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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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결별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4. 10. 30. 12:04
백 미터 육상 선수처럼 뛰어가고 있는 연지를 따라잡기 위해 그 역시 전속력으로 달렸다. 연지 씨, 기다려요! 연지 씨!! 후안무치한 상준을 대신하여 석고대죄라도 하고픈 절절한 심정이 그녀의 가쁜 좌절을 막 추월하려는 순간이었다. 운명의 교차점이 하늘에서 내려와 - 골목과 일방 통행로가 교차하는 - 미니 사거리에 포개어졌다. "연지를 상심케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공범(?) 김인혁의 죄가 역설적으로 사하여지는" 비참한 설정이라 해석한다면너무 억지인가. 진짜 나쁜 놈은 따로 있는데, 왜 그가..? 비극적 우연을 가장한 운명의 철퇴를 맞아야 하는 것인지..정말 괜찮은 인간이라서 신이 일찍 데려간 걸까. 아니면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인간의 사고로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카르마의 적용이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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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현실을 할퀴는 사랑 2 : 대면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4. 8. 9. 20:43
여보세요? 인혁 씨? 마침 자리에 계셨군요. 어떻게 좀.. 알아는 보셨나요?저도 나름대로 그이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네요. 예, 연지 씨. 어제오늘 퇴근하자마자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곧 좋은 소식 있을 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내일이 상준 씨 생일인 거 잘 아시죠? 자기 생일도 안 챙기고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는 건지.. 정말, 너무 속상해요. 인혁 씨.. 흐흑.. 진정하세요 연지 씨, 더는 별일 없을 겁니다. 막역한 친구인 제가 누구보다 그 녀석을 잘 알지 않습니까?순진한 척해도 속으론 현실적이고 영악한 놈이라 절대, 자신이 소유하게 된 지금까지의 삶을 팽개치지 않을 겁니다.하여간 이럴 때일수록 연지 씨 약해지지 마시고 굳게 마음 다잡고 계세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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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현실을 할퀴는 사랑 1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4. 6. 2. 15:32
넌 정말 대단한 여자야."베개를 가슴에 괴고 엎드려 있는" 민아의 등에 얼굴을 부비며 상준이 말했다.이제부턴 내가 널 지켜줄게.내가 널 사랑하게 된 이상, 다른 남자한테 몸을 파는 네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잖겠어?너도 나를 사랑한다면 기꺼이 그 일 그만둘 수 있겠지? 내일부터라도 말이야.알겠어요, 오빠. 가게에 빚진 것도 얼추 다 갚아가니까 이참에 그만두고 다른 직종으로 옮겨 볼게요.내일 당장은 그렇고, 저 대신 들어올 아가씨들이야 항상 대기 타고 있을 정도니 사장한테 잘 얘기하면나 하나 관둬도 별 문젠 없을거에요. 다만..다만..??오늘 우리 테이블 손님이 술값을 안 내고 가 버렸어요.그런데 그게 왜?............뭐야, 그래서 그 술값을 네가 대신 지불해야 한다고?제 불찰도 분명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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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이런 삶 2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4. 2. 29. 14:05
순진한 그녀를 살살 달래고 다독여 그녀 삶의 기구한 배경과 환경이 벼락 치듯 가져온 (숨길 기운조차 없는) 지독한 역경과 비탄의 개인사를 기어이 캐낸 단란주점 업주는, 이것을 현실적인 약점으로 활용키로 하고 그녀의 덜미를 확실히 잡아 두기 위한 일 단계 전술(?)을 구사하였는데, 가불 형식의 목돈을 미끼로 후한 인심을 베푸는 척하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비좁은 "아가씨들 공동 숙소"를 전전하는 신세라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는 민아로선 그 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 조그만 자취방 보증금을 제하고도 복학 시 등록금의 일부로 전용할 수 있을 만한 (눈이 휘둥그레지는) 액수여서 처음엔 좀 놀랐으나, 구린 구석이야 있든 말든 우선은 "감사합니다"하고 받아 요긴하게 써야 할 절박한 상황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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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런 삶 1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12. 30. 02:03
민아, 뭐 한 가지 물어봐도 돼? 그러세요. 내 처지가 이 모양이라 사실 이런 말 하기 좀 쑥스러운데.. 지금 하는 아르바이트 말이다, 언제까지 할 생각이니? 그건 왜요? 민아와는 맞지 않는 일인 것 같아서.. 물론 개인사정이야 있겠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 게 어떨까 싶네. 오빠. 내가 다른 남자들 술 시중, 몸 시중드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죠? 맞아, 첫째 이유는 그거고.. 또.. 착하고 어린 아가씨가 타락한 사회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그래. 지금, 보수적인 어르신네 흉내내고 있는 게 아냐. 널 정말 아끼니까 진심에서 우러나와 하는 얘기야. 거기 나간 지 며칠 안 됐다 하니 지금 그만둬도 늦진 않을 것 같은데? 날 위해서라도 이제 거길 나오지 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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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설익은 도취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11. 13. 18:43
벽에 걸린 시계에서 뻐꾸기가 나와 열 번을 울고 들어갔다. 두툼한 이불 속에서 한 번 더 몸을 섞고 나서야 녹초가 된 두 사람은 형광등 불빛이 다스리는 천장을 보고 나란히 누웠다. 민아야, 너 정말 나 사랑하니? 그럼요. 이런 말 하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아까 경찰서에서 아저씨들이 나 보고 오빠 부인이냐 물어봤을 때 속으로 싫지가 않았어요. 그 아저씨들 눈엔, 조금의 의심도 없이 내가 오빠의 아내처럼 보였다는 얘기잖아요? 내가 오빠하구 그만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남들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기분이 좋던데요? 흐흐, 순진한 녀석.. 너도, 가만 보면 엉뚱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영양가 없는 유부남 좋아해서 얻다 쓰려고 그래? 그러면 오빠는 나 사랑하지 않아요? 글쎄다..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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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상열지사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10. 19. 10:10
어맛!! 화들짝 놀란 민아가 털썩 주저앉으며 그에게 체중을 실었다. 이렇게 놀래키는게 어딨어요? 간 떨어질 뻔했잖아요?! 상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팔로 그녀를 감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다. 나 지금 씻을래. 네가 등 좀 밀어줄 수 있지? 민아의 귓불을 핥으며 그는 뜨거운 입김을 귓구멍에 불어넣기 시작하였다. 내가 얼굴 씻겨 줄까? 그녀의 대답은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이 샤워기로 플라스틱 대야에 더운물을 담으면서 상준은 본인의 허벅지 위에 민아를 누였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연신 물을 찍어 그녀 얼굴을 닦아내느라 공연히 바쁜 척을 하는 그였다. 반쯤 포기 상태로 눈을 감고 입을 꽉 다문 민아는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양 상준의 억지스러운 손놀림에 얼굴을 맡겼다. 장난기가 발동한 그는 엄지와 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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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불안한 보금자리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9. 16. 17:14
숙인 고개를 들지 못하고 멀찌감치 앞서 터벅터벅 걷고 있는 상준에게 민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그의 팔에 자신의 팔을 감았다. 그녀의 적극적인 제스처가 싫지 않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시선을 땅으로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민아를 보기가 너무 부끄럽군. 오늘, 회사 안 나갔어. 낮에 여관 나오니까 어디 특별히 갈 데가 있어야지. 영화 한 편 때리고, 카드도 찾을 겸 민아한테 가던 도중이었는데.. 왜 민아도 알잖아. 남자들 생리 구조가 여자랑은 천양지차라는 거.. 민아가 날 색안경 끼고 봐도 할 말은 없지만 말이야. 이번 일은 진짜 우발적이었다고.. 더 얘기 안 하셔도 돼요. 전, 오빠를 믿어요., 고.. 고맙군. 오늘 민아한테 신셀 너무 많이 진 것 같아. 민아가 보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