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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롤로그 (연서를 보내기 전에..)
    이상한 연애편지 (상준 외전) 2022. 10. 19. 06:11

     

     

     

     

     

     

     

     

     

     

    대부분의 남자란 동물은 청소년기 (15세~20세) 그리고 20대의 청춘기를, 다양한 이성교제를 경험하며 - 결혼의 관문을 통과하기 전 - 이성에 대한 현실감각을 터득하고 단련하는, 이른바 "이성 면역력"을 기르는 데 할애하고 있다.

     

    물론 소수의 모태솔로들도 존재하여 여성 모태솔로와는 달리 희귀종 취급을 감수하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나를 포함한 극소수는, 그들에게 가끔 위안을 주기도 하는 "사람들로부터의 연민 대상"에서마저 제외되어 있다. 
     

     

     


    찌질할 정도의 순박함으로 위장한 (소통 능력 부재에서 기인한) 철저한 무배려.

    착하디 착한 순진함인 척하는 (성격적 결함이 배태한 강박이 거의 자폐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기적인 몽상가 기질.

    부딪쳐 알아가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회피하는, 소극적인 게으름.

    상대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상상하고 재단하여 무한 부담을 떠안기는, 무책임한 독선.

     

    어려서 물정 모르는 알량한 엘리트 의식이기에, 이런 것들만 갖추고도 거들먹거리고 우쭐댈 수 있는 것.

     

     

    얕은 문학적 감수성은 고지식한 감상에 빠지기 쉬우며, 치기어린 자기연민은 성적 희롱을 뻔뻔하게 미화하려 들지. 창피한 줄 모르고..

    이 역시, 세상 무서운 것 모르고 동등한 인격체를 멋대로 물화해버리는, 유치한 비매너이기에 가능한 것.

     

     

    외모적 매리트를 가졌으면서도 연애에 젬병이면 그만큼 다른 문제가 있다는 얘기지.

     

     

    능력과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어린시절의 순수한 사랑 놀이는

    성숙한 사랑으로 인생을 이끄는 데 있어 중요한 디딤돌이 되어 주는 소중한 체험.

    고로, 사랑 초보자들은 무조건 단순해야 한다.

     

    외모로 인한 단순한 끌림이, 순진하고 어린 이성을 심쿵하게 했다면,

    그때부터 단순하게 연애라는 현실로 뛰어들면 된다.

     

     

    범람하는 정보들로 형상화된 (내것 아닌) 씁쓸한 몽상을 과감히 접고, 실질적 연애의 달콤한 현실을 만끽만 하면 되는 것을..

    하찮아보이는 세속적 애정 행각이 어린 소년을 구원할 수도 있었는데..

     

    공부 꽤나 하는 온실의 화초여서, 기성 욕망의 일그러진 이중성에 학구적으로 노출되고 세뇌된 걸까.

     

    고리타분한 어른아이의 복잡한 상념이, 불량한 문제아만도 못한 "사랑 박약아"를 만들어 놓았구나.

     

    미성년자의 장난 같은 연애, 까짓거 두려워 말고 했으면 되었을 것을..

     

    방정식과 영어단어에 없는 진리가 연애 놀이 속에 꿈틀대고 있다 말해주는 어른 없어도, 어린 영혼들은 인간의 생명줄을 본능적으로 잡을 줄 알건만.

     

     

     

     

    어려서부터 고상한 기만에 영혼이 오염된 죄로, 잘난척 하는 무지는

    단순한 사랑의 세련된 현실을 버거워하고 돌연변이 모태솔로가 되었다.

     

    기성세대? 사회? 무엇을 탓하기 전에 그건 전적인 자기 잘못.

    남들 잘만 하는 걸 못하게 생겨먹은, 자기 탓이다.

    인간의 체화된 부조리에 쓰잘대기 없이 혼자서 민감한, 자기 탓이다.

     

    내가 멸시한 모든 것들이 실은 단순명쾌한 진화의 노정에 올라가 있었음을,

    나 혼자 복잡한 답보와 정체 안에서 의기양양 퇴화하고 있었음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 평범한 이들이 다 아는 그것을 말이다.

     

     

     

     

    이성에 대한 현실감 터득과 "이성 면역력" 획득에 실패한 대가를,

    사랑과 엇박자를 놓으며 인생 똑바로 살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지금

    참 아이러니하게 나는 행복하다.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방법만 남아 있는, 이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랄까. 

    순진하여 사악했던 아니 사악하게 순진했던 그래서 지우고 싶었던 지난날을 인정하고 그것과 화해한다랄까.

    성인이 되어서까지 자기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 질긴 철없음에 대한 동정 혹은 셀프 용서랄까..

     

    무엇이 되었건 합리화의 천국 속에서 나는 자유롭고 편안하다. 남들처럼..

     

     

    이처럼, 이질적이던 내가 남들과 비슷해지는 건,

    내가 무뎌져 삶의 속도감을 회복한 때문일까 아니면 저들이 예민해져 삶의 추진력이 약화된 때문일까.

    아마도 이 둘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나와 남이 만나고 있는 것이리라.

     

    어찌 되었건 남들과 닮아진다는 건, 내 불안이 상쇄되는 축복.

    희희낙낙 즐거이 어깨동무하며 외롭지 않게 헬게이트를 향할 수 있는 안도감.

     

     

    내적 투쟁과 참회의 질곡에서 해방되어 쿨한 각박함을 거니니,

    뼈아픈 실수와 잘못도 가벼운 추억을 입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오는구나.

     

    철면피한 낙원에서 모두가 어울려 노니면, 지독한 죄의식도 왕따가 되겠지.

    스토킹하는 고독 또한 허무의 무저갱 속에 떨어지고

    아무 걱정 없는 우리는 박제된 절망을 손가락질하며 웃고 떠들겠지.

     

     

    과연 그리 될 수 있을까.

     

    만약 이상향이 업사이드 다운하여 허무를 천상에 올려 놓으면, 애써 인생과 타협한 나는..?

     

    사랑을 사랑하는 불안을 떨쳐내고 사람을 사랑하는 편안함에 안주하려는 것 뿐인데..

     

    남들에겐 행복인 "남녀 간 사랑"이 다시금 나를 소외한다면, 그런 세상이 또 나를 붙잡게 된다면,

    내게 두려운 건 한 가지.

    간신히 회복한 "우리의 동질감"이 파투 나고, 원래 대로, 나만의 익숙한 천국이 그들에겐 지옥이 되는 것. (그 역도 성립하는 것.)

    극소수로 회귀하여, 사랑을 모독하는 (사이코패스 같은) 짓에 천착하는 것.

     

     

    보통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 제 노력을 가상히 여기사 지긋지긋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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