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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 쾌락 주의보
    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4. 12. 18:24

     

     

     

     

     

     

     

     

     

     

     

     

     

     

     

     

     

    친구여, 저것이

    조금 전까지 고통을 호소하며 SOS를 요청하던 내 오오라 맞습니까?!

     



    음탕귀의 영향권 내에 완전히 흡수된 상태라네. 당시 자네의 의식을 그것이 백 퍼센트 점령해 버린 꼴이지.


    악귀가

    퇴행된 오오라를 포섭하여 3차원 육신을 지배하게 되면,

    숙주는 의식의 진동수가 현저하게 떨어져 사고가 거칠어지고 어린애처럼 단순해지기 마련이네.
    약한 상대에겐 유치한 우월감을 폭력적으로 행사하고 싶어 하는..

     

    한마디로, 2차원적 상념 패턴에 얽혀 들어 야수가 되어간다고나 할까..

     



    짐승이 4차원 어쩌고 외계인 어쩌고 떠벌리는 게, 우습기만 하군요.

     



    자신이 차지한 그릇"에 새겨진 상념 자료를 마귀가 무의식 중에 활용하고 있을 따름이야.


    이 자료란 게,

    감염된 오오라의 수준에서 웅성대는 "꿈속 환청"에 불과하지만 말이지.


     

     

     

     

     

     

     

     

     




    폭신한 쿠션의 매트리스 같은 미영의 몸속으로 그가 서서히 침잠하고 있다.


    작달막한 그 애의 체구가 180CM에 가까운 상준보다 더 길어져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늑하기 그지없는 맞춤관 속에 엎드린 자세로 안치되고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시체가 된 듯한 기분..

     

    바닥 없는 늪 속에 잠겨 쿨렁쿨렁 가라앉고 있는데도 숨 막히는 고통은 없고, 단지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내려갈 때의 (기분 나쁜지 좋은지 헷갈리는) 묘한 저릿함만이

    전신에 소름을 돋게 할 따름이다.

     


    쾌락의 끝을 예고하는 분출 그 직전의 고요가

    소름의 분화구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와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마치 안락사 당하는 심정으로

    그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활달한 분출을 태연하게 기다리는 것 같았다.

     

     

     

     

     



    시내 한복판의 뿌연 밤하늘에

    어느 때부터인가 검은 구름이 생성되어 역동적으로 요동치고 있다.

     

    (스모그를 제외하면) 비교적 맑은 여름밤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에 정지한 채 랜덤하게 자체 운동하고 있는 그것은,

    일반 먹구름에 비해 훨씬 짙었고 테두리가 선명하였다.


    상준의 뒤통수 정중앙에서 수직으로 오천 미터 상공의 정확한 지점에 이상한 구름은 위치하고 있으나,

    절정으로 치닫느라 머릿속이 백지 상태일 수밖에 없는 그로선 그것의 존재를 알 도리가 없었다.

     

     

     

     

     

     

     

     

     





    당신의 우주선 맞죠?

     



    허허, 알면서 뭘 묻나?

     



    그렇담 저건

    과거의 당신입니까 현재의 당신입니까?

     



    자네 그렇게 여유로운 질문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대답을 원하나? 허면 말해 줌세.
    저것의 정체는, 자네의 시간 개념으로 치자면

    과거도 현재도 아닌 미래에서 온 우리야.

    조만간 이 곳에서 일어날 "돌발 사태"를 막기 위해 급파된 거지.

     



    현재의 당신이 그런 사실을 어떻게..

     

    미리 예상이라도 한 듯이 말씀하시네요.

     

     




    우리는 시간을 초월한 존재라네. 이 정도는 짐작하고 있지 않았나?


    평행 우주 시스템들을 주관하는 "위대한 동시성"이 우리의 상위 영체이며, 따라서

    우리는 부분이자 전체요 개체이자 편재라네.

     


    차원의 활성 거품을 드나들며 시공 엔트로피를 조율하는 우리에게

    예지력이란 대처 방식은 폐기 처분된 지 오래야.

    미래계의 복잡성을 구현하는 무한의 사건 변수들이

    우주 간 경계막을 따라 다양한 밀도의 상념 속도로 흐르고 있는데,

    상위체인 심오한 "근원 파동"과 연결된 우리의 정보 처리 시스템은

    이것들의 초(超)입자 신호를 주파수별(別)로 자동 포착하여

    우주 버블의 미세한 변화 및 명멸 양상을 체계적으로 도표화할 수 있기 때문이지.


    자네 존재의 영적 특이성을 비선형 계수로 치환하여 시스템에 입력하면

    자네와 연동하는 사건 변수들이 수량화되어 출력되고, 이들 중 가장 큰 수치가

    시공의 사활이 걸린 (가장 위험하고 중차대한) 사건계의 좌표가 되어

    웜홀 항법 장치 가동의 열쇠로 작용하는 걸세.



    이번 경우를 직선적 시간 개념으로 파악하자면, 자네의 현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유감스러운 사고가 발생했고 그로 말미암아

    과거인 이 시공에서 결과적으로 자네에게 해로운 상황이 초래되는 국면인 거지.


    어떤가, 굉장한 모순 아닌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4차원 평행우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개념 정리가 미흡한 자네로선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을 거야.

    차차 깨닫게 될 터이니 미리부터 고민하진 말게.

     

     




    에구,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요.

     


    근데 저의 미래에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줄 아셨다면

    그리고 이로 인한 돌발 사태를 방지하기로 결정하셨다면, 굳이 여기로 오지 마시고

    사고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가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는지요...

     

    아니,

    "그 시점의 당신들"이 여기로 오지 말고 그냥 미래에 남아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요?

     

     

     



    좋은 지적이군.

    이에 대한 답변은 일단 이렇게만 말해 두겠네. 오로지 자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앞으로도 자넨 우리와 몇 차례의 여행을 더 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중 하나로 그 사고를 경험하게 될 테니 말이지.

     

     

    악화된 미래 사건계의 강성한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과정에서는,

    관찰자인 동시에 주체라 할 자네에게도 자칫 불똥이 튈

    가능성이 크다네.

     

     

    그러나 이곳 정도라면, 우리는

    그러한 위험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자네의 과거계 분신이 야기하는 비정상을 조정할 수 있어.

     

    여긴 에프엠의 발호가 아직 완전히 무르익지 않은 단계라,

    지켜보는 자네한테 거의 악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단 얘기야.

     

     

     



    그렇게 얼버무리시니 더 두렵습니다.


    왜 저를 자꾸만 위험 속으로 몰아가는 겁니까!?

    이쯤에서 평행우주 여행은 마치고 부디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면 이 위태로운 모험 때문에 생기는 돌발 변수들도 깨끗이 사라질 거 아닙니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자네의 이런 반응이

    우리로 하여금 말을 아끼게 하는 거라네.

    누차 강조하지만, 이번 여정이,

    에프엠의 음모로 강화되어 가는 업장을 일거에 해소하고 나아가

    우주 정화의 기로에서 진화 영생할 수 있는,

    자네의 유일한 기회임을 결코 잊어선 안 되네.

     


    자네가 여기서 무릎을 꿇으면 자넬 둘러싼 우주들의 위상이 급격히 무너져,

    확률로 존재하는 "양자 우주" 버블이 꺼지는,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걸세.


    백 프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저히 줄어든 (유연한 긍정계들의 클러스터인) "성스러운 가능성의 거품"이,

    승기를 잡은 "어둠 우주"들의 집요한 발악에 더욱 밀려나

    희미하게 굳어가는 영계성(性) 변방 우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야.

     


    자네의 전적인 자유 의지가 한 바퀴 돌아 일단락 지어야 하는 소규모 체험 사이클을

    자네는 이번 기회에 필히 완결하여야 하네.

     

    그것만이 자네가 에프엠의 "파국 시나리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게.

     

    그리고, 그리하지 않으면

    자네의 (전후생을 포함한) 억만 분신들은 물론 "우리"의 생사여탈권 또한

    프엠의 수중에 떨어질 수 있음을, 아울러 명심하게.

     


    비록 이 사이클 동안 펼쳐질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이미 우리가 모두 추적하여 스크리닝해 놓았어도

    우리의 개입은 몇몇 중요한 분기점에서의 최소한이 될 것이며,

    설혹 자네 자유의사가 최악의 경우를 선택한다 해도 우리는 이를 기꺼이 존중할 걸세.


    이로 인해 우리가 입게 될 치명타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우리 사전에 절대 대대적인 강제 개입은 없을 거란 뜻이지.

     


    강제 개입은 4차원 이하 우주의 하위 순환 섭리에 속한 에프엠의 검은 전략 전술들 중 하나로,

    "그것들보다 상위 차원에 계신 빛 존재"를 추앙하는 우리에겐

    그것을 행사할 권한이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네.

    (지금처럼 예외적으로

    돌발 사태 처리를 위한 소규모 "조건부 개입"만 허용될 따름이고.)

     

    만일 임의로 강행하는 것이 가능하여 우리가 그러한 권능을 남용할 경우

    대(大) 근원 우주가 대미지를 입고 마는 사상 초유의 카오스를 불러오기 때문에

    대 창조 섭리의 차원에서 봉인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어쨌건,

    우리가 이렇듯 장광설을 늘어놓으면서까지 자네의 내면에 반복하여 호소하는 것만 봐도

    신천지를 창조해야 할 우리의 책임 앞에 자네 의지가 얼마나 막중한 역할을 하는지 자넨 느낄 것이며, 더불어

    더는 물러 설 도피처가 없음을 절감할 것이네.

     

     




    이 친근한 압박 전법! 왜 안 나오나 했습니다.

    듣다 보니 어느새 코너에 몰려있군요.


    알았어요. 도망간단 말 안 할 테니 안심하세요.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인데 이젠 슬슬 지겨워지네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일 바엔 이왕지사 병든 우주나 살려 보자고요.
    예 예, 죽지 않고 살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고요..

     

    나를 사랑하는 당신만 믿을게요. 됐죠?!


     

     

     

     

     

     

     

     

     




    미영과 입술을 포갰다는 확신이 조롱당하고 있다.


    상준의 무거운 머리가 그 애의 얼굴을 그대로 통과하여 땅바닥에 입을 맞추고 만 것이다.

     

     



    '어차피 환각일 텐데 뭔 상관이야.
    하나도 놀랍지 않아! 그저 빨리 하고 싶을 뿐.'

     




    (그렇게 단정 지으면 마음이야 편하겠지..)

     

     

     

     

    미.. 미영아, 오빠 시원하게 해도 되지? 네 안에..

     



    ...............

     




    '얘가 왜 이리 조용하지?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이건 마치 자위용 인형을 껴안고 있는 거나 다름없잖아!?

    뭐 어때, 까짓 거!

     

    내 경험상 얘랑 오래갈 것 같지도 않은데..

    설사 날 좋아해서 몇 번 더 만난다 쳐도

    만날 적마다 못 잡아먹어 껄떡거리는 내 모습에 금세 정나미 떨어질 건

    불 보듯 훤한 일.


    오늘 같은 기횐 다시 오지 않을 테니,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 하고 보자.



    여인의 배 위에서 맞는 이 뿌듯한 쾌감은

    너무도 달콤한 (깰까 봐 조마조마한) 한여름밤의 꿈.


    처량한 "나 홀로" 오르가슴에 비할 바 아니지.


    돌처럼 단단한 현실이 유리 같은 이 환상을 산산이 부서뜨리기 전에,

    서둘러 지복의 극치감을 남김 없이 쏟아내야지.



    나의 어여쁜 모르모트여,

    관능과 열정의 씨앗을 너에게 깊이깊이 심어 주마..!'

     

     




    양기가 급히 빠져나가는 만큼

    정수리까지 차 있던 무언가가 가슴을 거쳐 단전으로 내려왔고, 그것 때문인지

    그의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글쪼글해지는 것 같았다.


    양이 어찌나 많은지 봇물 터지듯 콸콸 쏟아져 나온다.


    보통의 사출 시간은 불과 몇 초 이내인 것이 정석인데, 어찌 된 영문인지

    분출은 멈추지를 않고, 쾌감도 끝없이 고조되어 하강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거야! 천국이 따로 없군.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 괴물은 내 편이었어!'

     




    기운이 다 빠진 상태라 머리를 드는 것조차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사로잡은 노획물(?)을 내려다본다.


    밀랍 인형처럼 창백한 (눈썹 한 가닥의 미동도 없는) 미영의 얼굴이 무진장 이뻐 보인다.


    감은 눈을 좀처럼 뜨지 않는 그녀의 경직된 무표정이 데드마스크를 연상케 하였다.

     

     



    '자는 척은..

    쑥스러운 모양이지?

     

    아, 사랑스러운 "나의 암컷"..'

     




    진한 키스를 또 한 번 시도하기 위하여 그녀의 푸르스름한 입술을 혀로 더듬었다.

     

     



    '이크! 이게 뭐야!!?'

     




    굳어 있는 미영의 안면 근육에서 유독 턱관절 부위만 움찍거리더니,

    닫혔던 입술은 이내 떨어지고 스르르 입이 벌리어졌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누리끼리한 점액질 용액이 입 안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목을 타고 내려와 가슴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많은 양의 그것은, 다름 아닌

    상준에게서 분출된 내용물이었다.


    그것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눅진한 대기에 섞여,

    그의 사그라들 줄 모르는 말초적 욕망을 또다시 자극하였다.

     

     




    '하하하! 정말 기가 막히는 판타지군.
    밑에서 쏘아붙이면 위로 토해낸다?? 크크, 웬만한 만화는 저리 가라 이거네.


    백지장처럼 하얀 얘 얼굴이 심상치 않지만, 전혀 걱정도 안 된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이걸 현실이라 믿겠어?

     

    이건 억세게 황홀한 꿈이야! 제발 깨어나지 말았으면..'

     

     




    미영의 거울처럼 반질반질한 얼굴에 상준의 몰골이 비치고 있다.

     

    저 지경의 심각한 상념들을 발산할 만치 아우라가 오염된

    "음란귀의 앞잡이"답게,

    외형의 끔찍한 변화 역시 상상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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