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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음모의 점화 3 : 레지스탕스
    평행 지구 (판타지) 2024. 4. 30. 13:57

     

     

     

     

     

     

     

     

     

     

     

     

     




    그 소수 불순분자들 중에는 저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봐야겠죠? 아, 불만 없습니다.

    과정이야 어떻든 기사님이 저를 시간 여행자로 인정해 주신다니 저는 그거면 됐습니다.

    여행을 한다기보다는 살벌한 유배에 가깝습니다만..

     

     



    후후, 내가 안 믿어 줘서 자네 많이 답답했나 보구먼. 내가 믿고 말고가 무에 그리 중요하겠나.

    여기 머무는 동안엔 오히려 자네의 그 믿기지 않는 비밀을 감추는 편이 신상에 좋을 듯하네만..

     

     



    나를 이리로 옮겨 놓은 자들이 다시 와서 "내가 살던 세상"에 날 도로 갖다 놓기 전까지는

    충분히 불안과 공포의 연속일 것이니 기사님까지 그렇게 겁주실 필요 없으십니다. 예?


    웬만하면 싸돌아다니지 말고 한 군데 꼭꼭 숨어 있고 싶은데 마침 아저씨께서 오늘 밤 갈 곳 없는 저를 재워 주신다 하니

    신세 지는 김에 좀 오래 짱박혀 볼까 생각 중입니다만..

    역시 저 혼자만의 김칫국 드링킹이겠죠?

     

     

     



    나야 뭐 혼자 사니까 한 사람 더 들이는 건 문제도 아니긴 한데, 작은 원룸 수준의 정리 안 된 누추한 공간이라

    자네도 오래 지내기엔 불편할 것이고, 나 또한 홀로 생활하는 데 워낙 익숙해 있어서

    자네가 흥미로운 사람인 건 알지만 장기간 동거할 자신은 솔직히 없구먼. 그리고

    자네 땡전 한 푼 없는 거렁뱅이라 하지 않았나. 알다시피 일개 택시기사가 형편이 넉넉할 리 없고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그 이상 자넬 책임지는 건 무리라네.

     

    시국이 말도 안 되게 어수선하고 위험천만한 이때 나 역시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몹시 두렵고 해서

    외롭게 의지가지없이 떨며 지내느니 둘이 기대고 부족하나마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 어떨까 싶은 마음 없진 않으나

    막말로다가 정체도 행적도 불분명한 자네와 오래 엮였다가는 내 알량한 신변조차 보전하기 힘들듯하이.

     

    올데갈데없는 불쌍한 자넬 문전박대하는 것 같아 미안하구먼. 하지만 내 처지도 이해해 주기 바라네.

    날씨도 이리 차고 하니 이따 집에 가면 자네 입을만한 겨울옷가지 정도는 챙겨 줌세.

     

     



    예, 이해합니다. 이해하고말고요. 제가 기사님 입장이었다면 아마 이만큼의 호의를 베푸는 것도 주저했을 겁니다.

    한 번 더 말씀드리지만 아저씬 제 생명의 은인이나 다를 바 없어요.

    겉으로 풍기는 인상은 살짝 퉁명스럽고 깐깐한 듯했는데 실은 아주 호인이시로군요.

     

     



    이크, 이거 택시 운전수로서 분발해야겠어. 좀 더 친절하길 바라는 손님의 지적으로 받아들이겠네.

    아무튼 내 사정을 이해해 줘서 고마우이. 자네의 청을 들어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제야 한결 편해지는구만.

     

     



    하하, 무어 불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으나 사실 저는 제 고차원 친구를 믿습니다.

    근래 들어 어디 심기가 불편한지 애를 먹이고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제게 해를 가할 정도의 야만스러운 존재는 아니니까요. 어느 한쪽 혹은 쌍방의 착오인진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곳 은하연합은 저리 가라 할" 능력자들이니 곧 문제를 해결하고 저를 데리러 오겠지요.

     

    어쩌다 얘기가 이리로 흘러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하던 말씀 마저 해 주시지요.

     

     



    그리 믿는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 자네가 은하연합 알기를 저급한 외계 집단 보듯이 하였던 거구먼. 하여간 알겠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물론 연합국 사령부의 미온적 대처도 그 원인의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고 에이리언을 신처럼 떠받드는 사이비 광신도 집단들이 경거망동하여 혹세무민하고

    사람들의 주의를 희석하여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바람에 사태가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게 된 점도 크네.
    연합국에 전권을 위임하는 모양새에서, 일이 곪을 대로 곪은 다음에 은하연합이 다시 개입하는 듯한

    타이밍도 그닥 좋은 것 같지 않고..

     

     



    수거한 캡슐을 가지고 그간 동물실험이나 여러 가지 다양한 테스트들은 기본으로 했을 텐데

    아직까지 숙주의 변이 경로를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저로선 거듭 아쉽고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요인들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것들이 오로지 인간에게만 파고든다더군. 동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는 여태 나도 못 들어 봤어.

    그래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주가 될 수밖에 없고 당장 연구 결과를 내야 하는 촉박한 시기이긴 한데

    노골적인 인체 실험의 지속적인 강행을 인도적 차원에서 주저하고 있는 게지.

     

    전 세계에서 숙주들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합동 연구반의 노고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결사 단체들이 있어서, 그 눈치를 보는 측면도 있지만

    은하연합 자체가 인도주의를 우선시하므로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네.

    지구 전체가 계엄하에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초유의 사태치고는 우유부단한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셈인데

    그만큼 신인(神人)들께서 우리 인간을 존중하기에 가능한 일이야.


    "인간들이 자신의 몸을 인류를 위해 기꺼이 실험용으로 바치는" (드라마 같은) 감동 스토리를 기대하시는 듯도 한데

    이를 통해 인간의 의식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려는 깊은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돌아가고 있는 꼬라지를 가만 보면 그러한 대규모 각성이 지구상에서 일어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닐까 생각되네 개인적으론..

     

     



    그 점은 저도 동의합니다.

     

    기사님 짐작이 맞다면 은하연합은 꽤나 나이브한 집단이로군요. 천사들의 집합체라면 당연한 정체성이겠습니다만..
    아, 제가 또 신성모독을 한 것인가요?

     

     



    허어, 자네 또한 삐딱하게 보기를 즐기는 사람이란 사실을 내가 잠시 잊고 빌미를 제공했네그려.


    자네야말로 반(反) 은하연합 연대의 열성 지지자감이로군. 처음부터 여기서 살았으면

    모르긴 몰라도 이 꼴 나자마자 거기부터 가입했을 사람이야 틀림없이.
    그놈의 반골 기질 지겹지도 않은가?

     

     



    반 은하연합 연대요??

     

     



    세상이 이렇듯 아작나 버리니 지난 태평성대는 까맣게 잊고 자신들을 보살펴 준 신에게 대드는데

    아무리 본인들의 불행에 초연하지 못한 나약한 인간이라고는 하나 기어올라도 이만저만 기어올라야 말이지 원..

     

     



    아저씨나 아저씨 주변에 당장 불행과 절망이 닥치면 그때 가서도 그리 속 편한 말씀 하실지 궁금하군요.

     

     



    하긴 뭐 나라고 별 수 있겠냐마는..

     

     



    그나저나 이런 일방통행식 세상에 그러한 단체가 있다니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이네요.


     

     



    신선한 충격은 개뿔..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단체들 가운데에선 제일 크고 막강한 저항 세력이라 볼 수 있지.

    불과 짧은 시간 내에 빈틈없는 조직력을 갖춘 준군사조직의 형태로까지 발전했는데, 아 글쎄 이년들이

    은하연합 및 연합국을 도와 숙주들 때려잡는 데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어느 날 갑자기 반대편에 서서

    불법 단체로 탈바꿈하였으니, 그들로선 몹시 골치 아프게 된 것이지.

     

     



    이년들이라니요? 방금 이년들이라 하셨나요?

     

     



    여자들로만 조직됐으니까 틀린 말도 아니지. 우리한테 협조적으로 나와 줬다면 내 입에서 험한 소리 나왔겠는가?

     

    여하간 희한한 것들이야. 비할 데 없이 약한 줄로만 알았던 여자들이 그리 똘똘 뭉쳐서 세게 덤빌지 누가 알았겠나.

    이건 분명 그년들 뒤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음이야.

    이름에 하필 "연대"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도 수상쩍고 말이지.

     

    결성 초기에는, 강간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숙주들에 대항하여 신변의 위협을 극도로 느낀 여자들이

    아직은 멀쩡한 남자 가족과 자기 자신을 지키고자 동네에서 자발적으로 뭉친, 일종의 자경단 성격을 띠고 있었어.

    토벌대의 제한된 병력이 골목 구석구석까지 들어와 숙주들을 깡그리 소탕해 주기가 사실상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지.

     

    이렇게 의기투합한 여자들에게는, 소극적인 자구책으로서 가스총이나 칼, 몽둥이 등의 자질구레한 호신용 도구로

    무장하는 방법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총기 사용이 애초에 허가된 연합국의 여성들은

    제법 전열을 가다듬을 줄도 알고 그리하여 저항군의 면모를 부족하나마 보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영 아니올시다"였단 말이지.

     

    되풀이하지만, 에이리언으로 탈태하기 전의 중간 단계에 해당되는 이 인간 숙주들이

    여자들에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긴 해도 감염 초반부의 사고 기능은 일시적 퇴행을 보이고 있어서

    그녀들이 대처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다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좀비처럼 무식하게 겁탈하려 달려드는" 놈들만 먼저 신경 써서 물리치면 되었으니까.

    "추후 지능을 회복하고 사악해진다는" 숙주의 특성을 그녀들도 뉴스를 통해 접하였겠으나

    공포스러운 바깥세상을 주시하고 경계하는 데 정신이 쏠려 금세 잊어버렸을 테고, 설령 잊지 않았다 해도

    급하지 않은 건 그때 가서 해결 방법을 모색하자는 식이었겠지. 또 그 당시까진, 눈 씻고 주위를 둘러봐도

    몰래 살금살금 다가와 음흉한 미소로 그녀들을 덮치는 사악한 지능범 형태의 숙주는 발견할 수 없었을 터이니,

    현실의 가공할 사건들에 치여 목숨 부지하기 바쁜 때에 굳이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마저 함께 대비한다는 건

    도대체가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게다. 멸망 수준의 사건 폭풍에 휘말려 다들 너무 정신없어서

    "불확실한 미래 따위는 개나 줘 버려"라는 심정들이었겠지.

     

     

    ※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

    일 년 반이라는 길다면 긴 숙주 난동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아직도 그 초반부라는 얘긴지

    지능적인 숙주들은 뉴스에 등장할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말이야.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그래.

    그 숫자가 아직은 미미해서 눈에 잘 안 띄고 또 은밀하게 숨어 "발각되지 않을 범죄"만 저지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아직 그 정도의 진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럴 거면 차라리 놈들의 진화가 빨리 진행되었음 좋겠어.

    이토록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는 (장기간 물량으로 밀어붙이는) 좀비 떼들의 인해전술식 카미카제식 범죄 쓰나미에

    다들 정신이 나가 "반은 죽은 거"나 진배없는 상태라네.

    여기서 다들이란, 감염되지 않은 남자들과 희생되지 않은 여자들을 합쳐 이르는 말인데,

    계엄군과 토벌대가 매일같이 자랑하고 선전하는 "철통같은 방호"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이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 뿐이라, 엄혹한 계엄 정국에서 자포자기에 빠진 채

    서로들 눈치만 보며 쉬쉬해도 "같은 처지의 우리"는 쉽게 알아차릴 수가 있어.

    여전히 죽음은 두려워 잔뜩 긴장하고는 있으나 너무 오랜 시간 긴장한 탓에 우리의 눈빛은 시나브로 혼탁해져 있고,

    "지속되는 불안으로 갈피를 못 잡고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동공 속에는 만성 패닉이 진하게 녹아 있다는 것을..

     


    한편, 한 명의 병력이 아쉬운 판에 국민들이 도망치지 않고 알아서 싸워 주겠다 하니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사령부로서도 우선은 나쁠 게 없었어.

    이전에도 민간단체들의 자체 무장과 간헐적 저항 활동은 연합국의 묵인하에 웬만큼 허용되는 추세였네.

     

    이들 민간 무장 단체와 토벌대는 동일 선상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없을 만치 여러 면에서 무력의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이 중 가장 큰 차이라면 아무래도 신시아의 보급 유무가 될 테지. 군대의 고급 병기를 민간인에게 함부로 나눠 줄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도 기본 화기들을 내주는 등 민간인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처음에는 아끼지 않았다네.

    이들 단체를 법률적인 군사 편제에 정식 포함시키는 등의 꽤 중요한 조치들조차 우선순위에서 나중 문제로 밀릴 만큼

    상황도 계속 악화일로여서 한가하게 망설이기나 할 때가 아니었기도 하고.

     

    이리하여 은하연합과의 비공식적인 연대가 공동의 적 앞에서 형성되는 그림은 일단 그려졌는데

    이게 바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패착이 될 줄은 당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위급한 난리통에 그딴 걸 예상할 여력도 없었어.

     

    이렇게 된 결정적 계기는, 사령부가 " 숙주는 무조건 박멸해야 한다"는 당국의 방침에 따라 - 남자들을 잠재적 숙주로 몰아 - 강제 판별 검사를 위한 선제적이고 대대적인 검속을 본격화한 것이었지. 이와 함께

    신시아가 생사람을 잡는 빈도가 나날이 늘어나는 것도 한몫을 하였고.

    아버지와 남편, 남동생과 아들이 졸지에 숙주로 몰려 즉결 처형을 당하는 황당한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하는데

    어떤 여자가 눈이 안 돌아가겠냐고.

    또 아무리 극악무도한 숙주가 되었다 해도 한때는 그녀들의 애인이요 남편이요 자식들이 아니었겠나.

    당국에서야 없애는 수밖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는 광경을 목격해야 하는

    저들의 찢어지는 가슴은 오죽했겠냐 말이지.

     




    이년 저년 하시더니 이럴 땐 또 심금을 울리는 대변자십니다?

     

    피눈물이 안 나는 게 이상하겠지요.
    인도주의를 표방하는 은하연합이 무색해지는 크나큰 사달이 나고야 만 거네요. 다른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물론 근본적인  비난의 대상은 에이리언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이럴 땐 공통의 적이 있어 참 편리하겠어요. 비난의 화살을 대신 맞아 줄 든든한 방패인 셈이니까요.

     

     



    응, 그리 나와야 자네답지. 맘대로 해석하라고.

     

     

    당국과 토벌대의 과잉 대응이 사태의 발단이었고 이러한 비극적 사건들을 기점으로

    여자들의 분노는 활화산 폭발처럼 분출되고 말았어. 하지만 지들이 분노한들 무얼 어찌할 것인가.

    그러는 와중에도 진짜 숙주들은 그녀들을 여전히 해하고 있고 따라서 그녀들도 사분오열 흩어질 수밖에 없는

    나약한 피해자요 희생자들일 뿐인 것을..


    한데 놀랍게도 그게 아니더라 이 말씀이야. 더욱 단단하게 뭉치고 힘을 모아 결속하더라 이 말일세.

    이것이 배후에 그녀들을 조종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각종 첨단 무기로 재바르게 무장할 수 있었겠어?

    몇몇 젊은 년들이 초인적인 용맹을 발휘하여 앞장서고 무기고 약탈을 주도한다 쳐도

    이 정도까지 무기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지. 게다가

    무슨 약들을 먹었는지 하루아침에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용사"들이 되었다네.

    때에 따라선 과거 이슬람 테러 집단이나 하던 짓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며 목숨을 내던지기도 한다네.

    복수의  일념으로 불타오르면 다 그리 되는 건가? 심지어 무슨 세뇌를 당한 건지

    그런 년들 중엔 가족을 잃지 않은 것들도 절반을 훨씬 웃돈다 하니 말 다 했지 뭔가.

    결사 항전의 전의를 드높이며 마치 직업 군인처럼 토벌대 및 정규 계엄군을 습격하고 있다네.

     

    하나의 적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적이 출현하여 - 서로 모르는 적들이 본의 아니게 - 합동 작전으로 성동격서를

    구사하고 있으니 군인들도 짜증 날 노릇이지. 그래 봤자 알고 보면

    떼로 몰려다니며 여자들을 공격하는 것 외엔 다른 관심이 없는 (흉기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저능한 숙주들과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민간인 저항 집단"일 따름이어서, 애당초 상대가 되지 않을 아마추어의 준동에 코웃음 치며

    그들을 얕잡아 보았으나, 숙주는 그렇다 치고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여성 전투원들은 만만하게 봐선 결코 안 될

    실질적 위협이 됨을, 뒤늦게 깨달아 군부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어.

     

    민병대로서의 틀이 잡혀 가면서

    작정하고 공격하는 그년들의 무서울 것 없는 기세에 군인들의 피해도 차츰 무시 못할 수준이 되어갔고,

    이렇듯 위험한 시국에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의 눈에는 이것들이 좋게 보일 리 없었겠지?

    본인들의 슬픔만 대단하다 착각하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팽팽한 분노의 활시위를 엉뚱한 데로 겨눠 미쳐 날뛰는,

    야차녀들과 다를 바 없었을 거야.

     

    군인 사상자들의 부모를 중심으로 부모들의 분노 또한 하늘을 찌르게 되었으며,

    "점조직 방식으로 신출귀몰하는" 그년들을 찾아가 직접 성토할 수가 없으니 계엄 사령부 건물 앞에서 관계자를 만나

    그 미친년들을 한 년도 빠짐없이 몰살시키라고 강력히 요청하더구먼. 그런데

    아무리 추상같은 계엄하(下)라지만 여론의 동향을 완전히 무시하며 제멋대로의 행보를 고집한다는 건 좀 부담이 됐나 보이.

    군대가 피해를 입고는 있으나, 주적으로 공식 확정 짓진 않은 상태여서 섬멸 작전류의 명령을 함부로 내리기가

    사실상 어려웠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 인간 병기가 됐든 말든) "민간인에다 여자인" 대상들을

    가차 없이 처단했을 때 발생하는 여론의 후폭풍이 두렵기도 했을 테고.

     

    이번 계엄의 성격과 명분이 예전과 달리

    은하연합의 영향을 받아 "국민 나아가 인류를 수호함"에 방점을 두고 있으므로,

    계엄 해제 이후의 정국 또한 심도 있게 고려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정책을 세워야 하는

    한계도 분명 있었을 거라고.
     

     

     

     
     
    연합국 계엄사와의 긴밀한 협조 체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한반도 계엄의 딜레마를 비롯,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계엄이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 계엄인지 아니면 판별 검사를 위한 계엄인지조차 불분명한..

     

    자칫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는 무능한 계엄 당국의 한계성이 시사하는 바 크군요.
     

     

     

     
     
    이야기의 방향이 자꾸 엉뚱한 데로 틀어지고 있군. 내가 두서없이 지껄이다 보니 발생하는 부작용일 테지.

    그러므로 이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야. 자넨 그저 자네가 즐겨 타는 장단을 맞췄을 뿐이고.

    그러니 이번엔 자네한테 뭐라 하지 않겠네.

     


    산전수전 다 겪고 온갖 우주전쟁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일 것이야.

    전면전에 임하면서 동시에 상대 지도부의 약점을 파고들어 고단수 심리전을 펼칠 수도 있는 존재.

    그렇게 원흉에 대한 적개심을 분산하며 인간의 약한 부분을 쥐고 흔드는 교활한 존재가

    지구의 충실한 하수인들을 침투시켜 원격으로 작전 지휘를 하는 거라면?

    지구의 무기들을 복제하여, 클로킹 된 운반체 또는 순간이동으로 제공해 가면서 말이지.

     

    이런 존재가 이년들을 조종하며 "은하연합 연대"라는 아름다운 이름표 앞에 기어이 "반(反)"자를 붙여 놓은 것이야.

    이 정도 클라스는 돼야, 전형적인 게릴라 전술을 포함 디테일한 전문 지식과 기술을

    단순무식한 부녀자들한테 성공적으로 (그것도 단기간 혹은 하루 만에) 전수해 줄 수 있겠지.

    어쩌면 여자들의 뇌파에 원격 접속하여 무의식 전송 장치를 통한 속성 학습을 실시하였는지도..

     

    군사 지식에 능통한 불순 세력이 그녀들을 일거에 특급 레지스탕스 요원으로 육성했다는 얘긴데

    그렇게 해서 총구를 은하연합 쪽으로 겨누게 한다?

    뭔가 구려도 너무 구리지 않나? 자네가 좋아하는 음모의 향기가 솔솔 풍기지 않느냐 이거지.
     

     

     

     

    참 찬란하게도 상상하십니다! 역시 평범한 기사님은 아니셔.

     

    구체적 이름만 거명 안 했을 뿐 정황은 한 곳을 향하고 있군요. 이런 게 확증 편향이랍니다.

    설마 에이리언들이 지구의 여자들을 사주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길 하시려는 건 아니시죠?
     

     

     

     
     
    말이 왜 안 되나? 이만한 합리적 의심이 또 어디 있는가?

    이게 다, 자중지란을 노리는 입실론 03T인들의 이간계라면?
     

     

     

     
     
    은하연합이 아저씨가 믿어 의심치 않는 천사 집단이 아니라면 그리고 숙주 대환란에 대한 그들의 여러 허술한 대응이나

    정황으로 추측해 보건대 이 모든 게 그들의 놀라운 기획이라면 - 무슨 영문인지 정확히 설명할 순 없으나 - 에이리언은

    오히려 은하연합의 정교한 작품이 되는 것이고, 이 여성 레지스탕스의 배후 주체가 좀 과격하긴 해도

    은하연합의 대항마와 같은 존재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상은 저의 의심이며 상상이었습니다. 아, 합리적이지 않음은 인정하겠습니다.
     

     

     

     
     
    또 또, 틈만 나면 불경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군. 방금 건 안 들은 걸로 하겠네.

     

    일 차 경고일세. 이후 한 번 더 이와 비슷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꺼냈다가는

    추위고 뭐고 즉각 차에서 쫓아낼 걸세?
     
     

     


     
    저 역시 아저씨 방금 엄포, 농담으로 받아들일게요. 쥐도 도망칠 구멍이 없어지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 아시죠?

    또 한 가지,

    자꾸 망각하시는 모양인데 제 손에 신시아가 있다는 사실도 아울러 명심하시고요!
     

     

     

     
     
    으음, 못 당하겠군..

    그러세. 우리 둘 다 농담한 걸로 치세나..

     

     



    오합지졸의 여성 자경단들이 반 은하연합 레지스탕스의 시발점이었다 하니 놀랄만한 전개이긴 합니다.

     

     



    대기권 밖에선 아직도 비극의 원흉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또 한 번의 살포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때

    정보를 개방하여 시민들과 근본 대책을 적극 논의한다는 게 비상시국이라 어렵긴 해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하는데,

    그러긴커녕 숙주 박멸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세계 지도부들의 근시안적 태도가 그녀들을 일 차로 당황하게 만들었고,

    신시아에 숙주 자동 식별기능이 곧 추가되면 - 사태의 심각성을 핑계로 "정확도 검증 테스트" 기간도 충분히 가지지 않고 - 일탈 난동 증상의 경중과 상관없이 그 기능에만 의존하여 대다수 남자들을 처단할 게 뻔하니,

    (은하연합도 좌시하지 않을) 예견되는 저들의 비인도적 시행착오가 두 번째로 그녀들을 분노케 하리란 건 명약관화.
     

     

     

     

    두 번째 경우는, 레지스탕스 대원들뿐 아니라 남자들 전체가 아연실색할 참담한 소식이 되겠군요.
     

     

     

     
     
    상황 대처에 능숙지 못한 갓 입대한 신병들이 숙주들의 떼거리 폭동에 당황하여 조준 사격 대신 무차별 난사를 하는

    케이스는 현재에도 속출하고 있으니까 뭐.. 자동 식별 기능을 탓하기 전에 그걸 제대로 사용이나 할지 원.. 
    그 바람에 정작 구출되어야 할 부녀자들까지 같이 살상당하는 (어리석음으로 인한) 불운과 불행이 반복되면서

    그녀들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만 거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근간이라 치켜세웠을 국민들인데 일고의 망설임 없이 살육이라는 극약 처방으로

    쓸어 버리고 있으니, 정권에 대한 배신감과 환멸로 치를 떨 만도 하겠네요.


    은하연합에 대한 깊은 믿음과 이에 따라 책임 소재를 지구인들로 국한하려고 어지간히 애쓰시는 정성은 갸륵하십니다만, 아저씨의 이러한 충심이 기대하는 바와는 다르게, 은하연합이

    아직 정체를 완전히 밝히지 않고 빙산의 일각만 수면 위에 올려놓은 베일 속 존재라면 말입니다.

    입실론 03T의 침략을 구실 삼아 교묘한 타이밍에 본인들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연착륙을 시도하는 거라면 말입니다..

     

    인류 구출을 명분으로 - 본인들 손엔 피를 묻히지 않고 - 아메리카 연합국의 막강한 파워를 활용하여

    일사불란하게 "비정하고 추상같은 정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거라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명확한 플랜과 예정된 스케줄이 바탕이 되었겠지만요.

     

     

     

     


    잊을만하면 또 음모론인가? 협박을 해도 안 통하고 이를 어쩐단 말인가.

    제발이지 그 고상한 취미는 한가할 때 자네 고향 방 안에서나 즐기면 안 되겠나?

    아무렴, 허술하기 짝이 없는 취미고말고!

     

    예정된 스케줄이라니, 그렇다면 은하연합이 에이리언의 침략을 처음부터 다 알고도

    사전에 예방하는 대신 이 사달이 나도록 방치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얘긴가?

     

     

     

     

     

    그건 소극적인 해석이시고요.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우주 기생물의 침공과 관련된 모든 것이 애초에 은하연합의 시나리오요 기획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신시아와 토벌대의 위세가 단기간에 하늘을 찌르고, 희생자 편에서 그들을 배려하는 정책이나 연구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 고전을 면치 못한다?
    비무장의 저능한 숙주와 첨단무기로 무장한 훈련된 토벌군 간의 싸움..??

    군의 수적 열세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언밸런스하고 오버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잖아요.

    신시아를 가진 토벌대원이라면 일당백을 뛰어넘어 일당천도 가능할 것 같네요.

     

    이 두 가지뿐 아니라 캐면 캘수록 뭔가 어색함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괴상한 우주전쟁 아닌가요?

     

     




    예리한 척은 혼자 다하는구만. 망상의 수준이 거의 그년들에 필적해!

     

    싸워는 봤나? 일단 그거 들고 현장에서 숙주 떼와 싸워 본 다음에 얘기하게나.

    그런 뒤에도 고따위 소리가 나오나 두고 보자고.

     

     

     

     


    그리 말하시면 할 말은 없고요.

    알겠습니다. 일단 음모론으로 해 두겠습니다.

    음모론만 횡행하는 너무 심심한 세상에서 온 사람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쇼.

     

    여기는 상대적으로 음모가 즉각 발현되는 단순명료한 세상 같으니, 아저씨 말대로 두고 보면

    누구 말이 맞는가 오래지 않아 밝혀질 테지요.

     

    레지스탕스 얘기나 마저 해 주시겠습니까?

     

     

     

     

     

    흥, 자네가 말하라 하면 내가 꼭 말해야 하는 법 있나?

     

     

     

     

     

    싫으시면 마십쇼. 강요하는 건 아니니..

     

     

     

     

     

    토벌대의 만행을 묵인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들고 부대들의 경쟁을 유도하여 판별 검사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사령부가 명백히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 시작한 그네들은,

    연합국 여성 저항단을 거점으로 삼고 그것의 전 세계 점조직과 연계하는 등 활발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네.

    각국의 여성들이 똘똘 뭉쳐, 헤게모니를 공고히 다지는 데만 주력하는 - 듯한 인상이 짙은 - 아메리카 연합국 휘하

    계엄사령부들을 향해 본격적으로 선전포고를 날렸기 때문이지.

    자신들보다 못한 처지라 판단한 숙주들에게는 기본적인 방어의 개념으로만 대응하면서 말이야.

     

    이 지점에서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마치 미리 짜놓기라도 한 듯 비슷한 시기에 세계 곳곳에서 여성 무장 단체가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나다니 말이야.

    이러니 범세계적 배후 유무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지.

     

     

     

     

     

    공교롭긴 한데 그보다 더 큰 문제를 간과하시네요.

     

    아마 각국 검사 실적에 대한 보고가 은하연합으로 들어가는 모양이지요? 사태 해결 후의 논공행상을 위한

    근거 자료로서요. 지구 인구를 천지개벽 수준으로 줄여 놓고 무슨 놈의 논공행상이라는 건지..

    결국 끼리끼리 해 드시겠단 속셈..?

     

     

     

     

     

    무슨 근거로 그런 망발을 하나? 하여간 쯧쯧..

     

    근본도 없는 이 음험하고 요망한 레지스탕스가

    가뜩이나 망해 가는 나라를 더욱 혼돈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있는데, 이보다 더한 문제가 어디 있다고..!

     

    가만 보면 이것들이, 잘나가는 멀쩡한 남성들을 전부 도매금으로 묶어 적개심을 투사하는 것 같어.

    현재까지의 양상만 봐도 이건 뭐, 남자와 여자가 흑백 논리에 사로잡혀 서로를 멸할 때까지 공격하는

    치킨게임이 따로 없다네. 누군가 뒤에서 열심히 감정을 부채질하고 파국으로 유도하는 게 아니고서야

    어찌 이처럼 급속하게 과열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들이 토벌대를 포함한 군부와 정면 대결을 불사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과연 그럴까요?

     

    저 또한 기사님의 레지스탕스 배후 세력설에 심정적으로 동조는 합니다만, 제 생각엔 아무래도

    그 세력의 스케일이 에이리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진 않네요.

    그 정체가 무엇이든, 똘마니들 뒤의 우두머리를 바로 직격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그 우두머리란, 자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은하연합을 말함인가?

    참 집요하네그려. 이만하면, 자네 멱살을 잡아끌고 차원의 문을 들락거렸다는 그 고차원 존재의 사상이 의심스럽구먼.

    차라리 레지스탕스 배후가 그 존재라고 얘기해 주게. 그러면 자네의 요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될 듯도 하네.

     

     

     

     


    글쎄요, 그 친구가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를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서요.

    뭐 그렇다고 그가 "완전 선"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무엇이 맘에 안 드는지) 최근 들어 나를 대하는 거친 태도만 봐도

    그렇고, 또 뜬금없이 은하연합산(産) 무기를 내게 던져 준 것도 꺼림칙하고요.

    그러나 적어도 은하연합의 신인들보다는 까마득한 상위에 위치하는 존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한 마디로 급이 다르니 아무 데나 갖다 붙이면 아니 된다 이 말씀.

     

     

     

     

     

    정녕 그러한가? 그리 단정하면 자네나 나나 다를 바가 없구먼.

    그분들의 수준 차이가 실상 얼마나 되는지와는 별개로 우린 어느 분이 더 위대한 신인가 열심히 견주고 있으이.

    자격도 안 되는 놈들 둘이 각자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말일세.

     

    그리고, 자네 친구가 그렇게 위대한 고차원의 신인데 황공하옵게도 신시아를 채택하셨다면

    그분은 미루어 짐작건대 은하연합 신인들의 오야붕일지도 모르겠어. 결국 우린 같은 편일 가능성도 있단 얘긴데

    잘 알지도 못하고 이리 어리석게 티격태격한다고는 생각 안 해 봤나?

     

    그러니, 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자네가 뭐라 하든 난 그년들을 계속 비난해야겠네.

    가족 잃은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우리끼리 합심하고 단결해도 될까말까 한 초비상 시국에

    국민이 반으로 갈리어 분열의 혼란상을 나타낸다는 건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잖은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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