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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이스께끼?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12. 11:22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6)
자꾸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다 너 나중에 후회하지 마!?
아이고 무셔라. 나 어떡해, 도망가야 하남..
드디어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뜨악한 광경이 제 눈 (아이가 빌려준 눈이지만서도) 을 의심케 하더군요. 저는 어렸을 때 한 적이 없고 다른 애들이 하는 걸 본 적도 없는지라 갑작스런 지수의 행동이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궁금하여 나중에 이리저리 알아보기는 했습니다만.
70년대에 대략 국민학교 3, 4학년생들 사이에서 한창 유행한 놀이였다네요. 일명 아이스케키. 짓궂은 사내 녀석들이 치마 입은 여학생들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치마를 확 들추고 팬티 색깔과 모양을 확인하는 놀이랍니다.
이게 게임으로 인정받으려면 양쪽이 다 즐겨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하는데 방심하다가 갑자기 당하는 입장에선 수치심과 모멸감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되는 바, 대범하긴 하나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한 짓거리를 당장 지독한 범죄라 손가락질하는 건 오버겠지만 백 번 양보해도 이것을 놀이라 치부하고 순화하는 것은 좀 문제가 될듯합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가해자에겐 한순간의 유쾌한 유희일는지 모르겠으나, 넋 놓고 있다가 날벼락 맞은 피해자에게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그래서 지우고 싶은 기억인 것이며 개인에 따라선 영구히 트라우마로 남는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주 어린 일 학년 때의 일이긴 합니다만 저 또한 장난꾸러기 대장 격인 힘센 녀석 하나가 몰래 뒤로 다가와 고무줄 체육복을 초스피드로 내려버린 난감한 위기에 갑작스레 처한 경험이 있어, 당하는 약자의 심정을 잘 알지요. 사람이 너무 당황하게 되면 혼자만 시간이 멈춘 듯 얼얼해지면서 빠른 대처가 어려워지더군요.
초스피드로 내려가는 바지를 초스피드로 끌어올리는 자동반사도 몇 번 당해봐야 비로소 생기는 스킬인 것이고, 처음에는 그저 얼떨떨하다가 상황이 인지되면 눈앞이 캄캄해질 뿐 - 주변의 여아들이 경악하며 성기를 구경하는 - 치욕에 무방비로 방치되어 바지를 추스르는 동작마저 굼떠집니다. 바지를 다 올리기도 전에 원망의 눈초리로 뒤부터 돌아보는 행위까지 모든 것이 슬로비디오처럼 흘러갑니다.
그때 그 녀석은 워낙 말썽쟁이 골목대장이라 도망은 고사하고 당당하게 주먹감자를 날리며 네까짓 게 뭘 어쩔 건데라는 식으로 눈까지 부라리더군요.
이런 걸 놀이라 인정해 준다면 그게 잔인한 거 아닌가요? 아이스케키가 딱 이런 거잖아요.
약자를 괴롭히며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적 감성이 순진한 아이들의 심리 속에 이미 싹터 있던 걸까요.
치마를 펄럭이며 신나게 고무줄놀이하는 여자애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심술쟁이가 본색을 드러내어 기어이 줄을 끊고 달아나는 장면. 재래의 놀이인 양 포장되어 미디어가 자주 내보내는 익숙한 화면이지요. 좋아하는 아이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순치되거나 순수한 동심의 추억으로 곧잘 미화되기도 하고요.
덕분에 못난 훼방꾼의 못난 짓이 발전(?)을 거듭하여 이렇게까지 노골화한 걸까요. 아이스케키로 말입니다.
굳이 포장을 하지 않아도 놀이처럼 승화되는 경우가 정말 있긴 합니다.
맘에 드는 아이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단순한 동기가 절절한 행동으로 나오다 보니 어쩌다 선을 조금 넘는 장난으로 번진 것이고, 마침 상대도 아이의 관심과 서툰 표현 방식이 내심 싫지만은 않아 겉으론 짜증 부리고 튕기면서도 끝내 못 이기는 척 그의 과감한 놀이에 동참하는, 이러한 케이스가 진짜 있어요.
즉석 시나리오로 남녀 주인공의 동의하에 못된 짓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죠.
서로에 대한 호감이 동하여, 호르몬이 만개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사춘기적 감수성을 미리 맛보기 하는 것이죠.
배설을 설정하지 않은 미지근한 욕망이 어쩌면 더 짜릿한 것일지도.
어른들의 파국적 음란함은 거부하면서, 천진한 색정이 놀이를 표방하여 설익지도 않은 춘정을 마음껏 희롱하는지도..
섬세하게 요사 떠는 천국 안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게임인지도...
그러나 이렇게 꿍짝이 들어맞는 경우는, 항상 그러하듯 희소성을 띠게 마련이지요. 소영이와 지수가 벌이는 저 과감한 해프닝도 물론 이런 드문 케이스들 중 하나이며 고로 궁합(?)이 맞아야 뒤탈이 없는 나름 위험한 놀이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셈입니다.
목격자들이 없었음에도, 여자애한테 일격을 허용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수치스러웠는 모양입니다.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영에게 덤벼든 지수가 보여준 행동은 이렇습니다.
가슴께를 손목과 팔꿈치 사이로 밀쳐 교실 뒤 게시판에 일단 그녀를 밀어붙입니다.
이때 소영이 예의상 보이는 작은 반항과 귀여운 앙탈은 강한 거부감의 표시가 아니라 오히려, 어렵게 낸 그의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더 과격하게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제스처 같습니다. 몸은 짐짓 당황하는 시늉을 하면서 표정은 당황스러운 기색이 전혀 없으니까요.
일관된 생글거림으로 그의 행위에 호응하는 그녀의 상기된 분위기가 지수에게도 전해지는 걸까요. 짜증이 유발한 응징에의 의지가 먼저였으나, 점차 진지한 기분은 옅어지고 함께 즐기는 장난으로 변질되어갑니다. 그러한 변화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지수였지만 어쩔 수 없이 그도 빠져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에도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애들 몇몇으로부터 아이스케키를 선물 받은 바 있는 유경험자라 그런지 능란한 대처가 여유롭고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약간 특별한 눈치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지수가, 아이스케키 같은 괴상한 장난질을 평소 혐오하던 순둥이 지수가, 다른 여자애가 아닌 자기한테 처음 장난을 거는 초보로서 야릇한 시도를 해오는데, 그것도 둘 밖에 없는 호젓한 빈 교실 안에서 이렇듯 그답지 않은 박력으로 훅 들어와버리는데, 다른 꾸러기들과는 다르게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유발하는 이 아이한테 마냥 능란한 대처만 하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는듯합니다.
끝내 일은 저질러지고 치마를 힘껏 들춘 손을 내리지 못한 채 이 놀이의 마침표라 할 "아이스케키"라는 외침도 목에 걸려 개미 소리로 흩어집니다.
휙 들추고 반응이 오기 전에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이 정석인데 가끔 동작이 느린 녀석은 소영의 신속하고 매운 타격에 팔이 시뻘게지기 일쑤랍니다. 지금 지수가 딱 그 짝이지만 그녀의 반응은 이전과 사뭇 다르네요. 조금은 다른 의미의 능란한 대처를 선보이는군요.
빛바랜 반팔 아래 드러난 가느다란 맨살을 소영이가 움켜잡는 바람에 그는 치마를 들어 올린 어정쩡한 자세로 얼어붙었습니다. 치마는 놓으면 그만인데 손가락도 굳어버렸는지 저러고 있네요.
한편 허벅지와 팬티가 활짝 드러났는데도 우리의 히로인 소영은 움츠리지 않고 당당히 서서 그를 바라봅니다 미묘한 표정으로.
꼴에 여자 앞에서 기는 죽기 싫다는 것인지 어색한 침묵을 깨고 지수가 꺼내는 말이 가관입니다.
소영이 너 빨간 땡땡이 빤쥬 이거 엄마 꺼 아니야? 커 보인다.
뭐래? 우리 집이 빤스도 못 사 입는 집으로 보이니? 난 엉덩이가 커서 큰 거 입는다 왜!?
알았으니까 팔이나 놔줘. 그만하자고. 잼 없어.
그러는 넌 왜 치마를 안 놓는 건데? 아직 확인할 게 더 있니?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지수가 화들짝 놀라며 치마 쥔 손을 폅니다.
하여간 너 앞으로 조심해. 이건 약과다. 날 또 화나게 했다간 알지?
그래? 와아 재밌겠다. 정말 궁금해지는걸? 우리 지수 군이 어떤 장난으로 날 즐겁게 해줄지..
못 말리겠네. 여자애가 참.. 빨리 집에나 가자.
그래. 한바탕하고 나니 더워 죽겠다. 빨랑 가서 씻어야지.
어린 남녀의 풋풋한 애정 행각이 아름답네요.
청춘들이었으면 둘 사이에 파바박 스파크가 튀어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선 당연히 상열지사가 무르익었을 텐데, 두 동심의 색정은 너무도 천진하여 다행히 불장난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대신 순결한 우정이 화기애애한 마무리를 이쁘게 빚어내고 있습니다.
저것 좀 보세요. 방금 있었던 티격태격은 오간 데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이 손 꼬옥 잡고 나란히 걷는 모습이라니.
보기 좋네요 흐뭇한 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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