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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색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2. 28. 14:15
자네를 일부로 위험에 노출시킬 리 있겠나. 우리 목적지의 웜홀 출구가 이 위치일 따름이지.
인위적으로 육신의 3차원 파장을 들뜨게 하여 고(高) 진동의 4차원체로 변환하는 과정이,바로 이런 위험천만한 경우를 대비해서 필요한 거라네.
자네 같은 지구인이 평행우주를 여행할 때, 신변 안전 및 실존 붕괴 방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코스라고나 할까. 자네를 위한 특별 배려인 셈이지.
※ 실존 붕괴 : 차원 통로를 거쳐 순간이동한 여행자의 3차원 육체가 "사건 소자" 격류에 휘말려 들 때 발생하는 현상.
자신의 분신과 맞닥뜨리거나, 분신의 "관념 동선"에 섣불리 개입하여 벌어지는
혼돈의 나비 효과가, 상념이 투사된 "거울 우주"들의 전자기 망을 연쇄적으로 교란하여,
여행자의 영체를 구성하는 광자 세포에 일시적 역배열이 야기되는 현상으로,
이로 인한 "기시감 발작"이 정체성 분열을 위험 수위까지 촉진함.
사실,자네가 평행우주를 휘젓고 다니며 "사건 시공"을 맘껏 오염시킨다 해도 대(大) 근원의 섭리를 거스른다고 볼 수는 없네.
오히려, 무한 우주의 위대한 거품을 더욱 강화하고 유지하는 데 일조할 뿐이지.
그럼에도,생동하는 소(小) 우주 즉 인간이 손상 입는 것을 지고의 신은 결코 원하지 않으니까,
자네가 이렇게 무사한 것 아니겠나, 허허..
귀띔이라도 먼저 해주시던가..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 있는 무방비 상태의 나를
거의 죽음에 가까운 체험 속으로 내동댕이치신 거나 다름 없소이다그려.
여기 사람들이 날 보지 못하는 건 이해하겠는데..아무 충격도 주지 않고 차들이 내 몸을 통과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네요.
평행 우주 버블의 존립 자체는 대(大) 창조의 다차원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지만,3차원 지구에 갇힌 자네의 상념들이 무한 개로 엮어 놓은 (출렁이는) "염주알 우주"들 각각은,
창조주인 자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물질 지구 중심의 고립된 사건계"라네.
다시 말해, 평행 지구의 대기권 아래 세상은 현재계와 별반 차이가 없단 얘기지.단지 자네 몸이 고주파 유동 형질로 전환되어 물질과의 마찰 저항을 상쇄할 수 있었던 거야.
그런 면에서 보면, 투명인간이란 표현은 지금의 자넬 절반 밖에 설명하지 못해.
내 얘기가 믿기지 않거든 스스로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자네의 의식이 혼란스러운 것은, 한 차원 상승된 몸에 아직 적응이 덜 됐기 때문이네.
가로수에 기대었다고 생각한 건 정녕물질계에 익숙한 사고방식이 빚어낸 착각이란 말인가.
내 시야엔 기존과 별 다를 바 없게만 보이던 육신이,나무와 반쯤 겹쳐져 있음을, 깨달았을 때의 난감함이란..
딱딱한 목피 속에 파묻힌 상반신을 부랴부랴 건져 내어 곧추세우고당혹스러운 눈길을 처음 건넨 곳은, 지척에 버티고 선 한성 극장.
'가만있자.. 한성극장이라면...'
음탕 귀 난동의 극명한 케이스가 서려 있는 사건을 되짚어 보기 위해이곳으로 자넬 데려왔네.
아, 기억납니다. 작년 여름 한창 더울 때군요.갑자기 창피해지고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꾸물거리다 놓치지 말고, 어서 당시의 자네를 찾아보게나.
어 그래, 니가 미영이구나.
짜식, 이쁘기만 하네..어젠 왜 그렇게 자기 비하가 심했냐.
에이, 몰라요..아부성 발언인 거 모를 줄 알고요?
요즘 애들은 칭찬을 해줘도 투덜거려요.
그나저나 왜 늦은 거니?!무더운 날 괜히 오빠 발에 땀나게 만들고 말이야.
헤헤 미안,오빠한테 잘 보이려구 단장 좀 하고 나오느라
쬐끔 늑장 부렸어요. 봐줘요 잉!
은근슬쩍 내 팔을 잡아 끄는 아이.
'하아, 욘석 봐라. 애교도 부릴 줄 알고..이거 잘만 하면, 오늘 중에 뭔 일 낼 수도 있겠는데!?'
참, 오빠. 저어..실은, 제 친구 한 명 델꼬 나왔는데..
괜찮죠?
'엉?!!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무어라? 친구라 고라..?이거 얘기가 다르잖아! 혼자 나온다 해놓고!
오빠랑 단둘이 오붓하게 데이트 즐기자 해놓구선..
아이 참! 어쩌다 보니 일이 요리된 걸 나더러 어쩌라고요!
왜요? 친구 데리고 나와서, 오빠 삐쳤어?나 그냥 갈까??
'요런 앙큼한..어째 내가 당하는 느낌인데..
그래! 까짓 거.일이 이렇게 진행된 이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자! 두 명의 여인이라..
나의 이벤트(?)를 성사시킬 확률은 다소 떨어졌지만, 약간만 더 신경 쓴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그래, "모 아니면 도" 작전이다. 정공법 대신 모험을 좀 걸어 볼까나.
잘만 하면 귀여운 것들을 한꺼번에..? 크크크..'
가긴 어딜 가.알았어, 오빠가 그 정도 이해 못 하는 밴댕인 줄 아니?
근데, 친군 어딨어?
또래로 보이는 하나가 헐렁한 청바지 차림으로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우악!! 저런 화상은 어디 숨었다 나타난 거야!?
젠장,미영이의 이쁘려다 만 얼굴이 눈에 익지만 않았어도
이런 실망감은 들지 않았을 걸..'
유리야, 여긴 준이오빠. 인사드려.
'큭! 유리라고?얼굴하고 매치가 안 되는 이름이네.'
안녕하세요. 미영이 친구 유리예요.
'가만 가만..목소리가 꽤 낭랑하네?!
어럽쇼??키도 미영이보다 더 크고 (미영의 키는 153cm임) 몸매도 그럭저럭 봐줄만하잖아!?
저 가공(可恐)할 얼굴만 빼면, 미영이보다 못할 건 또 뭐겠어.이래서 세상이 공평하단 건가?
그런데 저 옷 입은 꼴은 어째 영..운동화에 흙 묻은 것 좀 봐라.
머리는 왜 저 모양이야?
아무리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만 저런 몰골로 시내 한복판을 거닐고 싶을까.
으이그, 낯짝에다 뭐라도 그리고 나오면 손가락이 부러지나?하긴, 호박에 줄 그어 봤자겠지만..'
어어, 유리..반가워.
오빠, 우리 급하게 나오느라 저녁 못 먹었걸랑요.여기서 간단하게 먹고 들어가죠.
'아주 대놓고 물주 취급이군..'
아니 뭐.. 저녁 먹을 시각이긴 한데..집에서 노는 것들이 끼니는 칼같이 따진다?
쳇..요즘 다이어트하느라 오늘 점심도 안 먹었단 말예여!
다이어트하려면 저녁을 굶어야지, 이것아!
그래서요? 안 사주겠다고?오빠, 돈 부족해??
인마, 나를 뭘로 보고..!그건 그렇고 너 말이 점점 짧아진다!?
'뭐야, 저 오묘한 비웃음은..하여간 벙개에는 이골이 난 구미호 같으니라고!
언제 당할지 모르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지.'
얘들아, 덥다 더워.푹푹 찌는데 이렇게 서 있지 말고 일단 들어가자.
돛대리아의 자동문을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의 서늘한 냉기가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포함한) 땀방울들을 후려쳤다.
이제 좀 배부른 모양이네?
그럼요, 햄버거에다 프라이드치킨까지..배 터지게 잘 먹었어요 오빠.
그래 갖고 뭔 놈의 다이어트.그냥 통통녀로 살아라. 오빤 지금 모습이 더 좋아.
이때가 기회다 싶어, 미영의 물올라 팽팽한 엉덩짝을 슬쩍 때리듯이 더듬어 보았다.
포만감이 기분을 좋아지게 했는지 그녀는 날이 선 반응 대신 깔깔거리며 대충 받아 주는 모양새였다.
'이래서 통통녀가 좋다니까.두꺼운 피하지방만큼이나 반응이 무디걸랑.
저 어수룩해 보이는 유리도 경계할 필요는 없겠어.
이 만만찮은 불여시만 계속 잘 구워삶는다면유리라는 보너스 상품까지 손에 넣을 수 있겠는 걸.
감 잡았어!오늘 한번 원 없이 희롱해 보리라
요 맛깔스러운 먹잇감들!!''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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