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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속으로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28. 21:33
새벽 3시 30분
△△△호텔
엘리베이터를 독차지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자석처럼 밀착하여 밀폐된 공간을 달구기 시작한다.
아아, 따뜻해.
드디어 우리만의 보금자리로구나!
훗, 어린애처럼 좋아하네?
흐흐, 화연이..
이제 곧 죽여 주겠어.
풉, 뭐야!? 음흉스럽게시리..
먼저 욕실 쓸게. 뜨거운 물 속에서 피로 좀 풀어야겠어.
어이쿠 어련하시겠어?
그렇게 하세요 마나님.
화연이 거품 욕조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동안
룸에 있던 상준도 신속히 아담이 되어 그녀가 불러주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상준 씨 뭐해? 등 좀 문질러 줘.
벗음으로써 풍만함을 획득한 화연은 더욱 눈부신 여성미의 화신이었다.
욕실에서의 색다른 퍼포먼스를 기대하는 그녀의 은근한 시선에 울긋불긋한 색정이 묻어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다.
사랑스런 암컷..
내숭과 가식을 버리고 감춰진 끼를 발산해 봐.
원초적 클레오파트라가 되었으니 주저 말고 유혹해 봐
너의 구석 구석을 녹여 까무러치게 할 강건한 노예를.
노골적으로..
귓가를 핥는 속삭임에 한껏 고무된 화연은
욕조 가장자리에서 풍성한 복숭아를 들어올린다.
적당히 벌리어진 사이로 "귀엽고 탐스러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를 본 상준의 참기 힘든 갈증은
열정적으로 본능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현란하게..
그리고는, 영글어 터질듯 부풀어 버린 자신을 천천히 부드럽게 침투시킨다. 점점 열리는 그녀 속으로..
그의 분신은, 자신을 기꺼이 맞아줄 파라다이스 입구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물의 부력을 느끼며 오가는 위무가, 두 사람을 환상으로 인도하고 있다.
미묘한 포즈들이 주는 민망함을 견디며, 둘은 끝에까지 닿기 위한 탐색을 이어가고 또 이어간다.
완전한 결합이
그들을 무아의 환희로 접어들게 하고 있다.
번쩍 안아 들고 욕실을 나와
푹신한 매트 위에 그녀를 던져 버리는 상준.
좋아, 터프하게 다뤄 줘.
내 나쁜 남자..
나의 사랑 화연아..
색다른 남자가 당기면 언제든 콜 해.
네 충만한 환상을 위한 실습 대상이 되어 줄게.
순간의 진실을 선호하는 즉흥성이 네가 바라는 전부라면,
난 그것을 너의 사랑 방식으로 인정할게.
네가 아닌 척 해도 난 그렇게 인정하고
널 안을게.
임자 있는 여인을 품으려는 사내들의 꿍꿍이란 게 원래 다 그렇지.
하나도 안 멋있는 진부한 멘트는 그만!
나 생각해주는 척 그만 하라고.
그런데 실은, 나도 네 생각에 동의해.
이 순간 사랑이라고 오지게 착각하고 싶긴 해.
지금 이 시각, 이 안은, 우리만의 세상이잖아.
기왕 저질렀으니 계속 이렇게만 가자고.
값싼 쾌락이니 뭐니 하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같잖은 죄책감도 필요 없고,
또다른 사랑이라 합리화하는 옹색한 변명 따위도
필요치 않아.
응, 우리만 즐기는 것도 아닌데 새삼스러울 필욘 없지.
전국의 러브호텔들이 건재하는 한, 은밀한 사랑도 은근슬쩍 정당성을 확보한다.
세상도 두 손 두 발 다 들고 눈감아 준 연애 방식이란 말씀.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이 건장한 몸이 얼마나 그리웠다고..
생각만 해도 흥분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흐흐, 밝히기는..
독수공방하는 것도 아니면서.
독수공방이나 다름없지 뭐..
젖은 머리가 참 섹시해. 물기 머금은 까무잡잡한 살결도.
허즈번드가 출장을 자주 다녀서 그런 거야?
아님 허즈와의 잠자리 자체가 시들해진 거야?
어느 쪽이길 바라? 후자였음 좋겠지?
힌트 좀 줄까?
허즈는 너보다 나이가 많아, 훠얼씬.
'둘 중 어느 것에 해당되던 난 욕정의 대상일 뿐이겠지, 아직까지는..
꼭 전상준이 아니어도
나와 비슷한 남자라면 누구든 상관 없을 테지, 아직은..'
요즘 같이 다들 그 방면으로 신경 무지 쓰는 시대엔 정력이 반드시 나이와 반비례하진 않잖아. 특히나 재력가인 그가 오죽 신경 쓰시겠어? 사랑하는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고 말이지.
하하, 너의 안쓰러운 추리가 그이를 졸지에 동탁으로 만들어버렸군.
그렇담 난 초선인 셈인가?
그건 좀 비약인데?
당신은 초선이처럼 하고픈 마음 추호도 없잖아.. 아닌가?
아무튼 부탁이야, 날 여포라고 여기지만 말아 줘. 그 역할은 사양하고 싶으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럭키가이라는 점.
운이 좋아 이렇듯
아름다운 여인과 밤을 함께 지샐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그래, 너를 안는 황홀함의 의미는 요 정도로도 족해.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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