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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악화일로 1
    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2. 2. 03:48

     

     

     

     

     

     

     

     

     

     

     

     

     

     

     

     

    차원간 이동 통로인 웜홀을 확장하여, "자네의 사건이 주관하는" 평행 우주로 자넬 이동시킨 거라네.


    웜홀을 통과하는 동안 육신의 파장을 높여 놓았으니, 자넨 투명 인간이 된 셈이야.
    들킬 염려는 하지 말고 다가가서 찬찬히 관찰해 보게.

     

     

     

     

     

     

     

     

     



    또 다른 상준은, 불과 십몇 분 전 그가 했던 파렴치한 행위를 한 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제로 입을 맞추려는 대목에서부터 무언가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하였다.


    그의 손이, 보다 거칠고 과장된 동작으로 그러나 한편으론 능숙하게,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스타킹을 말아 내리는 것이었다.

    더욱 위화감이 드는 것은 바로 이때부터가 본격적이었다.

     

    강렬히 저항하던 소녀가 어느 순간부터 포기한 듯

    경직된 몸을 풀며, 휘두르던 팔을 그의 목에 얌전히 걸쳐 놓는다. 그리고 속삭인다.

     



    아저씨, 추워요. 빨리요..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범벅된 몸짓이 그의 가슴께로 자꾸만 파고 들어왔다. 오들오들 떨면서도 말이다.
    또 다른 상준은 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하게 일어난 욕정을 당황한 그녀 속으로 신속하게 밀어 넣었다.




    한 가지 더 신기한 것은, 이 광경을 목도하고 있는 관찰자로서의 상준에게도

    직접 겪는 것처럼 생생하게 감각적 흥분감이 전해져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근원에서 갈라진 분신들이기 때문일까.


    망나니짓을 하고 있는 쌍둥이 동생을 지켜보듯 심경이 괴롭고 혼란스러웠으나

    그 와중에도, 촉감을 통해 느끼는 쌍둥이(?)의 흥분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몸을 떨게 하는 것이었다.



    남김없이 받아들이는데도 그다지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 걸로 보아 여러 번 경험이 있음을

    상준은 직감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며 급히 치르는 거사인지, 두어 번 오고 가기도 전에

    도플갱어는 품고 있던 "음탕의 씨"들을 쏟아내고 있는 듯하였다.


    순간, 맹목적인 쾌감이 - 귓전을 스치는 - 칼바람처럼 싸늘하게 식어 버렸던 걸까.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이 파악된 양

    황급히 주변을 살피며 바지춤을 추스리기에 바쁜 그였다.

     



    그때까지도 목에 팔을 두른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에 여념 없던 그녀가 마침내 한마디 내뱉는다.

     



    아저씨, 돈 좀 줘..




    소녀의 맹랑한 발언에도 - 이곳의 파렴치한 - 상준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를 뒤졌다.


    그 속엔, 백수 신세로 열흘은 버틸 수 있는 거금(?) 삼만 원이 며칠 전부터 구겨져 잠들어 있던 터였다.

     



    자아, 전(全) 재산이다. 이것밖에 없어..




    구겨진 지폐들을 몽땅 그녀의 외투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부랴부랴 도망쳐

    평행우주에서 온 또 다른 자아의 옆을 스치며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는 그였다.



    혼자 남은 소녀가 흐트러진 매무새를 꼼꼼이 정리하고 있는 동안,

    경찰관 두 명이 코너를 돌아 그녀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절묘한 타이밍이군.'

     



    분신이 자리를 떴음에도 감정 이입의 상태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상준은

    식은땀을 흘려 가며 소녀의 다음 대응을 관찰하고 있었다.


    만일 경찰에 신고한다면, 얼마 달아나지 못했을 도플갱어는 틀림없이 잡히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착하게,

    다가오는 경찰관들 옆을 지나갔다.


    그들 중 한 명이 뒤를 돌아 힐끔 바라보았으나, 이후 별 다른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 펼쳐지는 광경은, 자네가 아까 소녀의 입술을 훔치려 들면서 품었던

    음흉한 상념들 중 하나가 실현되고 있는, "가능성의 미래계" 모습일세.

     

     


    우리가, 주변을 순찰하던 경찰관들의 사고(思考) 패턴에 자극을 가하여

    자네 행동의 파행 수위를 현저하게 떨어뜨려 놓았기에,

    방금 목격한 극단적 상황을 현실계에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만, 사악한 외계인들이 조작해 놓은 에프엠의 파동 에너지는 결코 순순히 물러나지 않는다네.


    인간의 내면을 흔들어 증폭하는 에프엠은 그 자체가, 상상계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는 에너지란 말이지.

     


    이곳 평행우주로 자네를 따라 날아온 그 에너지 빔은 이곳의 오염된 달빛과 도킹하여,

    더 나쁜 결과를 방사할 수 있는 "사건 소자"를 잉태하게 된 거라네.

     


    자네를 비롯한 모든 지구인들이 품게 되는 음란한 사고의 파장이

    이렇게 총체적으로 평행우주의 달빛들을 오염시키고 있네.


    평행 우주간 연쇄 반응으로 에프엠은 증폭의 강도를 높이고,
    더욱 강렬해진 기운을 달빛에 실어 인간 개개인의 시공간을 맹폭하고 있는 것이지.

     

     


    삶의 궤적이 요동치는 시공 안에는, 전생과 현생, 후생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영계의 존재"들이

    좋든 싫든 인간과 함께 상존하고 있다네.


    에프엠은 이들 미숙한 영적 존재에까지 사악한 기운을 침투시켜 생명의 파괴를 부추기고 있어.


    방금 목격한 사건 속의 자넨 소위 음란귀 (생전에 음탕한 삶을 살다 죽은 자의 유혼으로, 자신의 죽음조차 망각하고, 살아 있는 듯이 행동하며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저급령)에게 내면을 빼앗기고

    그것의 행동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던 거야.

     

     

     

     

     


    그런 까닭이면, 저 소녀 또한 음란귀의 습격을 받고 저런 황당한 태도를 보인 겁니까?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


    자네 스스로도 짐작하고 있는 바와 같이, (매스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포함) 지상을 뒤덮은 음란함의 그물망이

    그녀들의 집단 의식을 야금야금 옥죄어 온 결과라 보는 게 더 옳겠네.


    기성세대의 과도한 성적 욕망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에서

    각종 일탈과 그 부작용으로서의 성폭력 등을 빈번하게 목격하거나 직접 겪는 어린 여자들이,

    서서히 갈라지는 의식의 균열을 체험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이러한 영적 쇠락의 질풍노도를 감당해야 하는 청소년들의 대응 양상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네.


    불안에 떨며 만성 우울의 포로가 된다던가,
    감성을 무디게 하여 현실의 아픔을 외면하고 "타성이 주도하는" 삶의 흐름에 되는 대로 몸을 맡기면서

    "각박한 세태가 심심찮게 휘두르는" 광기에 그때그때 적절한 맷집으로 대처하던가,
    이도 저도 아니면, 검은 섭리의 전략에 적극 편승하여 돈과 쾌락의 노예가 되어 버리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일세.

     


    물론, 이 세 가지 범주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순수하고 지혜로운 청소년들도 많기는 하지.

    그러나 머지않아 소수로 전락하여 천연기념물화 되어갈 아이들이라네.

     

    그 애들을 보호하는 것이 곧 세상을 보호하는 길이기에, 우리의 주요 임무들 중에는 그것도 포함되어 있네.

     

     


    그런데 아까 그 소녀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비율이, 세 번째의 극단적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지.

    (사회적 문제 운운하며 걱정해 주는 척 위선을 떠는 게 또 에프엠적인 가증스러움이긴 하나 이는 일단 논외로 하자고.)

     


    일단 문밖에 나서면,

    뿌연 안개처럼 대기를 가득 메운 "욕정의 미립자"들이 - 사람들이 흔한 자연 현상이라 치부하고 넘어갈 - 스모그의 형태로 이들의 호흡기는 물론 전신의 모공을 기습하지.
    그리고 이것은,

    성장기의 왕성한 호르몬 작용과 연계하여 성숙한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생성한다네.


    "잠재적 치한들이 활보하는" 거리를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써

    불안으로 곤두선 신경과, 남성에 대한 획일적인 편견을, 굳건한 갑옷처럼 차려입고 집 밖으로 나오지만,
    매스컴의 세뇌에 한껏 고무된 순진한 소녀는

    자신의 피어나는 싱싱함이 성적인 매력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흐뭇함을 느끼며, 한편으론

    (본인이 가지는) 성적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높이 사 줄 (역시 성적으로 민감한) 이성(異性)의 노골적인 추파를

    은근히 상상하기도 하지.

     


    이러한 상념이 환상을 불러 일으키고 현실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야기하는데도, 청소년들이 이를 직시하기 어려운 건

    단지 어려서라기보단, 잠재의식 차원에서, "희미하지만 점차 선명해질" 공통의 트라우마들이 자라고 있어서라네.


    영혼에 위해를 가하려 하는 험난한 세상을 향하여 무의식적인 두려움과 증오가 - 해맑은 가슴으로부터 - 비수처럼 돋아남과 동시에,

    자신을 성적 도구로 내몰면서까지 매력을 흠뻑 발산하고픈 마조히즘적 쾌락에의 욕구 또한 무의식의 피막을 뚫고 날카롭게 솟아나는 것일세.

     


    이렇듯 상반된 심리의 불편한 공존이,

    "삶의 주변을 맴돌며 엄습할 기회만을 노리는" 현실의 위기 앞에서 그녀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위험 인식에 대한 불감증을 퍼뜨려, 즉각적인 저항을 해보려는 의지마저 꺾어 버리는 주범인 것이네.

     


    인간을 죽음으로 이끌기도 하는 (악마의 여러 무기들 중 하나인) 스트레스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소녀의 행태는 - 법, 도덕, 양심을 위반한 심각성을 떠나 - 주관적으로 타당하다 합리화할 수도 있겠으나,

    피상적이고 국소적인 임시 방편에만 의존하여 근본적인 치유와는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야기하게 되니,

    아무리 무의식의 발로라 해도 결국은 참된 지혜에서 우러난 반응이 아니기에 인과율의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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