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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인들 2지수 이야기/스토커? 스토커! 2025. 1. 25. 12:39
정연 씨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네? 급한 용무는 아닌 걸로 들었는데..?
전화 안 받은 건 지수 씨잖아?
그리 멀지도 않고 지수 씨 얼굴도 볼 겸 와 봤어. 오늘따라 심심하기도 하고 해서..
야심한 시각에 그렇게 차려입고 나오기 귀찮았을 텐데..
하여간 예쁘긴 하다. 약간 더워 보이는 것 빼고는..
고마워.
이분이 오빠 여자친구?
오빠도 참.. 중간에서 뭐 해? 소개해 주지 않고.. 나 뻘쭘하잖아.
여기는 가수 지망생 민희..
안녕하세요. 저는 정연이라고 합니다. 지수 씨하고는 잘 알고 지내는 친구 사이죠.
아, 그러시구나. 오빠랑 동갑이면 저한텐 언니시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언니, 호호..
이왕 왔으니 정연 씨도 여기 앉아서 몇 곡 불러. 심심하다며..
정연 씨 노래 잘하잖아?
어머, 언니 노래 잘하시나 보다. 듣고 싶다. 한 곡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니에요. 가수분 앞에서 어찌..
부끄럽네요.
에잉, 가수 아니고 아직은 그냥 연습생인 걸요. 저도 인기 가수 되려면 한참 멀었답니다.
그리고 언니 가수 하실 거 아닌데 왜 긴장 타세요? 보통사람보단 잘 부르니까 오빠가 잘한다고 한 걸 테고..
아니야, 저 언니 웬만한 가수 뺨 치는 실력이다.
지수 씨! 점점..?
왜 자꾸 띄워? 가뜩이나 부담되는데.. 지수 씨 말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 없다고!
그러게 말이야. 오빠가 잘못했네! 나처럼 언니 맘 편하게 해주진 못할망정..
와! 오빠 말 틀리지 않았네. 정말 가수 하셔도 되겠어요 언니.
우아한 모습답게 주로 발라드에 강하시네요 호호.
근데 오빠는 계속 빼기만 하고 뭐야 못나게.. 진짜 끝까지 이럴 거야?
햐, 미니 너 집요한 데가 있구나.다음에 기회 되면 한꺼번에 모아서 불러 줄게. 됐지? 노래 부를 컨디션이 지금은 영 아니라서 그래.. 이해하렴.
참, 너희들 이 노래 한 번 각자 불러 볼래? 누가 더 잘 부르나 내가 심사해 줄게. 음, 재밌겠다.
아오, 얄미워. 이런 식으로 빠져나간단 말이지?지수 씨, 또 시작이야?
왜? 뭔데 언니?그녀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지수는 야릇한 미소를 입가에 띤 채 노래 목록만 열심히 뒤적였다.
이윽고, 염두에 두었던 제목을 찾아냈는지 그는 모처럼 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것이 쓰여 있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그는 한층 밝아진 음성으로 말했다.
이거 부를 줄 알지? 자아, 어서 불러 봐.
으응? 이 노래..!? 한결의 데뷔곡이잖아. 오빠, 한결 무지 좋아하네? 샘난다!
지수 씨 한결 왕팬인 거, 또 한 사람이 알게 됐네? 요새도 어딜 가나 자랑하듯 떠벌리고 다니나 봐?
아까 저한테도 한결 칭찬 많이 하긴 하더라고요.그럴 땐 약간 푼수 같더라. 완전 한결 빠돌이가 돼서는..
제 생각도 그래요. 청소년도 아니고 다 커서 그러는 건 좀 덜떨어져 보이긴 하죠.
더구나 재벌가 자손씩이나 돼가지고 품위 없게시리..
이거 이거, 말들이 좀 심한 거 아니야?
왜.. 내 얼굴엔 연예인 좋아하면 안 된다고 쓰여 있기라도 하니?
어머, 농담까지 썰렁해 호홋.알았어요. 한결 선배님 노래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오빠가 간절히 원한다니까 일단 불러는 볼게.
그나저나 언니는 이미 오빠 등쌀에 몇 번 불러 본 과거가..? 히힛..
......................... 내가 보고 싶은 그댄, 날 보려 하지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그댄, 날 사랑하지 않아요.
이유가 무엇일까.. 슬퍼지네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고 싶은데..
언제나 그대만을 생각하는데...............................
눈을 지그시 감으며 지수는 정연의 목청을 통해 청아하게 흘러나오는 한결의 히트곡을 심취하듯 듣고 있었다.이때 허벅지 부근이 문득 근질거려옴을 느낀 그가 엉겁결에 눈을 뜨자, 다음에 부를 곡을 고르듯 천연덕스럽게 딴짓을 하며 그의 다리를 살살 어루만지고 있는 민희의 모습이 갑자기 시야에 들어왔다. 마치 피카소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네의
기괴한 생김새로..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은 그녀가 - 지수가 앉은 방향으로 - 다리를 심하게 꼬고 있는 바람에 짧은 원피스는 더욱 위로 당겨져허벅지는 물론 허여멀건한 둔부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나 버렸다.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징그러움을 느끼며 그는 대뜸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사적인 유혹이 통하지 않음에 잠시 당황한 민희였으나, 금세 직업정신(?)을 회복하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후한술 더 떠 그의 무릎 위에 엉덩이까지 올려 놓는 만행(?)을 서슴지 않으며
지수의 일갈에 굴하지 않는 침착함을 과시하였다.
아이, 이런 내숭쟁이.. 순진한 거야? 순진한 척하는 거야? 여기 왔으면 이렇게 노는 게 정상이라고요!오빠 나 누군지 벌써 잊었어? 나 도우미야 도우미! 오빠 돈 받고 일하는..
한결 노래의 간주가 흐르던 무렵 정연은 이런 사달을 기다렸다는 듯이 일방적으로 음악을 꺼 버렸다.
언니! 내 말 틀렸어요? 언니 오빠랑 애인 사이 아니라면서요. 그러니 요 정도는 이해해 주실 수 있죠? 헤헤..
너 보자 하니 정말 당돌한 아이로구나! 우리가 누군지 알고 더러운 끼를 부려?!흥을 돋우는 그 도우미? 슬픈 발라드 부르는 타임에?? 얻다 대고 수작질이야!?
언니 왜 그래요? 갑자기 무섭게..
저희 콜 하는 VIP들은 다 이런다고요!
그 짓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지, 그만 한 눈치도 없이 이러면 돼?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말로 해선 안 되겠다! 너, 소속사 어디니?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그녀가 지수의 무릎에서 잽싸게 내려와
바닥을 기듯 정연의 발아래 납작 엎드렸다.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과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음주의 힘을 빌려 못 오를 데를 기어오르다가 크게 덴 적이 몇 번 있었던 걸까.
아차 하고 곧바로 태세를 전환하는 (몸에 밴) 기계적인 동작이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두 분을 미처 몰라뵈고 함부로 행동했네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언니, 아니 아가씨..
아, 몰라.. 지수 씨, 나 이만 갈게. 오늘 조금 실망이야.
그 모임 나도 모르는 바 아닌데 매번 이런 식이면 곤란해! 참고 있는 내 입장도 생각해 줘야지?
물론 지수 씨는 다른 남자하고 다르다는 점, 나 잘 알고 신뢰해. 하지만 오늘같이 조금씩 선 넘는 일이 반복된다면
나 또한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거야!
정연 씨마저 내게 숨 막히는 소리 자꾸 하려 드는구나.. "네가 뭔데?" 하고 따질 기운도 없다.
정연 씬 내가 부담스럽지도 않아? 정말 나중에 나하고 결혼할 생각이야? 나를 사랑할 자신이 있어? 아니
사랑 없이 나하고 삶을 함께할 마음이 있어?? 그래서 내 부모까지 등에 업고 이처럼 의기양양한 것이니?
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발 말씀을 삼가 주십시오.
아저씨, 누가 마음대로 들어오래? 나가 있어!
마 비서님! 얘네들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아 그게.. 여기 깔린 맥주는 다 저 아가씨가 시킨 겁니다. 도련님 술 못하시는 건 정연 아가씨도 잘 아시지요?
아까 모임에서 1차로 딱 한 잔 양주를 어쩔 수 없이 드시는 바람에..
지금 하시는 말씀 도련님 진심 아닌 것 제 직을 걸고 감히 장담하겠습니다. 언짢으시더라도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쯧쯧..
흠, 알겠어요. 전 이만 들어가 볼 테니 마비서님이 책임 지고 바로 집에 데려가세요.
한 시간 뒤에 지수 씨 집으로 확인 전화 드릴 겁니다?
예, 꼭 그리하겠습니다. 염려 놓으십시오.
맥주 안 드셨지요? 운전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가씨..
저것 보세요 아저씨. 내가 자기 남편이냐고요. 정혼한 게 큰 특권인 양 벌써부터 저러면 이게 족쇄지 뭐예요?
방금 나가셨습니다. 언성 낮추세요 도련님..
서두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갈 채비 하시지요. 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오빠, 괜히 저 때문에..
죄송해요..
너.. 나한테 왜 그랬어? 그 상황에서 꼭 그래야만 했니?
술 핑계는 대지 않을게요. 오빠는 애인 사이 아니라 하지만 제 눈엔 그렇게 보였고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나서 그만..
네가 뭔데?
알아요, 저 오빠한테 사람도 아니라는 거.. 그치만 제 마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느낌 처음이라..
그래요, 나 순수한 년 아니에요. 솔직히 오빠가 재벌 도련님 아니었어도 이런 감정 생겼을 거라 확신은 못하겠어요.
돈만 밝히는 못난 년이지만, 오빠가 좋아지는 지금 이 기분, 이 마음만큼은 왠지 돈보다 가치 있을 것 같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요..
짜식 제법이네.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무슨 꿍꿍이속인지는 모르겠지만.. 후훗.
지수가 대견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소파에 올라앉지 못하고 있는 - 민희의 머리를 쓰다듬자 이를 파란불로 오인한 그녀는 조금씩 상체를 일으켜 조심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그의 얼굴로 가져갔다.
오빠, 나 귀여워?
나도 오빠 귀여운 데가 눈에 막 들어왔어. 바로 요 입술..
그렇게 두 남녀의 생동하는 호르몬이 "복잡하고 장황한 의식들"을 헤치고
(기생충이 숙주를 자극하듯) 기어이 둘의 얼굴을 포개어 놓는 데 성공하였다.
헉..!!
가위눌린 사람이 악몽의 공포를 떨치기 위하여 비몽사몽간에 소리를 버럭 지르는 것처럼지수는 소파에서 용수철같이 튀어 올랐다. 그 여파가 워낙 거세어 민희는 벌러덩 뒤로 자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때, 살짝 비친 노란색 팬티가 그의 눈에 포착되고 말았다.
흡사 못 볼 것을 본 양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그는 번개보다 빠르게 고개를 돌려버렸다.사실 조금 전 그녀의 1차 시도(?) 때부터 신경에 무척 거슬렸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가 명확해졌다.
선천적일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그녀가 견뎌야 할 냉혹한 현실이 그리 만들었을 "유들유들한 성격과 태도",
이를 바탕으로 어린 나이답지 않게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행동까지, 누구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방금 이뤄진 "입술의 기습"이 스파크가 되어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온전한 트라우마 역할도 못하는 주제에, 그러나 기억만으로 폐부에 박힌 못이 돼버린 서글픈 공포..
그렇다. 민희의 부자연스럽고 다소 과장된 몸짓에서 화숙이 누나가 보였다.
결국, 너 역시도..? 내 환심을 사기 위해 육탄 공격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이거냐?이러다가 내 정체를 알고 무서워지면 또 어떤 식으로 날 떼 내려 할까..
난 한 번 좋아하면 끝까지 가는데.. 너흰 쉽게 좋아했다가 쉽게 싫어하고..!
너무나 급작스러운 사태에 얼떨떨하기만 한 그녀는 흐트러진 매무새를 수습할 겨를조차 없었다.
오빠! 이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야?! 미친 거야??돈 필요하면 그냥 달라고 해! 네 값싼 몸뚱이 안 바쳐도 거저 줄 테니까. 달라는 대로 다 주겠다고!!
이토록 심한 말을 듣고 만 민희의 얼굴에 일순 냉기가 스치고 지나갔다.머리를 대충 매만지고 핸드백을 찾아 어깨에 걸친 다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녀가 이제 어떤 행동으로 반응할지, 개연성 높은 상상이 - 그의 경험상 - 가능한 지수였다. 그래서일까,원래 하얀 얼굴은 더욱 창백해져 갔고 안면 근육에 경련이 일기까지 하였다.
민희의 웃음기 사라진 냉랭한 시선이, 그 따가움을 피해 눈을 내리깔고 있는 얼굴에 몇 초간 고정되었다.
그녀가 안경을 벗겨내는데도 지수는 꼼짝 못 하고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막말한 건 사과한다. 조금만 살살 때려다오. 부탁하마.시끄러워욧! 후후..
"민희의 오른팔이 힘차게 허공을 가르는" 페인트 모션만으로 그의 몸은 기우뚱 옆으로 기울어졌다.
눈 앞에서 불똥이 튀는 아찔한 통증이 가상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가운데 수치심 때문에라도 뺨은 벌써 화끈거리고 있었다.어우 못났어. 닿지도 않았는데 호들갑은 하여간..
여자한테 좀 맞아봤나 봐? 호호.
그만 놀려! 때릴 거야 말 거야?그래서 얼마까지 줄 수 있는데?
뭐??
고새 자기가 한 말도 까먹었어? 돈 필요하면 달라는 대로 다 주겠다며?
민희 너.. 학교 다닐 때 껌 좀 씹었나 보다? 삥 뜯는 솜씨가 장난이 아닌데?
남자가 새파랗게 질려서 쫄기는.. 더듬지 말고 대답이나 하셔!
드센 여자 지겹다. 그런데 왜 난 이런 여자들한테만..
여자 탓하기 전에 본인부터 돌아봐. 오빠가 답답하게 구니까 얌전하던 여자도 참다못해 돌변하는 거라고.
자, 말 돌리지 말고 얼마 줄 거냐고요!
이 녀석, 진지하구나. 목숨 걸었냐? 네 자존심은 어디다 버려둔 거야?
이게 내 자존심이다 어쩔래?
팁까지 쳐서 오늘 네가 받은 전부를 한 번 더 주마..
노노. 그것의 세 배!
양심은 있구나. 아니, 마음이 약한 건가? 다섯 배 열 배 그 이상 불러도 난 무조건 오케이라는 거 알면서..
난 내 주제를 아는 여자니까.
현실적인 것 이상을 넘볼 생각은 처음부터 없어. 난 헛물이나 켜는 못난 여자애가 아니야.
음.. 네 자존심은 세 배까지만 허용한다 이거지? 알았어, 앞으로 참고할게. 널 만나면 항상..
그리고.. 나와의 미래를 꿈꾸지는 말고, 만나는 시간만큼만 나를 이뻐해 줘 오늘처럼..
좋아.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야. 오빠가 날 부르면 그날은 오빠를 마음껏 사랑해 줄 자신 있어.
프로 의식에 투철한 현실적 사랑 말이지? 너야말로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구나. 내가 원하는 게 그거였어!
그렇지만 음흉한 속물이라고 오해하면 안 돼!?
오빠는 제발이지 음흉 좀 해봐! 말로만 마음으로만 사랑 타령하니 속이 헛헛한 거지.
오빠 혹시.. 섹스 공포증 있어?
영리한 녀석, 정곡을 찌르는구나.
너와 내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한들, 아마 나 때문에 섹스 문제는 해결이 불가할 거다.난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 같아. 여자에게서 이성을 못 느껴. 널 안아도 사실 감흥이 없어..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 그럼 됐어.
글쎄.. 확답은 못하겠네..?
아이씨, 몰라몰라.. 오빠 취향 관심 없고, 오빠 바라는 대로 사랑해 줄게.
오빠가 사람의 사랑을 부담스러워한다면, 남녀의 완벽한 결합을 두려워한다면
그냥 우리 집 강아지 이뻐하듯 오빠를 좋아해 줄게.
내 사랑의 값어치나 확실하게 쳐 줘 약속한 대로.
'지수 이야기 > 스토커? 스토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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