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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그놈의 환상
    위선자들의 사랑 (상준 외전) 2024. 4. 16. 17:04

     

     

     

     

     

     

     

     

     

     

     

     

     

     

     

     

     

    세월이 너무 빨리 흘러..

     

     

     


    요즘은 드라마만 봐도, 아니 "인간시대" 같은 인간미 넘치는 다큐만 봐도 자꾸 감정이 이입되고 눈물이 나.
    나 이렇게 맘 약한 사람 아니었는데..
    이런 게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인가 봐..

     

     

     


    하루는,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 곁에서 임종을 지켜 주는 호스피스 이야기를 봤어.


    살려 달라는 말기암 환자들의 절규가,
    치료를 거절하는 젊은 환자들도, 왜 그리 날 울리던지..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대할 때보다,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살고자 하는 본능이 두려움 속에서 부르짖을 때
    호스피스들은 그 약한 이들의 서러움에 더 잘 동화되고 측은지심도 상대적으로 더 느낀다 하더라.
    물론 그렇겠지..

    죽음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나약함을 대다수는 공유하고 있으니까.

    극소수의 초월적인 모습은 아무래도 좀 낯설 테지 존경스럽기는 하면서도.

     


    죽음을 선고받고 "생이 끝나는 순간"으로 하루하루 다가가는 여정이란, 정말 두렵고 외롭고 또 힘들대. 당연하게도..

     


    곧 숨이 멎으려 하는 시어머니 앞에서 통곡하는 며느리. (평소 고부 사이가 유달리 좋았겠지?)
    본인은 기억 못 하지만 혹시라도 잘 못 해 드려 서운했던 점 남아 있으면
    다 잊고, 다 놓고 가시라 하네.


    이리 허무하게 짧은 인생 살다 갈 줄 알았으면 살아있을 때 좀 더 잘 해줄걸..
    남편의 임종 앞에서 한 맺힌 후회로 흐느끼는, 젊은 부인의 눈물.


    도저히 계속 바라볼 수 없을 만큼 나를 힘들게 하는 장면들이었어.

     

    삶도 내게 아직 답을 주지 않았건만, 죽음이 별안간 찾아와

    녹록지 않은 번민을 홱 던지고 가는 순간이었어.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데블즈 에드버킷"이란 영화 역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치열하게 원했고 원한 대로 이뤄진 삶"이란 것이 인간에게 과연 행복을 가져다 주기는 하는 것인지..
    진정한(?) 행복과 "행복(?)을 줄 것이라 믿고 열망하는 삶"이,
    서로에게 제대로 매칭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송구영신..


    헌 해는 가고 새해를 맞는 지난 몇 주간 나름 책과 영화들을 섭렵하면서도,
    어쩌면 영원히 해답을 구하지 못할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들을 틈틈이 고민해 봤어.
    철학적인 상념이라 골치 아플 것을 각오하고 말이지.
    숙연해지더라..

     

     

     

     

     


    십 원 한 푼 없이 집에서 칩거한 지가 며칠째인지 모르겠네..


    하도 누워 있어서 허리가 뻐근할 지경이지만,
    새해에는 왠지 굉장히 희망적인 삶을 살 수도 있으리란 설렘이 있어.

     

     

     


    내가 누나 전번을 모르잖아.
    내게 전화 안 걸어 주면 누나한테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 잘 알지?


    한 번쯤은 우리 둘만의 송년회 겸 수다 모임을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그래서 한 번쯤은 연락이 오지 않을까 혹시나 하고 기다렸는데, 없길래...

     

     

     

    누나 마음도 못지않게 복잡하단 걸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누나 맘 내킬 때 전화는 한 번 줘 그래도..

     

     

     

     

     

     

     

     

     

     

     

     

     

     

     

     

     

     


    인간, 삶, 세상, 역사, 지구, 우주.. 그리고 너와 나..

    이 모든 게 환상인 것을..

     

     

     


    주위를 둘러봐. 환상 아닌 게 어디 있니?

     


    환상이 환상을 아프게 하고 기만하면 좀 어때? 어차피 환상인 걸..

     


    환상이 환상과 친하고 싶다는데,

    환상 속에 있어야 포근한 자애로움이 생긴다는데,
    환상과 손을 잡아야 그립고 슬프고 애틋하다는데,
    환상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데 굳이,

    피부가 되어 버린 환상을, 영혼이 되어 버린 환상을 억지로 벗겨 낼 필요 있을까?

     

    환상 없이 두렵고 무기력한 상태로, 환상의 섭리에 순응하는 만물을 비웃을 필요 있을까..?

     

     


    그런데..

     

    "너란 환상"과 "나란 환상"이 서로 멀리 떨어져 애달프고
    정겨움의 결핍으로 몸부림치다가도,

    너란 환상과 나란 환상이 막상 가까이 다가서면,
    오매불망하던 감격을 유린하는 (냉혹한 혹은 비열한) 무언가가 "우리의 환상"을 두들겨 패곤 해.


    환상인 주제에 서로에게 돋보기를 들이대고, 현실이라 착각되는 "누추한 환상"들을 열심히 찾아내지.

     

    모두가 환상인데, 환상이 환상을 깔보고

    환상끼리 "현실 쟁탈전"을 치를 필요 있을까..

     


    환상끼리 아웅다웅, 쓸데없이 상처나 주고받을 바에는,

    자존심, 아집, 편견, 오해를 주렁주렁 달고 현실인 척 시치미 떼는
    "역겨운 환상"들을 부지런히 갈아입을 바에는,


    "너의 환상"과 "나의 환상"이 힘차게 부딪쳐도 아프지 않던 환상,
    너의 환상과 나의 환상이 서로의 목을 죄어도 답답하지 않았던 환상이나 꿈꾸자꾸나.

    우리의 추억 속을 결코 벗어나지 못할 그 달콤한 에덴이나 거닐자꾸나.

     

    이제는 적어도
    너란 환상이 나란 환상을
    나란 환상이 너란 환상을

    애끓게 갈망하며 - 헤어짐이 슬퍼 - 절망할 일은 없으니,
    다시금 멀찍이 떨어져 여유롭게 환상을 즐기자꾸나. 지금처럼..

     

    "너와 나, 실체 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음"을 느긋하게 음미하며
    그럼에도 우리의 환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하며,
    인간의 사랑은 환상 속에서만 피어날 수 있음을 아울러 되새기자꾸나.

     

     

    순간의 환상이 이어져 "역사"라는 거대한 환상을 이룬단다.

     

    너의 환상과 나의 환상이 가쁘게 숨을 토해 뽑아내는 이 "찰나의 환상"들을 보듬자꾸나.

     

     

     


    염주알 같은 "환상 입자"들이 보자기처럼 펼쳐져 나풀거린다.
    그 너머로, 펄럭이는 "영원"이 있다.

     

     


    죽음이란, 이편의 환상이 저편의 환상으로 넘어가는 통로.


    세상이 환상이고 세상 사람도 환상이니, 사람이 죽는 것도 그저 환상일 뿐.

    (사람이 온통 환상인데 어찌 영혼이 환상이 아니랴..)


    죽음이라는 환상은, 이 세상 환상을 "다른 차원의 환상"으로 보내는 매개에 불과해.


    이쪽의 환상이 사라져 저쪽의 환상이 되고,
    저쪽의 환상이 사라져 이쪽의 환상으로 넘어오고.. 그러니 환상은 영원할밖에..

     



    때가 되어 너란 환상이 사라지고 나란 환상이 사라져도,
    너와 나의 환상이 교감하여 만드는 "지금의 환상"들은 영원히 펄럭이며 우주로 우주 밖으로 퍼져간다.

     

     


    너와 나 어차피 환상이니까, 우린 그냥
    사라질 때까지 이러면 돼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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