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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tters to D.J. (지수 외전)/SUPERMAN 2022. 10. 9. 16:24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1. Superman (원본) (1)

     

     

     

     

     

     

     

     

     

     

     

     

    제가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슈퍼맨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된 영화로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한 1979년작 슈퍼맨이 있는데 이 이후 나온 여러 편의 슈퍼맨 영화들의 원조라 할만하지요. 그 영화 저도 어린 시절 비디오로 보긴 했습니다. 뭐 그렇게 아주 많이 재밌다거나 감명 깊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솔직히. 특별하게 인상적으로 남는 장면도 딱히 없었던 것 같고요. 그냥저냥 재미난 만화 보듯이 본 것 같아요. 만화로만 알던 주인공의 행동을 진짜 사람이 나와서 똑같이 하고 있으니 어린 나이에 신기하긴 했지요.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대단하긴 하구나 감탄하면서 보던 꽤 잘 만들어진 공상과학 액션물들 중 하나였고 그래서 흔히 말하는 킬링타임용보다는 조금 괜찮은 정도로 기억에 남아 있네요.

     

     

    그런데 왜 "내가 뽑은 추억의 명작" 코너에 그것도 첫 번째 작품으로 소개하냐고요? YJ 누님도 의아하신가요? 진짜 감동을 준 영화로만 뽑아와도 채택될까 말까인데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닌가 여기실 테지만 실은 이 양화와 관련하여 저만의 독특한 사연이 있어서랍니다. 지금부터 믿기 힘드실 이야기를 풀 텐데 부디 중간에 폐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저는 그것으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재 운신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라 저를 보호하는 분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분이 힘을 쓰면 이 글이 라디오 전파를 타는 것 쯤은 일도 아니겠지만 저는 굳이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운에 맞기고 싶어요. 수많은 청취자들이 한꺼번에 들어서 좋은 사연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연이 있을 텐데 아무래도 이 글은 후자일 것만 같네요. 그분도 틀림없이 사전검열하실 테고 그러면 제가 원해도 이번만큼은 "노!" 하실지 몰라요. 그래서 그분 몰래 편지를 부칠 생각이에요. 그분의 부하 중에 그 정도는 도와줄 친구가 있거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누님이 읽어주시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작가 누나가 먼저 보시겠죠? 그러면 제 소박한 소원 들어주시는 셈 치고 YJ 누님이 꼭 읽으시도록 해주세요. 부탁드려요. 방송국에서 따로 읽으실 시간 없으면 댁으로 가져가서 읽으셔도 영광일 것 같습니다.

     

     

    무슨 내용이길래 호들갑스러운 서론이 기냐고요?

    이번에 제가 고른 영화들은 물론 예전에 한 번씩 다 본 것들이지만, 요 근래 몇 개월 사이 본의 아니게 다시 보게 되었거든요. 억지로? 강제로? 표현이 좀 살벌합니다만 그렇게 봐야 했던 아니 겪어야 했던 영화들입니다. 예전에 편하게 즐기던 관람이 아니었어요. 저를 너무 무섭게 하고 당황스럽게 하고 불편케 하고 마음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고 안타깝게 하는 특이한 관람 아니 특이한 체험이었습니다. 저 혼자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말씀드렸지만 운신의 폭이 좁은 구속된 생활 속에 저는 묶여 있어요. 제가 이리 된 그간의 사정을 먼저 밝히는 것이 순서이지만 그럴 수 없는 점 죄송스럽고 감히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렵게 시간을 구해야 하고 또 시간에 쫓겨야 하는 처지임을 말씀드리는 걸로 갈음하겠습니다.

     

     

    비디오 정도야 볼 수는 있지만 그것도 아무거나 골라 볼 자유는 없고요 그래서 흥미를 잃은지 오래입니다. 그렇다고 영화관을 들락거릴 상황은 더더욱 아니구요. 아무튼 맘 편히 영화나 볼 처지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자시고 할 열정도 남아 있지 않았지요. 그런데 어떻게 누님의 방송은 열렬히 듣게 되었냐고요?

     

     

    수면제를 꾸준히 처방받고 용량도 점차 늘여갔지만 이놈의 불면증 정말 미치겠더군요. 사실 제가 사는 이곳은 제 방에 물건 하나도 맘대로 들여놓지 않는답니다.

    그 보호자분의 입김으로 간신히 코딱지만 한 라디오를 반입할 수 있었지요. 심야의 음악 프로들을 조용하게 들으면 혹시나 잠들지 않을까 해서요. 그분은 클래식 방송을 추천해 주셨고요. 여기저기 틀어보다 누님의 목소릴 알게 되었지요. 목소리 너무 좋으세요 누님. 나지막하게 귓가로 들어오는 감미로운 음성이 신기하게도 지독한 불면증을 물리치고 저를 잠들게 하더군요. 그리고 누님이 도란도란 들려주시는 영화 얘기들과 틀어주시는 영화 음악들에도 조금씩 관심이 가져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말예요. 이렇게 누님의 프로그램에 그리고 누님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이제는 거꾸로 누님 때문에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누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누님에게 말을 건네고 누님께 제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절실해졌습니다. 무기력증에 빠진 저였는데 어떻게든 그리해보고 싶은 충동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아요. 마침 청취자 참여 코너도 신설되었고 해서 좋은 기회다 싶어 이처럼 도전해보게 된 것입니다. 잘 했다고 칭찬하는 누님 목소리가 제 귀에 생생하네요.

     

     

    이야기가 옆으로 샜나요? 그렇다면 쏘리.

    누님 방송을 꾸준히 들으며 저 영화는 한 번 보고 싶은데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지만 그때뿐이었어요. 제 무기력 증세가 그 정도까지 나아지진 않은 모양이겠죠. 누님 덕에 솟아난 제 알량한 열망도 영화 자체를 향한 거라기보단 누님과 누님 프로에 포커스가 맞춰졌으니까요. 결국 제 얘기는 이 영화들을 최근 접하게 된 게 결코 저의 자발적 의사가 아니란 겁니다.

     

     

    영화의 기이란 변형 속으로 저를 송두리째 구겨 넣은 그리하여 저와 떼어놓을 수 없는 인생 영화가 되게 한 범인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들로 인해 저는 영화 속에 얼마나 거대한 비밀이 숨어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우리의 삶,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영화이고, 영화가 우리의 현실이라는 표현. 누구나 진의를 파악하기 쉬운 꽤나 진부한 은유일 뿐일까요 과연? 누님도 그리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우리네 현학자들은 이 철 지난 시구와 같은 함축된 상징으로 두꺼운 책 한 권을 만드시겠지만, 저는 소름이 끼칩니다.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가리키는 표현이란걸, 철학이 해석할 여지가 일도 없는 문자 그대로의 사실적 설명이란 걸 알아버렸으니까요.

     

     

    그들이 제게 우주의 비밀을 주입하여 저의 실상을 한 편 한 편 영화로 빚어내더군요. 왜곡시켜야 진실을 보는 우리의 한계를 모든 것의 이면이 신랄하게 조롱하는 세계가 있더군요. 영화도 아닌 것이 제목을 달고 당당하게 영화 행세를 하는데 그게 사기가 아니고 웅장한 실존이라네요.

     

     

    그들 덕에, 처절하게 연기하는 배우들도 만나보았습니다. 저를 빼다 박은 아니 제가 아니어도 저라 할 수밖에 없는 메소드 연기자들이었습니다. 각 편의 주인공이기도 조연이기도 하면서 한 편 당 한 명씩 출연하는데 실은 무수히 많은 수가 출연하는 거라 합니다. 손오공의 머리카락 분신술도 아닌 것이 말이지요.

     

     

    모든 장르 안에서 궁극의 판타지가 삶을 호령하지만 전혀 티 나지 않았습니다.

     

     

    체험과 영화가 동시에 존재하였습니다. 실물과 배우가 동일인이나 둘 사이 거리가 무한대였습니다. 그래도 특수효과는 아니랍니다. 실재라 합니다.

    모든 상상은 실재하기 때문이랍니다 어디에선가.

     

     

    그리고 모든 실제하는 것도 어딘가로부터의 상상이라네요.

    무한대 너머 무한 수의 누군가가 지금 상상하는 대로, 지금의 우리가, 지금의 세상이 구현되고 있다네요.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하고요. 누군가의 지금과 우리의 지금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고요.

    고로 단수일 수도 복수일 수도 있는 우리는 모두 창조주이자 동시에 피조물이라네요.

     

     

    뭔 얘긴지 모르겠는 뜬구름 잡는 소릴 하는 걸까요?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를 어렵게 하는 걸까요?

    어느 쪽이던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당하는 건 변함없겠군요.

    중요한 건 존경하는 누님께 제 마음을 담아 사연을 보내려고 거의 죽을 만큼 고생을 했다는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그들이 제 영혼을 고달프게 했어요. 이 말도 비유가 아닙니다. 글자 그대로 봐주세요.

     

     

    어쨌든 영혼을 괴롭힐 줄 아는 이 사악한 능력자들 덕분에 이렇듯 사연을 보낼 수 있게 되니 참 기분이 묘한데요? 이들이 저를, 엄밀히 말하면 제 영혼을 납치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간절한 소망이었어도 우선 사연이 없는데 이렇게 쓸 엄두를 냈겠습니까. 누님 방송에 빠져들면서 머릿속이 영화로 꽉 차는 지경까지 되어 그런지 이들이 제 무의식을 잘도 파고들었고, 제가 본 영화들을 모티브로 저를 엮어 몰아갔나봅니다. 그랬기에 누님 방송에 걸맞은 사연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런 면에서 이들의 방문이 저에겐 굿 타이밍이었네요. 이러면 지금의 이 평온한 행복감이 그들 때문인 셈인가요. 아직도 원망이 가시진 않지만 그 기분 나쁜 존재들에게 감사를 표해야겠군요.

     

     

    꿈을 잘못 꾸었냐고요? 꿈과 현실을 구분 좀 하라고요?

    저도 꿈이었음 좋겠어요 차라리.

    심야에 찾아와 육신은 놔두고 정신만 데려갔으니 이걸 꿈이라 한들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그리고 저들이 노골적으로 그러더군요. 꿈은 4차원의 영역이라 다른 시공으로 넘어가는 훌륭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꿈의 세계 곳곳에 도사린 '드림 홀(HOLE)"이 저를 영화 같은 세상으로 안내해 줄 거라고.

    중간에 꿈을 거치니 전체가 다 꿈으로 매도 되어도 그럴만하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거는 참고해두세요. 단순 뇌 작용이라 치부하는 꿈을 매일 꾸면서, 기억하던 못하던, 우리는 종종 꿈 이상의 무엇에 의해 꿈의 경계 밖으로 옮겨졌다가 복귀하기도 한답니다.

     

     

    YJ 누님

    슈퍼맨에 대한 급조된 추억을 이제 본격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저는 분명 슈퍼맨 앞에 "영화"를 붙이지 않았고, 추억 앞에 "저의"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영화와 아주 관련 없는 스토리는 아닐 터이니 자격 미달이란 말은 아직 꺼내지 말아 주세요. 누님도 제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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