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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필로그 : 마음의 반작용..
    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2. 1. 15:34

     

     

     

     

     

     

     

     

    놀고 있네..

     

     

     

    누군데 초면에 무례한 댓글을..?

     

     

     

    그렇게 스스로를 미화하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지나요?

    보잘것없는 글 솜씨로 예쁘게도 치장해 놓았네요. 쯧쯧..

     

     

     

    아픈 데를 후비고 있군.

    당신 나 알아?

     

     

     

     

    왜 정곡을 찔릴 것 같아 겁나나요?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댁이 연서 자격도 없는 편지들을 보낸 건 "그놈의 사랑" 때문이 아니야. 순전히 삶이 권태로워서 미칠 듯이 심심해서였겠지.

    시간을 죽이려고 졸업 앨범을 들척이다 그녀에게 꽂힌 것까진 인정.

    가슴이 마구 뛰고 설렌다고 누가 사랑이래?

     

    댁의 주특기를 발휘하여 애달픔의 유희를 기획할 생각에

    일종의 정서적 오르가즘이 느껴졌던 거겠지.

    철저히 댁만의 방식으로 감상적 공상을 현실에 옮기려 한 거야.

    그렇다고 현실로 옮긴다는 게

    흔한 연애 감정의 구체화를 의미함이냐면, 그것도 아니지.

     

    댁의 태생적 한계는

    일생이 부자연스러움 자체라는 것.

    남들 다 하는 건 하기 싫은, 아니 하기 힘든, 강제된 반골이랄까. 그것은 차라리 저주라 하는 게 맞겠지.

    그러니 댁이 애타게 바란 - 다고 믿고 싶은 - 만남이란

    실은 부수적 옵션에 지나지 않아.

    당장은 편지질로 그녀 앞에 자신을 발가벗기는 행위가

    더욱 짜릿하니까.

    당장은 글로써 그녀를 포위하고 공략하는 짓에

    희열을 만끽할 테니까 말이야.

     

    점잖은 체 하지만 댁은 그냥 변태야.

    댁의 알량한 문학 감수성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집착에 집중하여 관음과 노출을 극대화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어.

     

    혹시나 일사천리로 만남까지 나아가 연애까지 진행된다 해도

    댁은, 미래를 설계하고 사랑의 결실을 이루는 어른스러움엔

    결국 도달하지 못해.

     

    상대가 댁을 진실로 사랑한다 해도,

    댁 인생을 휘감고 있는 작위가 "현실을 주문하는 자연스러운 사랑" 앞에 경기를 일으킬진대,

    하물며 엉큼한 짝사랑 놀이에 난데없이 끌려온 그녀를

    댁은 첨부터 환상 속에 가두고 꺼내줄 생각도 없었잖아.

     

    아마 만났어도, 사랑이란 가면을 쓰고 끈질기게 기만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 집착에만 탐닉하였겠지.

     

    중도라는 게 없고 쓰잘데기 없이 극단적이라, 현실에서도 비현실을 고수하는 플라토닉한 답답함으로 그녀를 질리게 하거나, 또는 여자라는 판타지를 부여잡고 노골적인 음란함을 강요하여 역시 그녀를 질리게 하거나..

     

    양쪽을 막론하고, 극단에 서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결여된 결과.

     

    댁이 아무리 수사적으로 그녀를 찬양해도

    그것은 단지 목표물을 포획하기 위한 음험한 전술. 게임의 일환.

     

    댁의 의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강력히 부인해도, 무의식은 이미 실토하고 있어. 애초에 댁한테 어울릴만한 짝으로 댁이 여기지도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불쌍한 영혼인 척하지만

    댁은 오만한 속물일 따름이야. 그저 그런..

     

    댁의 편지 내용들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지.

    위선 떠는 반성의 제스처를 걷어 내면 고스란히 댁의 이런 속마음들뿐이야. 부정할 텐가.

     

    댁은 그녀를 심각하게 깔보고 있어 주제도 모르고.

     

    그녀를 인간으로 대우한다기보단

    잠깐 가지고 놀 인형 취급을 하고 있다고!

     

     

     

     

    듣자 하니 말이 점점 심해지는군.

     

    당신 정체가 뭐야? 경미하고 뭐라도 되나?

    아님 경미야?

     

     

     

     

    푸훗, 경미겠냐?

     

    뼈를 때리니 아프긴 아픈 모양이네.

    그러게 국으로 가만히나 있지 무어 꿀 빨 게 있다고 이따위 쓰레기 글들을 사람들 앞에 버젓이 진열해 놓았나.

     

    댁 혼자한테나 소중한 "그녀와의 해프닝"

    일기장에나 간직하고 말 일이지, 이십 년이나 지난 마당에 새삼 이 무슨 청승인가, 원..

     

    칭찬이라도 들을 줄 알았나?

    한심하군.

     

    자신의 치부를 보여 손가락질이라도 받고 싶을 만큼 관심이 고팠나?

    그렇게 해야 환희에 젖는, 마조히즘적 기질이라도 발동한 건가? 그렇더라도 정도라는 게 있지. 쯧쯧..

     

    댁이 무슨 순정파라도 되는 양 우쭐대는데, 참 역겨워.

    댁은 말이야, 오히려 그녀의 순정을 농락한

    아주 나쁜 놈일 뿐이야.

     

    그녀가 안 만나 준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그녀를 만나 댁이 진짜 갈구하던 걸 표출하기라도 했다면..

    어휴 끔찍해!

     

    댁의 이런 저열한 짓거리에 대해 하늘이 준비한 과보적 "죗값 시나리오"들 중엔, 한 성깔 하는 그녀한테 된통 당하는 줄거리도 있었으니까.

    그녀한테 직접 처맞거나 아는 오빠들이 두들겨 팼으면, 댁 같은 천하의 겁쟁이는 똥오줌 다 쏟아 냈을걸?

     

    그나마 이건 약한 시나리오 축에 들어.

    패가망신 급의 천벌도 준비되어 있었다고.

     

     

     

     

    정말이지 못하는 소리가 없군.

    당신 또한 나만큼이나 망상에 소질이 있는걸?

     

    뜨거운 맛이 당장 필요한 놈은 바로 당신이라고! 확 그냥..

     

    내가 겁쟁이인지 아닌지 어찌 알고 그리 속단하는가.

    당신 나 알아?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 아나?

    그리고 자신에 관한 얘기들을 이렇게 싸질러 놓은 걸로도

    내가 댁을 알기에는 충분한데?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고 블라블라..

     

    바위에 계란 치는 심정으로 편지를 계속 보낸 건

    참으로 아름다운(?) 자충수였어 낄낄..

    (여자의 본능이 간파한) 막연한 낌새가 확고한 사실로 드러나는, 증거들만 쌓여 간 셈이니..

    어리석기는..

     

    여자가 철벽을 치는 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야.

    야속하다 원망하기 전에 여자에 대해서 공부 좀 하라고

    이 헛똑똑이야!

     

    착한 그녀가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으면 알아먹었어야지.

    음 아니지. 댁이 그 정도까지 멍청하진 않지.

    댁은 일찌감치 출구를 마련해 두고 있었어 그렇지?

     

    여성 특유의 밀고 당기기라 쉽게 여기고 한때는 도전 의식이 불타오르기도 하였지만,

    댁의 꽉 막힌 도전 방식이

    그녀가 가진 일말의 호감마저 현재 진행형으로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그러한 본인의 한계를 인정한 뒤부터,

    댁 또한 만사가 귀찮아졌고

    그녀에 대한 흥미 아니 감정 유희에 대한 감흥이 시들시들해졌지.

     

    확고한 증거를 가지고 더 구체적으로 부연해 볼까?

     

    그녀가 보내온 처음이자 마지막 답장.

    댁과의 거리가 좁혀진 적 없음을 정중한 존대로 칼같이 보여준,

    아기자기한 글씨.

    사랑놀이에 집착하는 철부지를 명료하게 저격한,

    짧지만 단호한 명문.

    댁도 몰랐던 (알기를 거부했던) 댁의 맹점을 - 누구와는 달리 - 단순 명쾌하게 지적한, 사실상의 최후통첩.

     

    댁의 감정은 크게, 이 답장 이전과 이후로 나뉘지.

     

    그야말로 옴짝달싹 못하게 팩트로 조져 버리니 댁의 환상은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덤으로 댁의 초라한 자존심엔 스크래치깨나 남았었지.

     

    그리고 댁이 스스로에게 탄복한 유일한 한 가지.

    속으론 기우이길 바라며 무례할 만치 실컷 넘겨짚었던 "그녀의 본모습"이, 예상과 일치했다는 점.

    물론 무례한 댁에게 무례한 거짓으로 응수하는 거부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겠으나, 그보단

    냉엄한 진실로써 폭격했을 확률이 압도적이지.

     

    사악함은 언제나 진실 앞에 꼬리를 내리는 법.

    그래서 그녀가 급격히 두려워진 거야.

    댁 같은 겁쟁이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현실 속에 그녀가 있음을

    문득 깨닫고, 댁의 간사한 계산속은

    그녀에게서 서둘러 철수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지.

    댁이 놓지 못하는 지적 허영이

    그녀로부터 사랑(?)을 거두고 대신 환멸을 던져 주는,

    눈꼴사나운 작태의 시작이었던 거지.

    (댁의 역겨운 자기 기만에 그녀가 충분히 느끼고 있는 것 또한,

    바로 그 환멸이란다 멍청아!)

     

    그리고,

    짝사랑(?) 이전의 권태로 다시 복귀해야 하는

    비루먹은 상황을 어떻게든 연착륙시켜 보려는

    댁의 못 말리는 습성이,

    "라스트 러브레터"들을 이왕이면 장엄하면서 화려하게 꾸미고자 하는, 공허한 강박으로 몰아갔지.

     

    그건 남자의 자존심도, 뭣도 아니야!

     

     

     

     

    내 글을 아주 열심히 읽고서 꼼꼼히도 분석하였군.

    노력은 가상하나 이를 어쩌지?

    내가 이미 다 해체해서 새로울 것도 없는 포인트들을

    본인의 촌철살인 독창적 비평인 양 으스대는 꼬락서니라니..

    못 봐 주겠네.

     

    창피한 줄 모르고 맘대로 지껄여 보라고 어디.

    이젠 충격적이지도 않아. 떠버리 같은 놈..

     

     

     

     

    바라던 바야.

    넌 나한테 익숙해져야 해.

    나 아니면 누가 널 까발리고 잡도리하겠어?

     

    만성이 되지 않도록

    잊을만하면 겁나게 센 충격을 가할 필요가 있겠군.

    지금처럼 말이야.

     

    마지막 편지로 네 유희의 대미를 장식한 후

    넌 깔끔하게 그리고 후련하게 손을 털었지. 동시에

    너는, 얼마 전까지 몰입하던 정념과 애수를 경멸하며

    자기는 그런 유치한 감상과는 애당초 거리가 먼 사람인 양,

    뜨거운 가슴을 창피해하는 차가운 지성인인 양 행세하였지.

     

    그렇게 다른 인간으로 변신 완료한 너에게

    그녀는 눈치도 없이, 정말 마지막이 되고 만 전화를 걸어왔어.

     

    당시 너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버릇처럼 치근대던 (만나자는) 일방적 약속.

     

    마지막 편지를 띄우기 전에 미련을 접을 요량으로

    씨알도 안 먹힐 마지막 시도를 해 본 건데,

    그래서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아 당사자의 기억에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건데..

     

    너보다 백배는 성숙한 그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널 위한 배려를 하기 위해 전화를 준 것이었어.

     

    그녀를 단념한지 오래인 넌

    처음 통화를 했을 때의 감격과는 사뭇 다르게

    사무적인 말투로 시큰둥해진 심정을 대충 가리고

    그녀의 단호한 일관성을 담담히 듣더군.

     

    일방적인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그녀 역시 담담하게 표명하였다 감정의 고조 없이..

    자잘한 감정선을 미주알고주알 드러낼 가치도 없다는 거지

    너란 인간한테는.

     

    속 좁은 넌 배려를 배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 나갈 거 다 아는데 굳이 전화로 확인사살하나

    그저 아니꼽게만 느끼더군.

    민망함과 겸연쩍음이 적당히 배합된 네 목소리가 우스꽝스러웠다. 후후, 아마추어 같기는..

     

    "잘 지내" 한 마디를 황급히 남기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수화기를 놓더군. 수화기 너머로 끊는 소리가 들리면 비참할 것 같았나?

     

    하필 동생이 또 전화를 바꿔 주고 옆에서 얼쩡거리기까지 하니,

    여자한테 까인 걸 동생이 알아차릴까 그게 더 조마조마했지?

     

     

     

     

    이건 말도 안 돼!

    넌 뭐야 도대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넌 뭐냐고!!

     

    빈정거리는 말본새하며 쓸데없이 시니컬한 어투 하며

    나랑 완전 판박이잖아!

    너, 도플갱어야??

     

    내 기억을 속속들이 헤집어

    망각하고 싶은 걸 기어이 끄집어 내는

    넌,

    사람이야 귀신이야!?

     

     

     

    뭘 자꾸 물어.

    그딴 건 중요치 않다고 했잖아!

     

    오늘은 할 만큼 했으니 갈게.

    담에 또 보자고..

     

     

     

    야! 가긴 어디 가.

    누군지 밝혀!

    안 그럼 신고할 거야? 이 지독한 악플러야!

     

     

     

    응, 할 테면 해 봐.

     

    난, 네가 원한 관심을 준 유일한 존재야.

    귀한 시간 쪼개서

    하품 나오는 글에 댓글 달아 줬더니,

    고마운 줄은 모르고..

     

     

     

    아까부터 자꾸 그런 쪽으로 어필하는데

    나 원래 관심 사절이거든?

    특히 너처럼 물고 뜯는 관심은 더더욱..!

     

    날 다 아는 듯 똥폼 거하게 잡더니 이건 미처 눈치 못 챈 모양이군.

     

     

     

    끌끌,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편한 대로 생각하라고.

     

     

     

    하여간 너 가만 안 둘 거야.

    두고 봐!

     

     

     

    신고든 고소든 마음대로 해 보셔 어디.

    추잡한 인간..

     

    잘 놀고 가네, 안녕.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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