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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수퍼맨 VS 수퍼맨 1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13. 11:21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8)

     

     

     

     

     

     

     

     

     

     

     

     

    불길이 장악하여 (태양이 가려져도)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하늘에서, 나부끼는 화염을 뚫고 인간의 형체가 내려옵니다. 고공인데도 원근감이 무시되는 거대한 몸집이 중력을 거부하고 천천히 내려옵니다. 마치 저 거인 자체가 선체인 양 몸 어디선가 작동되는 동력이 그를 조종하여 착륙을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전신 타이즈가 연상되는 탄력성 소재의 밀착형 슈트 하며, 머리 꼭대기부터 투박한 부츠까지 다 커버 되는 망토. 이렇게가 전부인 듯한데 무엇이 저 육중한 체구를 컨트롤하는지 신기하군요.

     

    아 자세히 보니, 후폭풍은 수그러들 줄 모르고 계속 왕성한 기세인데 저 망토 - 제법 부풀어 있기는 하지만 - 도무지 펄럭일 생각을 않네요. 저기에 호기심을 풀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그리고 괴물의 이빨 같은 파편들이 거인은 공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근처에서 힘없이 낙하하고 마네요. 보이지는 않으나 거인 주변에 아우라와 같은 방어막이 형성되어 있나 봅니다.

     

    저 아이들이 무사한 것도 설마 이 존재 때문일까요? 자신을 보호하듯 아이들도 보호해 줄 능력이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저것이 그 난폭한 우주 해적 무리의 일원은 아닐 테고.. 우리 편입니까? 그러고 보니 모습이 수퍼맨과도 비슷하네요. 전형적인 수퍼맨은 아니지만 이건 어차피 영화가 아니니까 똑같을 필요는 없겠지요. 우주 어딘가에 수퍼맨의 모델이 되는 실체적 존재가 있음을 알려주기 위하여 저를 이리로 데려온 건가요?

     

     

     

    너의 예상은 여태껏 그러했듯 대체적으로 들어맞는 편이다. 결정적인 부분을 빼고는 말이다.

     

     

     

    저것이 거인 행성에서 날아온 수퍼맨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아이를 보호할 줄도 알고 악당은 아닌 것 같은데..?

     

     

     

    깨닫지 못한 자들에겐 악당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 보다 넓은 관점으로 의식을 확장해야 그의 진면목이 보일 수 있단다. 악성 외계 집단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인데 도매금으로 몰아가면 아무래도 억울한 측면이 있지 우리처럼. 그는 이곳 평행 시공에서 저 꼬마에게 배정된 담당관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너를 담당하듯이 말이다.

     

     

     

    뭐라고요? 분신들마다 당신들과 같은 관리자들이 있다고요? 그렇담 저 어린아이도 저처럼 해탈의 여정으로 강제 진입하게 된다 이 얘깁니까?

     

     

     

    분신이라고 다 같은 분신은 아니지. 이곳의 너 즉 저 아이는 이미 해탈의 목전에 들어와 있다. 고로 너와 같은 과정을 굳이 밟지 않아도 돼. 저 아이는 날 때부터 크리스탈 아이로 운명 지어졌다. 가만히 놔둬도 열반의 경지에 오르게 되어 있지 십 대 초반의 아주 어린 나이에 말이다. 우리 손이 많이 가는 너와는 질적으로 달라. 저 아이의 입장에선 너를 자신의 하급 분신이라 여길 걸 아마? 물론 해탈 후에 너의 존재를 인식한다면 말야 . 이곳의 너는, 영혼의 주름이 없어서 아카식 레코드가 필요 없는, 고차원이 점지한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이곳 세상 또한 저 아이의 해탈 타이머와 연동 되어 있기에 열반계로의 진입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지.

     

     

     

    알았으니까 확인사살은 그만하시죠? 저는 크리스탈 아이가 아니라는 거잖아요!? 그건 그렇고 이곳이 천국이 된다고요? 상황만 보면 지옥 확정인데 무슨..

     

     

     

    열반계로 내정된 우주일수록 극단적이고 모진 고난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어 있지. 근원 의식이 주관하는 대우주의 섭리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 개의 더 큰 환란이 전 세계적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해 내어야 비로소 열반계로의 환골탈태가 가능해지는 것이지.

     

    모든 것에 백 프로의 확정은 없어. 난세를 현명하게 다스리지 못하고 종말의 시간이 가속화하면 그리하여 파국의 임계점을 넘어버리면 열반계로의 내정은 취소되고 만다. (그리 됨으로써 4차원 우주 영역의 정화 과정은 딜레이 되어버리지. 오염된 시공 버블의 폭증과 그 난맥상에 대한 가지치기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단 의미야.) 이것이 바로 냉엄하게 작동하는 대 섭리 작용, 확률적 인과율이다.

     

     

     

    음, 얘긴즉슨 지옥의 사자들에게도 아직은 기회가 남아있단 말이로군요. 천상의 신성을 훼손할 유능한 방해꾼들이 최후의 발악을 위해 힘을 모으는 시기라는 거죠 지금이? 그들을 막고 지수를 지켜주기 위해 나타난 거라면 다행인데 만일 그들 중의 하나라면.. 그것도 수장급의..

     

     

     

    합리적인 의심은 괜찮지만 의심에 매몰되는 사고는 좋지 않아. 의심을 위한 의심을 하는 음모론 신봉자들이 깨달음에 다가가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지. 네가 우리를 아직까지 의심하고 있다는 거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업으로 작용하니까 너의 세상은 열반계 자격에 미달인 것이야. 너의 수준이 그 정도라 그 수준에 걸맞는 우리가 너를 맡는 것이고, 여기의 지수는 본인의 높은 수준과 부합하는 저런 상위의 존재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지.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란다.

     

     

     

    제가 뭔 얘길 심하게 했다고 이리 부들대실까. 당신들 자극할 만한 별다른 건 없었는데..?

     

    그러니까 종합해 보자면 당신들과 저것은 같은 부류란 말이지요? 다만 저것은 당신들보다 한 수 위의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고.. 좋아요, 저것이 슈퍼맨인지 천하의 악당인지는 이제 지켜보기만 하면 되겠군요. 한 번 봅시다 어디..

     

     

     

     

     

     

     

     

     

    외모는 잘 생긴 서양인이군요. 크리스토퍼 리브는 아니지만요.

    잡티 하나 없는 희고 깨끗한 얼굴인데 그것이 오히려 냉혈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입니다. 인간미가 전혀 없고 아주 정교한 휴머노이드를 보는 느낌입니다.

    서양인의 모습과는 다소 이질적인 매우 짙은 검은색 머리와 턱수염. 너무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어 탈부착이 가능한 가짜가 아닐까 착각하게 되네요. 마치 인간과 흡사한 움직이는 마네킹 같습니다.

     

    이런! 어느새 착륙했군요. 워낙 거대한 크기라 조용한 착지인데도 땅의 진동이 미세하게 전해져 옵니다. 허리를 굽히고 내민 두 손이 아이들을 향해 가까워집니다. 아아 손바닥을 접시처럼 받쳐 아이들을 올려놓고 있네요. 진작에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이기도 하거니와 갑작스런 거인의 등장이 더욱 얼어붙게 하였는지 반항은 꿈도 못 꾸고 무기력하게 그의 손바닥 위로 옮겨집니다. 중지 하나가 아이들의 작은 몸과 맞먹을 정도군요! 거인이 얼마나 큰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손가락들이 나름 안전하게 보호는 하고 있습니다만 글쎄요.. 과연 아이들은 안전하다 생각할는지..

     

    조심스레 모은 두 손이 엘리베이터처럼 지상과 멀어집니다. 반대로 거인의 얼굴과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어휴 정말 아찔한 높이까지 올려지는군요. 내려다보는 건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심신이 탈진한 가운데 포기의 심정으로 둘 다 널브러져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저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할듯합니다.

     

     

     

     

     

    지수야 소영아 무서워하지 마라. 너희들을 지켜주러 내가 왔노라.

     

     

     

    입술이 움직이지 않으니 보나 마나 텔레타시로군요. 아이들에게 말을 거네요. 얘네들도 눈이 동그래지는 것이, 알아듣는 반응입니다. 역시나 친절하게 우리말로 후후.

    하기사 당신들도 능숙하게 하는 언어 변환을 저 전지전능해 보이는 슈퍼맨이 못 할 리 없지. 그렇담 정신 감응이 가능하도록 아이들의 뇌도 세팅이 되었겠습니다. 기본 옵션으로 말이지요.

     

     

     

     

     

    아저씨 저희 좀 살려주세요. 엄마 보고 싶어요. 소영아 너도 그렇지?

     

     

    응. 너무 무서워. 지옥에 떨어진 느낌이야. 잘생긴 아저씨 저희를 구하러 오신 램프의 요정이시군요. 집에 데려다주세요 제발!

     

     

     

    귀여운 아가씨 걱정하지 말래두. 내가 지니는 아니지만 너희들은 내 주인이나 마찬가지. 현재 너희 집들은 몹시 위험하니 안전한 나의 집으로 잠시 대피하자꾸나.

     

     

     

     

     

    야아 정말 어린이들의 친구 짱가만큼 젠틀하시네.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습니다. 그죠?

     

    어어? 이건 또 무슨..? 하늘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오네요? 음, 이 거인 슈퍼맨 덕인지는 몰라도 하늘은 웬만큼 정리가 된듯한데.. 이글거리는 태양도 다시 보이고 말입니다. (명색이 전쟁인데 전투기 한 대 날아다니지 않는군요. 아마 괴멸 당한 모양이죠? 외계인의 공격이면 충분히 그럴 수도..) 한데 이 소리, 하늘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지구 성층권 위에 모습을 가리고 포진한 놈들의 편대가 음악을 내려보내고 있는 걸까요? 그들이 왜?

     

     

    ** 누님 놀라지 마세요. 아니 웃지 마세요? 요상한 외계의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영화 슈퍼맨의 OST, 그중 가장 유명한 테마, 빰빠밤 빠바바밤 하고 시작되는 존 윌리엄스의 오케스트링 연주곡이었습니다.

     

     

    아니면 이 차가운 거인의 요술 같은 깜짝 선물일까요. 에스 마크가 가슴에 없어서 제가 의심을 떨치지 못하자 본인이 수퍼맨이란 걸 이런 식으로 입증하는 걸까요.

     

    어떻게 추리(?)를 하던 논리적이지 않은 망상으로 귀결되는군요. 가만있자.. 여기도 저의 상념이 구석구석 스며든 일종의 환상계라 하였으니 무슨 괴상한 일이 발생하던 어떤 비논리가 횡행하던 이상할 것도 없잖아요 그렇죠?

     

    앗! 천상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이 명곡을 필두로, 환상계를 증명하는 끝판왕 격 이벤트가 기어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기이한 것이 자연스러운, 평행우주 다운 사건이 허공을 가르고 튀어나오는 중입니다. (이 또한 상징적 은유가 아니고 써져 있는 문장 그대로의 사실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벽지가 찢어지듯 세로로 갈라지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거인이 공기를 밟으며 걸어 나옵니다. 저건 또 무엇인가요? 수다스럽던 이들이여 말문이 막히셨나.. 입 꾹 다물지 말고 뭐라도 얘길 해주셔야죠. 지금이야말로 당신의 설명이 요긴할 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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