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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 욕망을 거니는 고독 : 사랑 옆에서 1
    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3. 1. 15. 14:47

     

     

     

     

     

     

     

     

     

     

     

     

    무더운 여름

    휴일 오후 4시경

    지방 대도시 모 커피숍.

     

     

    지현 씬 거짓말장이시군요.

     

    네에??

     

    폭탄이라고 하셔서 마음을 비우고 나왔는데 이렇게 화사한 모습으로 앉아계시면 어쩝니까.

    제 가슴이 아까부터 계속 설레여서 차 한 모금 제대로 마실 수 없잖습니까. 흘릴까봐서요.

     

    상준 씨 재밌으신 분이네요.

    초면에 절 너무 띄우시는 것 아닌지..

     

    하하, 제가 넉살 좋단 소린 좀 듣는 편입니다만, 저..

    여자분 모셔 놓고 괜한 너스레나 떠는 실없는 놈 아닙니다.

    호호, 듣기 싫은 말은 아니지만 그쪽 눈이 상당히 낮으신가봐요.

    지현 씨야말로 겸손이 과하시군요. 누구라도 지현 씰 보면 한미모 한다 할 텐데요.

    저는 어때요? 지현 씨 마음에 들어야 할 텐데..

     

    솔직히 말씀 드리면, 채팅에서 하신 말들 반 이상 허풍이라고 생각해서 저 역시 기대는 안 하고 나왔어요.

    그래도 예상했던 것보단 준수하신 편이네요.

     

    다행입니다. 그쪽 눈에 안 차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었는데..

    그리고 저 허풍쟁이 아니니까 염려 놓으십시오.

     

    챗남에 대한 편견에서 저 또한 완전히 자유롭진 않은 것 같아요.

    이처럼 벙개까지 실행에 옮기는 마당에..

    우습죠?

     

    그게 어디 지현 씨 탓이겠습니까. 세상이 워낙에 험하다보니..

    제가 오늘 그런 선입견 확실히 깨 드리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오후 7시경

    부근 비어홀.

     

     

    여어, 지현이 너 술 잘 마시는구나.

     

    오빠는 남자가 그게 뭐야. 겨우 오백 하나 가지고..

    아직도 그대로네?

     

    난 소주 체질이라..

     

    그럼 우리, 소주나 빨러 갈까?

    막창 잘 하는 집 아는데.

     

    눈 초롱초롱해지는 것 보소. 소주 얘기 나오니까 아주 신이 나셨어.

    덥다고 시원한 맥주 땡긴다던 사람 어디 갔나?

     

    어쩌라고? 소주든 맥주든 뭐가 중한디?

    소맥도 급 당긴다 오빠 잘 말아?

    그나저나 오빠 서른 안 넘어 보여. 이십 대 중반이라 해도 믿겠어. 동안의 비결이 뭐야?

    부럽다. 난 그냥 내 나이로 보던데..

     

    고마워 그리 봐 줘서.

    비결이랄 것까진 없고.. 나이에 안 맞게 철없는 행동 몸에 달고 살면 젊어져.

    야, 그러는 너두 20대 후반치고는 피부가 매끈한 편인데?

    마사지 자주 받니?

     

    그건 여자의 기본 아니겠어? 이그, 보는 눈은 있어서..

    아기 피부 같다고들 자주 그래. 특히 이 팔뚝.

    한 번 만져 볼래?

     

    오오, 이 우람한 팔뚝! 나보다 굵은 것 같다.

     

    참나. 그걸 조크라고 하는 거야 지금?

    난 떡대 있는 남자가 좋더라. 오빤 말랐단 소리 자주 듣지? 부실해 보여..

     

    삐쳤니? 소심하긴, 사람 말 끝까지 들어 보지도 않고..

    너처럼 적당히 살집 있는 여자가 내 이상형이야. 통통한 게 얼마나 귀여워.

    내가 좀 호리호리한 편이라 그런지 지현이 너 같은 앨 보면 딱 내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이고 그러셔요? 그걸 위로라고 하시는 거예요?

    아오, 얄미워 증말..!

    난 오빠같이 비쩍 마른 사람 매력 없다니까 그러시네.

     

    그래 그래, 내가 무조건 잘못했다. 항복!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라보이냐? 178에 68이면 그럭저럭 봐줄만 한 거 아니었어?

     

     

     

    밤 10시경

    어느 막창구이 전문점.

     

     

    음.. 소주는 제법 하는데?

     

    너 오늘 꽤 달린다? 너무 섞는 거 아냐?

     

    고양이, 쥐 걱정하고 앉았네.

     

    허어, 욘석 보게.

    귀엽다 오냐오냐 하니까 기어오르기까지 하네? 버릇없이..

     

    이쯤이면 우리 까놓고 얘기해도 되잖아?

    솔직히 오빠 뭔 생각으로 벙개 나온 거야?

    작전대로 되어가니 속으론 좋으면서 점잖은 척은..

     

    어쭈 좀 취한 모양인데? 이젠 막 가자는 거지?

    사람을 뭘로 보고..

     

    뭘로 보기는. 음흉한 늑대 한 마리로 보지.

    아까부터 내 넙적다리는 왜케 힐끔거리는 거야? 허벅지 닳아 없어지겄네.

     

    흐흐, 그걸 또 눈치 채셨어? 아직 정신은 말짱한가 벼.

    아, 그야.. 남자의 본능 아니겠냐.

    그러게 누가 요렇듯 야시시한 핫팬츠 입고 나오래?

     

    이제야 슬슬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너 예리한 건 인정하겠는데 이제와서 새삼 공격적인 이유가 뭐냐?

    넌 주사를 이런 식으로 부리니?

     

    어머 정색 뭐야. 미안 미안 오빠.

    내가 대책 없이 까칠해져서 기분 상했지?

    자아 한 잔 하고 잊어버려. 건배?

     

    짜식 괜히 쿨한 척 하긴..

    너 왠지 맘에 든다. 활달한 것 같고 소탈한 것도 같고.

    난 내숭까는 숙녀들보다 너처럼 털털한 애한테 끌려.

     

    나도 잘난 척 으스대는 마초들보단 오빠 같이 조금은 여리고 감성적인 남자가 좋아. 모성본능을 살짝 자극하는 그런..

     

    그러니까 너하고 난 궁합이 얼추 맞는 셈이구나 그치?

    겉은 그렇다 치고 속궁합도 맞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하여간 틈을 보이면 안돼요. 남자들이란 그저..

    일단 마시자고 오빠.

    뻔히 알고 벙개 나온 년이 순진한 척 빼는 건 내가 생각해도 밥맛이야.

    금테 두른 숫처녀도 아니고 까짓거, 우리 의기투합해서 속궁합도 한번 맞춰 보자고요.

    근데 나, 아무리 발랑 까진 년이지만 여자는 여자란 말이지. 술 좀 더 시켜 오빠.

     

    역시 지현이야. 시원시원하구만.

    이래서 맘에 든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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