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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애완인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3. 1. 20. 00:03
담임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여 6반의 천덕꾸러기에다 애완견이 되어 버린 지수는, 무감각의 범위를 벗어나 "감정 돌연변이"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 (신경망의 절단 부위에서, 이전과는 판이하게 작용하는 특이한 신경이라도 자라난 걸까.) "구타에 가까운 손찌검이 주특기인" 철용의 장난 때문에 온몸에 멍이 가실 날 없지만, 이마저 습관처럼 되다 보니, 그냥 넘어가는 날은 오히려 불안하고 심지어 아쉽기까지 하였다. 지수를 시기하여 언제나 격앙된 감정을 앞세우고 날이 선 폭행을 노골적으로 가하는 민호와는 또 다르게 실실 쪼개가며 표 안 나도록 지능적으로 고문하고 즐기는, 철용이의 거칠고 투박한 손길에서 그는 이성(理性)에 반(反)하는 매저키즘의 불씨를 -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 획득하고 말았다.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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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옆에서 2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20. 00:01
새벽 1시경 부근 모텔. 오빠, 보기완 딴판인데? 괜찮았어? 응, 아주 좋았어. 너도 내가 기대했던 대로야. 그럼 우린, 겉과 속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커플인 셈인가? 커플? 커플은 지금 있는 하나면 족하지 않아? 이 단어 왠지 진부하게 들린다. 현실을 직시하자는 거냐? 둘 다 싱글이 아니라 해서 커플 되지 말란 법 있어? 현실을 바로 볼 줄 알았다면 오빠를 만나지도 않았겠지..? 현실을 바르게 보는 것과 우리가 만나는 것은 별개 아니었나? 어떻게 살아야 정답인지를 내가 알고 있었다면 이렇게 심심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넌 심심해서 나온 거구나. 난 사람들이 들이대는 정답들이 숨막혀서 나왔어. 웬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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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아이를 거니는 고독 : 동물원에서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18. 20:52
엄마, 더워. 아이스케키 사 줘요. 창경원을 점령한 벚꽃의 느끼한 입김에, 아이는 목이 말랐나 봅니다. 하늘하늘한 짧은 원피스의 맨다리에 매달려 칭얼대는군요. 얘가 왜 이래? 얌전히 못 있어?! 선글라스로 한껏 멋을 낸 젊은 엄마는, 투정 부리는 네 살배기에게 오 원짜리 하드 하나 물려 벤치에 눌러앉힙니다. 같이 온 임과 함께 꽃무늬 양산 쓰고 어디론가 가 버려도, 서늘한 달콤함을 핥는 동안 아이에게 절망은 없어 보입니다. 귀여운 아이야, 엄마는 어디 가고 네 혼자 이러고 있니? 허름한 행색의 아저씨가 다가와 어리디어린 외로움 옆에 앉습니다. 통통하고 뽀얀 (갓 입학한) 여대생과 동물원에서 첫 데이트를 하였습니다. 흑표범의 따분한 포효에도 화들짝 놀라던 작달막한 그녀였습니다. 내게 보이던 감지덕지한 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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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달빛월광 프로젝트 (판타지) 2023. 1. 16. 23:28
컴퓨터 모니터에서 나오는 선정적 에너지로 한껏 충전된 (상준 속의) 에프엠은 흥분으로 달아오른 낚싯대를 휘저으며, 통신의 바다를 헤엄치는 인어들을 하나 둘 낚아 올리기 시작하였다. 아직은 시들지 않은 건장한 육체와 잘생긴 외모를 미끼로, 에프엠적인 호기심에 사로잡힌 여자들을 심심찮게 유혹할 수 있었지. 개중엔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들도 간혹 있는 듯하였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무지를 벗어나지 못한 어린 마음이 순수로 포장되어, 예정된 타락에로의 발아를 다소곳이 기다리던 과정에서 나를 만난, "타이머 작동"녀들일 따름이었지. 무언가 굉장히 잘못되어 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육욕을 탐하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들마다 그가 있었다. 음탕한 단순함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도록 하려는 전략. 거미줄처럼 얽힌, 에프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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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정상(非正常) 너머의 비정상(非正常)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 15. 17:11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5) 백번 양보하여 저의 분신을 변호하자면, 이것은 고의적 패륜이라기보다는 ("죽고 싶어지는 공포"를 포함하여)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려 최후의 발악을 하는 한 마리 짐승의 본능적이고도 처절한 절규가 아닐는지요. 무언가에 홀렸다가 깨어나는 사람처럼 새마을 부장도 주춤하면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그를 잠시 멍하니 쳐다봅니다. 지수 또한 본인의 "비명 같은 고함"에 깜짝 놀라 아차 싶은 생각이 퍼뜩 뇌리에 스쳤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을 새마을의 변화하는 낯빛에서 재빨리 알아차리게 됩니다. 여기서 더 인정사정 안 봐주고 폭주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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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옆에서 1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15. 14:47
무더운 여름 휴일 오후 4시경 지방 대도시 모 커피숍. 지현 씬 거짓말장이시군요. 네에?? 폭탄이라고 하셔서 마음을 비우고 나왔는데 이렇게 화사한 모습으로 앉아계시면 어쩝니까. 제 가슴이 아까부터 계속 설레여서 차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수 없잖습니까. 흘릴까봐서요. 상준 씨 재밌으신 분이네요. 초면에 절 너무 띄우시는 것 아닌지.. 하하, 제가 넉살 좋단 소린 좀 듣는 편입니다만, 저.. 여자분 모셔 놓고 괜한 너스레나 떠는 실없는 놈 아닙니다. 호호, 듣기 싫은 말은 아니지만 그쪽 눈이 상당히 낮으신가봐요. 지현 씨야말로 겸손이 과하시군요. 누구라도 지현 씰 보면 한미모 한다 할 텐데요. 저는 어때요? 지현 씨 마음에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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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싸대기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3. 1. 14. 17:09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4) 내가 목이 터져라 불렀건만 학생 주제에 감히 선생님을 쌩까고 도망칠 생각을 해?!! 간덩이가 얼마나 부은 놈인지 어디 그 잘난 상판대기 좀 볼까? 정신이 반쯤 나간 영미의 한쪽 귀를 쥐고 예열하듯 슬슬 흔들던 그는, 안경은 안 썼어도 시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눈을 찡그리며, 다시 교문을 넘어서고 있는 지수를 비로소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누군지 판별이 가능한 지점에 다다르자 중년의 교사는 일순 흠칫 놀라는 듯하다가 이내 안면몰수의 무표정으로 굳어졌는데, 그렇다 해도 착잡함의 여운을 완전히 감추기에는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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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변심지수 이야기/이상한 사춘기 2023. 1. 12. 18:37
9반 여학생들의 그칠 줄 모르는 소란스러움이 1층 교무실을 주기적으로 침투하여, 참견하기 좋아하는 깐깐한 교감선생님으로 하여금 비대한 살집을 출렁이며 손수 삼층까지 뛰어오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그의 자리 바로 옆에 위치한 교장실에서 한소리 나올까 싶어 지레 겁을 잡숫고 알아서 기시는 행동파 교감의 거의 본능적이고 무조건 반사적인 대응 방식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는 교무부장 선생님이, 재바른 동작으로 그의 뒤를 따라잡아 앞장서서 성큼성큼 계단을 오른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머리털을 휘날리며 헐레벌떡 사건(?) 장소에 도착한 교감. 복도 벽에 기댄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저희끼리 신나게 잡담을 늘어놓고 있던 "빤스 동자"들이, 난데없이 나타난 호랑이 터줏대감을 보고 기겁하며, 내렸던 손을 번쩍 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