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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스 나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2. 12. 14. 17:16
93년 5월 21일 오후 1시 36분경
덕망 중학교 2학년 6반 교실 안.
5교시 수업을 알리는 벨이 울린 지 7분여가 지났지만, 국어 선생님은 들어오시지 않는다.
창(窓)가(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은 지수는 왠지 불길한 예감이 자꾸만 들어, 무더울 정도로 화창한 늦봄의 오후인데도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오싹함을 쉼 없이 느껴야 했다.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모두들 천하태평으로, 앞뒤 좌우에 앉은 녀석들과 장난을 치거나 떠들어대는가 하면, 심지어 교실 뒤쪽 공간에서 씨름을 한답시고 쿵쾅거리지를 않나 소란스럽게 책상을 넘어 다니질 않나,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그런가 하면 그 와중에도, 금방 먹은 점심이 왕성하게 소화되는지 창가에 앉은 아이들의 대부분은, 따가운 햇볕 세례에 정신들을 못 차리고 머리를 전후좌우로 흔들며 꾸벅꾸벅 졸거나, 그것도 성에 안 차 아예 책상 위에 엎드려 본격적인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처녀 선생님이 국어 담당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더욱 긴장을 풀고 제멋대로 하고 싶은 짓을 하는 것 같다.
`옆 반엔 지금, 악명 높은 싸이코 물리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을 텐데, 이러다봉 걸레 자루 빙글빙글 돌리며 들이닥치지나 않을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는지 반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탁 앞으로 나아간다.그리고 손바닥으로 교탁 옆을 세차게 두들긴다.
야! 야! 조용히들 좀 해!옆 반에 싸이코 있는 거 몰라서 이러는 거야?!
야! 물반장!지금 장구 치냐? 이왕 칠 거면 잘 좀 쳐 봐라!
교무실 가 볼 테니까, 조용히들 하고 있어!
교실 앞문을 열고 복도로 뛰어나가던 반장이, 급정지를 하면서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허둥지둥 다시 들어온다.
담임 떴다!!!
반장이 자기 자리로 들어가 앉기도 전에, 잔뜩 찌푸린 담임교사의 얼굴이 교실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의 왼 손아귀에 굳게 갇혀 있던 "붉은 마귀"(빨간 페인트 칠 위에 번들거리는 니스까지 빼입고 있는, 직경 4센티, 길이 1미터의 우람한 정신봉)가 후덥지근한 공기를 후윅 하고 가르는가 싶더니, 이내 꽝! 하며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반쯤 열린 앞문(목재로 만들어진 미닫이 문)을 찢어 놓았다.
그 소리에 지수는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심장이 멎는 듯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이 놈들! 너희 놈들 쿵쾅대는 소리가 교무실까지 들리잖아!오늘 날씨도 좋은데, 얼큰하게 한 딱까리 해볼까?!
한 번도 단정하게 빗긴 적 없는 헝클어진 (덥수룩한 곱슬) 머리에,도수가 엄청나게 높은 (두껍기로 소문난 지수의 안경알보다 더 두꺼웠다.) 고동색 뿔테 안경 속으로 깊숙이 감춰 둔,
작고 매서운 눈초리.
언제나 과묵하다가도 일단 열받았다 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공포의 카리스마.
작달막하지만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저 살기(?).
`제발, 오늘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저를 지켜 주소서..'
그의 오른쪽 손에 들리어 있는 희고 얇은 종이를 보고 한 차례 광풍이 몰아칠 것을 뒤늦게 깨달은 아이들이앉은 자리에서 돌하르방처럼 얼어붙어, 교실 안은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릴 만큼 정적에 휩싸여 버렸다.
오늘 종례 시간에 타작할 작정이었는데, 국어 선생님 덕분으로 너희들 귀가 시각이 늦어지지 않게 되었구나.어때.. 기쁘냐?
국어 선생님 오늘 안 나오셨나요? (떨리는 음성을 억누르며 반장이 질문한다.)
너희 놈들이 좋아하는 성경란 선생님은 갑자기 몸이 아프셔서, 지금 수업하러 들어오실 수 없는 입장이시다.왜! 아쉽냐? 놀려 줄 선생님이 안 들어오셔서?
거시기.. 성 경란 선생님.. 오늘이 그날이신가요? 히히..
교대를 갓 졸업하고 덕망 중학교로 첫 부임한 신출내기 여선생을 전문으로 도맡아 희롱(?)하던 경택이가,맨 뒷자리에서 불량스러운 자세로 상체를 뒤로 젖힌 채 한 마디 던졌다.
그의 말에, 교실 여기저기서 시시덕거리는 소리들이 분필 가루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저, 눈치코치 없는 녀석.불에다 아예 기름을 붓는구나, 기름을 부어..
하나님, 제발..'
뭐야!? 이놈들이 완전히 겁 대가리를 상실했구만!이 시간에 내가 왜 들어왔는지 정말 몰라서 그렇게 깐족거리지?!
지난번 본 중간고사 성적, 이때쯤 나온다는 거 잘 알 텐데..?
각오들 단단히 해, 이 녀석들아!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의 점수와 석차가 나열되어 있는 자료지를 펼쳐 들고머리 위에서 마구 흔들어대었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이번 시험은 죽 쒔는데..'
원래 자율 학습을 해야 할 시간이나, 너희 녀석들이 얌전하게 공부할 리도 없고..내가 국어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해서 이 시간을 전세 냈다.
야, 이 경택! 국어 선생님이 나한테 신신당부하더라.수업 시간에 공부는 뒷전이고 여자 선생님들께 말장난이나 거는 못된 녀석들이, 제일 많은 6반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잡아 달라고 말이다.
담임 얼굴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내 챙피해서 정말..
긴 말 하면 내 입만 아프지.
지금부터 셋 셀 동안, 홀딱 벗고 책상 위로 올라가 무릎 꿇고 앉는다, 실시!!!
어휴, 선새임!빤쓰꺼정 벗어야 되나유?
반에서 덩치가 가장 크고 힘이 세어 폭군처럼 힘없는 아이들(특히 지수는 그의 밥임.) 위에 항상 군림하는 철용이가,뭉그적거리며 묻는다.
녀석들, 동작 봐라!?내가 홀딱 벗으란 말했나, 안 했나. 빤쓰까지 홀라당 벗으란 말이야!!
두울...!
교실 안은, 급하게 옷을 벗느라 법석을 떠는 아이들로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지수 역시, 열이 받아 벌게진 얼굴로 정신봉을 휘두르며 고함치는 담임의 퍼러등등한 서슬에 바짝 쫄아정신없이 교복을 벗긴 하였으나, 차마 팬티까지는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수치스러워 차라리 얻어터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둘에 바안....!아직도 꾸물대는 놈들은 뭐야!!?
셋 센 다음에도 몸뚱이에 뭔가 걸치고 있는 녀석이 하나라도 있으면, 너희들 모두, 이 정신봉으로 열 대씩이다!!
세... 엣....!
그때까지도 지수는 팬티를 벗지 못하고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뒤에 앉은 (성깔 못되기로 소문난) 민호가 주먹으로 지수의 벗은 등을 세게 갈겼다.
이 씨팔!빨랑 안 벗어?!
45Kg의 앙상한 거죽이 주먹을 튕겨내며, 북 가죽처럼 "퉁"하는 소리를 냈다.
뭐야! 어떤 정신 빠진 녀석들이 이 순간에도 장난을 치는 거야, 앙!?
주위를 둘러보던 담임이 기어이 지수의 (붉은 빛이 도는) 패셔너블한 삼각 팬티를 발견하였다.
어쭈, 요 녀석 봐라. (그에게 부리나케 다가오는 담임)
야, 나 지수!너 인마, 왜 빤쓰 안 까는 거야?!
저어..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이것만은.. 제발..
지수가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선처를 감히 호소한다.
허어, 이 녀석 보게.인마, 여기 안 벗은 놈이 어딨어!?
왜.. 창피해서 그래? 사내놈들만 있는 데서 창피할 게 뭐 있다고..
새임! "미스 나"는 여자라서 못 벗겠대유. 하하하..!!
교실은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한다."붉은 마귀"가 다시금 공중을 휘젓는다.
이놈들, 벌 받는 태도가 상당히 불량하다!누가 마음대로 이빨 보이랬어!?
지수는 자신의 팬티에 집중된 시선들과, 자신으로 인해 악화일로를 치닫는 위기 상황을 견디어 내지 못하고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담임이 정신봉으로 그의 젖꼭지를 툭툭 건드린다.
인마, 왜 또 찔찔 짜는 거야?네가 이러니까, 애들이 "미스 나"라고 놀리는 거 아니야!?
"미스 나"라는 별명을 붙여 준 장본인 철용이가, 불만이 잔뜩 섞인 볼멘소리로 투덜거린다.
새임! 저 눈물에 자꾸 약해지지 마세여!"미스 나"만 자꾸 그렇게 봐주시니깐 애들 불평이 얼마나 많은 줄 아세여?
야, 미스 나! 니 후딱 안 벗냐!?이참에 니도 달렸다는 걸 보여 줘야 "미스 나"라고 안 놀릴 거 아니여..?
햐아, 빤쯔도 어디 야리꾸리한 걸 입고 와서는..
야, 그거 니네 누나 빤쓰 맞지?!
차철용! 너 당장 뒤로 가서 엎드려뻗쳐!!짜식이, 벌쓰면서 말이 많아..
철용은 지수를 향해 눈알을 부라리며, 마지못해 교실 뒤편으로 가 엎드린다.그의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물건이 움직일 때마다 덜렁거린다.
나 지수. 오늘은 못 봐준다.너 이 녀석, 중간고사 성적도 그게 뭐야!?
지난달 월말고사 때 전교 이 등 하던 녀석이, 전교 15등이 뭐냐고! 15등이!
너도 우리 반 석차 꼴찌에서 두 번째 되게 만든 일등 공신이니깐, 얄짤없어!
좋게 말로 할 때 빨리 벗는다,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