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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애완인
    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3. 1. 20. 00:03

     

     

     

     

     

     

     

     

     

     

     

     

     

     

     

    담임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여 6반의 천덕꾸러기에다 애완견이 되어 버린 지수는,

    무감각의 범위를 벗어나 "감정 돌연변이"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신경망의 절단 부위에서, 이전과는 판이하게 작용하는 특이한 신경이라도 자라난 걸까.)

     

     

     

    "구타에 가까운 손찌검이 주특기인" 철용의 장난 때문에 온몸에 멍이 가실 날 없지만,

    이마저 습관처럼 되다 보니, 그냥 넘어가는 날은 오히려 불안하고 심지어 아쉽기까지 하였다.

     

    지수를 시기하여 언제나 격앙된 감정을 앞세우고 날이 선 폭행을 노골적으로 가하는 민호와는 또 다르게

    실실 쪼개가며 표 안 나도록 지능적으로 고문하고 즐기는, 철용이의

    거칠고 투박한 손길에서 그는

    이성(理性)에 반(反)하는 매저키즘의 불씨를 -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 획득하고 말았다.

     

    그런 다음,

    전형적인 새디스트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철용이가 그때그때 새롭게 고안해 내는 고문 방식이,

    "미스 나"와 하나된 지수에게, 그 불씨를 키울 마른 장작을 - 잊지 않고 - 제공해 주었다.

     

     

     

    고양이에게 잡혀 희롱당하는 새앙쥐처럼 반항의 의사를 완전히 포기한 (무력해진) 지수의 태도로 인해,

    하는 짓이 얄미워 괜히 혼내 주고 싶었던 초기의 감정이 많이 누그러지고 너그러워진(?) 철용은,

    계집애같이 구는 그의 (선이 가는) 행위들 하나하나를 음흉한 눈으로 관찰하다가

    여자애로 완전히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남성 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여드름투성이 얼굴에다 구레나룻까지 제법 자란 철용에게,

    매끄럽고 하얀 피부를 가진 (아직 초등학생의 티를 벗지 못한) 지수의 예쁘장한 모습은,

    새로운 양념을 가미하면 색다른 맛이 날 것임에 틀림없는 먹잇감의 다름 아니었다.

     

     

     

    한편,

    담임에게 고자질해 봤자 본전도 못찾고 뒤에 남을 괴로움만 두세 배 불어나리라는 것을

    경험으로 익히 알아 무방비로 당해 주는 지수는,

    민호와 그의 똘마니 배기수에게 있어 봉과 같은 존재였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가방을 뒤져 학습 도구들을 훔치거나, 불러내어 용돈을 갈취하는 것은 예사였고,

    괜히 웃는다는 이유로 두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치도곤을 안길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거니와,

    바로 뒤에 앉은 민호의 경우

    뾰족한 필기도구를 가지고 - 옆구리를 비롯한 - 온몸 구석구석을 거의 상해(傷害) 수준으로 쿡쿡 찌르는 등

    그 악랄함을 이루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한 번은, 보다 못한 상만이가 선생님께 일러 정학 직전까지 갔다가

    근신으로 간신히 마무리된, 전과(?)도 있는 두 녀석.

    그럼에도, 상만의 눈을 교묘하게 피해가며 "지수 못살게 굴기"를 멈추지 않는다.

     

    특히,

    못된 놈치고 유별나게 공부도 웬만치 하는 (반에서 15등 안에는 항시 드는) 민호는

    시기심 또한 별나게 강하여, 자기가 싫어하는 놈이 반에서 일이 등을 다투는 꼴을 그냥 봐 넘기지 못하였다.

    따라서, 쉬는 시간에도 얌전히 자리에 앉아 책만 보는 지수를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훼방 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과 담당 선생님이 짚어 준) 요점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교과서를 찢어 버려

    헌 책을 사게 한 적은 다반사이고,

    필기노트를 강제로 빌린(?) 후 잃어버렸다며 돌려주지 않거나

    제출할 숙제가 담겨 있는 노트를 훔쳐내어 불에 태우기까지 하였으니,

    누가 봐도 비열한 놈의 미친 짓거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데 이상한 것은, 이처럼 처절하게 당하면서도 속수무책인 지수를

    상만이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나서서 도와주거나 두둔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상시 그가 보여 준 행동, 즉

    폐쇄적이고 자기애적이며 바보스러울 만큼 내성적인 성격과

    그것이 어설프게 지휘하는 행동 패턴이, 과연

    급우들에게 소외당할 정도로 밉살스러운 것이었을까.

     

     

    워낙 조용하여 깊은 얘기 나누기를 꺼려하고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에는 통 관심도 안 가지는 주제에,

    공부 좀 한다고 으스대면서 담임의 편애 속에만 안주한다던가,

    (이는 전적으로, 아이들의 선입견과 편견에 기인한, 억지에 가까운 추측성 주장임)

     

    집안 좀 빵빵하다고 돈으로 선생님들을 매수하여 관심을 독차지하고

    (이 또한, 지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어른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임)

    그것으로도 모자라 상만이를 포함한 몇몇 덜떨어진(?) 아이들까지 돈으로 구워삶아

    유사시에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측근을 형성한다던가

    (상만이의 과잉 보호를 눈꼴시어하는 기수가 퍼뜨린 낭설임) 등등..

     

    "겉으론 얌전한 척하고 뒤로 호박씨 까는" 내숭의 표본으로 부상하였기에,

    그에 대한 급우들의 무관심과 냉대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지수에 대한 미움이 골수에 맺힌" 주동자들의 치밀한 전략이 열매를 거두는 순간이기도 하다.)

     

     

    심지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익숙하며 정의롭고 침착한 태도로 6반을 무리 없이 이끌어 오던 반장마저도

    지수의 곤란 앞에선 소극적이고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는 수가 빈번하였으니..

     

    2학년 된지 삼 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 이처럼 급우들로부터 점수를 잃기만 하는

    지수의, 앞날이 그저 캄캄할 뿐이다.

     

     

     

     

     

     

     

     

     

     

     

     

     

     

     


    성욕에 눈 떠 넘치는 호르몬을 주체하지 못하고

    형 방에 숨겨져 있던 도색 잡지를 가방 속에 몰래 넣어 다니며 틈 날 때마다 화장실을 들랑거리는 철용에게,

    그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그가 마음먹은 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소녀(?)의 몸이 흠집투성이가 된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불쾌한 일이었다.


    이는,

    지수를 그렇고 그런 유희의 도구로 전락시켜 (성인이 된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후유증을 남길)

    인성 파괴의 "치명적 위기"로 사정없이 몰아가고 있는 장본인이

    때론, 민호 일당의 등쌀에 눈물 마를 날 없이 되풀이되는 "자잘한 위기"들로부터

    그를 확실하게 지켜 주는 수호천사(?)가 되기도 한다는 의미이니,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사냥해 온 먹잇감을 감히 노리는 하이에나가 그저 괘씸하여 으르렁대는 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지만..)

     

     

    한때는 지수를 효과적으로 괴롭히기 위해 공동 전선을 펼쳐오던 두 녀석이

    독자 노선을 표방한 한 녀석의 배반 아닌 배반으로 인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아이들은 물론 당사자 지수까지도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그러나,

    힘이 장사이고 싸움박질하면 전교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철용에게

    민호는 애초부터 적수가 되지 못하였다.

     


    수작을 거는 양상이 전례 없이 느끼하고, 징그러운 요구도 거리낌 없이 하는,

    철용이의 변화된 고문 방식도 무척 당황스럽고 겁났으나,

    끝장낼 기회만 노리는 살기등등한 독종 민호의 줄기찬 위협사격이

    당장은 더 무섭고 참을 수 없었던 지수로선,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 고마운(?) 그에게 쉽사리 반항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불독처럼 험상궂은 인상이라 여학생들이 관심을 갖지도 않을뿐더러

    보기완 딴 판으로 여자 앞에선 낯을 많이 가리는 (여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경택이와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철용에게,

    지수의 존재는

    옛날 점잔 빼는 우리네 샌님들이 여인네 대용으로 즐겨 껴안고 잤던 "죽부인"과 다를 바 없었다.


    이성(異性)을 향한 낭만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감미로운 환상을 꿈꾸기엔, 단순무식함의 경지가 너무도 높은 철용.

    오로지 저열한 호기심을 채워 줄 시각적 자극을 찾아 굶주린 승냥이처럼 헤매고 다니다가,

    등잔 밑이 어두웠던 자신을 탓하며,

    깔끔 떠는 새침데기 소녀(?) 지수의 아래위를 충혈된 눈알로 샅샅이 훑기 시작하였다.

     

     

     


    미스 나?! 잠깐 이리 와 봐!

     

     

     


    쉬는 시간이면 철용은 어김없이 지수를 불러 옆자리에 앉히고는,

    난데없이 안마를 시키면서 자기 몸을 구석구석 주무르게 하였다.

    또는,

    자신도 굳이 주물러 주겠다며 뼈마디 굵은 손으로 지수의 빈약한 몸을 마구 꼬집어

    아픔을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그의 비명을 즐기기도 하였다.

     


    생각에 잠겨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그에게 살금살금 다가가

    양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푹 쑤시는 것은, 차라리 철용이의 애교다 싶을 만큼 장난 축에 끼지도 못하였으며,

    아이들이나 교사들이 보든 말든 그에게 엉겨 붙어 노골적이고 보기 흉한 애정 표현을 하는 건 예삿일이었다.


    앞이나 뒤로 껴안고 뺨과 목 귓불 등을 핥는다던가, (그런 상스러운 건 또 어디서 배워 왔는지) 목 언저리에 키스 마크를 여러 개 새겨 놓아 순진한 지수를 선생님들이 종종 오해하게 만든다던가 하는 경우는,

    지극히 평범한 예들에 속한다 하겠다.

     

    필사적인 저항을 하는 지수를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꼼짝 못 하게 한 다음

    딥키스를 시도한 적도 여러 번 있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속절없이 철용의 애완동물 노릇을 해야 하는 지수의 딱한 신세를

    심각하게 여기고 진지하게 염려해 주는 친구들은 아무도 없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당하는 순간이면 어김없이 상만이가 나서서 철용에게 어필해 보지만,

    물러터진 그가 거칠게 나오는 철용이를 저지하는 데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그들은, 자기들도 벌벌 기는 폭군 철용이의 억센 힘은 감안하지 않고

    나약한 "미스 나"가 철용의 남성미(?)에 반해서 그의 거친 행동을 즐기고 있는 거라 마음대로 생각하며,

    호랑이와 토끼의 (있을 수 없는!) 처절한 애정 행각을

    야한 영화 구경하듯 구경만 하고 있었다.


    지수를 걱정해 주기는커녕, 따분한 학교 생활이 지겨워 죽겠던 판에 이게 웬 재미거린가 싶어,

    어떤 때는 두 사람의 끈적거리는 레슬링(?)에 환호까지 보내며 열렬한 호응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으니..


    외롭고 고달픈 소년(!) 나 지수.

    그 신세 한번 처량하도다..!

     

     

     

     

    틈만 나면, 그를 어깨에 둘러메고 교실 뒤로 가서

    자기가 배운 거라며 여러 가지 요상 야릇한 포즈(도색 잡지에 실려 있는 포르노 배우들의 난잡한 자세들)를

    열심히 흉내 내는 바람에, 지수의 어색함과 창피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포의 손화살" 체험으로부터 열외시켜 준다는 한마디에, 그는 모든 것을 허용하고 말았으니..

     


    여기서 공포의 손화살이란,

    요사이 "똥침"의 뛰어난 오락성(?)에 새삼 눈을 뜨기 시작한 철용이가

    돌아선 엉덩짝만 발견했다 하면 물불 안 가리고 무차별적으로 엄청난 고통(찢어지는 혹은 뚫리는 아픔)을 선사하고 있기에, 기습 공격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반 아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소위 "철용이 전용(專用)" 똥침의 또 다른 별칭이다.


    특혜자 지수 역시 철용의 가공할 "똥침"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으니,

    그의 요구에 순응하는 태도가 좀 불량(?)하다 여겨지면 지수의 항문에도 여지없이 손화살은 날아들었다.


    눈알이 쑥 빠지는 듯한 지옥의 고통과 그 뒤를 잇는 (깔깔대는 철용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
    으으, 생각만 해도 눈앞이 노래진다.

     

     

     


    잡지에서 오려낸 추잡한 사진들을 코 앞으로 들이대며,

    생전 처음 접하는 더럽고 무서운 사진에 새파랗게 질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린 그를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던 철용.


    주머니에서 재크나이프를 꺼내어 날카로운 부분을 지수의 목에 대었다.

    그러고는, 애인을 부를 때나 낼 법한 유들유들한 목소리를 그의 귀에 쑤셔 넣었다.

     

     


    미스 나?!

    내가 앞으로 자주 줄게. 가방 안에 꼭 꼭 챙겨 갖고 다녀라이?
    불시에 뒤져서 내 선물이 보이지 않을 땐 각오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지수는 난폭한 치한의 거친 희롱에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몸을 맡기는 것일 뿐인데, 주변 아이들은

    그도 내심 좋아서 철용의 광적인 행위를 얌전하게 받아들이는 거라고 쉽게 판단하여,

    그를 철용이의 애인이라며 놀려대었다.


    흉기까지 들고 설치는 터라 겁 많은 지수로선 섣부른 반항은 꿈도 못 꾸는 실정임을

    안 봐도 훤히 알고 있을 "같은 반 녀석들"인데, 뻔히 보면서도

    그와 철용의 사이를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하고 거짓 소문을 만들어내기조차 하였으니,

    그에게는 참으로 야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뻔뻔한 철용이는 이상한 소문을 불쾌하게 여기기는커녕

    소문 때문에 당황해하는 지수의 모습을 - 가해자 특유의 여유로움을 가지고 - 즐기며

    여봐란듯이 더욱 노골적으로 추근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버전의 얄궂은 짓거리가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그의 침체된 (상처뿐인) 내면을 특이하게 업그레이드시켜 버렸다.


    국민학교 6학년 말부터 "자기 위로"를 시작한 (몸만 조숙한) 철용이가,

    그쪽 방면으로는 아직 숙맥에 불과한 지수에게

    당시 학교에서도 제대로 해 주지 않던 성교육을 해 준 것이다.

    공부와는 담을 쌓은 무식한 놈이, 적성을 찾았는지

    아주 친절(?)하게 열성(熱誠)을 다하는 자세로

    강의와 체험학습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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