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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케로히얄 대 투누탄
    판타지 속의 판타지 1 : 카파마리올 (판타지) 2023. 12. 23. 21:22

     
     
     
     
     
     
     
     
     
     
     
     
     
     
     
     
     
     
     
     
    어?? 소영아, 벌써 드림홀을 통과한 거니? 이 집은..

    레지스탕스의 아지트, 빅토리아네 집 아니냐?! 맞지?
    워싱턴 근교의 그 빌라, 내가 하룻밤을 지내던 곳. 근데..
     
    집이 다 쓰러져 가는구나. 낡아도 너무 낡았다, 야.
    적어도 몇백 년 아니 그 이상 방치된 것 같아. 온통 넝쿨로 뒤덮인 데다..
    흉가도 이런 흉가가 없군. 내가 여길 알아봤다는 게 신기할 정도야.
     
     

    깝치지 좀 마라. 이곳은 신령한 기운이 짙게 감도는 성소(聖所)다.

    상위 평행 시스템의 "신성계"가 중첩된  6차원 영역이므로, 상념의 때가 낀 너의 영안(靈眼)은
    이곳의 실체를 인식 못하는 것이 당연해. 네 무의식이 투영되어 그리 보이는
    일종의 환시(幻視)이니 호들갑 떨 필요 없어.
     
     

    하여간, 찬물 끼얹는 덴 뭐 있다니깐.. 젠장, 좋다 말았네.
    하긴.. 주변을 둘러봐도 다른 건물들은 보이질 않으니 네 말이 맞는지도..

    우선, 내가 여전히 거인의 모습으로 서 있는 것 하며..
    우리의 사이즈에 걸맞게 빌라가 저절로 뻥튀기됐을 리도 없고..
     
     
      
    드림홀이 성소에 걸쳐진 걸 행운으로 알라고.
    덕분에, 별 어려움 없이 시공 이동을 할 수 있을 거야.
     
     

    제발 그래야지. 매번 초주검이나 당하게 하고.. 으휴, 넌덜머리 나!
    요번엔 가볍게 산책하듯이..
    부탁한다. 쫌..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카파마레올을 휘감아 도는 짙은 안개(?)가 실은 그곳의 내부에서 스며 나오고 있음을, 그녀는  전혀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투누탄에 쫓겨 절망 속에서 기도할 때 응답한 수호천사(?)가 그녀를 끌어올려 자신의 뒤에 태울 때만 해도,
    기쵸닐롄은 분명 하얀 이브닝드레스를 차려입은 젊은 여인이었다. 그런데
    외계 괴물의 집요한 추적에 기진맥진한 여자치곤 드레스가 구김살 하나 없고 그것에 흙먼지 한 톨 안 묻어 있단 것이
    섣불리 넘길 사항은 아닌 듯하다.

    케로히얄의 지시에 맹종하며 지금 빌라(?) 현관으로 다가서고 있는 그녀 아니 그것은..
     

    윤기 흐르는 금발과 분칠한 뽀얀 얼굴, 그리고 - 사건의 긴박함에 언밸런스를 선사한 - 말끔한 드레스는 이제 없다.
    투누탄의 일격에 왼쪽 팔과 어깨 일부가 날아간 이후로, 그녀는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

    창조주가 잠깐 다른 볼일 보기 위해 일시 보관해 둔 (찰흙으로 대충 빚어 놓고 마무리를 하지 않은) 미완성의 어정쩡한 인간이 저런 모습 아닐까. 상체의 일부가 참담하게 파손된 녹회색의 안드로이드랄까.
     

    고통과 상관 없어진 "인간 비슷한 무엇"이 한 발 한 발 성소와 가까워지고 있다.

    주인이 발을 뗄 때마다, 훼손 부위를 새까맣게 뒤덮고 버글거리던 정체불명의 버그(bug)들만 고통을 대신한 듯
    굼실대던 운동성을 현격히 잃고 - 디디티(DDT) 맞은 빈대들처럼 -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지금 들어가면 안 돼!

    인공지능 섹터의 의식파(意識波) 패턴이 저 녀석에 의해 변성되었어.
    성소 안의 영파(靈波) 밀도에 노출되면, 기초닐롄의 몸 전체가 양자(量子) 격동 모드로 급변하여 대폭발을 일으킨다고.
    그리 되면 네 유체도 온전치 못할 뿐 아니라, 성소의 괴멸로 인해 2015년의 우리 비밀 본부까지 위태로워져.
    "내가 빌라에 그어 놓았던" 결계를 녹여 버린단 말이야.
     
     

    또 뭐야?! 드가란 거야 말란 거야? 너답지 않게 왜 갈팡질팡이냐고.
     
     

    넌 케로히얄에게 속고 있어! 녀석이 정신 감응으로 내 시늉을 하고 있었으니, 헷갈릴 수밖에..

    위를 봐!
     
     
     
     
     
     
     
     
     
     
     
     
     
     
     
     

    뜬금없이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기쵸닐롄이 뒤돌아 위를 쳐다보고 경악한다.
     
     
     

    케로히얄님! 투누탄이에요. 어떻게 여기까지..
     
     

    저놈은  투누타이 소(小) 그룹의 우두머리다. 영능을 겸비한 사악한 투누탄이지.
    성소의 영기에 주눅 들지 않고 용케도 따라붙었군. 내가 나타난 줄 알고 온 게야.
    괴물 주제에 감히 날 눈엣가시로 인식하고 없애시겠다?
     
     
     
     

    진홍의 광선과 보랏빛 빔이 맞부딪힌다.
    투누탄의 그것이 조금씩 밀고 내려오자 케로히얄의 빔은 옅어지며 특유의 빛깔을 상실한다.
    기세 싸움에서 한 수 밀린 케로히얄이 부랴부랴 망토를 들어 올려, 안면을 향해 달려드는 "투누탄의 광선"을 차단한다.
    그러나 그것의 위력을 백 퍼센트 막아내기엔 역부족인지 그는 볼썽사납게 낙마하고 만다.
    자신의 독실한 신도 기쵸닐롄 앞에서 체면이 형편없이 구겨지는 순간이다.
     
     
     
     
     
     
     
     
     
     
     
     
     
     
     
     
     

    그러니까, 넌 케로히얄에 빙의된 것이 아니라..



    그래.
    성소를 지키기 위해 기를 쓰고 널 저지하는 투누탄이 나야.

    투누탄이란 이름도 녀석들이 일방적으로 지어서 부르는 호칭인데, 자기네들 언어로  아주 안 좋은 의미를 담고 있지.



    역시..
    나도 저 녀석 왠지 맘에 들지 않더라고.
    수호천사입네 하고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가증스럽게도 네 흉내를 내고 있었단 말이지?



    저 녀석이야말로 우리 쿠메이린 항성을 침공한 기계인간 족속의 후손이다.
    물론 기쵸닐롄 너도 마찬가지.



    그런 거였어? 그런데 왜
    얘는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지?

    자신을, 이 별의 선량한 원주민 후예로서 투누탄족의 세뇌를 극복하고 - 케로히얄들이 마련해 준 - 안전 구역으로 탈출한
    저항 세력의 일원인 줄 알고 있으니..

    얘가, 너의 선정적인 폭로를 과연 믿으려 들까?



    기쵸닐롄이 믿고 안 믿고에 난 개의치 않아.
    네만 진실을 직시한다면 게임은 끝난 거나 다름없으니까..

    네가 내 얘길 믿고 내 지시를 따라주면, 그녀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방향으로 행동할 거야.
    내가 텔레파시를 행하는 동안 그녀의 의식은 너의 상념에 전적으로 의존할 테니, 난 오로지 너의 혼란을 해소하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다.

     
     
     
     

    간악한 투누탄이 감히
    나인 척하고 혹세무민(惑世誣民)을 해?
    하늘이 무섭거든  진실을 그만 호도(糊塗)하고 썩 물러나거라!
    널 박살 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지만 장소가 응징을 허락지 않는구나. 성스러운 영소 앞에서 불경스러운 짓을 하면 어느 누구도 무사치 못하리란 걸, 너도 잘 알고 있거늘..

    여기까지 쫓아온 용기가 가상하다만, 경고하건대 제 명에 살고 싶거든 경거망동 더는 말고 어서 꺼지거라!



    어쭈, 이것들이 이젠 쌍으로 날 갖고 노네?
    내가 옹고집 영감의 마누라도 아니고..

    너네 나 자꾸 눈깔 돌게 할래?

    어떤 놈이 진짜인지
    설마 나보고 선택하라는 건 아니겠지?



    기쵸닐롄.
    네 팔을 동강 낸 잔인한 마물(魔物)의 꾐에 혹하여, 널 구해 성소까지 데려온 나를 의심하겠단 거냐?

     
     

    수호천사라고 해서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법 있나?

    참, 잠깐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시켜 줘 고마워. 얘 몸속에서 끝없이 기어 나오는 이 투명하려다 만 벌레들, 발을 옮길 때마다 대량으로 떨어져 땅 속에 숨어 버리는 저것들의 진상(眞相)을 규명해 주지 않는 한, 너에 대한 확신은 잠시 유보해 두겠어.

    그리고 이 변해 버린 몰골!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엉성한 인조인간의 형상은 또 뭐지?

    가녀린 숙녀가 이런 황당무계한 변신을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이러다 성소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놀라 까무러치겠다.

    얘 또한 나 이상으로 아까부터 뭔가 꺼림칙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는 것 같던데, 나도 나지만 우선 기쵸닐롄이 수긍할 만한 해명을 해보라고!
     
     

    으음.. 천기누설을 강요하다니..

     
     
     
     
     

    천기누설 좋아하네.

    기쵸닐롄, 어리석은 너희 족속은 지배 계급인 케로히얄에게 철저히 속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너희 족속을 습격할수록 이러한 의문들과 충격 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텐데, 저들은 어찌 대처했을 것 같나.

    우리의 해코지가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네가 직접 당하고서야 마치 난생처음 접한 (괴상망측한) 경험인 양 질겁을 한다??

    좀 이상하단 생각 안 드니?



    딴은 그렇기도 해.
     
     

    우리의 공격이 너희들의 본모습을 까발리는 족족 케로히얄들은 너희들한테 나타난다.
    오늘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저들이 너희들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기계가 기계를 지배하는 세상은 많아.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어.
    너희들의 간곡한 기도와, 우리의 습격으로 인한 부상(負傷) 이 둘 중 하나만 발생해도 이는 레이다의 신호처럼 작용하여 저들의 시스템으로 하여금 너희들을 추적하도록 만든다.

    복구 불능 상태로 완전히 파괴된 너희들은 무용지물이므로 저들의 안중에 없다.
    너같이 설죽은 기계만 수거하여 의식 수용 장치를 리셋하고, 결손 된 부속들을 새로 이식한 다음, 배양 영혼 안착실로 보내는 거지.
    그곳에서 - 안착 가능 모드로의 - 기계 숙성과 영혼 안착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다시 살아난 너흰 언제나 투누탄의 공격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직접 당하지 않고 동료나 친지의 (이 또한  모두 조작되어 인위적으로 구성된 가짜들이지..) 황당한 실체를 목격하는 너희들은, 그럼 어찌 되느냐.
    그런 너희들의 충격으로 일그러진 의식파 패턴이, 점검 바로미터이자 내비게이터로써 이용되게 돼.
    목격한 너희들이 수면을 취할 때, 저들의 원격 리셋팅은 은밀히 진행되지.

    너희들의 기억은 너희들의 것이 아니다.     저들에 의해 항시 편집되고 삭제될 수 있으니까.
    이제 알겠지? 저들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게  음험한 방식으로 "너희의 비밀"을 유지하여 왔는가를..

     
     
     
     
     

    케로히얄! 저 말이  다 사실이야?



    부분적으론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어떻다는 거지?

    우리의 태생이 기계라는 이유만으로 저들의 간교한 술책이 먹혀 들어간다면, 너무도 서글픈 일 아닌가.
    기계가  원죄는 될 수 없어.



    그렇게 떳떳하다면 왜 우릴 속여온 거니.



    그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가 천기누설이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얘기해 주마. 어차피 성소로 들어가면 넌 모든 것을 잊게 될 테니..



    성소가 말하자면, 안드로이드를 수리하고 개조하는 카센터 아니 로봇센터 같은 곳이었군.

     
     
     
     
     

    앞서 가지 마!
    궁지에 몰린 저놈의 억지 논리를 친절하게 보충해 주는 우(愚)를 범하지 말란 말이야.

    네가 막 들어가려던 그곳. 성소는 맞아.
    틀린 게 있다면, 저들의 성소가 아니라
    우리 쿠메이린인의 성소란 점이다.
    우리가 멸망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영적 파워의 원천이며, 사특한 에너지를 정화하는 (무궁무진한 "쿠메이린의 령"이 임하신) 신령한 영지들 중 하나야.

    따라서 기쵸닐롄은 물론 케로히얄도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란다.


     
    저 녀석은 나더러 빨리 들어가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하던데..?


     
    네가 기쵸닐롄에 빙의되어 있음을 저 교활한 놈은 첨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인 양 연극을 해가며 널 예까지 필사적으로 유인해 온 것이다.


     
    저 녀석은 무슨 수로
    시공을 초월한 너와 날 간파한 걸까..

    케로히얄의 영능이 그토록 월등하단 말이냐?


     
    기계인간족은, 근원에서부터 에프엠의 섭리가 관여하여 파생시킨 (에프엠의 권역에 포함된) 에프엠 골수분자들이다.

    하층민들이야 내막도 모르고 자신들의 시원(始原)과 정체성을 망각한 채 이용만 당하는 셈이지만, 소수 권력 집단은
    에프엠의 이른바 "위대한 음모"로 접근이 허용된 특권층이지.

    에프엠이 즐겨 써먹는 전술인 "돌멩이 한 개로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이곳 항성에서도 집요하게 추진되고 있어.


     
    케로히얄은 성가신 성소를 붕괴시켜 좋고, 에프엠은 나의 "육신 회귀"를 영구 차단할 수 있으니 좋다, 이건가?

    단지 내가 빙의되어 있기 때문에, 기쵸닐롄은  성소로의 진입이 가능해진 것이니?


     
    내 아버지의 혼령이 내가 쳐놓은 결계를 뚫고 들어온 것과 같은 이치지.


     
    에프엠이
    너의 아버지 그러니까 내 평행분신의
    유령을 빌라로 유도하여,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듯이?


     
    너의 영안(靈眼)이 보는 것을 넌 믿어야 해. 저건 신기루가 아니야.


     
    뭐라고?
    다른 우주의 요상한 별나라에  21세기 워싱턴의 빌라가??

    설마 하니..
    지구에 있던 집 한 채만 달랑 이곳과 중첩되어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하긴, 이곳도 일종의 꿈계라면야 굳이 불가능할 이유 없겠지.

    시공 파편  뭐 그런 거냐?


     
    여긴 꿈계가 아니다.
    드림홀과 연결된 스타게이트로 유입되어, 너는 평행우주의 준(準) 4차원 항성에 이끌린 것이야. 그리고
    저건 시공 중첩 현상이 아니라 이곳에 실재하는 장소란 걸 명심해.


     
    도무지 뭔 얘길 하는 건지..

    그럼 여기가 지구란 거야 뭐야?

    완전히 탈바꿈한 지구에, 너와 내가 머물던 빌라만 보존된 거라고?
    워싱턴 일대가 이리될 정도면 수천수억 년 아니 그 이상 세월이 흘렀다는 얘긴데..

    엄청난 지각 변동으로 천지가 수십 번도 더 바뀌었을 와중에, 나무로 지어진 주택이 형체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물론 많이 낡고 허름해 보이긴 한다만..

     
     
     
     

    투누탄의  저 기괴한 모습을 보라.
    야수의 흉악성을 간직한 파충류형 외계인이야말로 에프엠의 전형적인 하수인이다.

    상태가 심각한 기쵸닐롄도 치료받고
    넌 너대로 드림홀에 승차하려면, 가급적 빨리 성소로 들어가는 것이 급선무야.

    널 제지하기 위해 해괴한 이야기를 꾸며 혼란을 야기하는, 저 뻔한 모략이 가소롭지 않니?
     
     

    그리 헐뜯어봤자 내겐 별로 와닿지가 않아.
    기계인간족이 피해자란 네 주장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 보라고.
    뜸은 그만 들이고, 그놈의 천기
    시원하게 누설하란 말이다!

     
     

    이것이 신의 뜻이라면 하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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