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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색귀
    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3. 22. 22:29

     

     

     

     

     

     

     

     

     

     

     

     

     

     

     

    놀라지 말게.


    저 흉측한 장면이 3차원 물질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

    자네도 그 정도는 간파할 수 있겠지?

     

    4차원에 존재하는 저놈은, 자네 인생 전반을 점령하다시피 한 저급령들과 마찬가지로 자네의 육신을 탐하고자 하는 욕망에만 사로잡혀 있다네. 자네 몸을 둘러싸고 있는 4차원 오오라가 일찌감치 "에프엠의 달빛"에 오염되었기에,

    먹이나 다름없는 훼손된 오오라를 감지하게끔 조정된 저것들이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드는 것일세.
    왜곡과 퇴행을 오가는 잠재의식에 묶여 한껏 위축되어 있는 그것을, 이를테면 음탕귀가 확인사살 하고 있는 셈이지.

     



    너무 끔찍하군요. 볼 수 없다면 속이나 편하련만..


    저 녀석은 지금 뭔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주책없이 껄떡대고만 있으니..

    에이 한심한..

     

     

     

     

     




    절망적이도록 찝찝한 공포가 전신을 칭칭 동여맨 것도 잠시.


    괴물이 뀐 방귀 같은 음탕한 기운이 화한 박하 향처럼 콧속을 후비고 들어가 부어오른 뇌를 마사지하자,

    텅 빈 듯 멍한 머릿속에선 색정의 불꽃이 이글거리기 시작하였다.

     

     

     

     

     




    으윽 이런..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아요!
    떨어져서 목격만 하는 저에게 왜 이런 통증이 오는 거죠?

     



    진정하고 정신을 집중하게.


    지금의 자넨 감도가 높아진 영체이기 때문에, 일종의 개방 회로로서 4차원계의 자기장과 촘촘하게 접속되어 있네.

    그러니, 분신 오오라에게 가해지는 폭압은

    연결 코드인 자네한테 즉각적인 충격파로 고스란히 와닿는 거지.


    저 굼뜬 영육이 사태 파악을 못하고 자신의 소중한 의식을 하찮은 귀신 따위에 내주려 하니,

    위기감의 무의식적 반응은

    영적 상위체와 랜덤하게 교감하여 위험을 통보하는 형태로 발현될 수밖에 없는 거라네.


    신경계를 교란하는 사념파일 뿐이야. 공명하지 말게.

     



    말이 쉽군요. 정신 집중을 하라구요? 전 초능력자가 아닙니다.


    대체 언제까지 저놈을 지켜봐야 합니까. 도망가려 해도 발이 움직여지지 않잖아요!
    옴짝달싹 못하게 여기 잡아 놓고 저걸 보라니요.. 이건 좀 잔인한 거 아닙니까?


    제발 그만 하고 저를 현실로 옮겨 주세요.

    무서운 건 둘째 치고 아파 죽겠어요!!

     



    우리가 자넬 강제하고 있다 생각하나? 결코 아니야.


    자네의 평행 우주들이 사라져가고 있어.

    멸망의 기로에 선 억만 분신들이 자네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세.


    현재로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머지않아, 자네를 지배하는 어둠과 혼란이 명확히 밝혀지고 명백히 해소될 것이야.

    우선은,

    과거와 미래의 업장이 자넬 여기까지 (혹은 더 곤란한 지경으로) 밀어붙이는 추진력이라고만

    알아 두게.


    돌아갈 때가 되면 자넨 다시금 자유로이 운신하게 될 터이니, 조급한 두려움은 거두고

    차라리 느긋하게 영화 보듯이 저 현상을 관망하게나.

     

     

     

    어우 얄미워 말이라도 못하면..

    그걸 지금 위로라고..

    친구 맞아요??

     

     

     

    어허, 경거망동하지 말게! 불손한 언사는 자네에게 해가 될 뿐이야.


     

     

     

     

     

     

     

     




    나 그만 갈래.

     

     



    일방적으로 가려고 하는 미영의 팔목을 잡아당겨 도로 앉히고는,

    입술을 뜯어 먹으려 작심한 사람처럼 우악스럽게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아야! 팔 좀 놔줘. 우웁..!!

     



    이 암컷, 넌 내 거야!

    나한테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


     




    '저런 치졸한 멘트가 왜 뜬금없이..?

     

    그리고 저거 내 목소리 맞아?
    거칠고 음산한 (녹슨 경첩이 삐걱대는 것 같은) 저것이 지금 내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란 말인가.
    그럴 리 없어.

     

    그 더러운 귀신이 내 입을 빌려 얘기하는 거로군.'


     




    준이 오빠! 터프한 거 나도 좋긴 한데 이건 좀 심한 것 같애..

    이러다 상처 나겠.. 헉.


     




    '저 애는 괴물의 음성을 듣지 못했겠지. 놈은 사람이 아니니까.


    저 때의 내가 원하는 바는 놈도 당연히 원했을 테고. 색귀가 다 그렇듯이..

    이미 지니고 있던 내 음심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더 과격하게 나를 조종하려 드는 것이겠지.

     

    쳇! 색귀와 내가 아주 죽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었군.

    그래서,

    난 저렇게까지 추잡하고 싶진 않았는데 결국 저 지경까지 몰아갔던 거로군..'

     

     

     

     

     

     

     

     

     

     




    "나의 음란한 상념이 저 망할 놈하고 합동으로 찍어낸" D급 쓰레기 필름을

    4차원 스크린에 투사하고 있다 이겁니까, 지금?

     



    실재 사건을 매개로 한 난잡한 상상은, 삽시간에 증폭되어 극단의 행태로 부조리를 버전 업(?)하는 경향이 있네.

     

    지금 자네가 보고 있는 "중음계의 사념적 해프닝"도,

    시공의 어느 구역 (악화된 사건계로서의 평행우주)에서는 진즉부터 현실화되어 있다네.

     

    무의식 차원에서 인류의 집단의식을 교묘히 조작하는 에프엠의 파상 공세로

    음습한 복마전이 되어가고 있는 중음계 자체가,

    "극한의 사악함이 곧이곧대로 육화 하는 악마 우주"의 데자뷰인 셈이지.


     

     

     

     

     

     

     

     




    상준의 사지가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를 않고 놈의 지시에만 로봇처럼 복종하는 형국이었다.


    미영의 머리카락을 힘껏 쥐어 젖힌 다음, 입 주변은 물론 목 부위를 포함한 얼굴 전체를 빨고 핥으면서

    나머지 손으로는 그녀의 다리를 종아리에서부터 마구 주물러 올라오기 시작했다.

     


    난폭한 스킨십에 비명을 지르며 반항해야 정상인 그녀의 반응 또한 이상야릇해지고 있었다.
    상준의 입을 통해서 분사되고 있는 "음란귀의 구린 입김"이 그녀의 얼굴을 도포할 때마다,

    미영은 얕은 신음을 내며 그를 껴안는 적극성마저 보였다.

    상준의 목 뒤에서 허우적대던 그녀의 손이, 갑자기

    자신의 허벅지를 문지르느라 여념 없는 그의 손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할퀴듯 급하게 상준의 손목을 잡고는, 자신의 짧은 치마 속으로 거침없이 끌고 들어갔다.


     

     




    '쟤 미영이 맞아?

     

    나야 괴물 같은 놈한테 빙의되어 저런다 치고, 쟤는 왜 갑자기 터프(?)해진 거지?
    지금껏 내숭이었고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내는 건가?

    아니지, 내 뱃속에 버티고 있던 그 징그러운 놈이

    우리가 키스하는 틈을 타서 이번엔 그녀의 목구멍을 헤집고 들어간 모양이군.

     

    기분을 뿅 가게 한 후에 극치의 쾌감으로 적당히 연해지면 나를 잡아먹으려고

    그녀를 이용하는 걸까..

     

     

    하여간,
    일말의 공포심도 느끼지 않는 저 애를 보니, 3차원 공간에 한정된 인간의 의식이란 건

    악귀의 농간과 난동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고 눈 뜬 장님에 불과하다는

    친구의 말을 새삼 실감하겠어.



    어둑함과 으슥함을 적당히 이용했다 쳐도, 엄연한 길거리에서 노골적인 행위를 연출하는 저 뻔뻔함..


    행인에게 들키면 엄청 쪽팔릴 수 있는 상황인데도, 절박한 초조감 따위는 안중에 없는 저 대담함..


    참으로 귀신의 발호란 대단한 게야, 퉷!

     

    평소엔 비교적 육감이 발달한 편이라 자부하던 내가

    저 땐 아주 여체에 눈이 뒤집혀 "아까 잠깐 가졌던 경계심"조차 뒷전에다 멀찍이 제쳐 두었군.

    쯧쯧, 잘한다 잘해!
    조심은커녕, 고조되는 위기의식이 도리어 나의 흥분을 절정으로 달려가게 만든 셈인가. 변태가 따로 없었네.



    "고마운 귀신아, 부디 이 아이를 어떻게 할 때까지만 나 대신 사주 경계를 해다오."

     

    설령 마귀를 알아봤더라도 저 순간엔 뭐 요따위 발칙한 부탁이나 했을 테지, 못난 놈.. 왜 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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