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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속으로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31. 15:32
좋을 대로 생각하셔.
어쨌든 나의 충실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단 얘기지?
기꺼이?
날마다 젖어오는 욕구를, 참은 보람이 있네.
검증 안 된 사람과 함부로 하는 건 싫었어. 스스로 위로하며 그럭저럭 버틸망정..
만져 봐..
간택되어 영광이옵니다.
부드러워..
금세 또 활짝 피었구나!
널 즐겁게 해 주려면 이 정돈 돼야겠지?
어머, 벌써? 자기야말로 식을 줄을 모르네? 헬스하듯 매일 단련하나 봐.
이번엔 또 어떤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을까?
한껏 무르익는 날들이 앞으로 늘어갈 텐데, 일일이 이벤트를 연출할 너의 성의가 기대돼.
눈부신 너를 보다가 영감처럼 떠오른 게 있었어.
간단히 브리핑할까? 아님 바로 실전에 돌입할까?
오, 나의 사랑스런 여왕이여..
당신의 관능적 판타지에 일조할 수만 있다면 난 뭐든지 하겠어요.
당연히 그래야지. 넌 나의 노예니까.
어서 세우렴.
보채지 마. 그건 너의 몫이잖아. 천천히 음미하도록 해.
그리고 앞으로도, 이 맛이 몹시 당기거나 이 내음이 그리워지면 바로 신호 보내. 난 항상 대기 중이니까.
아잉 알았엉.
서론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꾸나.
서두르지 않아도, 지금쯤은
네 각본의 제2막 하이라이트가
슬슬 시작되어야 하는 타임 아니니? 기대할게..
젠틀맨은 파트너에게 인사를 잘 하지.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 안아 줄 (속 깊은) 파트너를 향해
끄덕끄덕.
특별한 커플인 만큼 수위를 좀 더 올려야겠지?
수중 워밍업이 어지간히 달궈 놓았으니까
자질구레한 오픈 게임은 생략하고 말야.
그래도 난 아직 네 손길을 원해. 날 화려하게 연주하는..
요렇게 사랑의 결실이 맺혀 있는데, 그것이 더 필요해?
상기된 여성이 상준을 삼키고 있다.
흐느끼는 조임을 만끽하기에, 하나의 상준이면 충분할 것 같다.
입 맞춰 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근이지!
그러면 나도 부탁할게.
나를 위해 소릴 내줘.
오케이, 허니..
그의 살짝 부르튼 입술과 후끈한 입김이
스치듯 자극하며 내려가고 있다.
발그레 익은 사과를 적당한 크기로 베어 물자, 기다렸다는 듯 나지막한 끈적임은 격정적인 한숨을 토해 낸다.
벌써 본게임이야? 그냥 이런 식으로?
수위를 높인다더니 오소독스하네?
실망은 일러.
다양한 본게임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함부로 속단하지 마.
그럼 이대로 쭈욱 아침까지 달리는 거야, 우리?
물론!
자신 없음 지금 얘기해. 일단 시작되면 사정 안 봐줄 거니까.
그런 걱정은 댁이나 하셔.
여인의 농익은 격앙이 룸을 가득 채운다.
단련된 남성은 삼매에 빠져든 수행자.
지치는 기색 없이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지속할 따름이다.
나만 생각나도록 해 줄게.
완전한 내 여자로 만들어 줄게..
열렬한 입맞춤으로 두 사람은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
해도 돼?
그러고 싶어..
그리 묻는 게 아주 버릇이 됐구나.
그러게.
버릇인가 봐.
지난번에 말했잖아, 달았다고.
그랬어?
깜빡했어.
아까도 왜 굳이 빼나 했네.
혹시 자기 문어발?
설마 지금 다른 여자와 날 헷갈려 하는 건 아니겠지?
자기도 기억력은 별로구나.
여자가 자주 바뀌긴 해도, 양다리는 노 땡큐라 했을 텐데?
나이 탓인가 보네..
그런데 있잖아. 우린 둘 다 이미 양다리 아니니?
그 말이 정답일세. 우린 기혼자였지, 참..
설사 네가 제3의 여인을 만난다 해도 내가 그것에 발끈한다면 웃기는 얘기란 거지.
그러니, 나와 진행형이면서 다른 누굴 만나고프면
눈치 보지 말고 언제든 그렇게 해.
진심이야?
그렇다면 조금 섭섭한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그건 그렇고, 자기 때문에 가라앉았잖아!
다시 피치를 올리자고.
알았어, 미안.
그리고 미리 말해두는데,
안이든 밖이든 이렇게든 저렇게든 네 맘대로 해!
기분 잡치게 묻지 말고.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도달하였고, 더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준은 황급히 그녀로부터 빠져나왔다.
소심해서가 아니라 준비된 연출에 충실하기 위해서..
가출을 꿈꾸던 아해들이 이때다 싶어 비산한다.
화연은 그녀 품에 안긴 그들을 반갑게 쓰다듬고 어루만진다.
행동이 더딘 몇몇의 아해가 아비에게 덜미를 잡힌 채 바둥댄다.
심약한 그들은 "여전히 사나운" 아비한테 하릴없이 매달려 있다.
그 모양이 안쓰러운지 화연은 그들에게 과분한 은총을 베풀기로 결심한다.
헝클어진 머리를 얌전히 넘겨가며, 아비에게서 그들마저 앗아온다.
차차 노쇠해 가는 아비로부터 정성껏 공들여 앗아온다 최후의 한 명까지..
이래서 사랑하고 싶은 거야, 당신을..
내가 좀 사랑스럽긴 하지.
그래도 아직은 참아 줘, 사랑한단 말.
상준은 그녀가 이해되고도 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사랑스러웠다.
너무도 세속적인 여인,
타락했다고 손가락질 당할 게 뻔한 이 여인이
한순간 순수함으로 다가왔다.
유유상종이라서?
같은 죄를 공유한다는 동질감을 느껴서?
두려움에 오염된 사이비 쾌락을 뿌리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짧은 순간 감히 사랑에 대하여 착각하고 있다.
착각이어도 좋았다.
화연은 그에게 사랑할 만한 여인이었다.
모든 남자가 대부분 그러하듯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를 그 또한 소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고
그녀도 여기까진 동의해 주었다.
이토록 도발적이고 뇌쇄적인 그녀가
그의 "닮지 말아야 할 못남"까지 처절하게 겸비하고 있었으니..
이를 알았을 때 - 대부분의 남자들과는 달리 - 상준은 그의 전부를 던지고 싶었다 자기연민의 투영일지라도.
그녀에게 "헌신하는 사랑"을 선사하고 싶었다
가당치 않게도.
씁쓸한 착각으로 판명될 사랑을
그녀는 직감적으로 거부한다.
그러므로 쾌락적 소유에는 동의하나
희생적 사랑 앞에선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이다.
쾌락을 적절히 제어하던 불안이 갑자기 실종되고
사랑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이 쾌락을 부추기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됨을, 그녀의 깐깐한 두려움은 안다.
함량 미달의 인간이 희생이니 사랑이니 운운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감당치 못할 사태를,
그녀가 피하려 하는 건 당연하다.
그 역시
이러한 화연의 움츠림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
"아직은.."의 뒤에 숨어 미적거리는 그녀 방식에
당분간 따르기로 하였다. 아직은..
사랑할 자격을 회복하여 떳떳해질 때까지는..
(그런 날이 오기는 올까..?)
안으면 안을수록
어여쁘고 귀여워 숨이 막혀와도,
일절 고백의 말은 꺼내지 않으리라.
마음속으로 수 십, 수 백 번
"사랑한다" 되뇔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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