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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비참
    상준 이야기/이상한 사랑 2023. 7. 21. 22:48

     

     

     

     

     

     

     

     

     

     

     

     

     

     

     

     


    여자의 앙칼진 목소리가 쩌렁쩌렁 저녁 공기를 가르며 상준의 뒤통수를 때렸다.

     


    바지를 추스를 경황이 없어 외투자락만 꽁꽁 움켜쥐고 있던 그가 여인에게 머리카락을 잡힌 채 고스란히 봉변을 당하는 동안, 구경거리에 약한 행인들은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머리가 당겨져 순간적으로 젖혀진 상준의 얼굴에 여인은 더럽혀진 손을 마구 문질러대었다.

     

     

     


    옜다! 니 꺼 너나 실컷 먹어라!    
    너희 같은 새끼들 땜에 내 옷이 대체 몇 번이나 더러워지는 거야!?

     

     

     

     


    그의 입장에선 재수없게도, 비슷한 수모를 이미 서너 번 당해 가뜩이나 치를 떨며 복수를 꿈꾸던

    히스테리컬한 여자를 선택한 것이 화근이었다.


    고의성은 없었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남성적 본능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실수였음을

    강변하기엔 때가 너무 늦었다. 그러기에는 다소 뻔뻔한 입장이기도 하고..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어떻게든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 봤지만 그럴수록

    머리카락이 죄다 뽑히는 고통 속에 빠져들 뿐이었다.

     

     

     


    니 눈엔 내가 순진한 처녀로 보이디? 미안하지만 난 결혼해 애까지 낳은 몸이야!
    내 남편이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 모르지? 어디 오늘 한 번 죽어 봐라.

    경찰서로 가자, 이놈!

     

     

     


    구경꾼들은 점점 더 모여들었고, 상준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으로 일생일대의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이때, 근처 순찰을 돌던 경찰차에서 두 명이 내려 구경만 하는 군중을 헤치고 들어왔다. 그의 눈앞에 제복이 어른거리는데도 오히려 안도가 될 만큼 상준이 처한 난국은 더 나빠질래야 나빠질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행인들은 처음에, 이성을 잃고 설치는 표독한 여인에게 하릴없이 당하기만 하는

    억울한 사내를 보았으나, 자포자기하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발뺌이 불가능한) 현행범 치한의 무기력한 모습을

    이내 알아챈 후부턴 그를 향한 시선들이 대부분 경멸과 혐오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대충 파악한 경찰들은 서둘러 다가와 이 둘을 떼어놓기 시작했다.

     

     

     


    경찰 양반, 마침 잘 왔네요. 이 새끼가 글쎄..

     

     

     


    여인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간단히 들은 경찰이 상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고, 그제야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그는 자신의 그릇된 행위를 숨기지 않고 그들에게 불었다.


    현장에서 붙잡힌 범죄자를 노려보는 야멸친 시선들로부터 우선은 벗어나고 싶어,

    목까지 차오르는 변명과 선처에의 호소를 유보하고 경찰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범죄 사실을 자백한 덕에 수갑만은 면하고 순찰차 뒷자석에 몸을 실은 상준은

    경찰서로 향하면서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잠시 분간이 되지 않는 몽롱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건가.

    착하고 소심한 엘리트 청년 전상준은 어디로 증발해 버렸지?


    지금의 내가 과연 진짜 나란 말인가..'

     

     

     


    피해자는 지원 나온 다른 순찰차를 타고 따라오는데도, 그녀의 거칠 것 없는 욕설과 저주가

    환청처럼 귓속을 아프게 찔러댔다. 그런데 어느 결엔가 그것은 점점

    우물 밖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자장가가 되어 있었고, 바닥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서서히 가라앉는 그를 반갑게 잡고 늘어지는

    흉측한 물귀신의 완력으로 눈꺼풀을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깨지 못하는 잠 속에 빠뜨리려는 듯이..

     

     

     

     

     

     

     

     

     

     

     

     

     

     

     

     

     


    사이키 조명이 사방 벽에 어지러운 무늬를 뿌리는 가운데, 술 취한 중년의 남성이 불룩 나온 아랫배를

    민아에게 밀착하며 품 안에 그녀를 가두다시피 블루스를 추고 있다.


    한편, 그 남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세 명은 저마다 여자를 끼고 소파에 앉아

    바쁘게 양주 잔을 비워 가면서 배불뚝이 주인공의 추태를 재미있다는 듯 구경하고 있다.

     


    머리가 훌러덩 까진 능글맞은 졸부는 술 냄새가 진하게 묻은 더운 입김을 민아의 귀에 불어넣으며

    급기야 그녀의 탱크탑 속으로 크고 두꺼운 손을 침투시키기 시작한다.

     

     

     

     


    짓궂게 왜 이러세요..

    장난하지 마시고, 우리 진짜로 멋있게 추자고요.

    사장님, 잘 추신다!

     

     

     


    민아가, 대책 없이 주책인 남자를 달래 가며 살짝살짝 밀어낸다.

     

     

     


    허어, 요 녀석 봐라.. 나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네?! 귀여운 녀석..

     

     

     


    남자는 입가에 흐르는 음흉한 미소로써 그녀의 애처로운 제안을 거부하고

    해 볼 테면 해 보란 듯이 더욱 세게 끌어안는다.

     


    무드 있는 음악이 끈적이는 조명에 부딪혀 술잔 속으로 떨어진다.


    퇴폐의 유혹이 점령한 룸 안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일행 모두가 일어나

    자신들의 파트너를 안고 저마다 몸의 여러 부위를 씰룩거린다.


    이날의 주인공인 "민아의 파트너"는, 흐뭇한 웃음을 일행들에게 보내며

    본인 못지않은 추태를 과감히 실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이번엔, 방심하는 미니스커트 안으로 불쑥 들어온다. 그러고는 민아의 엉덩이를 아프게 꼬집는다.

     

     

     


    아야, 아파요!

     

     

     


    정말로 격렬한 통증을 진하게 느낀 그녀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본능적으로 물러서자,

    삽시간에 룸의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썰렁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년들이..?

     

     

     


    곁에 있던 박 양이 심상치 않은 사태를 직감하고 민아를 잠시 흘겨보다가

    배불뚝이 사내에게 달려가 찰싹 달라붙는다.

     

     

     


    사장 아찌, 이제 나랑 춰요. 저 아찌는 재미없걸랑요.

    아찌가 블루스는 젤루 잘 땡기는 것 같애, 호호.

     

     

     


    그러나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남자는, 짧은 목에 감겨 오는 박 양의 팔을 뿌리치고 냅다 고함을 뱉어 낸다.

     

     

     


    야, 이년들아! 내가 너희들 밑구녕으로 여태껏 얼마를 쑤셔 넣었는데 시방 이따위로 밖에 못하는 거야?!


    지금부터 무조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경을 칠 줄 알아!

    다들, 홀딱쇼 실시!!

     

     

     


    VIP 단골손님들 중 가장 기분파인 이 졸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호스티스들은 무엇에 쫓기듯 허겁지겁

    걸치고 있던 옷을 벗기 시작한다. 신참인 민아를 제외한 그녀들에겐 이제 놀랍지도 않은 정기적인 행사라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일 따름이다.


    민아가 머뭇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이미 다 벗은 이 양이 다가가 그녀의 치마를 강제로 내렸다.

     

     

     


    이 철딱서니 없는 것아, 너 이러고도 돈 벌겠다고 여길 기어들어 온 거니?


    너 때문에 VIP 놓치면 우리까지 끝장나는 거 알아 몰라?!

     

     

     

     


    결국 알몸이 되어 중요 부위만 손으로 간신히 가린 채 서 있는 민아를

    남자는 번쩍 안아 들고 테이블 위로 올라간다.


    팬티 바람이 된 그의 (꼬붕과 같은) 일행들도, 벌거벗은 파트너들의 손을 잡아끌어 소파에 둘러앉았다.

     

     

     


    이보게, 친구들.

    이 밤의 스페셜 타임이 돌아왔네. 박수들 치라구!

     

     

     


    열화 같은 박수 소리를 이내 제압한 주인공의 걸걸한 음성이 방음벽을 때리며 룸 안에서 빙빙 돈다.

     

     

     


    자, 다들 따라 하시게나.

     

     

     


    그는 팬티를 내리고, 불룩한 배 아래 깊이 박혀 있는 왜소한 물건을 기어이 꺼내어 술잔에 담갔다.


    테이블 위에 무릎 꿇고 앉은 민아는 자기 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도저히 똑바로 볼 자신이 없어서 고개를 계속 숙이고 있었는데, 사내는 그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

     

     

     


    내 조즐 말 조ㅅ만큼만 키워 놓으면 오늘 네 무례를 용서해 주고 팁도 평소의 열 배로 주마. 
    어서 해 봐!

     

     

     


    테이블 아래 소파에서는 벌써, 사내의 시작되지도 않은 행동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앞서 나가는

    각각의 일행들이 알몸의 호스티스들과 더불어 연출하는, 노골적인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민아의 눈가에 어느샌가 투명한 눈물방울이 맺히더니 주르륵 볼을 타고 흐른다.


    그녀는 결심한 듯, 발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사내의 그것을 받쳐 든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보지만 나이 먹은 남성의 처진 물건은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래에서는 세 명 모두, 여체에 깔려 구름 위를 날고 있건만..

     


    초조해진 사내가 민아의 얼굴에 마구 문지르는 등 갖은 발악을 해 보았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제 분에 못 이겨 씩씩대던 그는 이날의 화풀이 대상으로 그녀를 낙점하였는지

    민아의 머리칼을 잡아 젖힌 후 귀싸대기를 한방 갈겨 버리는 것이었다.

     

     

     


    이년은 대체 잘하는 게 뭐야?!

     

     

     


    잔뜩 힘이 들어간 손의 급작스러운 강타에 그녀의 가녀린 몸은 핑그르르 한 바퀴 구르며

    흩날리는 낙엽처럼 힘없이 테이블 아래로 떨어진다.


    급조된 운우지정에 정신을 팔다가 무방비 상태로 그녀와 충돌한 맏언니 오 양이, 정신을 거의 잃은 민아 대신

    비명을 지르며, 이때까지도 테이블 위에 의기양양 버티고 서 있던 우두머리 남자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야, 이 씨바라! 보자 보자 하니깐 정말 해도 너무하네.


    돈밖에 없는 니 눈깔엔 우리가 개돼지만도 못해 보이냐?! 왜, 애는 패고 지랄이야?!!

     

     

     


    그의 볼품없는 성기를 쥐어뜯으며 욕설을 퍼붓는 오 양 앞에서 하얗게 질려 눈동자까지 까뒤집히는 두목을 보고

    이게 웬 날벼락인가 싶은 삼인의 졸개들은 잠시 넋들이 나가서 꽤나 충격적인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계속 방관만 하고 있기에는, 자본 논리에 따라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저열한 충성도가

    그들이 발 빠르게 나서기를 강하게 종용하였고, 그러지 않으면 "세속적인 손해와 무시 못 할 후환이 그들을 덮칠 것"이라

    끊임없이 협박하는 것이었다.

     

    그 셋 중에서도 가장 잇속에 민감하고 그만큼 결단과 행동도 재바른 일인이 서둘러 이 둘을 떼어 놓기에 돌입하였으나,

    웬만한 남자의 완력으로도 분노에 휩싸여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그녀를 제어하기란 만만치가 않았다.

     

     

     

     

    야, 이 손 못 놔?!!

     

    너 이분이 어떤 분인지 몰라서 이러는 거야?? 이 형님 뒤에 얼마나 크고 무시무시한 백이 있는 줄 아냐고.

    너 지금 하는 짓 이거 범죄야! 콩밥 먹기 싫음 말로 할 때 놔라. 당장 안 놓으면 죽방 날아간다. 여자라고 봐주는 거 없다!?

     

     


    내가 모르긴 뭘 몰라?!

    함부로 굴지 못 하는 큰 데는 돈지랄 못 하니 재미없을 테고

    만만한 이런 데 와서 꼴에 추잡한 왕 노릇이나 하는 더럽고 야비한 새끼지.

     

    지가 능력 없어 ㅈ도 못 세우는 주제에 누굴 때려 때리긴! 그리고 뭐 범죄??

    그리 따지면 이놈이 얘한테 한 짓은 범죄가 아니고 마사지냐?


    너 이 자식, 만일 민아가 어디 조금이라도 다쳤기만 해 봐.

    이미 쓸모없는 이거 이 자리에서 영원히 쓸모없게 만들어 줄 테니까!


    유세 떠는 졸부 새끼 유치장에 처넣어 봤자 금세 싸바싸바해서 풀려날 거 뻔하고,

    내 손으로 꽉 쥐어짜 아예 터뜨려 버리고 말겠어.

    나 이래 봬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년이야, 콩밥 먹는 거 하나도 무섭지 않다 이 말씀이야!

     

     

     


    평상시 침착한 편인 이 양도 손을 덜덜 떨며, 이성을 잃어가는 오 양에게 다가가 애써 말리는 모양새를 취하였고,

    그 사이 박 양은 바닥에 퍼질러 앉아, 엎어진 민아를 끌어안고 다독이며, 아직도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그녀의 몸을 건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비규환의 난장판이 점점 커져서 룸밖에까지 침범하는 국면으로 전개되었고, 투입되지 않을 수 없었던

    두 명의 건장한 종업원과 젊은 마담은 "소돔과 고모라의 재현"에 아연실색하여,

    결코 흔하지 않은 반란(?) 사태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뺄 수밖에 없었다.


    웨이터들이 오 양을 가까스로 떼어내 데리고 나가는 와중에도, 시정잡배의 수장쯤 되는 그 배불뚝이는

    자신의 물건을 감싸 쥐고, 고통을 호소하는 비명을 질러대며 테이블 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그 난리통에, 어지러이 널려 있던 술병, 술잔, 접시 등이 위태로운 균형 잡기를 마감하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 아래로 비 오듯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두꺼운 카펫 바닥이라

    깨진 것은 자기들끼리 부딪친 얇은 유리잔과 접시 몇 개가 고작이었다.


    대충 옷을 주워 입고 있던 이 양과 박 양도, 와장창 떨어지고 깨지는 소음에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민아를 둘러업고 복도로 뛰어나왔다.

     

     

     

     


    아이고, 나 죽네!!

     

     

     


    VIP 고객이 고통받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저 발만 동동 구르는 마담에게로

    일행 중 한 명이 다가와 멱살을 잡는다.

     

     

     


    이따위로 장사할 거야? 사장 불러와! 당장 사장 불러오라고!!

     

     

     

     

     

     

     

     


    다 죽어가던 사내가 언제 괜찮아졌는지, 주점 사장에게 한참 큰소리치고 있던 똘마니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합세했고

    나아가 더 크게 호통치며 어느새 갑질을 주도하기 시작한다.

    더불어서, 실질적인 고통 그 이상의 엄살을 보태야 했던 이유가 슬슬 드러나고 있었으니..

     

     

    일을 크게 벌여 봤자 좋을 것 하나 없이 잃을 것만 부각되는 그가, 갑질의 말미에 가서

    당사자들의 입막음을 사장한테 신신당부했음에도 무엇이 그리 찔리던지, 본인의 혹시나 하는 찜찜함을 해소하려고

    집요한 졸렬함을 기어코 실행에 옮기고야 말았다.

     

    대기실까지 비집고 들어와, 응급 처치를 받느라 경황이 없는 민아에게 (그녀가 듣든지 말든지) 퉁명스러운 사과를 한 다음

    치료비와 위로금 조로 두툼한 봉투를 던지듯 건네고 나온 것이다. 본인 편하자고, 차마 해서는 안 될 짓을 뻔뻔하게 해대는

    막돼먹은 졸부의 전형적인 처신이었다.

     

     

    그렇게 이기심의 끝을 보인 사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행을 거느리고 돌아갈 차비를 하였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제스처를 취하긴 하였으나, 그의 지저분한 머릿속은 온통

    "본인이 기획한 유흥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고 파투가 난 데 대한 분함과 분노로 가득 차,

    그것이 수그러들려면 아무래도

    조만간 같은 장소에서 보상 차원의 질펀하고 흐드러진 접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여하튼, 탈 없이 장사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과 알고 지내던 (그래서 이 남자의 악명을 익히 알고 있던)

    사십 대의 유흥업소 사장이 직접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나서야, 소동은 표면적으로나마 겨우 일단락되었다.


    주차장까지 따라 나가 이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십사 허리를 굽실거리며 일행을 극진히 배웅한 사장은,

    고급 외제 승용차 두 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표정 관리를 해제하고 힘겹게 참았던 일그러진 얼굴이 되어

    "이년들을 요절을 내? 말아?" 하는 복잡한 심정을 불끈 쥔 주먹에 담은 채

    그의 불투명한 미래와 흡사한 어두컴컴한 로비를 향하여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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