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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육욕이라는 이름의 절망
    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3. 31. 22:08

     

     

     

     

     

     

     

     

     

     

     

     

     

     

     

     

     


    상준의 왕성한 정력을 표면적 구실 삼아 이루어진 둘만의 중장기적 신혼 생활이, 연지의 암묵적 합의하에

    거의 3, 4년이나 "월세방 신혼"의 후끈한 분위기를 만끽하게 해 준 것까진 좋은데,

    그의 무한 동력 같은 껄떡댐을 - 허약하진 않아도 - 원체 날씬한 그녀의 몸이 장기간 감당하기란 워낙에 역부족이어서

    자기 보호 차원으로라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딸내미 소영을 필사적으로 끼고 방패막이로 활용해야만 했다.

    이 얼마나 웃지 못할 해프닝인가.

     

     

    아내가 육아에 전념하다 보면 남편 입장에서도 귀찮고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이 늘어날 테고, 또

    그에 대한 와이프의 사랑과 관심이 소영에게로 상당 부분 분산되리라는

    사실을 빤히 측량하고 있는 게으른 상준이

    연지의 애정을 독차지하려는 불순한 심산에서

    자기의 소중한 딸마저 내심 사랑(?)의 방해물 내지는 눈엣가시처럼 여길

    가능성이 다분한데도

    (본인의 한창 불안정하고 괴팍해져 가는 심리에 비춰 볼 때 그러할 개연성이 농후한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한 다혈질의 젊은 아빠일지언정

    적어도 그때까지는 정상적인 부정(父情)이 작동하고 있었다는 눈물겨운(?) 증거이리라.

     

     

     

     

     

     

     

     

     

     

     

     

     


    때는 1996년.

     

     


    연지의 자구책은 당연히 별 효과를 보지 못하였고, 이후에도 그녀의 가냘픈 몸은

    이 철부지 "정욕의 노예"를 위해 적당한(?) 선에서 지속적으로 희생되어야만 했다.

     

    사태가 이러하니 연지의 참을성도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조절이란 단어를 비웃는 "사랑의 레슬링" 덕분에 두 사람의 체력은 급격히 소진되어

    어리석게도, 보통의 삶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버티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고, 특히나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녀의 - 이중으로 겪는 고생도 고생이지만 - 몸 상태가 우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기 때문이다.

     


    연지에게 이건 정말 아니었다.

     

    심각해지는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지라, 그녀는 친정 식구들을 동원하여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상준의 욕망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였다.


    적당한 컨디션을 그녀가 회복할 때까지 거의 반년간의 준별거 생활을 하라는

    예고된 통고가 그들로부터 내려졌고, 잠시 이성을 되찾은 상준도 연지의 고충을 공감하며

    맞서지 않고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결국 둘 사이를 영원히 갈라 놓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줄은

    당시 그를 포함하여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였다.

     

     

     

     

     

     

     

     


    총각 시절의 독거 생활로 다시 돌아간 상준은 처음 한두 달간은, 마음을 다잡아 열심히 삶에 임하였다.

    본의 아니게 주말부부가 되어 일주일에 한 번만 볼 수 있는 연지가 몹시 그리운 만큼

    그녀와 아이를 위하여 이제는 안정을 도모하겠다 긍정적으로 살아 보겠다, 다짐하면서 말이다.

     

    옹알이만 할 줄 알던 배냇솜털의 갓난쟁이가 어린아이의 어엿한 모양을 갖춰가는 과정에서 자기 엄마를 쏙 빼닮는 신통함까지 보여, 그간 다소 밋밋하던 부성애가 확실하게 자극받고 벅찬 희열로 행복한 나날을 보낼 때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명실상부한 가장이 되어 빼도 박도 못하고 정신없이 뛰어야 할 생각을 하니, 이게 웬걸

    그는 턱까지 차오르는 갑갑함으로 숨이 막혀오는 것이었다.


    무한 경쟁의 삭막한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 것에 그러지 않아도 염증을 느끼던 차에

    싱글이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부담이 다가오면서, 자신감을 상실한 채 흐트러지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의 확장된 질 입구를 살피며 아기를 직접 받아 낼 만치 열성적이던 그가, 정작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끌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사회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고 있으니,

    대체 무슨 영문일까.

     

     

     

     

     

     

     

     

     

     


    연지와 처가로부터 특별(?) 허락을 받은 상준은, 그녀만큼이나 소중한 딸 소영이를 안고 삼 년여 만에 서울로 올라가

    가족과 재회하였다.

    그때까지도 노여움과 서운함이 앙금처럼 가슴 한편에 남아 있던 부모는, 끝내 당신들의 며느리는 맞을 수 없다 하여

    아들과 손녀만을 부른 것이다.

     


    자식의 행복과 며느리의 인격을 동시에 무시하는 부모에 대한 야속함과

    이로 인해 연지와 그녀의 가족에게 떳떳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그는 더욱 우울해졌다.


    순탄한 인생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으며,

    순탄함이란 이름의 허구적 삶을 꿈꿀 수밖에 없는 "의식의 한계"에 환멸을 느꼈다.

     

     

     

     

     

     

     

     

     

     

     

     

     


    내일이면 다시 일주일간을 연지와 헤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쓸쓸하고 허전하여

    상준은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연지 쪽에서 보면,

    어린 나이에 가뜩이나 감당하기 벅찬 결혼 생활은 점점 더 힘겨워지고

    시댁으로부터 사람대접받을 날은 요원한데

    든든한 방패가 되어 자기를 보호해 줘야 마땅할 사람이 치졸한 감상에나 빠져 남편의 본분을 등한시하니

    상준이란 인간

    심신만 불편하게 하고 가장으로서의 믿음은 전혀 주지 못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으나,
    또 이럴 땐 마치 엄마 곁에서 잠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 아이를 보고 있는 듯하여

    한편으로는 - 한 번 더 속아 주자는 심정에서 - 짠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근래 들어 부쩍 푸념과 잔소리로 닦달할 뿐인 와이프가 뭐 그리 예쁘다고

    여전히 기회만 나면 안으려 들고 그리하지 못하면 세상 다 잃은 듯 애틋해하는 걸까,

    조금(?) 거칠긴 해도 "나를 너무 사랑하는" 그만의 방식이겠지,

    이렇게 스스로 최면을 걸고 싶은 때가 가끔 있는데

    오늘이 하필 그러한 날이었다.

     

     

    연애 기간과 허니문 시기에 그녀의 가슴을 가득 메웠던 "한 남자에 대한 뜨거운 사랑"도 대부분 새어나간 지 오래였으나

    연지가 이렇듯 한 번씩 흔들리고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소영이 아버지 노릇을 해야 할 (상징적인 울타리로서의) 그에 대한 가느다란 기대와

    결혼 이후 그녀의 삶을 지탱해 준 (사랑의 관성이 남긴) 미련한 정에 의존하여

    애증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서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욕정이 "다른 모든 것"을 누르던, 그 남자의 시대.

    낯을 가리던 내향성조차, 여체를 갈구하는 욕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란 말인가.

    처갓집에서의 낯 뜨겁던 행태가 언제 숨었냐는 듯 되살아나고 있었다.

     

     

     

     

     

    처녀 때 사용하던 좁은 침대 위로 기어이 비집고 올라와 야윈 허리에 찰싹 달라붙은

    벌거숭이 상준을 연민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연지는 그의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신경질에 시달리면서도 - 본인의 잘못인 건 알아 쭈뼛쭈뼛 눈치 봐가며 - 틈나는 대로 껴안으려 하는,

    자존심도 없어 보이는 이 남자의 애착이 어떨 땐 귀엽게 느껴지고, 또

    자기 앞에서 체면이고 뭐고 다 팽개쳐 버리는 그 단순 우직함이 "나를 향한" 식지 않은 사랑과 열정의 반영일 거라

    믿고 싶었던 (끝까지 믿음을 버리기 싫었던) 그녀의 순진한 측면 때문에, 여자의 촉이라는 일반적 강점에도 불구

    연지는 "상준의 복잡성"과 그것에서 파생하는 교활함의 진상을 제대로 간파할 수가 없었다.


    (활화산 폭발처럼 느닷없이 닥쳐올 연속적인 충격 앞에서 속수무책 당하게 될 그녀가

    벌써부터 가여워진다. 가까운 미래에 틀림없이 그리될 것이므로..)

     

     

     

     

     

     

     

     


    연지의 몸을 구석구석 더듬던 상준은 이내 흥분하여 코와 입으로 가쁜 숨을 뿜어대었고,

    아직은 정상 컨디션이라 할 수 없음에도 오늘만은 그가 원하는 대로 그와 하나 되기를 작심한 그녀는

    연애 초기의 낭만적 에로티시즘을 애써 기억에 떠올리며,

    갈수록 징글맞게 변조되는 "상준의 퍼포먼스"를 적극 보조해 주었다.

     

     

     

     


    75킬로의 무게가 가녀린 연지를 짓누르며 침대가 들썩이도록 한바탕 요동을 친다.


    운동의 절정기로 치닫는 상준의 눈이, 연약한 신체에 비해 제법 풍만한 그녀의 가슴 앞에서 매섭게 빛난다.
    힘주어 주무르다가 아기처럼 입을 갖다 대고 힘껏 빨기 시작한다. 양쪽을 번갈아가며, 신이 난 개구쟁이처럼.

     

     

     



    오랜만에 쾌감이 몰려와,

    평소 같으면 잔뜩 굳어 밀쳐내기 바빴을 연지가 최대한 유연하게 몸을 풀어 그를 받아들인다.

     

    애먼 데다 쓸데없이 열심인 상준의 성실한(?) 모습을 방관하며 쓸쓸히 미소 지을 뿐

    그를 방해하고픈 생각은 이번엔 추호도 없는 모양이다.

     

     

     

     

     

     

    젖을 빠는 아기의 자세로 웅크리면서 상준은 이윽고,

    그게 뭐라고 그토록 원했나 싶은 정상(頂上)에 도달한다.

     

    알몸으로 잠든 사내아이의 꽉 찬 방광이 곧추 선 꼬추를 통해 힘찬 오줌 줄기를 뿜어 올리듯 하는,

    순간이었다.

     

     

     

    연지도 모처럼 적극성을 발휘해서인지, 한동안 가져 보지 못한 극치에 근접할 수 있었다.

     

     

     

     

     

     

     

    양기를 양껏 발산한 상준은 그녀 옆에 엎어져 헐떡이는 숨을 달래며,

    목표를 달성한 정복자의 꿀 같은 휴식을 위해, 격렬하게 쏟아지는 졸음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였다.


    잠시 잊었던 현실의 피곤이 급격히 밀려와 눈 뜨고 코를 고는 그에게,

    잠깐의 환희를 뒤로 하고 금세 수심(愁心)에 싸여 버린 연지의

    버릇처럼 내쉬는 깊은 한숨은
    그저 귓전을 맴돌다 아스라이 사라지는 자장가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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