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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튠 홀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14. 11:02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11)

     

     

     

     

     

     

     

     

     

     

     

     

     

     

    오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그에 맞춰 회전하는 속도도 빨라지는군요. 아이들을 잡고 있는 쪽 팔은 굽혀서 가슴에 붙이고 있네요.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영화 속 하늘로 솟는 슈퍼맨의 모습과 판박이입니다.

     

    이렇게 급작스런 출발이면 아이들이 손안에서 크게 휘청거릴 법도 한데 예의 안정적인 자세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네요. 이것은 어떠한 원리일까요. 우리의 과학과는 생소한 경이로운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리적 장치 없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구동하는 형태라고나 할까요.

     

    자세히 보니 아이들이 손아귀 안에 갇힌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손과 맞닿아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사람을 지탱할 정도의 강력한 기랄까 에너지 장 안에 아이들이 갇혀 있는 걸까요. 막말로 마스터가 손을 펴서 뒷짐을 진다 해도 아이들은 가슴 부근에 그대로 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반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걸까요.

     

    뭐가 됐던 이만큼의 안정성은 유지되어야 아이들이 무사할 것 같긴 하네요. 불과 몇 초 상간에 음속을 돌파하고 빛의 속도로 가속화하고 있는 와중이라 무방비로 외부에 노출된 채 이런 극한의 환경을 맞이한다면 살아남을 인간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 한 가지를 빠뜨렸네요. 마하로 진입한 직후부터는 그의 망토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완벽히 덮게 됩니다. 고치에 둘러싸인 모양과 흡사한데, 망토라고 여긴 게 첨부터 착각이었는지 아니면 그것의 재질이 갑자기 바뀐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유선형의 매끈한 캡슐 그 자체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회전하면서 동시에 빛의 속도와 가까워지는 저 캡슐(?) 속은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어디 보자.. 다행히 캡슐만 회전할 뿐 마스터는 도는 것을 멈추었네요.

     

    물론 회전을 계속하던 그렇지 않던 아이들의 안전은 여전히 보장되고 있습니다. 어마무시한 속력에도 그들의 신체가 멀쩡해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두 아이의 까무러치기 직전인 심리 상태로 보아 정신은 안전하게 보호 받지 못하는 것 같네요. 영으로 움직이는 저도 이렇게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몸뚱이 채 우주로 솟구치는 아이는 오죽하겠습니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튠(TUNE) 홀이 형성되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라 지수야.

    뭐야 왜 또 당신들이? 하립님과의 텔레파시는 완전히 끊어진 모양이군. 이놈은 빛의 속도로 도망가는데 하립님은 잘 쫓아오고 계신지 모르겠네..

    그분의 이야기 다 맞다. 우리도 인정하마. 하지만 그분도 말씀하셨다. 너의 해탈을 위해서 지금으로선 우리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그러니 더는 갈등하지 말고 우리에게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 우리의 지시를 잘 따라줘야 너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어.

    내가 해탈하면 당신들에겐 분명 마이너스일 텐데 이렇듯 당당한 것을 보니 말은 저리 해도 결정적 순간에 나를 물 먹일 만반의 태세가 이미 완료되었다 이거네. 아직까지는 여유롭고 순조롭게 당신들의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 이 말씀이지?

    어찌 생각하던 너의 자유이나 우리는 지금의 너에게 얕보이거나 무시당할 존재가 결코 아님을 명심하거라. 우리를 적으로 돌리는 이상 깨달음은 요원할 것이니 그러면 결국 누가 이득일지 먼저 헤아려 보거라. 우리를 극복하는 것도 너의 몫이다. 누굴 탓할 생각 말고 묵묵히 너의 길을 가거라.

    고양이 쥐 생각해 주는 격이로군요. 얼마나 자신감이 넘치면 본인들의 패를 다 보이고 이러실까. 하긴 하립님이 내막을 다 밝히셨으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겠지만.. 당신들 조언 아니어도 그리할 작정이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리고 당신들이 저를 함부로 해코지 못 한다는 사실이 저는 가장 안심됩니다. 자아 계속 안내해 보시죠. 아까 뭐라 하셨나요? 뭐가 형성된다고요?

    이제 이 시공을 떠야 할 때가 되었다. 네가 가야 할 타겟 시공으로부터 웜홀 활성화를 위한 신호가 포착되었어. 너는 곧 분신의 차크라를 빠져나와 널 위해 준비될 튠 홀과 도킹할 것이다.

    이 아이들은 어떡하고요!? 하필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떠나야 한단 말인가요? 똥 누고 밑 안 닦은 마냥 찝찝하네요.

    여기서의 널 위한 시간은 소진되었다. 이곳에서의 네 공부는 여기까지이니 미련을 버리고 우리의 지시를 따르라. 이 사건계의 주인인 네 분신이 알아서 다 할 것이며 그의 운명은 누구의 관여도 받지 않을 것이다. 파란만장한 역사가 급박하게 펼쳐져도 이곳은 너의 환상계, 평행 우주일 뿐.

    그렇군요. 저는 철저하게 관찰자요 방관자일 따름이군요. 아 잠깐만..

    무슨 소리가 또 들려오기 시작하네요. 점점 커집니다.

    ** YJ 누님, 또 웃기 없기? 이 번에도 음악 소리였습니다.

    음.. 정확히는, 아까와는 다르게 누군가의 노랫소리였어요. 까랑까랑한 음색의 우리나라 여자 가수였습니다. 어린 소녀 가수의 때 묻지 않은 고음이 낭랑하게 울려 퍼집니다 우주의 어딘가로부터. 빛의 속도로 날아오르는 가운데에도 노래는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재생되고 있어요. 참 황당무계하지요? 저도 이런 부분은 편집하고 싶지만 4차원 이동의 키포인트라 그럴 수가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여정에서 돌아온 후 바로 찾아보았습니다. 당시엔 그럴 여유도 없었거니와 명색이 검은 우주의 마스터들인데 이런 것까지 묻기가 거시기하더군요. 제가 낯을 좀 가리고 소심해서요. 다음에 또 데리러 온다 하였으니 그때에는 많이 친숙해져서 그들에게 이것저것 비공식적 질문까지 다 해봐야겠습니다. 궁금한 건 즉석에서 디테일하게 물어봐야 제맛이겠지요 저들이 답을 해줄지는 미지수지만.

    원래 모르거나 아리까리한 노래 찾는 것이 젤 어렵다고들 하는데 저는 운이 좋았어요. 물론 저를 옆에서 보호하고 챙겨주는 그분이 알아봐 준 거긴 하지만 이 힌트가 없었다면 그분인들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겁니다. 무슨 수를 쓰던 제 부탁은 들어주시는 분이라 어쨌든 못 찾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아마 시간이 훨 많이 걸렸겠지요.

    그 힌트란 다름 아닌 슈퍼맨이었습니다. 가사의 대부분을 슈퍼맨이란 단어가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알고 보니 제목도 역시나 슈퍼맨이었고요. 70년대 중후반쯤 발표된 대중가요였고 가수는 정수라였습니다. 모르는 가수가 아닌데 그녀가 이런 노래를 불렀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린 나이에 가수를 시작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지요. 목소리가 앳되어서 그런가, 비슷한 음성의 소녀 가수라고만 생각했지 그게 정수라일 거라곤 미처 짐작 못 하였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의 묘한 기분이란..

    암흑의 시공간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우리말 노래라니요!

    처음엔 놀라고 당혹스럽다가 나중에는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상념 우주, 환상 우주라서 이런 걸까요?

    아까 하늘에서 슈퍼맨 테마곡이 쏟아져 내릴 때부터 이게 뭔가 싶긴 했습니다만 정수라의 노래가 이처럼 결정타를 날릴 줄이야..

    저 곡의 카오스 파장으로 너를 옮길 것이다. 우주를 관통하는 저 노래 자체가 웜홀이야. 네 영혼의 진동수를 노래 주파수와 맞추기만 하면 진입 준비는 완료다. 넌 그저 멜로디와 비트에 상념을 집중하고 있거라.

    이래서 튠 홀이라 하신 거군요. 참 별 신기한 웜홀들도 많네요.

    됐다. 네 영혼이 확장과 분리 과정을 거쳐 튠 홀 안착에 성공했다. 네 영혼의 캡슐인 아우라와 튠 홀 간에 양자적 결합이 공고해졌고 이제 상념 속도로 미끄러져 나아가는 일만 남았다.

    당신은 미련을 버리라고 하지만 이 순간까지도 저는 아이들이 염려됩니다. 순진한 두 아이가 자신들을 납치한 저 거인을 반신반의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신뢰하려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하립님이 무사히 구해 주시겠지요? 최악의 경우라도 당신들의 상관, 어둠의 마스터는 아이들을 해하거나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 하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요..

    네 앞가림이나 잘 하거라. 우리가 일러 준 충고 자꾸 망각하고 잡념에 끄달리면 이동이 매끄럽지 않는 수가 있어! 이대로 목적지까지 잘 도달하려면 헛되이 상념을 낭비하는 짓은 그만 멈추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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