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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 애착을 거니는 고독 : 집착과 미련(未練) 사이 어디쯤 3
    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2. 18. 03:43

     

     

     

     

     

     

     

     

     

     

     

     

     

     

     

     

     


    그런 류의 황당함에는 어느덧 많이 익숙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

     

    그 피치 못할 사정이란 걸 파악할 길 없는 막막함이

    헛수고의 허탈함과 "개무시가 주는 소외감"을 끝없이 솟아나게 하였지만..

     

    그렇게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잔인한 애잔함의

    갑작스러운 습격으로 비틀거리면서,

    초췌해진 쓸쓸함을 펑펑 쏟았지만..

     

     

     

     

     

     

     

     

    시네마 콤플렉스는 부분 공사 기간이라

    걸린 영화들 가운데 몇 편만이 순차적으로 상영 중이었지..

     

    어수선한 게,

    설사 너를 만났어도 거기서 영화 볼 생각은 사라졌을 듯.

    재밌을 것 같은 영화도 별로 없었고..

     

     

     

     


    후덥지근한 한낮의 강렬한 볕이,

    물러가지 않으려 버티는 늦여름의 앙탈을 제대로 보여 준 날이었지만,

    가슴속은 꽤나 서늘한 것이,

    이날따라 그 많던 땀마저 인색하게 흐르더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공포스러운 "낯섦"과 맞닥뜨려야 했던

    "이방인"의 노곤한 절망이

    서늘한 가슴을 섬광처럼 지지더라.

     

    까뮈도 이러했을까.

     

    까뮈의 아뜩한 고독도, 이날만큼은

    나의 그것보다 한 수 아래 같더라.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긴 했어도 어쨌든 그 정도면 성공적인 삶이었지 않나.

     

    타고난 천재성 자체가 행운이었고,

    세상 잘 만나 생전에 이름을 날릴 수 있어 또한 행운이었고..

     

    삶을 무리없이 헤쳐 나가던 그 어른스러운 사회성과 추진력.

     

    풍족했는지 여부를 떠나

    적어도 명예 하나만은 기똥차게 남겼지 않나.

     

    스스로 고통스럽기 짝이 없던 내면 또한,

    여유로운 권태가 심심하여 고안한 유희라고 밖에..

     

     

    아무튼

     

    사후에도 그의 이름을 드날리게 한

    부조리한 고독이,

     

    죽음보다 더한 "실존의 고통"이,

     

    대지에 눌어 붙은 진득한 두려움이,

     

    이날만큼은

    나의 고독에 비해 왜소하게 여겨지더라.

     

     

     

    유리장에 진열된 트로피처럼,

    범상함은 감히 풀지 못하는 난해한 공식처럼

    달의 뒷면에 또아리 틀고 앉아

    속된 나를 비웃는

    "그의 꽃단장된 비현실감"보다야,

     

    나의 추레한 방황이 훨씬 더 실감 나게 참담하더라.

    이날만큼은..

     

     

     

     


    삶의 주변을 겉도는 것이,

    삶에 찌들 때의 갑절은 더 피곤한 건 아마도,

    짓누르는 중력의 느낌을 마비시킬 생산적 활동 그 조급한 느긋함에서

    이탈하였기 때문일 테지.

    환장하리만치 여유로운 조급증이

    잔인한 중력을 고스란히 느끼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무거운 몸을 끌고서

    서울의 한복판을 헤매고 싶어 지더라.

     

    뙤약볕에 실컷 노출하여 제법 그을리면,

    창백한 무표정의 이 "울고 싶음"도

    자글자글한 미소를 지을 수 있으려나..

     

     

     

     


    폭발 직전의 (속 터지는) "2008 서울"에서,

    자포자기한 Back Street들이,

    정겨움 결핍으로 말라가는 사내의

    두리번거림조차 성가신지

    상처 입은 욕망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더라.

     

    피눈물나는 분노가 불안에 시달려

    몰라보게 허름해진 을지로, 청계, 퇴계로는,

    뭣도 모르고 저 혼자 좋다며 실실 쪼개는 인공 하천을

    내놓은 자식인 양 거들떠도 안 보더라.

     

    백치처럼 히죽대는 그것을 따라

    나 역시 졸졸졸 흘렀다.

     

     

    내 하얘진 머릿속을 닮은

    아무 생각 없는 서울.

     

    노쇠한 본능으로 달궈진 이곳의 대기가

    이용가치 없는 사내의 숨통을 막으며

    슬슬 알아서 밀어내더라.

     

     

     

     

     

    솜사탕 하나 쥐어 주고 끝내 돌아오지 않은 약속이,

    끈질기게 자동 응답을 내미는 태평한 컬러링이,

    배신감 운운하는 유치함을 난폭하게 비웃어도

     

    그것 또한 나에겐 덤덤하게 다가오는

    왠지 낯익은 황당함이더라.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존재함이 어차피 황당 그 자체여서일까.

     

     

     

     

     

     

     

     

    외로움이라고 다 같은 외로움이 아닌 것을..

     

     

     

    삶을 겉도는 외로움이

    삶에 찌든 외로움과 섞이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을..

     

     

    피하지방 같은 외로움은 스스로의 무게로 헉헉거리다가

    결국은 삶 위에 철퍼덕 주저앉기 마련인 것을..

     

    뼛조각 같은 외로움이 예리함으로 아무리 찔러대도

    결국은 그리 주저앉아 꼼짝도 안 할 것을..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 든든히 받쳐 주니까

    마음 놓고 화끈하게 타올라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는 외로움인 것을..

     

    그것을 뒤늦게 껴안아 길게 사랑하려는 외로움은

    상투 잡고 내려갈 일만 남은 바보인 것을..

     

     

    희망이 정리 정돈한 산뜻한 외로움은

    여기저기 질질 흘리는 꾀죄죄한 외로움이 애초에 탐탁지 않았던 것을..

     

    빼고 또 빼도 소용없는 외로움이,

    이 악물고 다이어트하면 말끔히 없어질 외로움을

    그리워해봤자인 것을..

     

     

     

    아,

    외로움이라고 다 같은 외로움은 정녕 아닌 것을...
     

     

     

     

     

     
     
     
     
    ` 
     

     

     

     

     

     

     

     

    [엇갈림에 관한 단상 : 외로운 자에게 외로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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