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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페스티발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2. 12. 27. 23:02
이때,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우리의 "사이코"가 등장하신다.
하이고, 이런 땟국물들 보게나.김선생!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죄송합니다.이 녀석들 단체 기합 좀 주고 있는 중입니다.
겨우 이 정도로 기합이 되겠어?요 상태 고대로, 여자애들 반 앞에다 꿇려 놔야지!?
안 그래도 그럴 작정입니다.
다시 한 번 웅성웅성.
"싸이코"의 번득이는 눈알이 "엎드려뻗쳐" 하고 있는 철용이를 놓치지 않는다.슬금슬금 그에게로 다가오는 "싸이코".
헤이! 차철요이.. 또, 너냐?나한테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아직 철이 덜 든 모양이지?
그는 손바닥으로 철용이의 큼직한 궁둥이를 두어 번 철썩철썩 때리더니아래로 손을 뻗어, 중력의 법칙에 순응하여 바닥을 보며 능수버들처럼 늘어져 있는,
사춘기의 성징이 제법 거뭇거뭇한 성기를 움켜쥐었다.
요 녀석아, 맨날 조물락거리드만 이 놈만 이래 키워 놓았구나.당장 장가 가야 쓰겄네. (여기저기서 또 키득키득.)
이 놈 키우는 정성으로,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거라!너처럼 공부하다간 평생 장가도 못 가, 이눔아!
얼굴이 벌게져서 어쩔 줄 모르는 철용이의 뒤통수를 물오른 수박통 두드리듯 두세 번 치는 것으로써할 일(?)을 마친 "싸이코"가,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간다.
김 선생, 그럼 계속 수고하시오!
자아, 지금부터 호명하는 녀석은 팬티만 걸치고 뒤로 나가 선다.나 지수!
예에 .. (다 죽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는 지수.)
뒤로 나가!
으이 씨.. 끝내 빤쓰 안 벗고 나가네. 너 이따 죽었으..
주둥이가 한 뼘은 나온 민호가,책상에서 내려와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지수에게 주먹을 쥐고 흔들어 보인다.
야! 권 민호! 뭐? 으이 씨이?!너 지금 선생님 앞에서, 으이 씨? 주먹까지 쥐고??
어이구, 아녜요, 선생님. 저 녀석한테 그런 거예요.
시끄러, 인마!너도 나가서 철용이 옆에 주먹 쥐고 엎드려!
담임이 호명한 명단은 총 29명.
전체 인원수의 절반 가까이가팬티만 걸친 채 교실 뒤편에 굴비 엮이듯 줄줄이 늘어서 있다.
너희 놈들은 이번 중간고사 성적이 떨어진 놈들이다.평상시처럼 이 정신봉 맛을 따끔하게 보여주는 것으로써 벌을 대신할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에..
네 놈들은, 잠깐 엉덩이 불나는 것으로는 도저히 정신 차릴 놈들이 아니라는 걸,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고로, 물리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너희 스물아홉 놈을 여학생 반으로 원정 보낼 것을, 결정하는 바이다.
수치심을 느껴 봐야만 너희들은 그나마 반성하는 시늉이라도 할 것 아닌가.
물론 이번 학기말 고사 때도 똑같은 벌칙을 가할 것을 약속하마.
오늘의 수모를 뼈저리게 기억하는 놈이라면, 성적이 떨어지는 비극을 다시는 초래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에..
그리고 여기 남아있는 스물다섯 명.
이 중에는 성적이 많이 오른 녀석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우리 반이 이번에 반 석차 끝에서 이 등 한 것에 대해
모두들 연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저 녀석들이 원정을 다녀올 때까지 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단체 기합이니만큼 이에 불만들 없으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선생님, 저희들은 팬티 안 입습니까?
반장이, 어느 정도 긴장은 해소된 목소리로 힘차게 질문하였다.
저 녀석들은, 여학생들 눈요깃감이라 특별 배려를 한 거야.성질 같아선, 확 발가벗긴 채로 내보내고 싶지만, 걔네들 충격받고 쓰러질까 봐 어쩔 수 없이 입힌 거란 말이다.
너희들은 교실에 남아있을 텐데, 뭔 놈의 빤쓰 타령이야!? 그냥 이대로 무릎 꿇고 있어!!
`정말 해도 너무하는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눈 씻고 둘러봐도 패션 삼각팬티를 입고 있는 아이는 지수 혼자였다.
대부분 흰색의 면팬티였고, 간혹 가다 눈에 띄는 노랑 파랑들도 색깔만 다를 뿐 모양새는 흰 것과 별반 차이 없는 싸구려 팬티들이었다.지수처럼 세련되고 비싸 보이는 팬티를 입은 학생은 - 현란한 무늬의 사각을 입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 거의 없었다.
복도에 나가면 큰 일이라도 나는 양, 호명된 아이들은 하나같이 문 반대편의 좁은 공간으로 파고들며 발가숭이 몸뚱이를 숨기려고 치열한 몸싸움들을 벌였다.그 난리통에, 힘없고 비실비실한 지수는 문쪽으로 계속 떠밀리기만 하였다.
특히, 철용이 옆에 엎드려 있다가 담임의 부름을 받은 민호가 그에게 제일 불만이 많은지
그를 메어꽂다시피 하여 뒷문께로 던져 버렸다.
언제나 급우들의 놀림감이 될 수밖에 없는 지수에게, 연민을 느끼고반에서 유일하게 그의 편이 되어 나서 주는 상만이 (지수에겐 다행스럽게도, 그 또한 지금 "팬티 부대"의 일원이다.)
쓰러진 지수를 일으켜 세웠다.
덩치는 철용이 못지않지만, 순한 탓에 아무에게나 힘자랑을 하지 않고웬만한 다툼이면 그냥 지는 아니 져 주는 입장에 서고 마는 그를,
힘깨나 쓰는 몇 명의 녀석들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대하기 일쑤였다.
더군다나, 자신들과 한통속이 되기는커녕, 그들에겐 항상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지수를 싸고돌며정의의 사도처럼 행세하는 폼이, 그들로선 영 밥맛일 수밖에 없었다.
야, 공 상만!미스 나의 영원한 "딸랑딸랑"아. 이따가 저 녀석이 맛있는 거 사준다더냐?
이놈들! 거기 왜 이렇게 시끄러워.너희 놈들, 그렇게 아웅다웅 자리다툼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복도에서 다시 정렬할 거니까. 미련한 놈들..
빨리 복도로 안 나가?!지금부터 복도로 튀는데 3초 주겠다. 3초 뒤에도 교실 안에서 어슬렁거리는 놈들은, 팬티까지 벗겨서 내칠 거다.
어서, 나가!! 아쭈구리, 동작 보소!?
스물아홉의 팬티 부대원들이 일렬로 정렬하느라 복도까지 북새통이 되었다.담임이 부랴부랴 복도로 뛰어나온다.
이놈들아! 조용하지 못해?! 다른 교실 수업 중이잖아!지금부터 이빨 보이는 놈은 무조건 빤쓰 벗는다!
팬티 벗긴다는 엄포에, 말썽쟁이 녀석들은 신통하게도 말 잘 듣는 얌전이가 되어 있었다.
지수는 상만이 옆구리에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수야, 걱정 마라.넌 내 뒤에 꼭꼭 숨어 있어. 내가 가려 줄게.
이때, 민호가 지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그의 팬티를 우악스럽게 끌어내렸다.
얘들아, 여기 미스 나 자X 봐라!
지수는 너무도 급작스러운 기습에 발목까지 내려간 팬티를 미처 올릴 짬도 없어, 그냥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버렸다.상만이가 황급히 자신의 몸을 덮어 지수의 알몸을 가린다.
권 민호! 따라와!
복도라서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담임이 민호의 귀를 잡아끌고 교실로 들어갔다.
이어서, 지수에게는 가장 기분 나쁘고 산다는 것에 절망을 느끼게 하는 가공할 음향이, 그의 고막을 후비고 들어왔다.
그것은, 분필로 단련되어 탄탄한 (맵기로는 교내에 소문난) 손바닥이아직 덜 자란 소년의 얄팍한 뺨을 인정사정없이 후려갈기는, 파괴의 비웃음이었다.
무려 다섯 번이나 연달아 이어지는 (평화가 무너지는) 소리에, 지수는 더 버티지 못하고 귀를 막는다.
양 볼이 뻘겋다 못해 퍼렇게 변한 민호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담임이 다시 나왔다.
감히 벌 받는 도중에 장난을 쳐?!! 그게 내 앞에서 용납이 될 거라 믿었냐 너희들??
아무리 버릇없이 자란 못 말리는 놈들이라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내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자아.. 모두 귀 잡고 제자리에 앉는다.
오리걸음으로, 삼층 여학생 반이 있는 복도를 향하여앞으로이__ 갓!!!
모두들 맨발이 새까만 곰발바닥처럼 되어, 2학년 7반부터 시작되는 삼층의 복도로 들어섰다.
여기서부터 저기 12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되, 9반 앞에서 멈출 것!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내가 갈 때까지 손들고 대기한다, 실시!입 벌리는 놈들은 알아서 해!!
`진짜 사이코는 물리가 아니라 우리 담임이었군.
덥다고 앞 뒷문 다 열어놓고 있을 텐데, 이게 입 다문다고 해결될 일인가.젠장, 이럴 땐 교감이라도 뛰어와서 말렸으면..'
미운 오리 새끼들의 본격적인 행진이 드디어 시작된다.
`수업 분위기 망친다고 선생님들이 뛰어나와 담임한테 항의라도 해야 정상 아닌가?'
여학생들이 양쪽 문과 창문에 얼굴을 있는 대로 들이밀고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신기하긴 할 테지..) 났는지 깔깔거리며,민망함을 가장하여 환호성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비명을 지르는 등 내숭 섞인 소란을 떠는데도,
항의는 고사하고 주의 주는 선생 하나 없다.
노처녀 선생, 아줌마 교사들은 오히려 여자애들보다 더 신이 나서 화색이 도는 얼굴로 팬티들에게 손가락질을 해가며,코 밑이 거무스름한 총각(?)들의 "누드 페스티벌"을 공짜 관람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중에는 친히 복도로 왕림하셔서 일일이 알밤을 먹여가며 소년들의 알몸을 노골적으로 힐끔대는 극성파 선생도 있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리오..
나른한 봄날 오후의 권태로움이 점심시간 직후의 수업을 수면제처럼 만들어 놓은 판에청량음료같이 신선한(?) 볼거리가 제 발로 굴러들어 왔으니, 오죽이나 즐거우랴.
삼층을 통째 광란의 도가니(탕으)로 바꾸어 버린, 우리의 털 빠진 오리새끼들.
처량한 여정을 잠시 중단하고 9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어떻게든 익명의 몸뚱이로 끝까지 남아보려는 몸부림인지, 한결같이 고개를 처박은 상태에서 머리 위로 팔을 치켜든다.
담임의 감시가 무서워 상만이 등 뒤에 제대로 숨지도 못한 지수는,
할 수만 있다면 축구공만큼 몸을 움츠려서라도 여학생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간절한 바람에서상체를 가능한 한 오그려 상만이의 옆구리에 밀착해 보았지만,
위치 운마저 따라주지 않아 공교롭게도 9반의 열린 뒷문과 직통으로 마주 보는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따라서, 그의 헐벗은 골체미를 짓궂은 왈패들의 음흉한(?) 눈길로부터 구출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별 수 없이 완전 무방비 상태로,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본 일 없는수치심다운 수치심, 치욕의 정수를 고스란히 맛보게 된 지수.
잘 달구어진 숯덩이보다 더 빨개진 얼굴이나마 어떻게든 한번 가려 보려고목뼈가 부러질 정도로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때, 눈치 없는 상만이가 그의 옆구리를 슬쩍 건드린다.
지수와는 정반대로 감수성이라곤 좁쌀 한 톨만큼도 없는 ("창피"가 누구네 집 강아지 이름인 줄로만 아는) 그가,이런 어수선한 와중에 지수의 귓바퀴에다 입을 대고 속삭인 것이다.
지수야, 조오기 주은이 보인다.`뭐?? 주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