순수하고 진정성 어린 호의인지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는 저 흉측한 외형과 차고 음침한 분위기가
"인류의 마음에 우호적인 믿음이 좀처럼 생겨나기 어려운" 방해 요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네.
바로 그런 게 인간이 없애야 할 강한 선입견이라고 소위 에이리언교도들은 맥락 없이 강조하지만
우리의 높으신 은하연합이 놈들을 요주의 외계 세력으로 지정하고 경계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나?
나 참..말은 번지르르해도 결국은, 남성 인류가 모조리 숙주가 되어 줘야 그걸 전제로 뭘 베풀어도 베풀겠다는 거잖아요?
"저들의 빌어먹을 기생충 때문에 현재 인류가 끝장나게 생긴" 적나라한 상황을 목격하고도
눈에 뭐가 씌어 그런 쓸개 빠진 소릴 나불대는 인간들이 아직 있다고요?
너무 많아 탈이지.
저로선 놀랍기만 합니다.
얼마나 놀랄 일들이 많은 세상인데 겨우 이딴 걸로 놀라?
자네와 얘길 나누며 곰곰이 헤아려 보니 이런 듯하이.우리야 적대적 입장에서 가식이니 음모니 하는 발상을 (우리가 받는) 자연스러운 느낌대로 떠올리는 것이지만,
정작 놈들은 자신들의 견지에서 지극히 당당하고 솔직한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본인들이 쌓아온" 신념을 오로지 맹신하며 순수한(?) 열의로써 강하게 밀어붙이는
족속이 본디 무서운 법이지. 즉,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음은 물론이고
신성시하는 목적의 틀 안에서 수단의 옳고 그름조차 희석되어 구별이 되지 않는 지경이랄까.
은하연합을 신봉하는 기사님의 신념도 저놈들 뺨치는 수준이라 도긴개긴이기는 합니다만..?
신봉이라..그리 보일 수도 있겠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방인이라 그런가, 이곳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객관화를 향한 강박증마저 느껴지는군.
백 번 양보해서 그렇다 치자고.
신념과 신념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양상일 때 결국 승리하는 쪽은 "진리에 입각한 신념" 아닐까?
기사님은 은하연합이 진리의 편에 있다고 굳게 믿으시는 것이고요?
그렇다네.우리같이 부족한 인간에겐 "무엇이 진리인가"를 단번에 깨달을 능력은 없는 듯하고 다만,
캄캄한 혼돈 속에서 - 우리에게 허락된 - 감으로 따라가야 하는 뭐랄까 선택의 문제로서 진리가 대두되는 것 같으이.
지구를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만들어 버린 침략자 일당과지구의 수호자 역할을 하는 (고매한 정신으로 대변되는) 집단 사이에서 선택한다는 건, 너무 쉬운 문제 아닌가요?
비교 대상이 은하연합에 필적할만한 도사급 집단 정도는 돼야, 선택을 위한 고민다운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만..?
그래. 우린 미래로 뻗어갈 치열한 역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복잡다단한 선택들과 언제든 직면할 수 있겠지.그러나 지금처럼 은하연합이 강림하시어 친히 다스리는 영광의 시대가 지속되는 한, 너무도 명확한 진리 앞에서
구태여 선택으로 고민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미흡하기 짝이 없는 우리네 인간이 절반의 위험을 짊어지고 선택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은하연합은 애초부터 진리의 확고한 비전으로 현현하여 임하셨으니 이 얼마나 황송한 배려란 말인가!
황송이란 표현까지 쓰시네요. 대단하십니다.은하연합이란 그룹은 정녕 신의 위상에 버금가는 집단 지성인 건가요?
자네 혹여 유일신관(唯一神觀)을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오늘부로 그것 깨끗이 잊어버리시게.과거에서 왔다 하니 고리타분한 소릴 할까 싶어 내 미리 충고하는 걸세.
이곳 세상은 신의 존립에 관한 비밀이 낱낱이 밝혀지고 신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새롭게 정립된 지 오래라네.
나도 복잡한 내용까지는 잘 알지 못하네만 아무튼 우주를 초월하는 고차원의 존재들이 실재하며, 본인들이 원하여
은하연합과 활발히 교류하거나 때로는 본인들의 의지에 따라 은하연합에 합류하여 적극 지원하는 일을 수행하기도 하지.
이분들은 각 차원의 에너지 레벨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체로서 존재하는데
스스로 진동수를 조절하여 "여러 수준의 가역적 육화 반응"의 형태로 하위 차원 우주들을 드나들 수 있으니
이분들을 이름하여 우린 이견 없이 신이라 칭한다네.
물론 가장 높은 차원에 유일한 한 분이 계시겠으나 인간의 영적 수준으로는 그분을 도저히 실감할 수 없으며
그분 또한 홀로 만물을 주관하신다기보단 그분의 무수한 분신들이 대리하여 우주를 구체적으로 관리하므로
그 덕분에 우리는 신의 존재를 - 우리가 알 수 있는 범위 내에서 - 파악하고 체험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어.
매우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말이지.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은하연합은 신들의 집단이기도 하다는 말씀이지요? 음..신과 반인반신의 대결이라면 확실히 신 쪽이 유리하겠네요. 그런데 놈들은 뭘 믿고 까부는 것인지..
단지 신념 하나 믿고 무모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걸까요? 아니면
설마 놈들의 뒤에도 신급(神級)의 어떤 존재들 혹은 악마(?)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그들 편이 되어 주기로 작정한 건 아닐 테죠? 그렇게 믿는 구석이 있어서, "가짜일지도 모를 진리"를 무식한 신념으로 포장하고 또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인 줄 믿어 의심치 않는 무데뽀 정신"으로 밀어붙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딴은 그럴 수도 있겠군.허나 그리 되면 우리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그저 상상이기를 바라자고.
에이리언만으로도 끔찍한데 그보다 더한 놈들이 신으로 군림하며 뒤에 버티고 있다 생각하니 오금이 저려와서 말이야.
자신들의 이념과 행위를 무조건 옳다고 합리화하면서 관철하려는 강성 기질이랄까,교만한 선민의식에서 비롯된 안하무인의 우월감이랄까,
"크나큰 영광으로 알아 군소리 말고 고분고분 숙주가 될지어다!" 뭐 이딴 식인 걸 보면
자네 말마따나 어딘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도 하고..
하여간 일방 통고를 하고 금방 다시 이륙할 것 같긴 해.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는다면..
진짜 사건은 그다음부터 일어나지 않을까요?가령 그렇게 이륙한 놈들의 비행체가 오대양 육대주 상공을 누비면서
이제 대놓고 기생충 종자들을 새까맣게 뿌려댈지 누가 압니까.
그 순간 진노한 은하연합 수뇌부가 평정심을 잃고 놈들을 쓸어 버릴 텐데, 아무리 포악한 놈들일지라도자신들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은하연합의 심기를 건드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경솔한 망동은 안 하겠지.
그리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캡슐에 넣어져 무차별 대량 살포 된 지 오래라 지구는 이미"악몽과 현실이 순식간에 자리바꿈하는" 생지옥이 되고 말았잖아.
이 엄청난 사건이 그 유명한 1차 "분만 살포"였고 이것만으로도 놈들은 지구를 절반 이상 수중에 넣은 거나 다름없으니
아마 현시점에서 크게 무리하는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아무리 지독한 악당일지라도 은하연합은 그들을 소멸시켜 완전히 뿌리 뽑는 식의 응징은 절대 하지 않는다면서요?놈들이 이를 알고서 더 날뛰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고 우려됩니다.
그렇지.
단, 예외 조항은 항시 어디에나 있는 법. 그분들에게 감히 정면으로 도전하는 순간 자비란 사라진다네.
이는 그분들 존재의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지. 그분들을 향한 도발은 우리 은하에 대한 도발이며
우리 은하의 항구적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고, "우리 은하를 수호하는 분들"의 성스러운 임무를 철저히 무시하는 따라서
우주의 준엄한 섭리를 능욕하고 깨트리는 엄중한 사태이므로, 이것을 좌시한다면 신의 대리로서 부여받은 사명에 대한
직무유기이기에 이 경우 반드시 그 무모한 악의 세력을 처단해야 해. 그러지 않을 시
이로 인한 "우주보다 더 큰 과보"는 고스란히 그분들의 차지가 되고 만다네.
신과 "신의 보호하에 있는 우주 생명체들"을 지키기 위해, 신에게 반역하는 또 다른 우주 생명체를 섬멸할 권한과 의무가
은하연합에 있는 것이야. "신의 뜻을 거스르고 반역하는" 무리가 설령 그분들보다 더 상위의 존재들일지라도
이는 핑계가 될 수 없다네. 그것들이 변절하여 악의 편에 섰다면 그리고 우리의 은하를 노린다면,
싸우다 소멸될지라도 은하연합은 그것들과 싸워야 한다네.
우리 진영의 상위 차원 존재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는 있으나, (상위 신들의 자유의지가 아닌)
하위 세계의 급작스러운 요청에 의한 경우 합류와 지원이 꼭 보장되는 건 아니며 어쨌든,
그것들의 최초 타깃인 은하연합이 우선 전투를 수행하고 있어야 하는 거지.
시간을 버는 동안 본인들이 먼저 타격을 입고 멸망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말이야.
이러한 의미로 "고차원 악"의 간섭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고, 만에 하나 "은하연합과 급이 같거나 그보다 높은 무리"가
에어리언의 뒤에서 조종하고 있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네. 설마 아니겠지?
아니라 믿고 싶으세요? 그럼 제게 묻지 마세요.
저야 지금까지 기사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밖에는 별로 한 게 없는데요 뭐..
이런 황당한 재앙을 맞이한 지구로 떨어지다니 난 아직도 꿈에서 덜 깬 듯 얼떨떨하기만 할 뿐이라고요.
뒷북치는 아쉬움이겠으나, 문제의 캡슐에 관해 사전에 경각심을 높이고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발 빠른 조치를 취하였으면 어땠을까 더불어 그것들을 신속히 수거하는 작업에 더욱 적극성을 띠었더라면숙주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파국의 임계점 아래에서 관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는군요.
결과론은 말해 무엇하나? 그러질 못했으니 요 모양 요 꼴이 된 거지.자넨 은하연합에 근본적 책임을 묻고 싶겠지만 내 생각은 달라. 은하연합의 거룩한 신인(神人) 그룹은
제국주의 마인드인 적대 세력들과 다르게 인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보장해 주려는 입장이야.
그들이 목표로 하는 이상의 실현이 더디게 올지라도 그리하는 걸 가장 바람직하게 여기며 항시 최우선으로 염두에 둔다네.
그리하여 강압적인 직접 개입보다는, 인간 차원의 현 지구상 최고 권력이자 은하연합의 신탁을 밀접하게 매개하는
유일한 실세 아메리카 연합국 정부에 주요 지침만 하달하고, 세부적으로는 - 지구의 엘리트들이
실질적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 전폭적인 신뢰를 아끼지 않는 지원 시스템으로 가고 있지.
그러니까 간접 통치 방식으로 인간을 다스리기 때문에, 전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세계의 계엄사령부"가모든 실정(失政)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조시군요.
말이 좋아 자율권 보장이지 방패막이 괴뢰국이 따로 없네요.
참으로 꽉 막힌 소리만 하고 있구먼. 딴 세상에서 욌다는 자네 주장을 이제 믿어도 되겠어.여기 살고 있다면 그런 원론적인 얘기로 그분들을 모독할 리 없으니까 말일세.
본인들이 은하연합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지 이 세상 사람들은 빠짐없이 절감하고 있다네.
그래서 자네처럼 그분들의 존재에 삐딱하게 반응하는 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 소수의 불순분자들을 제외하면..
자네가 있던 세상에서 자넨 사악한 위정자들한테 속고만 살아온 모양이야?그러니 그런 놈들과 위대한 은하연합을 같은 부류로 취급하려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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