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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 애착을 거니는 고독 : 집착과 미련(未練) 사이 어디쯤 1
    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2. 3. 16:38

     

     

     

     

     

     

     

     

     

     

     

     

     

     

     

     

     

    우리나라 날씨도 이제, 일조량 부족한 구라파의 몇몇 나라들처럼 되어 버렸어.

     

    해는 떠도 연무, 황사, 미세먼지, 켐트레일 등으로 있으나 마나 하고,

    어쩌다 간신히 흐림을 뚫고 나오는 빛줄기마저 오염된 듯해.

     

    파란 하늘은 정말 일 년에 몇 번 손꼽을 정도.

    그래서, 짧아진 봄 가을이 예전보다 훨씬 소중해졌다.

     

     

    화창한 날에 자연의 비타민D를 보충하지 않으면,

    그게 부족한 내 몸은 곧 사달이 날 것 같은, 이 경박한 간절함..

     

    "조마조마한 지구의 질주를 타고 멸종되어 가는" 희귀한 평화를

    불안하게 누리는 가엾은 우리에게

    하늘 속 하늘이 주시는 감질나는 은총일까. 마지막일까 두려운..

     

    "존재의 고마움에 무지한 어린이"의 날에

    은은한 추억이

    제법 박력 있는 바람을 타고 내려와 나를 향해 내리쬔다.

     

     

    전(全) 방위로 울컥 조여 오는 "아늑한 지나감"과,

    "영원히 오지 않을 것임"의 으스대는 희롱이, 나를 감격하게 하는구나!

     

    나를 닮아 혈기방창하던, 14년 전의 햇살.

    갓 잡아 팔딱이던 정염을 사방 천지에 흩뿌리던, 그렇게 나를 방목하던 햇살.

     

    내 먹먹하던 등에 순진한 춘정을 찔러대며

    망망한 고개 너머의 애절한 사랑에게로 기어이 몰아가던, 5월 5일 한낮의 햇살.

     

     

     

    고산에서 헐떡이는 등반자의 한 모금 남은 산소 공급기가 그곳에 있어,

    경황없는 늦봄의 시린 무더위도 상큼했었지.

     

    삼십 대 빈털터리의 물색없는 스태미나를 벌겋게 익혀 놓으며 "나만의 시공"을 창조해 주던,

    여유롭고 낭만적이던 우주.

     

    카오스가 덜 풀려 반듯했던 하늘은, 너와 나의 안녕과 평화를 넌지시 기약해 줄 수 있었다.

     

     

     

    지금보단 동안(童顔)이던 하늘이

    깍쟁이처럼 감질나게 보장해 주던, 순박한 에로티시즘..

     

     

     

    사랑을 보장하지 않는 "지금의 햇볕"을 맞으면서도

    나는 그때의 행복감을 느낀다.

     

    기약 없어 가벼워진 슬픔,  목놓아 울지 않아도 될 그것이 너무 따스해서 행복하다.

     

     

    내 앞에 놓여 불안하게 이어질 "지금"들, 이 가녀린 삶들이 쨍쨍 쏟아져 나린다,

    "언제 사라져도 괜찮을 영원(永遠)"이 내 이름을 달고 키득거리는,

    자글자글 주름진 어린이날에..

     

     

     

     

     

     

     

     

     

     

     

     

     

     

     

     

     

     

    너도 차차 근심이 쌓이긴 하나 보다.

     

     

    매번 이러겠어?

    우리에게도 좋은 때란 게 오겠지.

     

     

    솔직히,

    혼자 조용하게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 참 편하고 좋았어.

    그래서 약간의 쓸쓸함도 충분히 견딜 만은 했었는데.

    호젓한 고독이어도 마음은 상쾌하였으니까.

     

     

     

     

    우린 불행을 자초한 꼴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접할 수 있는, 무기력한 세상을 봐.

     

    그런 세상이 내갈기는 삶은 왜 이리 난폭한 걸까.

     

    성가시게 휘두르는 무지가

    뒷방 늙은이 같은 도피마저 끄집어내어 패대기칠,

    세상..

     

     

     

     

    그분의 곤혹스러움은, 현실에 대한 긍정을 껴안고 있었지.

     

    죽을 만큼 괴로웠어도 고비들을 근근이 넘겨왔던 건

    안도할 수 있는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하려는 일념 때문이었지.

     

     

     

    그분이 눈물겨운 상황에 봉착해야, 행복해하는 무리.

     

    저들만의 천국이 슬슬 도래하고 있어.

     

    인간의 아름다움을 숙성시키려고 하늘이 마련한,

    고난의 시대가 오고 있어.

     

     

     

     

    바보 같은 난

    쓰잘데기 없는 것들만 바랐었지. 부끄럽게도..

     

    이제야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견디기 힘든 쓰라린 일상을 화사하게 버티어다오. 너답게..

     

    햄릿의 고뇌, 실속 없는 번민은 떠나보내고

    삶에 마취된 우리네 사랑을 흔들어 깨워,

    거침없는 세월을 격파해다오.

     

    달콤한 사탕을 죽어라 빠는 어린애의 본능적 열망을 꾸짖어다오 소박한 몸짓으로.

     

    그렇게 하기가 죽기보다 고로워도

    그분을 위해서 그리 해다오. 속죄하는 마음으로..

     

    더는 과거의 네가 아님을, 입증해다오

    저질러 줄 공범이 없어도, 외로워 말고.

    참담한 두려움 용케 극복한, 꿋꿋한 모습으로..

     

     

     

     

    가벼워진 희망과 여유로운 기쁨이 아지랑이처럼 뛰놀고 있어

    그분이 가신 길 위에서.

     

    보잘것없는 나 또한 흐드러지게 놀 수 있을 것 같아. 그분의 길에서라면..

     

     

    따스한 정감이 풀풀 피어올라, 얼어붙은 나를 녹여주는,

    대지.

    나를 살게 하는 연료.

    꿈이 꾸는 현실.

     

     

     

     

    날 선 감수성 부릅뜨고,

    짜증나는 모든 것들 위로 "가버린 봄"을 투하하자.

     

    의연한 버섯구름으로, 숨 막히는 유토피아를 부수자.

     

    담담한 후폭풍으로, 무한 동력 흉내 내는 기계들을 녹이자.

     

    경직된 겨울의 껄끄러운 냉기를 몰아내자. 발랄하게.

     

     

     

    저들 구미에 맞춰 재단된 미래는, 감미로운 낙진에 덮여 사라지리라.

     

    그리하여 새로이 돋아나는 "현재"는

    가공 안 된 원단인 양, 또 다른 그분의 맑은 가위질을 기다려야지.

    정인(情人)의 머언 기척에도 가슴 설레는 순박한 처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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