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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미완(未完)을 거니는 고독 : 시를 아는 척 4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2. 24. 21:47
세상은 사랑 비슷한 것들이 있어 아름답습니다그래서 그대도 아름답습니다
그대에게 사랑 비슷한 것 밖에 줄 수 없는 그녀가
아름답지 않겠노라 다짐합니다
그대에게 사랑 비슷한 것마저 줄 수 없는 난
아름다울 자신조차 없어요.
그대를 너무 사랑하니까시가 써지네요
시를 너무 사랑하니까
그대는 시가 되었네요
사랑 비슷한 시는
나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대가 있어 발랄한
생기를 드릴까요
그대의 희미한 존재감에도 마냥 부푸는
희망을 드릴까요
그녀가 내게서 원하는 것..
정말 없나요?
그녀를 모르는 그대가
아무렇지 않게 떨어뜨리고 가는,
기다림의 조각들.
걸음마다 쫓아가 그것들을 정성껏 맞추는
그렇게 완성을 향하기만 하는
아름다운 퍼즐 게임은 어때요..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지만,아이 비슷한 것은 자라지 않아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철없는 아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고,
어른도 때로는 아이가 되고 싶어 합니다.
아이 비슷한 것이 되고픈 나는,
아이일까요,
어른일까요.
숙녀는 가고 소녀가 옵니다.파도는 가고 잔물결이 옵니다.
구름은 가고 안개가 옵니다.
세련된 짝사랑은 가고
해말간 포옹이 옵니다.내가 사랑하던 그는 가고
나를 사랑하는 그녀가 옵니다.슬퍼서 행복한 하나는 가고
기쁨이 찾는 전부가 옵니다.꽉 짜여진 완성작은 가고
넉넉한 초안이 옵니다..엄마,
저 안에서 지금
큰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요.
오백 년 도읍을 주물던
찬연한 성은(聖恩)이
아직도
퍼런 도포자락을 펄럭이는
대궐 안에서,
평화들의 치열한 암투가
단청(丹靑)보다 현란한 고요를 들쑤셔
퀴퀴한 곰팡내는
가지런히 피어오르고 있어요.
가장 단정한 평화가
여봐란듯이 천하를 평정하고
성은이 망극하여
머리를 조아리면,
살아남은 평화들은
대세에 순응하여
무릎을 꿇고
비장한 각오로
어금니를 으스러뜨린대요.
큰 싸움 치른 대궐에선
가슴 치는 향기가 나요.
뎅강 뎅강 목이 잘린
단정치 못한 평화들의 시체
널브러진 사이 사이
환호성을 지르며 뛰노는
향기.
나를 닮은 향기..
평화들의 시체가 썩어 오백 년을 키워 온
밤나무의
향기 나는 한숨 소릴 들어보세요,
엄마..
[경복궁 백일장에 떨어져 후련한 아이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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