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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 그녀를 거니는 고독 (지은이) 2
    상념 소용돌이 (상준 외전) 2022. 12. 25. 01:48

     

     

     

     

     

     

     

     

     

     

     

     

     

    무슨 그런 야무진 착각을..?

     

    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두려운 사람이야.

     

     

     

    아저씬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분 아닌가요?

    그렇게 보여요. 사는 것을 포기한..

     

    그런 분이 내가 걱정돼서 걸음을 멈추었죠.

    강도나 불량배를 만나 곤욕을 치르는 중이었어도

    아저씬 그랬을 거예요.

    용기가 아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날 지켜줬을 거예요.

    이러나저러나 죽는 건 마찬가지라는 심경으로..

     

    타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무모한 희생에 다가서는 것이지요. 망설임 없이.

     

     

     

    어린 게 제법이네. 세상을 일찍 알면 다 너 같을까?

     

     

     

    추워요.

    따뜻한 곳에 들어가서 한 잔씩만 해요. 우리..

     

     

     

    나의 시선은 정면 차도 쪽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녀가 예의 당돌한 표정으로 또 빤히 주시하고 있음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나 역시 그녀를 보라 강요하였고

    덕분에 처음으로, 지척에서 찬찬히 뜯어볼 수 있었지.

     

    빼어난 미색은 아니었어도 귀여운 눈망울엔 총기가 어리었어.

     

    바람이 불어 자못 서늘한 봄밤이긴 했으나 시기적으로

    못 견디게 추운 정도는 아닌데..

    갑자기 저체온증이라도 온 것인가.

     

    잠자코 낡은 점퍼를 벗어 걸쳐 주었다.

     

     

     

    귀찮다. 그리고 나 술 싫어해.

     

    재미없으면 그냥 가라.

    혼자 봄밤을 만끽하련다.

    마지막으로..

     

     

     

    크큭, 멋있는 척은..

     

    아저씨 뭔가 착각한 거 아님?

    나, 신호 보내는 거 아니었는데..

    아저씨한테 뭐 볼 게 있다고, 후훗.

     

     

     

    자존심 상했니?

     

    네가 유혹했다고는 생각지 않아.

    천성이 맑아서, 가식 없이 솔직해서겠지.

     

    이런 널, 뭇 사내들이 악의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다행..

     

    나도 한땐 비열한 수컷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때의 나라면

    네가 적극적이든 아니든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너를 정복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을 거야.

     

     

     

    이제는 남자가 아니란 얘기네요. 과연 그럴까..?

    하하, 농담.

     

    알아요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다가와요 길 잃은 슬픔이.

    아저씨 때문에 가슴이 시려.

    그래서 따뜻한 데 가자고 한 거야.

     

     

     

    진담이라도 할 말 없어. 아직은 남자인가 봐..

    너와 함께 어디론가 가면 널 덮칠까 두려워.

     

    일시적 도피구임을 잘 알면서

    중독자처럼

    천덕꾸러기 절망을

    기형적인 불안을

    저열하게 해소할까, 두려워.

     

    그러니 여길 뜨지는 않을래.

     

    더는 광폭한 환희에 휘둘리지 않으려네.

     

    얌전한 비극은

    여기서 잠시 쉬다 조용히, 가려던 목적지로 향하려네.

     

    간신히 재운 사나운 허무를 쓸데없이 깨우고 싶진 않아.

    싫다고 밀쳐내도 짜증 나리만치 달려드는

    "건망증 심한 허무"의

    질리는 무한 반복을 피하고 싶을 따름이야.

     

     

     

    불쌍한 사람..

     

     

     

    나조차 믿지 않는 내 비애감에 연민을 갖지 마라.

    네가 날 불쌍히 여기면 난 다시금 졸렬해져.

     

     

     

    상처가 많으시군요.

    그래도 삶을 놓지는 마세요.

     

     

     

     

     

    너도 많이 아프지? 여자라서 더..

     

    발랄한 젊음이 약인가 보다. 괴롭고 고달파도 잠깐씩

    활달한 생기로 까르르 웃으니 좋구나.

     

    멋대로 너의 미래를 지었다 부수었다

    함부로 널 비난하고 동정하는

    세상의 변덕에서 나는 빠지련다.

     

    불행해도 행복할 줄 아는 넌 안쓰럽지 않다. 그래서

    나를 안타깝게 여길 자격 너에겐 차고 넘친다.

    하지만 안타까워하지 마라.

    널 울리는 세상의 변덕을 닮을 필요는 없잖니.

     

     

    너의 삶과 나의 삶은 다르다.

    각자의 환경과 생활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그런 피상적인 차이를 말하려는 게 아니야.

     

    뭉뚱그려 개별을 포괄하는 "본질이란 개념"은 없다.

    너와 나를 아우르는 "삶의 본질"이 없다는 얘기다.

    본질적인 삶은 있으되, 이는

    공통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다시 고쳐 말하마.

    너의 "본질적 삶"과 나의 "본질적 삶"은 다르다.

    각자에게 배정된 (사람 수만큼의) "본질적 삶"들이 모두 다르다.

    왜 다른지는 삶을 벗어야 안다.

     

    그렇더라도

    넌 삶을 소중히 챙겨라.

    너만의 본질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너의 밝은 생명력이, 네가 알지 못하는 "너의 본질"을

    자연스럽게 발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내 삶의 본질이 왜 타인과 다른 것인지

    깨닫게 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팽개쳐지도록 정교하게 계산되어온 인생이란다.

    어느 누구도 되돌리거나 방향을 틀 수는 없지.

    무한의 변수들이 미세한 조정(調整)에 유기적으로 참여한다 해도

    아마 불가할 테지.

    그러므로

    네가 연민의 신(神)이어도 내 삶을 구원할 수는 없다.

    네가 절대자여도, 나에게 내정된 본질을 바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의 몫이냐. 그것도 아니지.

    나만의 개인적 본질을 파악하는 딱 거기까지만 내게 허용될 뿐.

    이마저도 우리네 범인(凡人)들은

    살아서 깨달을 길이 요원(遙遠)하단다.

    그러니 나같이 우매한 절망들이

    떠밀리듯 하나의 방식으로 수렴하여 가는 것 아닐까..

     

     

     

     

     

    사랑을 해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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