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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동적(動的) 평형Letters to D.J. (지수 외전)/FRIDAY THE 13TH 2025. 1. 10. 12:40
Another stories of Jisoos in parallel universes : 2. Friday the 13th (원본) (35)
아저씨, 무엇이 포착되었단 거죠?
제이슨이 다시 쳐들어오기라도 했나요? 당신들의 무시무시한 적 말입니다.
적이라기보단 우리의 경쟁자들이라 할 수 있지.
그런데 제이슨은 또 뭐다냐?
모르시면 됐고요..
경쟁자들이라니요?
흑 마스터님의 위대한 사명(使命)이 집약된 이곳 악몽화의 거점에, 우린 코어 부정 에너지의 선택받은 육화들로서
착륙하여, 영광스럽게도 그분의 전략대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드디어 실토하는 건가요?
더 이상 숨기려 들지 않는 저의가 무엇인가요?
마스터님의 허락이 오늘부로 떨어졌기 때문이지.
("우리의 타깃인 너"와 저 대단한 양반 앞에서) 계속 아닌 척 연기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신 것이다.
굳이 얕은 모략에 의존하여 너희들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얼마든지 정공법으로 너희를 이곳에 박아 둘 수 있겠다는,
마스터님과 우리의 자신감의 발로라 할 수 있지.
아까 그 흉측하기 짝이 없던 괴물의 정체가 당신들의 마스터라 이 말이지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으로 감히 우리 마스터님을 능멸하지 말지어다.
우리 눈엔 오히려 너희 모습이 상당히 불쾌하게만 보이는구나.
그런 너희들 모습으로 둔갑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로선 찝찝하기가 그지없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져 얼마나 후련한지 모르겠다.
거짓말!
인간이 징그럽다면서 어찌 인간의 여자를 탐하려 혈안이 되어 있나요?!
시끄럽다!
깊게 알려 하지 마. 다치는 수가 있어. 흑 마스터님은 감독이고 우린 연기자라고만 해두지.
가증스럽군.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연기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려 하다니..
특화된 배역을 맡기기 위해 흑마스터가 사념의 용광로에서 뽑아내어 이곳으로 옮겨 온 "음란 에너지 체"들,
그것이 너희라는 걸 우리가 모를쏘냐.
너희들은 태생이 그러하기에, 육화로 빚어질 때에도 너희의 본질대로 흉물화할 수밖에 없는 법.
지수야, 뒤를 둘러보거라.
인두겁 속의 정체가 얼마나 흉물스러운지 대번에 알 수 있으리니..
이들의 꼴사나운 작태에 대해 따지려고 "영미 옆에 끈질기게 붙어 있는 중늙은이"와 말싸움을 하느라
주변에서 발생하는 해괴한 일을 미처 신경 쓰지 못했는데,
주의를 환기시키는 마스터님의 발언이 있고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문제의 그 세 명이, 지수가 앉은 자리 근처에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물구나무를 선 채 미동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구덩이 뒷간" 위에 얼기설기 겹쳐 놓인 판자들이 휘청하고 아래쪽으로 휘며 일시적인 요동을 불러일으킬 만큼
건장한 장정들의 무게는 만만치가 않아,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언뜻 봐도 인간이라면 취할 이유가 없는 저런 기괴한 자세에서
저는 주위의 가라앉은 공기까지 압도하는 위화감을 느끼고 치를 떨어야 했습니다.
그리 대충 보지 말고 자세히 관찰하거라.
보겠다는 의지를 집중하면 드림바디의 눈으로도 꿈의 어둠쯤은 능히 밝힐 수 있으니..
아, 눈 뜨고는 못 볼 꼴을 보고 말았습니다.
야외 변소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한다는 자체도 보통 일이 아닌데,
마스터님의 지시를 따라 다시금 뚫어지게 바라보니 이건 누구나 짐작하는 일반적인 물구나무가 아니었습니다.
바닥을 짚고 체중을 지탱해야 할 두 팔이, 옆구리에 나란히 붙어 하늘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저런 자세를 가능케 한 것일까요?
이곳에 설정된 악몽화 타이머가 제대로 작동이라도 하기 시작한 걸까요.
저는 두 눈을 의심하였지만 동시에, 악몽에서나 나올 법한 괴상망측한 광경이 너무 혐오스럽고 비위가 상해
구역질마저 느껴야 했습니다.
그들의 머리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고 특히 입 부위가 상어의 쩍 벌린 아가리처럼 크게 벌려져,
판자의 마련된 틈 즉 "배설물이 통과하는 구멍"들 몇 개씩을 완전히 밀봉하듯 막으며,
순전히 아가리 혹은 "널빤지들과 밀착한 입술 같은 것"의 힘으로만 그 자세를 유지하는 듯했습니다.
똥을 처먹기라도 하려는 건지 참말로 더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 아닐 수 없네요.
저것만으로도 놈들의 정체가 인간이 아님은 증명되고 남으나 저게 끝이 아니란다.
저것들의 탈태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아니, 왜 저러고 있는 건가요? 더럽고 냄새나는 여기서 말입니다.
저들에게 포착되었다는 세 놈이, 바로 여길 통하여 이곳으로 넘어오게 되어 있다.
적이라기보단 경쟁자들이라 했는데 그럼, 그것들도 인두겁을 쓴 이들과 같은 종족이란 얘기죠?
그렇다면 이곳 동료들을 도우러 오는 지원군인 셈이군요.
하면 왜 경쟁자라는 걸까요.
그리고 이 더러운 변소가 그들의 이동 통로라고요?
악몽인 걸 알고도 적응이 안 되네요..
너의 상식은 여기서 통하지 않는다. 안일하게 단정 짓지 말아라.
저자가 실토했듯이, 저들은 흑마스터의 의지와 전략대로 움직이는 소모품에 불과하단다.
흑 마스터 그룹은
"꿈계 버블의 전(全) 영역에 걸쳐 우리와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장들과 그 전선으로
이렇듯 온갖 병력과 무기를 투입하고 배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들은 "코어 악몽계로 집중된 광대한 부정 에너지 풀(POOL)"에서 가공 재생되거나,
흑 마스터의 세력권 안으로 포섭된 고스트들을 활용하여 확대 재생산되기에, 전선에 투입되는 즉시
전력을 언제든 백업할 수 있도록 - 필요 이상의 넉넉한 잉여 자원이자 상비군의 개념으로 - 꿈계 클러스터 전반에
잠재 오염원처럼 퍼져 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이곳 악몽 트랩도 그러한 수많은 전장들 가운데 하나며
저들 또한, 말하자면 전선으로 차출된 용병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
그런데 차출이란 단어가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이, 정예군을 선발하여 이리로 투입하였다기보단,
이곳을 타깃으로 하는 (비슷한 레벨의) 전투력을 지닌 괴수들이 하나의 틀에서 무수히 찍혀 나오는 가운데
먼저 나온 놈들이 이리로 랜덤하게 스며들어왔을 뿐이란다.
그리고, 먼저 온 것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패퇴할 경우
꿈계 밖에서 대기(?) 중이던 동료 겸 경쟁자들이 다시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공과 시공 사이의 농도를 맞추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밀려들어오게 되는
시스템인 것이지.
이놈들은 - 악몽계를 사수한다는 일념이 주입된 - 농축 사념 덩어리의 육화이므로
여기로 들어오겠다는 집념만 고도로 활성화되어 있는 무지막지한 존재들이란다. 따라서
전임자가 파멸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리는 없고, 먼저 온 선배들이 아직 파워를 유지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이곳으로 머리를 들이밀게 되는 것이야.
부분적인 피해 발생 시에도 수적 균형을 실시간으로 맞추는 셈이라고나 할까.
이는, 말 그대로 (막무가내 식) 성질 급한 괴물의 맹렬한 본능이며
경우에 따라선 자기들끼리의 혈투도 불사하는 이유가 된다.
이렇게 되면 저들 입장에서 작전의 효율이 떨어져 성공의 확률이 줄어드는 단점이 노출되게 마련인데
꿈계 버블 전체를 아우르는 거시적 관점에서 실보다 득을 안겨 주는 거대 시스템이라
소탐대실을 우려한 흑마스터 그룹은 전면적 점검은커녕 부분적인 수정도 굳이 시도하지 않는 실정이다.
인해전술처럼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언젠가는 그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또 이 전략이 꿈계 버블의 동적 평형에 영구히 기여하는 양상을 보이기에, 그들로선 사실상 조급할 게 없는 거지.
이 괴수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종류도 다양하면서
화수분 속 재물같이 "줄지 않고 늘어나는" 수하들이므로,
얼마나 충복인가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것들이 대미지를 입든 말든 흑마스터 그룹의 관심 밖이며
철저하게 소모품으로만 간주될 따름이야.
그렇다고 이놈들이 서운해하거나 반란을 꾀할 성싶은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네. 이놈들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지.
이것들은 태생부터가 흑마스터에게 절대복종하도록 만들어졌다고 보면 되네.
주인인 마스터가 자신들을 파멸의 구렁으로 몰아넣는다 해도, 그 최후의 순간까지
상명하복의 끈을 절대 놓지 않을 존재들이란 말일세.
이는 가정이 아니라 실제 "악몽화 꿈계"들에선 바로 이 순간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양상이고,
그래서 그곳들엔 흑마스터의 비정함을 엿볼 수 있는 참담한 사건들이 항상 가득할 수밖에 없다네.
그럼에도 우리의 전략에 이간계(離間計)가 없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악몽의 코어에서 기어 나온 "어둠의 절대 맹종체"가 괴수들의 본질이기 때문이야.
적을 도륙하는 데 최적화된 흉포한 비스트로서 자기들끼리는 싸울지언정 주인을 물지는 않도록
설계되었단 뜻이다.
아무튼 놈들은 경쟁자들의 유입을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가 생체 내에 갖추어져 있어,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이처럼 본능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 또한 가능하단다.
그러하기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리로 돌진해 오는 경쟁자들"을 처리하려고 여기에 모인 것이지.
셋이 포착되어서 셋이 달려온 것이라네.
녀석들이 일 대 일로 경쟁자를 어떻게 없애 버리는지 지켜보게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니..
아, 그리고 어째서 여기인지 물었는가.
이 구덩이가 저들이 유입되는 스타 게이트들 중 하나라네.
외형은 더러운 변소간으로 꾸며 놓았으나 실은 이런 중대한 위치적 특성을 고려하여 합목적성을 띠도록 설계된
일종의 차원 포탈이며 시공 중첩 시설이라네.
즉, 저들의 "경쟁자 포획 및 배설 행위" 또한
이 초우주적 관문의 성격과 맥을 같이 하는 중요 메커니즘의 일부란 얘기야.
참고로, 여기가 통로라고는 하나 저들의 이동은 오로지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된단다.
여기로 들어온 이상 악몽계 건설의 일꾼으로 투입되는 것이기에 목적 달성 전까지는
저들 임의로 이곳을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의미지.
이미 언급했듯이 저들의 특성상 배반과 이탈을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꿈계라서 혹시 실현될 수 있는 억만 분지 일의 돌연변이적 가능성에 대비하여
이곳 스타게이트에는 물리적으로도 사념체들의 역(逆) 이동을 막게끔 트랩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작전 수행 과정상 흑마스터 본인이 직접 포탈을 이용해야 할 때를 대비한다는 측면으로도
이는 그의 입장에서 유효한 장치인데
이동 시(時) 그를 무작정 따르는 사념체들이 혹시나 맡은 바 임무를 도외시하고 중간에 도망치듯 그를 쫓아올까 봐
그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는 목적까지도 이 장치에는 있는 것이야.
흑 마스터 그룹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고안하고 만들어 낸 포탈이지만
어쩌면 이러한 특성이 우리에게도 결정적 도움을 줄 듯하구나. 너는 이 사실을 항시 유념해 두도록 하여라.
우리 역시 이제부터 어려운 고비를 헤쳐 나가야 하므로,
우리의 작전을 개시함에 있어 이것은 중요한 힌트를 제공하게 되리니..
설마 적이 만든 일방통행로를 우리가 활용할 수도 있다는 말씀은 아닐 테지요?
저는 이 똥통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만일의 경우를 항상 대비하는 자세가 우리에겐 필수적이란다. 흑 마스터 세력권의 준동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계속 강조하지만, 드림 마스터의 흑백 대립 구조는 위대하신 "근원 드림바디"의 설계이므로
어느 한쪽이 월등하게 꿈계 버블을 지배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와 막상막하인 적을 상대하려면 모든 전략 전술적 경우의 수를 다각도로 고려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치지.
이런 관점에서,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마스터들은 기꺼이 상대를 기만하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고 상대 속으로 침투하여 기생하는 등 온갖 편법들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화이트 마스터 역시 절체절명 생존의 영역 안에서 대동소이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단다.
우리의 모든 능력을 소모하고도 이 게임이 끝나지 않는다면,
"적의 능력이 구현한 사악한 정교함"이라도 죽기 살기로 이용해야 하는 법..
한없이 고고할 것만 같던 "꿈의 해탈자"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상황의 심각성이 새삼 부각되면서 제 목을 다시 조르는 것 같습니다. 어쩌다 제가 여기까지 왔는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리로 나를 유도한 운송자들을 원망해야 할까요?
그들의 검은 의도가 나를 흑마스터의 소굴에 던져 넣은 것 같아 괘씸한 느낌이 격하게 올라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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